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7)
#재능만렙 플레이어 7화
[편의점 안전지대 설정이 종료되었습니다.]먹을 물과 식량을 챙겨 인벤토리에 넣었다. 편의점에서 D타워까지.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는 지금 우리는 걸어서 가야만 했다.
“괜찮냐?”
뒤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괜찮아요.”
14살의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찰 정도의 잔혹한 광경들이 펼쳐져 있었지만 선화는 제법 무덤덤해 보였다.
‘괜찮을 리가.’
괜찮을 리 없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훌쩍, 훌쩍하고 코를 삼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울고 있을 거다. 어디서 이런 광경을 보겠는가.
‘멸망 직전의 도시. 아니…… 멸망한 이후의 도시가 이런 느낌인가.’
종로전체가 마치 유령도시가 된 것 같았다.
‘지금쯤은 1만 명 정도 살아 있으려나.’
아마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상 그 수치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아.’
사람대신 시체가 즐비하게 널려있다. 자동차 안. 운전석에 목이 없는…… 아니.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자.
“땅바닥을 잘 보고. 젤리같은 것이 기어 다니고 있는 걸 발견하면 꼭 말해.”
D타워로 향하는 길. 그 길에서 우리는 사냥을 해야만 한다. 1차적인 목표는 ‘슬라임’이다. ‘비 선공 몬스터’로서, 우리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레벨은 ‘-’로 표시된다. 10살 정도의 어린 아이라도 사냥이 가능한, 가장 안전한 몬스터다.
“오빠. 저기 있어요.”
차 밑에서 꾸물꾸물 기어 나오는 젤리 형태의 몬스터. 나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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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
아니나 다를까. 레벨 없이 ‘-’로 표시됐다. 나는 슬라임에게 다가가 칼을 휘둘렀다. 젤리 형태답게 베이는 느낌이 물컹하기는 했지만 데미지는 착실하게 들어갔다. 사냥은 어렵지 않았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3코인이 주어집니다.]“사라졌네요.”
“어. 되게 약한 몬스터거든. 가자. 가는 동안 내내 이놈들 사냥해야 돼.”
여기서도 느꼈다.
‘뭐 이렇게 쉬워?’
아무리 약한 몬스터여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쉬운 느낌이다. 처음부터 느꼈던 건데, 내가 원래부터 플레이를 해왔던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녹슨 철검.’
혹시 꿈에서 써봤나? 아무리 그래도 처음 다뤄보는 무기인데 손에 정말 잘 익었다. 검 휘두르는 게 굉장히 편했다. 마치 오랫동안 이 무기를 수련해 왔던 것처럼.
“얘들 잘 찾아라.”
“알았어요. 제가 잘 찾아볼게요.”
선화는 선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시체들이 널브러진 이곳. 피 웅덩이가 곳곳에 맺혀 있는 이 끔찍한 곳에 생각보다 적응을 훨씬 잘했다.
“오빠. 여기 있어요!”
몬스터를 찾아내는 그 능력만큼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았다.
“오빠. 여기요.”
슬라임을 5마리 정도 사냥했을 때 나는 레벨업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선화는 신기한 듯 나를 쳐다봤다.
“오빠. 몸에서 방금 반짝하고 빛이 났는데 그건 왜 그런 거예요?”
“레벨업한 거야.”
“레벨업이요?”
선화는 레벨업이라는 게 신기한 것 같았다.
“어. 몬스터를 잡으면 레벨업을 해. 레벨업하면 더 세지는 거고.”
“아…… 그렇구나.”
“저도 레벨업 열심히 해서 오빠처럼 될래요.”
선화의 얼굴에는 아직도 궁금함이 가득했지만 나를 귀찮게 하지는 않으려는지,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 슬라임을 또 여러 마리 잡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3] [보너스 스탯 2개가 주어집니다.] [랜덤 보너스 스탯 1개가 주어집니다.]나는 여기서 또 이상함을 느꼈다.
‘이상하네.’
이상하게 레벨업 속도가 빠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직접 플레이를 하는 건 또 다른가?’
내가 경험해본 플레이는 ‘가상 플레이’였다. 유튜브를 통한 가상 시청. 그리고 ‘체험 던전’ 등을 통한 VR체험. 텍스트를 통한 공략집 암기. 내가 경험한 플레이들은 그랬다.
‘직접 하니까 체감 레벨업이 엄청 빠른데.’
그 뿐만이 아니었다.
‘랜덤 보너스 스탯이 벌써 2개나 주어졌어.’
랜덤 보너스 스탯은 어지간하면 잘 주어지지 않는다. 튜토리얼 필드에서도 마찬가지다.
‘권왕…… 마상현도 랜덤 보너스 스탯은 잘 구경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한국이 낳은 자랑스런 플레이어. 재능으로 치면 한국 탑 10안에 드는 네임드 플레이어인 마상현도 보너스 스탯을 얻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벌써 2개나 얻었다. 겨우 레벨 3인데.
문득 검사 결과지가 떠올랐다.
[재능 없음.]며칠 전. 그 네 글자가 유난히 아려왔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과거로 돌아오면서 없던 재능이 생긴 건가?’
그게 아니라면,
‘초반에만 반짝 치솟는 초반 반짝형 플레이어.’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한국에도 많이 존재했다. 혜성같이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져간 수많은 플레이어들. 저레벨 구간에서는 폭발적인 레벨업과 엄청난 실력으로 ‘신성’ 혹은 ‘루키’라고 불렸던 많은 플레이어들이, 중레벨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초반 반짝형일 확률이 가장 높겠지.’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접근해야 실망도 않겠지. 너무 멀리보지 않고, 조금씩 가기로 했다.
‘일단은 유리한 상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개뿔도 없는 놈이 그래도 과거로 돌아와 1차와 2차 고블린 습격에서 살아남았고 수호자의 관심도 받고 있다. 초반 반짝형이라고 가정해도 벌써 레벨 3이다.
‘일단 목표는 살아남고.’
목표가 생겼다.
‘현금 10억.’
목표가 생겼다. 초반 반짝형 플레이어라도 현금 10억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벌 수 있을 거다. 그게 있으면 엄마를 고쳐줄 수 있을 거다. 3년 뒤. ‘질병 치료 포션’이 시중에 풀릴 테니까.
‘멀리 보지 말자.’
수호자들을 쳐죽이고 싶기는 한데, 그건 너무 먼 미래의 일이다. 반짝 재능형 플레이어일지도 모른다. 일단은 살아남기. 그리고 현금 10억 벌기. 이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5]보너스 스탯과 더불어 또다시 랜덤 스탯이 주어졌다. 어느덧 레벨 5를 달성했다.
[파티 시스템 활성화가 가능합니다.]곧바로 나는 선화에게 ‘파티 신청’을 걸었다. 선화는 화들짝 놀라서 ‘이게 뭐예요?’하고 물었지만 이내 파티 신청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에게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용맹한 사자왕’의 알림은 들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D타워로 걷는 와중, 뒤따라오던 선화가 말했다.
“고마워요.”
“뭐가?”
“저 열심히 할게요. 오빠한테 도움 될게요.”
얘는 또 갑자기 왜 이래. 도움 안 되면 버리고 갈 거다. 그 말을 하려던 순간, 선화가 말을 이었다.
“그니까…… 저 버리지 말아주세요.”
또? 얘는 뭐가 이렇게 맨날 버리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
“저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저 진짜 잘할게요.”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이 어린 여자애가 어디 가서 이런 말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겉으로는 딱딱하게 말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해.”
일견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나는 냉정하게 현실을 말했다. 어설픈 동정이나 호의는 애를 망치는 길이 될 거다.
“필요 없으면 가차 없이 버릴 거야.”
나도 내 앞가림이 급하다. 레벨업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랜덤 보너스 스탯도 벌써 4개나 주어졌지만 그것과는 별개다. D타워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놈을 잡을 때, 나는 선화를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
‘애초에…… 내가 누구를 지킨다는 게 이상한 거지.’
레벨 5짜리가 무슨. 제 앞가림은 자기가 하는 거다. 어쨌든 선화는 내 말을 잘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 선화가 말했다.
“저건…… 다른 몬스터 아니에요?”
* * *
광화문 근처. 이순신 장군 동상 앞. 그 앞에는 슬라임이 아닌 다른 몬스터들이 존재했다.
‘도시 여우.’
도시 여우들의 레벨은 ‘2’ 혹은 ‘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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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우 LV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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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에 어렵지는 않은 몬스터다. 다만 체감적 난이도는 슬라임보다 훨씬 높다. 무엇인가. 생명체를 죽인다는 것이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아서다.
‘고블린도 죽였는데.’
전체적으로 회색빛을 띄는 여우 형태의 몬스터. 이놈들은 ‘수동형 선공 몬스터’다. 건드리지 않으면 비선공이지만, 건드리는 순간 주변에 어그로가 튄다. 한 마리를 건드리면 여러 마리가 협공해오는 형태의 몬스터.
‘어라?’
그런데 선화가 ‘도발’이라고 말했다. ‘도시 여우’들의 머리 위에 ‘!!!’ 표시가 떴다. 선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도시 여우들은 선화의 몸 여기저기를 마구 물어댔다.
나는 거기서 한 번 놀랐다.
‘광역 어그로?’
비록 레벨 2, 3짜리 저렙 몬스터들이지만, 선화도 겨우 레벨 3이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광역 어그로라니. 이 근방의 도시 여우들이 전부 몰려온 것 같다. 그 숫자는 어림잡아 14마리 정도.
‘데미지가 아예 안 박히네.’
나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동물형 몬스터들은 대부분 ‘목’이 약점이다. 나도 어렵지 않게 도시여우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슬라임으로는 더 이상 레벨업이 힘들었는데 도시 여우들을 사냥하자 경험치가 더 빨리 올랐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7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8]레벨업과 동시에 모든 피로감이 한 번에 사라졌다. 레벨업의 특권이다. 레벨업을 하면 모든 피로감이 사라진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레벨업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빨라.’
벌써 레벨 8이라니. 원래 내 생각대로였으면, 수많은 공략들에 따르면 지금쯤 5 정도가 되어야 맞다. 이제 겨우 파티 시스템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8이다. 레벨 5나 8이나. 별 차이 없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절대 아니다.
‘4레벨업과 7레벨업. 속도로 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
1에서 4로 넘어가는 것보다, 4에서 8로 넘어가는 게 훨씬 어렵다. 그걸 감안하면 두 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레벨업을 하고 있는 거다. 예상치보다 훨씬.
‘미친 레벨업 속도네.’
좀 황당하기까지 한 속도다. 그것은 수호자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세니아가 내게 접근했다. 내 레벨업 장면을 포착했다. 내게 물었다.
“김혁진 플레이어. 당신의 레벨은 몇입니까?”
“…….”
잠시 고민했다. 말을 할까 말까.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일단은 말하기로 했다.
“레벨 8.”
“…….”
세니아의 날개 끝이 또 파르르 떨렸다.
“확실히 레벨 8입니까?”
“스캔해 봐도 좋아.”
세니아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한동안 쳐다봤다. 한참 후에야 세니아가 입을 열었다.
“……실제로 레벨 8이군요.”
내색은 않지만 놀란 모양이다. 확실히. 내 레벨업 속도는 일반적이지 않은 듯했다. 내 착각이 아니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의 레벨업 속도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수의 수호자가 신기해합니다.]내 레벨을 확인한 세니아는 다시 반투명 상태로 돌아갔다.
‘확실히 내 레벨업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빠르긴 한가 보네.’
근방에서 조금 더 사냥했다.
[도시여우를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7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레벨 9가 되기 직전까지 경험치를 올렸다. 튜토리얼 필드에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10’이 한계다.
‘곧 레벨 9.’
사냥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내 목표는 ‘D타워’에 있었으니까. D타워 1층. 그곳 공략만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면 나는 엄청난 특전을 가지고서 플레이에 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거기만 제대로 해내면…….’
이후 10억은 어렵지 않게 벌 수 있을 거다. 아무리 반짝형 플레이어라고 해도 말이다. 나는 선화와 함께 D타워에 도착했다. 입구가 여러 개다.
‘이쪽 입구.’
그중에서 몬스터가 없는 입구를 선택했다. 알림이 들려왔다.
[튜토리얼 던전. D타워의 레벨 입장 제한은 5입니다.] [튜토리얼 던전. D타워에 입장하시겠습니까?]‘YES.’
입장을 선택했다. 회전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들어올 테면 들어오라는 것처럼. 선화가 뒤에서 내 옷깃을 살짝 잡았다. 조금 무서운 모양이다.
“들어가면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기억하고 있지?”
“네.”
선화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나는 그것을 알았지만 딱히 내색하지는 않았다. 선화가 내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어리광을 부려도 굳이 받아줄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잠시 멈춰 서서 스탯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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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이름 : 김혁진(플레이어)
레벨: 8
호칭: –
힘: 14 지능: 14
민첩: 14 감각: 14
체력: 14 정신력: 13(+30)
보너스 스탯 : 0
랜덤 스탯 : 4
잔여 스탯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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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들의 말에 따르면 초기에는 모든 능력치를 골고루 올리는 것이 좋다 했다. 그것이 정론이었다.
‘이게 레벨 8의 스탯이란 말이지.’
내가 기억하는 다른 레벨 8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자신감이 생겼다.
“가자.”
내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반쯤 투명상태로 변한 세니아도 나를 따라왔다.
[무명의 관찰자가 흥미롭게 당신을 관찰합니다.]‘방심은 금물.’
지금 내 수준에서는 분명히 위험한 곳이다. 공략을 모르고 접근하면 죽을 수도 있는 곳이다. 그것도 일격에 말이다. 머릿속으로 공략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그리고 튜토리얼 던전에 입장했다.
[튜토리얼 던전. D타워에 입장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