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84)
#재능만렙 플레이어 84화
내가 말했다.
“김강철 씨.”
이 사람의 직책이 뭐였더라. 아. 맞다. 팀장이었지. 플레이어 스카웃팀의 팀장.
“예, 김혁진 씨.”
패기에서 벗어나긴 했는데 나를 더 어려워하는 게 느껴진다. 내가 계속 말했다.
“묘하게…… 저희를 하급자처럼 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만.”
“그럴 리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김강철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다만 저희는 방금 생성되었던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정확하게 얻고 싶을 뿐입니다. 플레이어들의 생사 유무도 확인하구요. 게이트 안에서 있었던 일을 소상히 알아야 합니다. 그 것이 플레이어 협회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말이 거창해서 ‘플레이어 협회’지, 사실은 성신의 사조직이다. 다시 말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체의 한 부서일 뿐이다.
일단 듣기 좋게 포장해 줬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뜻처럼 들리네요.”
“예. 이러한 데이터들이 모여 거대한 정보를 형성할 테니까요. 인류에게 유리한.”
인류에게 유리한 정보가 아니라 성신에게 유리한 정보겠지요. 나는 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저들은 저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 나 역시 내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건 나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 당연한 거다. 다만, 저들의 이익을 위해 내가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
“협조하기 싫다면요?”
“협조하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번부터 느껴졌던 묘한 자신감.
‘팀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안목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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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1) 출세하고픈 범인(凡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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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요약이 ‘범인’이라고 지칭했다는 것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임을 뜻한다.
‘10년 뒤. 플레이어 협회의 인사부장이 된다.’
가진바 능력은 평범한데 꽤 승진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줄을 잘 잡았든지, 상사에게 잘 보였든지. 이른바 ‘사회생활’이라는 걸 잘했다는 뜻이 되겠지.
‘그러니까 플레이어들이 가지는 가치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렇게 대응하는 거야.’
송기영 회장은 과연, 김강철이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는 걸 몰랐을까?
‘아니. 알았겠지.’
일부러 김강철을 보낸 것 같다. 스스로 어떤 거리낌도 없이 당당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거다. 송기영 회장식 용병술이라면 용병술이라 할 수 있었다. 덧붙여 한창 중2병에 빠져든 자신의 손자를 어떻게 휘어잡는지 궁금할 거다.
“굉장히 자신감 넘치시는군요.”
“한국의 모든 플레이어는 한국 플레이어 협회 소속의 일원이 될 테니까요.”
“법령에 정해져 있습니까?”
정해져있지 않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몇몇 플레이어들이 사망했고,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상황-플레이어들이 정신 못 차리고 성신에게 협조하고 있을 뿐.
“곧 그렇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겠지. 성신의 힘은 어마어마하니까.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성신의 힘만큼, 플레이어들이 가지는 잠재력과 가치도 높다.
“곧이라는 말은 아직은 아니라는 뜻이겠죠.”
내가 김강철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고압적인 분위기. 취조당하는 느낌.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성신에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성신의 직원도 아니니까요.”
슬슬, 떡밥을 물 때가 됐는데. 송진철의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이런 싸가지 없는 어린애한테 무릎 꿇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요.”
아까 ‘패기’에 굴복당한 것도 그렇고.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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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자존심에 상처 입은, 자칭 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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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비켜.”
애초에 내 타겟은 김강철이 아니었다. 송진철이라는 어린 망나니를 자극한 거다. 김강철이 뒤로 물러섰다.
“뭐 잘못 먹었어? 아저씨 머리는 장식이야? 내가 누군지 몰라?”
알지. 망나니 재벌 3세. 내가 되물었다.
“넌 나 누군지 아냐?”
“…….”
“너도 내가 누군지 모르면서 왜 깝치냐, 도대체?”
송진철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다루기 정말 쉽다. 이런 취급을 당해본 적 없는 재벌 3세 도련님. 중2는 중2답게 상대하면 된다.
“재벌 3세쯤 되면 맞아도 안 아프냐?”
“이, 이……!”
송진철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내 악다구니를 썼다.
“내가 바로 송진철이다! 이 성신의 차차기 주인이 되실 몸이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 송진철이 어깨를 쭉 폈다. ‘성신’이라는 이름. 그 찬란한 이름을 등에 업은 송진철은 기세등등해졌다.
“왜? 놀랐냐?”
“놀랍기는.”
의도적으로 피식 웃었다.
“성신의 팀장급 인사에게 반말을 찍찍해대는 중학생. 플레이어와 협회간의 일에 제멋대로 끼어들 수 있는 직급도 없는 어린 애. 예의나 매너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얼간이.”
감각안이 없어도 알 수 있다.
“망나니 재벌 3세쯤 되겠다는 건 눈 감고도 알겠네.”
“…….”
송진철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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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매우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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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감정 상태를 집어 삼키고 ‘분노’라는 하나의 키워드만 감각안에 잡혔다. 어지간히도 화가 많이 났나 보다.
송진철이 씩씩댔다.
“너. 무조건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러는 넌 지금 후회하고 싶냐?”
내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송진철 뒤의 떡대 세 명이 송진철 앞에 섰다. 마치 수호기사처럼 말이다. 어차피 송진철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다.
‘이제 오늘 있었던 일을 송기영 회장에게 말하겠지.’
김강철의 입을 통해 걸러져서 들어가는 말과, 철부지 손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필터 없이 그냥 전해질 거다, 아마도.
송진철에게 말했다.
“우리가 가진 정보가 곧 신문물이야. 그게 곧 미래의 원동력이 되겠지.”
“…….”
송기영 회장님. 들으세요.
“나는 내가 가진 가치를 헐값에 팔지 않아.”
일부러 피식 한 번 더 웃었다.
“더군다나 너 같은 철부지한테는.”
“이, 이, 이……!”
“아무리 어리다고는 하나, 너 정도로 안목 없는 재벌 3세가 과연 가업을 이어받을 수나 있겠냐? 네 할아버지가 그렇게 어리석은 분이었냐?”
대놓고 대한민국의 초대 재벌. 송기영까지 저격했다. 이 모든 말들이 송기영 회장에게 들어가겠지. 손자의 말을 통해. 필터링 없이.
베니스의 상인도 내 대답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송기영 회장의 성격이라면.’
이미 송기영 회장을 만나봤다. 내가 어린애를 핍박했다는 것에 약간은 분노할지언정, 그것으로 공과 사를 그르칠 사람은 분명히 아니다. 오히려 나를 새로이 볼 거다.
자신의 손자임을 알고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별로 없으니까. 적어도 한국에는 별로 없으니까.
‘이런 방법은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취조실에 끌려온 범죄자마냥,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말하며 보상과 팁을 공유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신문물의 세계’에서는 정보가 곧 돈이고 힘이고 권력이다. 이러한 것을 분위기에 휩쓸려 빼앗길 수는 없다.
‘줄 때 주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야겠지.’
나는 지금 송진철을 통해 송기영 회장에게 말하고 있는 거다. 이런 방법 말고, 좀 더 그럴듯한 당근을 가지고 오라고. 겨우 연봉 2억짜리 계약서 말고 좀 더 괜찮은 거. 좀 더 우리의 가치에 걸맞는 것을 가져오라는 뜻이다.
‘송기영 회장이라면 제대로 이해할 테니까.’
송진철을 통한 이야기 전달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작은 그림은 됐고.’
이제는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 내가 이들에게 비협조적으로 행동한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첫째. 우리의 몸값과 우리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의도.
둘째. 누군가 우리의 실랑이를 목격하게 하려는 의도.
‘여기서의 그 누군가란.’
저기서 씩씩대며 걸어오고 있는 저 덩치.
‘불곰 김태천같은 놈.’
김태천은 신연서에게 일대일로 패했고, 마상현에게 얻어맞아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약은 여전히 ‘자칭 포식자’다. 기둥들을 부수며 취한 ‘영웅뽕’이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다.
‘김태천은 나를 사냥감으로 인식했었고.’
그리고 그 시선을 나는 이미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내 ‘감각안’이 미묘한 시선을 계속해서 잡아냈다. 아마도 ‘용맹한 사자왕’의 퀘스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림은 다 그렸다.
‘성신의 눈에 들고 싶어 죽겠지?’
나한테 시비를 걸러 와야 할 텐데. 그럭저럭. 명분도 생기지 않았는가. 플레이어 협회에 다들 협조적인데, 나만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니까. 나를 제압하면 아주 멋진 그림이 될 거다.
‘아.’
그런데 쉽사리 내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눈빛과 시선만 보면, 감각안을 통해 느껴지는 기세만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내게 달려와 ‘왜 너만 비협조적으로 구는 거냐, 이 입만 산 쓰레기야!’라고 일장 훈계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있다.
‘내 옆에 마상현이랑 신연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이유를 알았다.
“상현이랑 연서는 어디 다른 데 가있어. 자연스럽게. 내색하지 말고.”
마상현은 그 자리에서 갑자기 휘파람을 불었다. 음악도 없는데 덩실덩실 어깨춤도 췄다. 갑자기? 여기서 휘파람이 왜 나와? 자연스럽게 내색하지 말라고 했더니, 오히려 어색해 죽을 것 같다. 강상구가 ‘어휴, 저런 등신’ 하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연기는…… 시키면 안 되겠네.’
아무래도 마상현에게는 연기를 시키면 안 될 것 같다.
신연서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다른 플레이어들 무리에 녹아들었다. 발걸음이 굉장히 가벼운 것이 경공술을 활용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남은 사람은 이제 나와 곽태운, 선화뿐.
‘곽태운은 눈엣가시고.’
‘바람이 부는 언덕’의 클리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곽태운이다. 김태천은 그 곽태운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거다.
‘선화는 만만하고.’
김태천의 시선에서, 이제 나를 지켜줄 사람은 없는 거나 다름없다.
‘이제 오겠네?’
아니나 다를까. 김태천이 다가왔다. 미끼를 참 잘 무는 불곰이다.
“거. 내가 계속 듣고 있었는데 말이야.”
내 바로 앞까지 왔다. 덩치가 굉장히 컸다. 과연, ‘불곰’다웠다.
“말이 좀 심하네. 여기 플레이어들이 다 바보인 줄 알아? 협회 분들께 협조해서 데이터를 쌓자는 건데, 뭐 그렇게 말을 삐딱하게 해? 너만 잘났어?”
“협회 분들에게 협조해서 데이터를 쌓아서 뭘 할 건데?”
“그거야 당연히……. 이후 플레이에 훨씬 유리해지겠지. 정보가 쌓이는 거니까.”
다시 한 번, 의도적으로 피식 웃었다. 내 행동이 재미있는지, ‘베니스의 상인’이 내게 한 가지를 후원했다.
[‘베니스의 상인’이 임시 스킬 ‘웃으며 도발하기’를 후원합니다.]웃으며 도발하기. 말 그대로 웃으면서 기분 나쁘게 만드는 능력이다. 엄청난 스킬은 아니고, 이후에는 스크롤로도 종종 사용되는 능력이다. ‘장난’에 가까운 능력.
내가 피식 웃었다. 아마 김태천은 굉장히 기분이 나쁠 거다.
“진심으로 플레이에 유리해진다고 생각하냐?”
일부러 고개를 저었다. 마치 너는 틀렸다라고 말을 하듯이.
“플레이어 협회가 공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성신이 언제부터 자선 복지재단이었지?”
이 시기의 플레이어 협회는 공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철저히, 성신을 위해 움직이는 사조직이다.
“이 자리는 신문물의 가치를 알아본 성신이, 신문물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플레이어들을 초청한 자리다.”
말하자면,
“그런데 벌써부터 우리를 소속직원인 것처럼 대하는 꼴이 우습네. 초청을 한 건지, 취조를 하는 건지.”
김태천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우리는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아니야.”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함께 움직이는, 일종의 비즈니스 협력체지. 비즈니스에 있어서, 내가 가진 가치를 내가 깎아내리고 있는데, 내가 먼저 바짝 엎드리고 있는데. 먼저 노예를 자처하고 있는데. 상대가 잘도 알아서 날 모셔주겠다. 멍청아.”
감각안을 계속해서 활성화시켰다.
‘그래.’
그렇게 나와줘야지.
“어깨 위의 그건 장식이냐?”
어차피 김태천과 논리적인 말싸움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내가 그린 그림 속, 김태천의 역할은 그게 아니었다.
“이 입만 산 폐기물 같은 놈이……!”
김태천이 씩씩거렸다.
“비전투계열이라서 봐줬는데. 이제 두 번 다시 용서는 없다, 이 쓰레기야.”
그래. 내 시나리오 속, 네 역할은 이거였어. 흥분해서 날뛰는 거. 여기까지는 내 의도대로 연출되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관찰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당신의 입담을 비웃습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즐거워합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당신을 높이 평가합니다.]그러면 이제 이 다음은 정해져 있다.
‘역시.’
내가 그린 그림대로 상황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