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77)
#재능만렙 플레이어 77화
곽태운의 등 뒤에 꽂혀 있는 것.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촛불.’
그중에서도,
‘푸른빛의 촛불.’
푸른빛의 촛불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촛불이다. 이름에 걸맞게, 촛불에서는 푸른색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중.
‘불을 꺼뜨림과 동시에 새로운 필드가 오픈된다.’
언제 어떻게 생성되는지는 몰라 ‘랜덤 아티팩트’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랜덤 아티팩트 중 하나인 이 촛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붉은빛의 촛불과 푸른빛의 촛불. 어느새 신연서가 가까이 다가와서 말했다.
“등에 웬 촛불 같은 게 달려 있는데? 색깔이 푸른색이네.”
그 옆의 김선화도 신기한 듯 쳐다봤다.
“신기해요. 초가 등에 붙어 있어요. 이거 불면 꺼질까요? 불어보고 싶어요.”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여운 것 같다. 요즘 자주 느끼는 건데, 동생삼기 정말 잘했다. 매일매일 귀엽다.
“불면 안 돼.”
“알았어요.”
질풍노도의 시기인데 말도 잘 듣는다. 곽태운이 내게 물었다.
“혹시……. 이게 뭔지 아세요?”
“모르지.”
잠시 관찰하는 척했다.
‘너무 빨리 끄면 난이도가 너무 높아져.’
그런데 또 너무 늦게 꺼서 불이 완전히 꺼져 버리면 양초가 사라져 버린다. 심지가 다 타기 전에 불을 꺼야 한다.
“슈밤바. 이거 되게 신기한 불이네. 내가 또 기가 막히게 방화 잘하는데.”
화신지체의 서를 통해 화(火)속성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강상구. 강상구의 눈으로 본 이 ‘촛불’은 굉장히 신기한 모양이었다.
“이거 끄면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 거 같은데?”
비교적 정확하게 짚어냈다.
“근데 너무 빨리 끄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야.”
확실히 천재는 천재인가 보다. 척 보고 척 알아차리는 걸 보면. 강상구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어떻게 할 거야?”
* * *
“어떻게 할 거야?”
그 질문 하나로 곽태운은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무리의 진정한 리더는 바로 저 사람. 그러니까 김혁진이었다. 약간은 긴가민가했다. 솔직히 튜토리얼 종결자를 리드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줄은 몰랐다. 아까 신연서의 움직임도 봤다. 신연서의 움직임은 신묘할 지경이었다.
‘내가 상대한다면…….’
무조건 필패. 신연서도 대단하다. 김선화도 마찬가지. 말도 안 되는 탱킹 능력을 가졌다. 강상구의 화염 마법은 이곳에 모인 마법사들 중에서도 단연 발군. 그런데 모두가 자연스럽게 김혁진의 말과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혁진이형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겠지.’
너무나 자연스럽다. 김혁진의 의견을 묻고 있는 저 모습이 말이다. 순간 동경 비슷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배우고 싶다.’
그리고 그 마음과 시선을, 김혁진은 감각안을 통해 이미 알아 차렸다.
──────────
상태 : 약간의 동경/믿음/신뢰
──────────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곽태운의 마음을 얻었으니.
‘촛불은…… 리스크보다 보상이 커.’
심지어 푸른빛 촛불이다. 보상이 더 클 확률이 높다.
‘게다가 푸른빛 촛불은 끄는 사람이 함께할 플레이어들을 선택할 수 있지.’
답은 정해져 있었다. 로우 리스크, 하이리턴이라면 당연히 도전해야하는 게 맞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답답해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의 신중함을 높이 삽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지루해 합니다.]김혁진은 조금 더 기다렸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돼.’
심지가 거의 다 타서 없어지기 직전. 그때를 잘 맞춰야 한다. 0.5초 차이로 난이도가 극과 극일수도 있다. 랜덤이다.
‘지금……!’
김혁진이 ‘푸른빛의 촛불’에 바람을 불었다.
훅-!
바람을 분 순간, 촛불이 꺼졌다.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푸른빛의 촛불’이 소멸되었습니다.] [완벽한 타이밍!]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습니다.]팡파르가 들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완벽한 타이밍에 의하여 난이도가 대폭 감소합니다.] [완벽한 타이밍에 의하여 보상이 대폭 증가합니다.]진행 알림도 들려왔다.
[진행을 함께할 플레이어를 고르십시오. 최대 공략 인원 : 6명]곧바로 선택했다. 곽태운. 강상구. 마상현. 김선화. 신연서. 그리고 김혁진까지.
‘이건……. 나를 위한 배려야? 타이밍을 너무 잘 맞춰서 그런가?’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인원수까지 어떻게 이렇게 딱 맞는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좋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선선한 바람이었다.
[↑↓↔↘↘↗]바람이 제멋대로, 약하게 불었다. 그와 동시에 알림이 계속 이어졌다.
[돌발 게이트 ‘바람이 부는 언덕’을 탈출하여 돌발 게이트 ‘바람 전사의 무덤’에 입장합니다.]* * *
주변은 고요했다. 어두컴컴한 배경에 음산한 안개가 피어 있었다. 관리되지 않은 공동묘지 혹은 버려진 들판 같은 느낌. 이따금씩 까악-까악-까마귀 소리가 들려왔다.
“으. 슈밤. 무서워.”
강상구가 내 오른쪽 팔에 팔짱을 꼈다.
“혀, 형님. 저 이거 싫습니다.”
마상현이 내 왼쪽 팔에 팔짱을 꼈다. 어, 어으으! 쥐, 쥐다! 쥐! 쥐 무서워! 라면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내게 반쯤 매달려 있는데 이 기분. 몹시 별로다.
“둘 다 안 떨어지면 여기서 죽여 버린다.”
차라리 신연서나 김선화라면 모를까. 덩치도 나보다 큰 놈들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뭐. 진짜로 공포에 질린 것 같지는 않지만.’
강상구의 상태는,
──────────
상태 : 신기함/약간의 두려움/허세
──────────
이러했고 마상현의 상태는,
──────────
상태 : 약간의 무서움/의지/약간 겁먹음
──────────
……로 표시되었다. 신기함도 있고 의지도 포함되어 있으니, 막상 또 플레이를 진행해야 하면 잘 할 거다. 그때. 내 감각안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다들 긴장해.”
푸른빛의 촛불이었고, 정확한 타이밍에 불을 껐다. 난이도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높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만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땅이 부르르-떨렸다.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는 무덤 하나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은…….’
이미 경험해 본 전적이 있는 느낌. 이미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몬스터의 감각이 내게 느껴졌다.
‘오크 대전사?’
오크 대전사가 일어나고 있다. 그 옆. 또 다른 무덤들이 솟아오르고 있는데.
‘저건 그냥 어그로.’
저기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거다. 난이도가 매우 낮게 책정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오크 대전사를 비롯하여 오크 궁수. 오크 궁수를 호위하는 일반 오크들도 한두 마리 정도 튀어나왔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알 수 있었다.
‘보인다.’
원래 이곳의 난이도가 어땠을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을지. 보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그려졌다.
‘오크 궁수 두 마리. 일반 오크 한 마리. 그리고 오크 대전사.’
이렇게 이루어진 조합이 우리를 압박했을 거다. 만약 그 상황이 실제로 펼쳐졌다면,
‘당장 우리 전력으로는 좀 힘들 수도 있겠지만…… 또 불가능한 난이도도 아니다.’
우리가 유기적으로 잘 움직였다면 얼마든지 클리어가 가능한 수준. ‘오크 궁수’를 호위하는 오크가 서너 마리만 더 있어도 상당히 까다로워지겠지만 말이다.
신연서가 검을 뽑아 들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신연서도 스스로의 기감을 통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전에 상대해 본 적 있는 오크 대전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혁진이, 너한테 전에 사용했던 쇠막대 남아 있지?”
기특하네. 공략법도 기억하고.
“어. 있어.”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에 새로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새로운 퀘스트 내용을 공개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의 요청에 의하여 ‘일시 정지 권능’이 적용됩니다.]도박을 즐겨하는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내게 새로운 퀘스트를 제안했다. 쪽지가 하나 와있었다.
──────────
1) 퀘스트. ‘바람 전사의 무덤 속 비밀’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퀘스트 수락시, 난이도가 본래 ‘바람 전사의 무덤’의 난이도로 상향 조정 됩니다. 덧붙여 ‘오크’ 다섯 마리가 추가로 생성 됩니다.
2) 퀘스트 클리어시, 100,000 코인이 주어집니다.
3) 퀘스트 클리어시, ‘오크 대전사의 장갑’이 주어집니다.
4) 퀘스트 클리어시, ‘유플렉스 던전 최초 입장 자격’이 주어집니다.
5) 퀘스트 실패시, 전원 사망합니다.
──────────
10만 코인은 물론이거니와 유플렉스 던전 최초 입장 자격이 주어진다.
유플렉스 던전 최초 입장 자격이라. 저번에 한 번 둘러보았던 신촌 현대백화점 옆 유플렉스. 그곳의 입장 자격을 획득한다는 것 같다. 아직 정식으로 열리지 않은 던전인데.
‘먼저 우리에게 오픈하겠다는 건가?’
과거에는 어떻게 거기가 오픈되었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거기는 무조건 가야 해.’
게다가 오크 대전사의 장갑까지 주어진다. 부분 세트를 장착하고 있는 내게 꿀 같은 보상인 게 맞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놈의 제안은 나쁘지 않았다. 마상현이 내게 물었다.
“형님. 이거 어떻게 할까요?”
일시정지 권능이 걸려있는 필드에서 우리 모두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파티원들도 똑같은 제안을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오크가 두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가 더 생긴다. 그냥 오크도 아니고 ‘오크 궁수’를 밀착해서 호위하는 놈들이 될 거다.
‘지금 이 상태로 그 난이도를 클리어하는 건 불가능.’
이 제안을 한 수호자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놈의 제안은 늘 도박에 가깝다.’
그 도박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달콤하기도 하다. 금자탑 미셸. 그녀는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제안하는 도박들을 모두 성공시켰고, 군주 계열 플레이어들의 정점에 선 전적이 있다. 저 도박을 잘만 활용해내면 내게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퀘스트 실패시 전원 사망이 좀 걸리는데…….’
이번에는 신연서가 말했다.
“대장아. 나는 이 제안.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아.”
“어째서?”
“충분히 클리어 가능할 것 같아서?”
그런데 왜 요약이 이따위냐.
──────────
요약 : 지어미의 신뢰를 품은 검객(劍客)
──────────
이상한 요약이 어찌됐든, 나는 이들의 리더로서 판단을 내려야 했다. 솔직히 말해 내 판단도 신연서의 판단과 비슷했다. 약간의 리스크. 그리고 커다란 보상.
‘좀 더…… 살펴본다.’
일시정지 권능에 발현된 참에 나는 감각안과 관찰자의 눈으로 필드를 살피고 계속 살폈다. 우리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내 관찰과 직관이 틀렸다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너무 위험하다 싶으면 발을 빼는 게 맞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니까.
‘원래대로면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이곳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일시정지 권능이 풀리기까지 3분 남았습니다.]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곽태운.”
“네?”
아직 여물지 않은 함무라비의 화신. 곽태운은 은혜는 은혜로, 원수는 원수로 갚는다. 은혜는 두 배로. 원수는 열 배로. 그렇게 갚는 것이 곽태운의 철칙.
“이거. 너한테 양도할게.”
지금 우리의 전력으로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면 너무 위험하다.
‘하지만 풍신지체의 서를 적용한 곽태운이 함께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고, 그 걸로도 모자라 또 막대한 보상을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예?”
“주는 거 아니고 빌려주는 거야.”
풍신지체의 서를 넘겼다.
“그, 그러니까…….”
곽태운은 이 아이템의 정확한 값어치를 모를 거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좋다는 건 알 수 있을 거다. 몸에 적용하고 나면 더더욱 깨닫겠지.
“은혜는 은혜로 갚아. 나보다는 너한테 맞는 아이템인 것 같아서 넘기는 거니까.”
“…….”
“지금. 우리가 살기 위해서.”
“……알았어요.”
곽태운은 강상구만큼 격렬하게 거부하지는 않았다. 이걸 건네주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
요약 : 은혜를 다짐한 함무라비의 화신
──────────
“그거 바로 사용해. 아마 몸에 큰 변화가 있을 거야. 강상구도 그랬으니까.”
“…….”
안 그래도 바람 계열 천재가 ‘풍신지체의 서’를 적용하면, 천재를 뛰어넘는 천재가 된다.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래도 돼. 두 배로 갚으면 되잖아.”
“…….”
“제가 뭘 가진 게 있다고 이렇게까지 배려해 주시는지 모르겠어요.”
“글쎄. 잠재력?”
“…….”
곽태운은 아무래도 많이 감동한 것 같았다. 어찌됐든 좋다. 여기를 안전하게 클리어하려면 곽태운의 ‘각성’이 필요하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우리의 밸런스를 고려했던 거다.’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 까딱 실수하면 죽는 정도의 난이도. 그 정도를 정확하게 설정했을 거고, 도박의 달인인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의 세팅은 거의 정확하다.
‘하지만 내게 풍신지체의 서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잖아.’
내가 공개하지 않았으니까.
‘풍신지체의 서를 적용한 상태의 곽태운이 있다면…….’
그러면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생각한 밸런스는 무너지게 된다. 도박의 저울추가 이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뜻.
“감사합니다. 꼭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곽태운의 말은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 은혜는 두 배로 갚아라. 단순히 너를 위한 행동도 아니고 너를 위한 투자도 아니지만, 어쨌든 은혜는 은혜니까.
“지금 바로 사용할게요.”
“그래.”
곽태운은 ‘풍신지체의 서’를 사용했다. 강렬한 바람이 곽태운의 몸을 감싸 안고 소용돌이쳤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바람이 곽태운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그 것만으로도, 곽태운의 기도가 달라졌다.
소요시간은 약 1분가량.
‘준비는 됐다.’
일시정지 권능이 풀리기까지 약 1분 남았다. 밑그림은 다 그렸다.
‘그럼 이제 하나 남았네.’
내가 입을 열었다.
“세니아.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께 한 가지를 제안하려고 해.”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내 말을 들은 투명 상태로 우리를 중계하던 세니아가 다급하게 내게 귓말 요청을 넣었다.
-김혁진 플레이어. 제정신입니까?
걱정 마라, 세니아. 나는 지극히 제정신이고, 내게 훨씬 더 유리한 그림과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전에 말했던 거 기억 안나?
-무엇을 말입니까?
이 판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열었다. 딱 여는 것까지.
이제 판은, 내가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