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96)
#재능만렙 플레이어 96화
천수지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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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천수지
나이 : 27
레벨 : 29
클래스 : 독 주술사
수호자 : 소리 없는 뱀좌
고유 능력 : [음독지(淫毒指)]
상태 : 비웃음/약간의 멸시/승부욕
성향 : 가학/에로틱/여왕
요약 : 강함을 좇는 여왕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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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3개월 동안 히든 스팟에 있던 사이, ‘최상위’에 속하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레벨 30을 달성한 것 같다. 사실 레벨 30까지 레벨업은 꽤 수월한 편이다. 마의 구간 30-40을 돌파하지 못하고, 재능의 한계에 부딪쳐 쓰러지는 플레이어가 엄청나게 많을 뿐.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 레벨 29면 최상위지.’
수호자는 ‘소리없는 뱀좌’다. 천수지를 독점적으로 후원하는 수호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알려진 바 없는 수호자다. 그 흔한 ‘관심을 보인다’ 혹은 ‘지켜본다’라는 알림도 잘 보내지 않는 수호자.
“김혁진 씨. PVP 전에 궁금한 것이 좀 있는데요.”
“얼마든지요.”
송기열이 자연스레 슬쩍 뒤로 빠져주었다. 마치 미리 얘기된 것처럼 천수지가 내게 물었다.
“왜 굳이 비공개 PVP로 했어요? 명성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천수지의 눈이 나를 위 아래로 훑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맛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것 같았다. 저 눈빛이 묘하게 도발적이다. 남자의 심장을 괜스레 쿵쿵거리게 만드는 미묘한 눈빛.
“그다지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요.”
너네 팀원. 그러니까 내 비즈니스 파티원이 비전투 클래스한테 얻어터지는 꼴 안 보여주려고.
“철저하게 부서질 것을 알고 있나 보네요.”
“예.”
나 말고. 쟤. 변길섭이 부서지겠지만요.
“원래 당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비전투 클래스가 전투 클래스. 그 것도 태극방패의 전투 클래스와 PVP라니요?”
“…….”
“용기나 기개는 높이 쳐요. 제가 좋아하는 모습이네요.”
천수지가 붉은 입술을 한 번 핥았다. 저 모습. 눈빛과 어우러져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말 그대로 존재 자체가 유혹 같은 느낌이다. 천수지는 스스로가 가진 강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돋보일 수 있는지, 자신의 어떤 모습이 상대를 묘하게 자극시킬 수 있는지, 자신의 외모를 어떻게 사용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아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내게 손을 내밀었다. 새하얀 얼굴만큼이나 새하얀 손.
“저랑 약속 하나만 해요.”
“어떤 약속이죠?”
“그쪽이 저희 팀원인 길섭이에게 패하면, 저랑 술 한번 해요. 밤에. 둘이서.”
“…….”
“저는 당신 같은 무모한 사람이 취향이거든요.”
그런 것 치고는 상태가 너무 적나라하게 비웃음과 멸시인데. 천수지의 새끼손가락이 보였다. 천수지의 수작이 뻔히 보인다.
‘고유능력. 음독지.’
천수지의 고유능력. 미래에도 밝혀지지 않았던 것인데 ‘관찰자의 눈’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재미있는 능력을 가졌네.’
음독지(淫毒指).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음독의 손가락 정도 되겠다. 여기서의 ‘음’은 ‘음란할 음’이다.
‘음란한 독 손가락이라.’
감각안을 통해 저 여자의 능력을 이미 살펴보았고, ‘관찰자의 눈’이 마나의 흐름을 인지했다. 손가락 쪽으로 기운이 몰리는 게 보였다. 손가락에 일부. 그리고 심장 부근에 일부. 또 눈 부분에 일부.
천수지의 수작을 거의 완벽하게 읽어냈다.
‘PVP 전에…… 나를 흥분하게 만들 생각인가.’
글쎄. 지금 수준의 천수지가 가진 고유능력이 내게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지는 모르겠다. 끽해야 심장이 조금 빨리 뛴다거나 호흡이 가빠질 정도일 것 같은데.
‘겨우 그 정도만 하더라도 일대일 PVP에는 충분히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지.’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수호자들은 내 어떤 선택을 좋아할까.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 잠시 고민했다.
천수지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하얀 얼굴. 성인여성의 페로몬을 폴폴 풍겨대는 유혹의 눈동자.
“약속. 안 할 건가요?”
그와 동시에 내 ‘감각안’이 무엇인가를 감지했다.
[감각안(感覺眼)이 ‘유혹의 기운’을 감지합니다.] [감각안(感覺眼)의 등급이 ‘유혹의 기운’보다 상위 등급입니다.] [감각안(感覺眼)이 ‘유혹의 기운’을 완벽하게 파괴합니다.]단순 파괴에서 그치지 않았다.
[감각안(感覺眼)과 ‘유혹의 기운’의 등급 차이가 ‘매우 많음’으로 판정되었습니다.]어라. 나도 처음 듣는 알림인데.
‘천수지가 내게 먼저 접근할 것까지는 예상했다.’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먼저 내게 접근해서 수작을 부릴 것이라 확신했다. 그 것을 통해 ‘오공굴(蜈蚣窟)’을 대비할 예정이었다. 그랬는데 이런 알림까지 들릴 줄은 몰랐다.
[감각안(感覺眼)의 숙련도가 2이상입니다.] [감각안(感覺眼)의 새로운 능력 개화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천수지가 사용한 ‘유혹의 기운’이 너무나 하급의 능력이었던 것 같다. 현재 내 감각안의 숙련도는 2인 상태. 그 상태에서 시스템이 ‘매우 많은’ 등급 차이로 인정했고 덕분에 감각안의 새로운 능력이 개화되었다.
[감각안(感覺眼)의 권능 ‘반사시(反射示)’가 활성화되었습니다.]전에 김태천을 상대하면서 얻어냈던 추가 권능 ‘미래시.’ 그 것과 더불어 또 다른 권능이 활성화 되었다. 이번에는 ‘반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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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시(反射示)]무형의 기운을 되돌리는 눈입니다. 영기를 포함한, 모든 비물리 정신계열 공격에 대한 강력한 반사능력을 가진 권능입니다. 단, 시전자를 침해하려는 기운의 등급이 시전자가 보유한 ‘감각안’의 등급보다 현저히 낮아야만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동급 혹은 상위 등급에 대하여 반사시 사용 시, 사용자는 시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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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새로운 권능 반사시. 감각안보다 현저히 낮은 기운을 반사시켜버리는 권능.
‘함부로 사용은 못 하겠네.’
잘못 사용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단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용이 가능하다.
[반사시(反射示)를 사용하시겠습니까?]바로 사용했다. 이왕 얻은 기운. 바로바로 사용해 봐야지. 순간, 천수지의 몸이 움찔했다. 내가 방금 되돌려 버린 기운이 뭐였더라.
‘아. 유혹의 기운이었지.’
그럼 내가 반대로 천수지를 유혹한 꼴이 되는 건가?
‘지금 수준에서 엄청나게 유혹이 되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그냥 눈길 한 번 더 가고, 괜히 조금 더 잘생겨 보이고. 딱 그 정도 수준이라 부담도 없을 것 같다.
반사시가 적용된 이후, 천수지 체내에 흐르던 마나 흐름이 엉켰다. 척 보니, ‘음독지(淫毒指)’의 활성화가 취소되었다.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천수지에게 말했다.
“제가 이기면 뭘 줄 거죠?”
“원하는 건 뭐든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천수지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어차피 ‘음독지’도 해제된 상태이니 위험한 건 없으리라.
“약속, 잊지 마시죠. 저는 독 계열 클래스의 사람들이 제조할 수 있는 [부패수(腐敗水)]를 원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말한 뒤 천수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바로 옆. 송기열을 쳐다봤다.
“송기열 길드장님.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천수지 씨가 하도 강경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다행히 송기열을 내빼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바로 사과하는 모습. 나쁘지 않다.
“경솔히 행동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천수지가 잘났어도 송기열이 앞에 있는데 먼저 이렇게 움직일 수는 없다. 수작을 부릴 것을 이미 공지해 놨다는 뜻이고, 송기열과도 암묵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그렇죠. 잘못했죠. 정정당당한 PVP가 되면 좋겠네요.”
태극방패 길드원들의 눈빛도 조금 달라졌다. 천수지의 수작을 한 번에 간파한 내가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두 번은 없어요. 다시 한 번 이렇게 떠본다면, 저는 태극방패와 함께하지 않겠습니다.”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태극방패 길드원들의 불쾌함이 느껴졌다. 굳이 표현하자면 ‘네까짓 게 뭔데, 태극방패와 함께하니 마니하고 있어?’ 정도가 될 것 같다.
‘스스로 한국 최고의 엘리트인 줄 알 테니까.’
성신의 스폰을 받는 길드 아닌가. 길드 차원에서 보면 한국 최고의 엘리트 길드인 건 맞다.
‘하지만 개개인은 8영웅에 미치지 못해.’
그건 태극방패 송기열도 마찬가지다.
‘아직 우물 안 개구리들.’
우물 안 개구리들에게, 더 넓은 하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차례다.
* * *
변길섭이 내 앞에 섰다.
“변길섭입니다. 주무기는 창입니다.”
“김혁진입니다. 주무기는 따로 없습니다.”
일단 손에 잡히는 대로 검을 많이 쓰기는 하지만, 그것을 ‘주’무기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내가 가장 많이 쓰는 스킬인 ‘탁월한 일격’은 딱히 검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간단하게 소개를 끝마쳤다.
“클래스는 군주입니다.”
“클래스는 창술가입니다.”
감각안으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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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변길섭
나이 : 26
레벨 : 30
클래스 : 레인가(家)의 후계자
수호자 : 옛 무덤의 문지기
고유 능력 : [순간가속(瞬間加速)
상태 : 승부욕/파괴욕/절제
성향 : 승부사/성급
요약 : 파괴 욕구가 충만한 창술가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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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능력은 [순간 가속]이다. 미래의 최상위 랭커들과 맞부딪치면서 알게 된 건데,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했다. 고유능력 하나를 개방하지 못하고 허덕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초보 구간에서 이미 고유능력을 최소 하나씩은 개방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러니까 플레이가 재능빨이라는 소리를 듣지.’
노력만으로는 정상에 설 수 없는, 다소 씁쓸한 세계. 과거의 내가 경험했던 처참한 세계.
‘하여튼.’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나는 변길섭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어떻게 공격할지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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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 : 승부사/성급
요약 : 파괴 욕구가 충만한 창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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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성향과 요약을 바탕으로, 변길섭이 어떻게 움직일지 이미 알고 있다. 굳이 ‘미래시’까지도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확연하게 보인다. PVP가 시작되는 즉시 미친듯이 달려들겠지.
‘시작도 전에 이렇게 흥분상태면 어떡하냐?’
PVP존은 세니아를 통해 펼쳤다.
[PVP존이 선포되었습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집중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관심을 표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매우 기대합니다.]이미 이 PVP의 처음과 끝은 정해놓았다. 그 과정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뀔 뿐.
‘그리고 한 명 더. 누가 보낼 거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나 베니스의 상인이 메시지를 보내오면 참 좋을 텐데. 둘 중 누가 내게 집중하느냐에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 바뀔 거다.
‘안 보내나?’
때마침 알림이 들려왔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흥미롭게 지켜봅니다.]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인생은 타이밍빨이라는 말이 맞지만, 그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것도 능력이다.
“변길섭 씨. 내기 좋아해요?”
“……예?”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더욱 흥미를 가집니다.]그렇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하면 바로 도박이고 내기지.
“저랑 내기할래요?”
자. 그럼 한 번 놀아볼까.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