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85)
#재능만렙 플레이어 85화
“비전투계열이라서 봐줬는데. 이제 두 번 다시 용서는 없다, 이 쓰레기야.”
그래서 뭐. 비전투계열 클래스와 PVP라도 하겠다는 건지.
‘미래 기준에서는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을 내용이지만.’
미래 기준에서는 전투계열 클래스보다 비전투계열 클래스가 더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고어 해독이라든가, 힐이라든가, 버퍼라든가. 비전투계열은 전투계열에 비해서 그 숫자가 적으며 희귀성이 있다.
또한 플레이어의 숙련도와 능력의 종류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각 길드들은 ‘전투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이 ‘비전투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을 핍박하지 못하도록하는 암묵적인 룰들을 만들었다.
‘전투 계열 플레이어가 비전투 계열 플레이어에게 PVP를 걸어?’
황당한 일이다. 만약 길드가 좀 자리잡힌 상태였다면, 김태천은 지금 길드장에게 끌려가 두들겨 맞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
일단 이름은 ‘관찰자’이면서 그 역할이 ‘군주’에 가까운 플레이어인 내게?
‘뭐. 모르니까 그렇다 치고.’
비전투 클래스 중에서도 최고로 대우받는 클래스가 바로 군주 클래스다.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 좀 그렇긴 한데, 신연서도 매일 칭찬하지 않는가.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체감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군주 클래스는 말 그대로 귀족 클래스다. 키우기도 어렵고 대성하기는 더욱 어려우며, 고레벨 랭커는 더더욱 되기 힘든. 그렇지만 일단 고레벨 랭커가 되면 그야말로 귀족인 클래스.
알림이 들려왔다.
[PVP 신청이 도착하였습니다.] [PVP 수락 시 PVP존이 선포됩니다.]나는 여기서 한가지 사실을 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레벨 30도 안 된 초보 플레이어가 단독으로 PVP신청을 했다라.’
PVP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고레벨의 ‘군주 플레이어’의 허가가 있거나 중간 관리자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아까 페르시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도 아니면 수호자의 간섭이 있든지.
‘용맹충이 또 끼어든 거네.’
우리의 용맹충께서 PVP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것 같다. 그렇게 나와 싸우는 걸 보고 싶은 모양이다.
“내가 비전투 계열 클래스라는 것을 이미 수차례 말했을 텐데.”
“그래서 뭐? 비겁하게 도망이라도 치게?”
대놓고 나를 비웃었다.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리고 포식자로서의 자신감도 넘쳐났다. 지금의 김태천은 ‘전투 플레이어야말로 진정한 플레이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건 아닌데. 좀 걱정이 돼서 말이야.”
“걱정 마. 죽진 않을 테니.”
김태천이 후후후 하고 웃었다. 아니 인마. 그게 아니고.
“비전투 클래스한테 두들겨 맞으면 쪽팔려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닐래?”
나 말고 너 말이야.
* * *
“세니아. 내가 비전투 클래스라는 걸 공증해 줘.”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예쁘다.”
“저런 중간관리자랑 함께하면 같이 플레이할 맛 나겠는데…….”
세니아도 김혁진도 저런 시답잖은 말들은 무시했다. 판은 벌려놨다.
중간관리자까지 끼어든 판.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이건 분명히 플레이어가 플레이어에게 제안한 거지?”
중간 관리자가 끼지 않았다. 강산성의 녹색 타액을 내뱉던 페르시는 현재 투명화 상태로 여기를 중계하고 있을 거다. 일이 이 정도로 커졌는데 페르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건, 지금 페르시 말고 누군가 더 상위 존재가 개입했다는 얘기. 김혁진은 그 존재가 ‘용맹한 사자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거다.
“그렇습니다. 확인 결과, 김태천 플레이어가 김혁진 플레이어에게 직접 PVP 신청을 걸었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상 진행 시나리오와는 무관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이라는 거네.”
세니아는 그제서야 김혁진의 의도를 깨달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
시스템과는 무관한 일이다. 지금 김혁진의 한 마디가 이 일을 정확하게 ‘규정’했다.
[‘저울의 아낙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즐거워 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이제 시스템의 룰로부터는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
‘김혁진 플레이어가 관찰자로서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명분을 만든 것입니다.’
방금 저 한 마디로 인해서 결정 되었다. 이제 김혁진은 단순히 관찰자가 아니라 PVP에 임하는 전투 클래스의 플레이어처럼 움직일 것이다. 세니아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김혁진의 의도는 정확하고 명확했다.
‘무명의 관찰자는 관찰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 것으로 모든 개연성과 명분은 갖추어졌다. 구멍하나 없이, 빈틈없이 꼼꼼하게 만들어낸 시나리오.
김혁진은 이제 김혁진 스스로가 만든 시나리오 위에 자신의 역할을 직접 그려낼 거다.
[PVP를 받아들입니다.] [PVP존이 선포 됩니다.]죽지 않는 공간. PVP 존이 생성되었다. 김태천이 싱글벙글 웃었다.
“잘됐다.”
김혁진을 때려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까 체면을 두 번이나 구겼는데, 이번에야말로 체면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자신의 용맹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간다.”
PVP가 시작됐다. 김태천이 거대한 도끼를 꺼내들었다.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김태천을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던 거대 무기.
김혁진은 그 위풍당당한 무기에 그다지 위축되지 않았다. ‘관찰자의 눈’으로 김태천의 온몸을 읽었다. 정보를 눈으로 받아들였다.
‘밸런스는 그럭저럭.’
보아하니 오른발을 먼저 내뻗은 뒤 접근할 거다.
‘이쪽을 얕잡아보고 있으니 최단 거리로 접근하겠지.’
김태천의 거리 안에 김혁진을 넣으려 접근할 거다. 관찰자의 눈에 김태천의 움직임이 모두 읽혔다. 마상현이나 신연서의 움직임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한 0.5배속으로 느리게 재생하는 것 같은 느낌이네.’
마상현과 신연서의 움직임을 읽을 때. 그때 실시간으로 정보가 변하며 그에 따라 재빠르게 새로운 해석을 내렸어야 했다. 그런데 김태천은 아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그 답대로 김태천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거, 새로운 느낌인데.’
아무리 저레벨이라지만, 어쨌든 최상위의 플레이어들만 읽어내다가 중간급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읽어내니 훨씬 쉽게 느껴졌다. 뭔가 새로운 것을 깨달은 느낌이다.
‘보인다.’
정확하게 보였다. 김태천의 투로(鬪路)가.
신연서가 PVP를 지켜봤다.
‘집중하자. 혁진이의 움직임 자체가 내게는 큰 공부가 될 테니까.’
김혁진의 움직임이 어딘가 이상했다. 김태천이 거리를 좁히고 있는 상황. 김혁진이 오른쪽으로 한 걸음 살짝 움직였다. 움직임이 평소보다 많이 느렸다.
‘이형환위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제압이 가능할 텐데.’
일부러 그러한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해는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능력을 공개하는 건 바보 같은 행위니까.’
아까 ‘큰 입 도마뱀’을 사냥할 때와는 다른 상황이다. 연속해서 능력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7할의 힘을 보이고 3할의 힘을 숨기는 것. 그것이 플레이에 유리하다는 것을, 신연서는 본능으로 깨달은 상태.
후웅-!
커다란 도끼가 김혁진의 이마를 스쳐 지나갔다.
김태천이 연속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후웅-!
후웅-!
큰 파공성을 내며, 굉장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김혁진을 공격했다.
“크하하하하!”
김태천은 간만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놈은 피하기에 급급했다.
김태천도 알고 있다. 그 스스로의 공격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 자신이 이렇게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상대도 느리다는 뜻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도망만 칠거지?”
후웅-!
도끼를 연속해서 휘둘렀다. 이렇게 틈을 만든 뒤, 강력한 한 방으로 머리를 내려칠 거다. 그는 승리를 자신했다.
‘저놈, 입만 살았지 한 방 컷이겠는데?’
자신감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PVP를 지켜보던 많은 플레이어들도 김혁진의 움직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역시…… 비전투 계열 클래스랑 전투 계열 클래스는 다르긴 다른가 본데.”
“뭔가 엄청 자신만만해서 뭐라도 있을 줄 알았더니.”
“그러게. 두들겨 맞겠어.”
그렇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이들. 비율로 치자면 상위 10퍼센트 정도 되는 플레이어들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것은 곽태운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움직임이 미묘해.’
뭐랄까.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애매한데 뭔가가 이상했다. 그는 바람을 통해 그것을 느꼈다. 김혁진이 움직일 때마다 생기는 바람. 공기의 이동. 그것이 지나치게 평안했다.
‘아……!’
집중하니 알 수 있었다. 그의 클래스는 ‘바람의 아이’다. 바람을 통해, 공기의 움직임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알겠다.’
왜 이게 이상한지 그는 알 수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실제로 이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태천의 공격보다 혁진이 형이 먼저 피해 있는데?’
공격을 보고 피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애초에 맞지 않을 자리로 김혁진이 먼저 이동했다. 실제로 김태천이 도끼를 휘두르는 동안 김혁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도끼가 어디로 향할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슈팅게임의 공략을 이미 외우고 있는 사람 같았다. 어디서 어떤 공격이 날아올지 이미 외우고 있는 사람. 그래서 공격을 보지도 않고 이미 피해 있다. 지금 분명히 그랬다. 시간차가 워낙 없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챌 수 없다. 하지만 곽태운은 분명히 느꼈다.
“헉, 헉……!”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던 김태천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체력안배에 실패했다. 애초에 체력 안배를 아예 생각한 적조차 없는 것 같았다.
한편, 김혁진은 잠시 눈앞의 김태천을 잊었다. 이 기묘한 느낌. 자신보다 훨씬 하수를 상대할 때 작용하는 ‘관찰자의 눈’이 가진 힘. 뭔가 머릿속에 그려질 듯, 그려지지 않을 듯, 묘한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 느낌.’
일부러 김태천을 도발했다.
“계속 공격해 봐, 어디.”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이!”
김혁진은 일부러 김태천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 김태천의 투로를 읽고 도끼의 방향을 읽어냈다.
완전히 의도했다기보다는, 반쯤은 본능에 그 감각을 맡겼다. 타고난 본능. 몸이 움직이는 대로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마치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처럼.
‘아……!’
그때. 김혁진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이거.’
아까부터 계속 걸리던 묘한 기분. 그 기분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이거구나.’
막혀있던 것이 뚫리는 기분. 그와 동시에 알림이 들려왔다.
[새로운 깨달음을 인지합니다.] [‘감각안(感覺眼)’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새로운 경지에 도달합니다.]김태천과의 PVP는 김혁진이 예상하지 못했던 ‘또다른 경지’를 김혁진에게 선물해주었다.
‘새로운 경지……!’
김혁진은 이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