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75)
#재능만렙 플레이어 75화
“혼자서 무슨 개짓거리를 하는 거야! 왜 명령도 없이 혼자 움직여 이 쓰레기가!!!”
주접떨고 있네.
나는 딱 그렇게 판단했다. 지금 김태천이 하고 있는 것은 ‘리딩’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저 주접일 뿐. 지금 김태천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 그러니까 가만히 있는 물체를, 느리지만 파괴력이 강한 무기로 때리면서 자신의 강력함을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실전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을 커다랗고 화려한 동작으로 그냥 있어 보이기만 하는 공격을 퍼붓고 있다.
‘사실상 데미지는 마상현이 더 많이 줬는데.’
다만 마상현은 주먹을 사용하고 있고 좀 더 효율적이고 간소화된 동작으로 움직이기에, 티가 나지 않을 뿐.
지금 쟤가 하는 건 그냥 관심종자의 ‘관심 즐기기’ 정도가 되겠다. 뭘 파악하고서 명령을 내린단 말인가.
“입 다물자, 친구야.”
김태천에게 가까이 다가간 마상현이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이야.’
나도 솔직히 조금 놀랐다.
‘마상현이 가끔 엄청 터프해질 때가 있다고 했었는데.’
평소에는 굉장히 순둥순둥하고 착하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빠른 결단력과 행동을 보인다고 했는데, 지금이 딱 그때인 것 같다.
퍽! 퍽! 퍽!
마상현의 무자비한 주먹 앞에 김태천은 자신의 용맹을 전혀 뽐내지 못했다.
“이, 이, 이 개 자식이!”
김태천이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후웅!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도끼지만 일단 공격속도가 너무 느렸다.
“뭐하냐?”
마상현이 가볍게, 아주 가볍게 한 발자국 뒤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김태천의 도끼공격은 무효화가 되어 버렸다.
‘이번에도…… 보인다.’
마상현의 발 뒷축에 힘이 실리는 것이 보였다. ‘관찰자의 눈’으로 파악하는 마상현의 움직임은 육안으로 볼 때와는 또 사뭇 달랐다.
‘분명히 여기서 들어간다.’
어떻게 들어갈지. 어떻게 공격할지. 눈에 보였다.
‘노리는 곳은 복부.’
마상현이 오른 주먹을 뻗었다. 내 ‘관찰자의 눈’에 잡힌 것과 같았다. 내가 보고 있던 한 점. 명치 바로 밑. 그곳을 공격했다.
‘그 이후 바로 뒷목을 잡고서.’
마상현의 움직임을 읽어냈다.
‘무릎으로 차올리겠지.’
마상현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 ‘초급 니킥’을 사용하려는 것 같다. 마나의 움직임이 보인다. 초급 니킥을 사용할 때에는 마나가 이렇게 이렇게 움직인다. 이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초급 니킥에 턱을 얻어맞은 김태천은 그 자리에서 바로 실신. 자신이 뭐라도 된 양, 어마어마한 위세를 내뿜던 김태천은 마상현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기둥을 부수던 플레이어들은 잠시 멈춘 상태.
“뭐, 뭐야?”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그러나 누구도 마상현을 말리지는 못했다. 일방적인 구타를 지켜볼 뿐.
“왜, 왜 맞는 거지?”
“근데 그냥 막 두들겨 맞는데……?”
“호, 혹시 퀘스트인가?”
퀘스트가 아닌 바에야, 김태천을 왜 저렇게 무자비하게 두들겨 팬단 말인가. 그도 모자라 아예 기절까지 시켜 버렸다. 마상현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다시금 그 착한 소 눈망울로 돌아왔다.
“기절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마상현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기둥 쪽으로 합류했다.
“자자. 저 놈은 내버려 두고 우리는 우리 할 일 합시당.”
나조차도 조금 황당할 지경이다. 신연서가 ‘두 얼굴’이 아니라 마상현이 ‘두 얼굴’인 것 같다.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그 누구도 마상현에게 감히 항의하지 못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논리와 이성. 그에 따른 합리적인 설득.’
만약 마상현이 그 것을 하려고 했다면?
‘엄청난 시간이 허비됐겠지. 그사이 곽태운을 방해하려는 놈도 분명 있었을 거고.’
김태천의 영향력이 아주 강했던 상황이다. 김태천이 이유도 뭣도 없이 곽태운을 끌어내리려고 했으니, 몇몇 플레이어들은 그에 영향을 받았을 거다. 그런 상황에서 마상현의 행동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일단 두들겨 패고 보는 것도…….’
의도했던 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가끔은 나쁘지 않은 선택 같은데?’
합리적인 설득이 물론 최고의 선택지이기는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도 분명히 있다. 그러한 상황에는 폭력과 힘으로 억누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한 가지를 더 배웠다. 마상현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플레이어들 모두가 순하고 착한 양이 되어 있었다.
‘구성민은 여전히 바쁘고.’
구성민은 열심히 코인을 도적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절도라니.
‘뭐. 쟤는 쟤의 플레이를 하는 거니까.’
전투 계열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통해 몬스터를 죽이듯, 쟤도 쟤 나름대로의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나도 내 플레이해야지.’
구성민 덕택에 내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 오늘 나는 코인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 다롱이를 힐끗 쳐다봤다.
[!]다롱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코인이 별로 안 돼?”
구성민의 인벤토리에 코인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중에 좀 많이 차면 빼내올 생각인 것 같다. 다롱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왜? 쟤가 너무 못 해?”
다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절도 천재가 보기에 절도 꿈나무의 움직임은 너무나 허접스러운 듯했다.
“그래도 있다가 움직여 줄 거지?”
내게는 코인이 필요하다.바로 다음 시나리오에서 코인이 많이 필요할테니까. 강화에 너무 많은 코인을 쓴 상태. 그래도 다롱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11번째 기둥이 부서졌다.
또다시 강력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나는 엎드린 상태로 위를 쳐다봤다. 곽태운. 과연 잘 하고 있을까.
‘잘하고 있네.’
미약한 마나의 흐름을 타고서 움직이고 있다. 곽태운의 움직임에 집중하자, 곽태운의 움직임이 훨씬 더 잘 보였다.
‘지금. 지금이 타이밍.’
내가 본 타이밍과 곽태운이 본 타이밍이 같았다. 높이 점프했다. ‘바람의 신발’의 특수 능력. ‘가상(假想) 도움닫기’를 사용한 것 같다. 이 밑은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지만, 중앙 기둥의 마나로부터 보호를 받는 곽태운은 그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제는 구름에 가려져서 곽태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다.
‘곧 꼭대기에 도착하겠어.’
바람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11번째 기둥을 부쉈을 때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모두가 납작 엎드려서 바람을 피했다.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고스트’와 ‘레이스’에 꽤 익숙해진 것처럼 보였다. 여기 처음 들어올 때의 저들과 지금의 저들은 많이 달랐다. 혹시 누군가 ‘고스트’의 공격에 맞더라도, 주변에서 강제로 엎드리게 만들었다. 그사이, 누군가 또 고스트를 상대했고.
‘꽤……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네.’
처음 느꼈던 실망감이 조금이나마 옅어졌다. 시간이 흘렀다. 저만치 위에서 내려오고 있는 곽태운이 보였다. 곽태운이 등에 무엇인가를 매고 있었다. 마치 책가방처럼.
‘헌물함.’
클리어의 중추. 키 아이템 중에서도 키 아이템. 헌물함이 내려오고 있다.
‘이제 기둥 열두 개째.’
곧 부서질 거다. 지금이 클리어의 적기다. 기둥을 너무 많이 부수면 필드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지고, 너무 적게 부수면 중앙 기둥 오르기가 너무 힘드니까.
“강상구.”
“웅. 왜?”
“원거리 공격. 어느 정도 가능해?”
“최대 한 50미터? 정확도는 꽤 높은 편이야. 근데 빠워가 좀 후달려.”
그 정도면 됐다.
“중앙 기둥 쪽에 몬스터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아.”
“몬스터?”
강상구가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레이스와 고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성가신데. 또 몬스터가 나온다니. 뭐 대충 이런 표정인 것 같다.
“무슨 몬스터?”
“글쎄. 만약 이 곳이 누군가의 유희를 위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이트라면.”
높은 확률로 그렇다. 그렇지만 ‘수호자들이 만들었다‘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
“나라면 이쯤에서 비행형 몬스터를 투입하겠어.”
강상구가 입을 쩍 벌렸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너…… 뭐야? 오져부러따.”
하늘에는 비행형 몬스터가 하나 보였다. 새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얼굴은 사람과 꽤 닮아 있었다. 진흙을 대충 빚어서 만든, 대충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새.
‘인면조(人面鳥).’
인면조 중에서도 낮은 등급의 인면조다. 인면조의 등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얼굴이 사람과 같아지니까.
“내가 만약 이 게이트를 설계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곽태운을 방해하겠지.”
“그럼 나는 쟤를 엄호하면 되겠네?”
“맞아.”
“슈밤. 진짜 통찰력 하나는 기똥차네.”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던 마상현도 인면조를 발견했다.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게 보였다. 강상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 듯했다. 기특하게도, 알아서 소리쳤다.
“저기! 헌물함 가지고 내려오는 플레이어를 엄호할 수 있는 분은 엄호해 주세요!”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마상현의 말대로 행동해 주는 플레이어는 별로 없을 거다.
‘어그로가 끌리는 게 두려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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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조 LV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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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낮은 레벨이 아니다. 마상현 같은 현재 최상위 랭커의 레벨이 32인 상황. 플레이어들 대부분에게는 붉은 글씨나 ‘?’로 표시될 거다. 두려운 게 당연하다.
강상구가 중앙 기둥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나 역시 중앙 기둥 쪽으로 이동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다.’
최대한 관찰자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게 맞지만, 당분간은 그럴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여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강상구가 스킬을 사용했다.
‘아마…… 불화살이겠지.’
어그로가 자신에게 튈 수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어느새 김선화가 강상구 옆에 붙었다. 내가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제 할일들을 찾아서 움직이고 있다.
불로 이루어진 화살 하나가 인면조의 날개에 정확히 꽂혔다. 현재 모습을 드러낸 인면조는 두 마리.
강상구가 내게 말했다.
“어차피 쟤들은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잖아. 맞지?”
“맞아.”
지금은 곽태운을 엄호하는 것이 목적이지, 저놈들을 사냥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나 이거 쿨타임 짧으니까, 계속 엄호할게. 혹시 어그로 튀면 선화. 네가 나 좀 도와줘.”
강상구가 또다시 ‘불화살’을 사용했다. 곽태운은 눈앞에 나타난 인면조에도 그다지 휘둘리지 않고, 중앙기둥의 마나를 따라 착실히 내려오고 있는 중.
‘곧 내려오겠…….’
그런데 그때. 나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중앙기둥 아래에서 위로. 무엇인가가 빠르게 기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도마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크기 약 2미터의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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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입 도마뱀 LV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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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엄청나게 커지는 도마뱀이다. 중앙기둥을 타고서 빠르게 위로 올라가고 있다. 곽태운을 잡아먹을 것처럼. 입을 크게 벌렸다.
‘저놈 자체는 문제가 안 돼.’
그런데 저 놈 때문에 곽태운이 저 마나의 흐름에서 벗어나게 되면?
‘곽태운은 죽는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특수 스킬.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사용합니다.]빠르게 접근했다. 중앙기둥. 그곳을 타고 올라갔다. 높이는 못 가도, 저 놈을 따라잡을 수는 있을 거라 확신했다.
두 다리로 놈의 가느다란 몸통을 꽉 조였다. 단도를 들었다. 놈의 정수리를 찔렀다.
[스킬. 탁월한 일격을 사용합니다.]도마뱀 형태의 몬스터. 다행히 놈은 피부가 굉장히 얇았고 방어력이 높은 몬스터는 아니었다.
푹! 푹! 푹! 푹!
여러 번 머리를 찔렀다. 그 사이, 초록 피가 계속 튀었다.
치이이익-!
산성을 띄고 있는 놈의 피가 내 몸에 묻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중수구간에서도 종종 쓰이는 ‘오크 대전사’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으니까.
그 사이 곽태운이 나를 지나쳐 내려갔다. 곽태운도,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곽태운의 두 발이 땅에 닿았다.
[큰 입 도마뱀을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가 감소합니다.] [아이템이 드랍되지 않습니다.]괜찮다. 경험치 감소쯤은, 지금은 감수할 수 있다. 약간은 피해를 봤지만 감수할 만한 피해였다.
그런데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저울의 아낙네’가 감탄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300코인을 후원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을 지속합니다.]그리고 또 다른 알림까지.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을 돕기 원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을 향한 강력한 후원의지를 피력합니다.]‘뭐지?’
도우면 돕는 거고, 후원하면 후원하는 거지. 후원 의지를 피력? 그냥 말로만 돕고 싶다고 말을 하는 건가.
[‘푸른빛의 결계’가 큰 후원을 약속합니다.]뭘 후원할지는 모르겠다. 일단 더 중요한 것부터 해결하고 이곳을 클리어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헌물함의 영향력이 시작되겠지.’
아니나 다를까.
[성물 ‘헌물함’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