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87)
#재능만렙 플레이어 87화
일부러 1층으로 내려왔다.
용맹한 사자왕과 김태천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좀 더 넓은 곳에서 좀 더 편하게 전투를 치르기 위해서.
‘들판의 지배자가 좀 더 편하게 움직이라고.’
12층에는 워낙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다. 그만큼 많은 수호자들도 지켜보고 있고, 그 수호자가 아끼는 플레이어들도 존재한다. 그러한 곳에서 적나라하게 난리를 피울 만큼 ‘들판의 지배자’는 배포 있는 수호자가 아니다.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들판의 지배자’가 당신을 향한 적개심을 불태웁니다.] [‘들판의 지배자’가 당신을 혐오합니다.] [‘들판의 지배자’의 인내가 한계치에 이르렀습니다.]비슷한 내용을 메시지를 무려 세 번이나 한꺼번에 보냈다. 이건 확실하지 않은데, 한 수호자가 같은 내용으로 보낼 수 있는 메시지는 3개가 한계다. 한계치까지 꾹꾹 눌러 담아 내게 직접 경고했다.
‘때를 노리고 있었을 텐데.’
그래서 나는 그 ‘때’를 만들어 준 거다.
‘용맹한 사자왕도 나와 김태천을 붙일 기회를 엿보고 있고. 지금 내가 여기 나온 이 순간이 딱 좋지.’
언젠가 발작하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발작하는 순간에, 용맹한 사자왕도 함께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설계한 판이다.
‘판은 내가 그린다고 했잖아.’
‘들판의 지배자’ 혼자 난리를 피우는 것보다는, ‘용맹한 사자왕’과 함께 난리를 피우는 것이 나을 거다. 지금 들판의 지배자와 용맹한 사자왕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을 거다.
버서커가 된 김태천이 크르르르, 하고 괴상한 소리를 냈다.
“죽…… 인…… 다……!”
그리고 그 뒤에 키메라 몬스터들이 우리를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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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스로프. LV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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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와 라이칸스로프의 혼종. 즉, 키메라 몬스터다. 숫자는 여섯 마리.
‘많이도 만들었네.’
아마 수호자 능력의 한계치 혹은 시스템이 정하는 한계치까지 만들어낸 것이리라.
‘저 정도를 만들어냈으려면 어마어마한 출혈이 있었겠는데?’
전체적인 형상은 ’라이칸 스로프’에 가까운데 늑대의 털 대신 울퉁불퉁한 녹색 피부를 가졌다. 오크처럼 몽둥이, 창 등 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라이칸스로프보다 강해.’
물에 젖으면 약해지는 약점도 없다. 근력도 강하다. 오크급 이상으로 분류되는 종(種)이다. 당연히 현대무기도 통하지 않는다.
신연서가 검을 꺼내들었다.
“대장. 이거…… 좀 위험해 보이는데? 하나하나가 레벨 32야. 기세도 장난 아니고. 김태천 쟤는 또 뭐야? 갑자기 미친 인간 같아.”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파티원들은 알아서 제 자리를 찾아서 섰다. 재미있는 건 곽태운과 강상구가 서로의 등을 맞대고 섰다는 것.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최적화 된 자세다. 마법사인 둘을 보호하기 위해 선화가 그 옆에서 커다란 방패를 들고 섰고, 마상현이 마나를 끌어 올리며 내 옆에 섰다.
마상현이 내게 물었다.
“형님. 그런데 저놈들은 왜 김태천을 공격하지 않을까요?”
“지금 김태천은 몬스터나 다름없으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몬스터들이 몬스터로 인식하는 상태다. 수호자들의 작품이겠지.
“잘 들어. 저놈들. 움직임은 라이칸스로프보다 빨라.”
그렇다는 말은 속도로만 치면 김혁진이나 신연서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오크-스로프’를 제압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형질이 많이 바뀌어서 라이칸스로프의 약점이 통하지도 않을 것 같고, 오크 대전사를 사냥할 때처럼 사냥하는 것도 불가능해.”
다시 말해,
“그냥 싸우면 우리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거야.”
운이 나쁘면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다.
“슈밤. 그럼 그냥 다 불태워 버리까? 자양동 방화마스타. 한 번 보여줘?”
진담은 아닐 거다. 그랬다가는 어그로가 자신에게 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다. 어그로가 강상구에게 튀는 순간, 마법사 계열의 강상구는 99퍼센트 사망한다.
‘지금은 패기도 먹히지 않겠지.’
파티원들에게 한 가지를 더 말했다.
“일단 최대한 자극하지 말고 대치상태를 유지해. 경찰과 플레이어들의 지원이 있을 테니까.”
내 예상이 맞다면 위에서도 이미 이곳의 상황을 읽었을 거고, 누가 됐든 내려오게 될 거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태극방패’ 길드원들이 이곳에 올 거다. 조금 천천히.
‘태극방패 길드원들이 온다는 것.’
그 것 자체가 내게 생로(生路)가 뚫렸다는 건 아니다.
‘그렇다는 건 경찰과 기자들도 움직인다는 뜻.’
성신은 그저 사기업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권력이 움직일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전투기나 탱크는 아니어도, 개인화기로 무장한 특공대 정도는 빠른 시간 내에 투입이 될 거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자들도 이곳을 취재할 거고.
‘화려한 데뷔를 위해 태극방패는 일부러 천천히 내려올 거다.’
그런데 ‘들판의 지배자‘도 시간을 끌기 원한다. 내가 공포에 찌들어 있기를 바랄 테니까. 두 개의 다른 세력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면 그림이 그려져.’
‘오크-스로프’는 지금 당장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기세만 토해내고 있을 뿐. ‘들판의 지배자’가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에 숟가락을 얹은 ‘용맹한 사자왕’도 잠시 기다리고 있을 거고.
“놈들은 우리를 당장 공격하지 않아. 긴장 풀지 말고 대기해.”
시간이 지나면,
“그 후에 경찰들이놈들과 싸울 거야. 특공대쯤 되는 인력이 투입될 수도 있어.”
특공대는 분명 놈들을 사냥하기 시작할 거다. 어쩌면 우리에게, 성신이 했던 것처럼 위압적으로 대할 거다. 매우 높은 확률로. 왜냐. 우리의 기를 죽여야 하니까.
“우리에게 위압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대응하지 말고 그냥 있어. 이번에 우리는 놈들을 사냥하지 않아.”
성신과 태극방패에 선포 아닌 선포를 했다. 성신의 망나니 3세에게 협박 아닌 협박도 했을 뿐더러, 내 몸값을 스스로 높이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 상황에서 나 혹은 플레이어들을 길들이려면 공권력마저 움직이는 성신의 힘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생명의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신연서가 물었다.
“혁진 대장아. 우리는 뭘 하면 돼?”
“어그로가 엄한 시민들한테 튀지 않게 해. 놈들은 태극방패가 사냥할 거야.”
“과연 태극방패가 적극적으로 싸울까?”
“싸우게 만들어야지.”
“괜히 피해 커지는 거 아니야?”
“나 믿어. 오늘 저놈들. 아무런 피해도 없이 잡는다.”
내 착각인가. 신연서의 볼이 조금 붉어진 거 같다.
“아, 알았어. 믿을게요.”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존댓말인지 모르겠다. 그때 다시금 크르릉!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렁 거리는 오크-스로프.
오크-스로프 못지않은 기세를 뿜고 있는 김태천.
그리고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어? 혁진이 대장 말대로, 진짜 경찰들이 오고 있어.”
경찰이든 경찰특공대든. 누가 와도 안 된다.
‘현대무기로는 사냥 불가.’
사냥이 될 리 없다. 오크급 이상부터는 현대무기가 통하지 않는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관찰합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당신의 책략에 즐거워합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당신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합니다.]속을 알 수 없는 ‘속삭이는 악마’와 계산이 굉장히 빠른 ‘베니스의 상인’은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판을 벌려놓고 때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수호자의 성향. 김태천의 성격. 그리고 다른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판을 그려놓은 이 상황을 저 두 수호자는 굉장히 즐거운 듯 했다.
“경찰이다!”
경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두두두두두!
헬기소리도 들려왔다.
경찰과 특공대가 먼저 움직였다. 그들은 그들의 힘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우리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우리가 놈들을 잡습니다!”
그사이 태극방패 길드원들도 1층으로 내려왔다. 타이밍 기가 막힌 것 보소.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타이밍이네.
일단 나는 경고했다.
“저는 특별한 클래스의 플레이어입니다. 위험합니다. 현대무…….”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검은색 특공복을 입은 경찰 한 명이 내게 조용하라는 시늉을 했다.
“저희가 해결합니다. 시민 여러분은 안전을 위해 멀리 떨어져 주십시오.”
말이 좋아 멀리 떨어지라는 거지, 실상은 ‘여기서 꺼져‘였다. 표정과 말투에서 그것이 뚝뚝 묻어나왔다. 그들은 스스로의 실력을 믿는 것 같았다.
‘내가…… 던전 브레이크를 너무 많이 막았나.’
사실 오크 정도는 이미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어야 했다. 많은 피해를 만들었어야 했다. 내가 그것을 막아버려서, 지금 이들은 몬스터의 ‘쉴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지휘관급으로 보이는 한 명이 우리에게 말했다.
“협조하지 않으면 무력을 써서라도 일시 구금하겠습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총이라도 쏠 것 같은 기세다. 내가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마지막으로 조언을 덧붙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여기까지다.
“놈들에게는 무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건 저희가 판단합니다. 물러서세요.”
“현대무기가 통하지 않는 쉴드가 있습니다.”
“물러서라고 했습니다.”
나는 할 수 있는 내에서 충분히 경고했다.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내 순종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무전으로 얘기했다.
-내가 신호하면 발포한다.
이 상황을 중계할 기자들도 몰려들었다.
손을 잡은 용맹한 사자왕&들판의 지배자.
그에 조종당하는 불곰 김태천.
영웅이 되고 싶은 태극 방패.
성신의 사주를 받았으리라 짐작되는 경찰.
그리고 이 상황을 중계할 기자들까지.
각각의 퍼즐들이 완성되었다.
내가 세니아와 함께 귓말을 나눌 때 그렸던 그림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태극방패를 내 휘하에 둘 거다. 태극방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다 취할 거다. 몇 단계만 더 거치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서, 성신의 막대한 지원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거다.
‘태극방패. 화려한 데뷔를 하고 싶겠지?’
태극방패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송기열의 향후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성신을 이어받느냐, 이어받지 못하느냐도 결정될 것이다. 태극방패는 곧 신문물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혼자서는 못 한다.’
태극방패의 길드장. 송기열은 ‘오크-스로프’에게 현대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현대무기로 제압하고, 기자들 앞에서 화려한 데뷔를 한다는 그 발상 자체가 이미 틀렸다.
‘하지만.’
내가 돕는다면 가능해진다. 나만의 플레이 방식으로.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오직 나만이 가능한 방법으로.
시간이 흘러도 내가 겁 먹은 기미를 보이지 않자, ‘들판의 지배자‘도 약이 오른 것 같았다.
[‘들판의 지배자’가 당신에게 준 마지막 기회를 철회합니다.]마지막 기회라. 내가 엉엉 울면서 싹싹 비는 걸 원한 모양이다. 아직도 자신이 판을 그려간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들판의 지배자’가 당신에게 매우 큰 적대감을 갖습니다.]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 나도 보냈을 것이다. 나도 너한테 큰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고.
알림과 동시에 키메라형 몬스터. 오크-스로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작……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