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99)
#재능만렙 플레이어 99화
나는 알림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내가 최초의 GVG 조건을 만족시켰겠지.’
PVP가 플레이어 VS 플레이어라면, GVG는 길드 VS 길드다. 규모는 상황마다 다르지만 흔히들 ‘작은 규모의 전쟁’ 정도로 표현한다.
‘과연……!’
이것이 히든피스이냐, 히든피스가 아니냐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활발히 있어왔다. 첫 번째 GVG를 성립시키는 것이 과연 히든피스인가 아닌가. 과거 어떤 길드가 첫 GVG를 열었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 스스로 첫 GVG의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길드가 여럿 있기는 했으나 그들마다 말이 다 달랐다.
내가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사실상 GVG 콘텐츠는 중수구간에 들어서야만 등장하는 콘텐츠니까. 그 콘텐츠를 나는 확 앞당겨 온 거다.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최초의 GVG 활성화입니다.] [히든피스를 만족하였습니다.]현재 우리는 빈 공터로 이동되었다. 바닥은 딱딱한 시멘트. 굴곡이나 요철이 없는 그냥 평범한 곳이다. 대련장 같은 곳. 상대 길드. 그러니까 태극방패 길드원들이 눈을 크게 떴다.
“히, 히든피스?”
“히든피스가 걸렸군요.”
굉장히 상기되어 있었다. 저들의 반응을 본 선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빠. 근데요. 히든피스가 그렇게 엄청 대단한 거였어요?”
“…….”
어. 엄청 대단한 거지. 평범한 사람들은 히든피스라는 것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하니까. 더군다나 공략이 공개되지 않은 히든피스는 거의 찾기가 불가능해. 이렇게 말해줄까 했는데 하지 않았다.
‘선화한테는 와 닿지 않겠지.’
일단 나도 있고. 주변에 최상위급의 재능을 가진 플레이어들만 포진해 있다보니, 현실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운전기사 딸린 재벌집에서 자란 아이가 버스 요금 모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원래는 찾기 힘든 거야.”
라고 말해줬고 선화도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으나 역시나, 크게 체감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히든피스가 맞았다.
그에 따라 새로운 퀘스트가 주어졌다.
[히든 퀘스트. ‘최초의 전투에서 승리하라!’가 생성되었습니다.]이번 전투를 후원하는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주는 보상과 별개로, 이건 이 시스템 자체가 주는 보상이다.
송기열 역시 조금 상기된 표정이다.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잠시만요. 확인할 게 있어서. 조금만 있다가 시작하시죠.”
“알겠습니다.”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 전략을 짜는 시간을 가졌다. 이 쪽도 전략이 필요한 건 맞다.
“혁진대장. 우리는 이제 뭐 어떻게 하면 돼?”
“잠시만.”
전략도 전략이지만 확인할 것이 있었다. 내 눈앞에 노란색 [!!!] 표시.
[히든 피스. ‘최초의 전투에서 승리하라!’를 만족하였습니다.] [히든 피스. ‘최초의 전투에서 승리하라!’와 연계할 수 있는 칭호가 존재합니다.]그 칭호는 ‘최초의 개척자’다.
[히든피스. ‘최초의 전투에서 승리하라!’와 칭호 ‘최초의 개척자’를 연계하여 시나리오를 진행하시겠습니까?]곧바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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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개척자]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가 [최초의 히든 피스]를 발견하면, 그와 관련한 연계 시나리오 진행이 가능합니다. 연계 시나리오 진행 횟수는 3회입니다.* 연계 시나리오 진행 : [1/3]
* 연계 히든 피스 : [최초의 승리를 거머쥔 개척자]
* 진행 시나리오 : 해당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십시오. 시나리오 퀘스트 클리어 시, 칭호 [최초의 개척자] 가 [승리의 개척자]로 업그레이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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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 시나리오 진행. 골드 터틀의 집단성, 서울역 던전에서 두 번 ‘NO’를 선택했고 ‘잭팟으로의 도전’에서 ‘YES’를 선택했었다. 이번에 내 선택은,
‘YES다.’
‘혁혁한 공’이라는 내용이 조금 애매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받아들이는 게 좋다는 판단이다. 무려 칭호 업그레이드가 걸려 있다. 현재도 무려 경험치 +20% 옵션이 걸려 있는 칭호. 이걸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한다.
[칭호 효과와 히든피스의 연계가 완료되었습니다.]결정을 내렸다. 저들과의 GVG 상황은 이미 그려왔다. 맨 처음 ‘제1회 플레이어 모임’을 통지받았을 때부터. 세니아와 귓말을 나누며 ‘태극방패를 내 밑에 두겠다’라고 했을 그때부터 이미 이 상황은 내 계획에 있던 상황이었다.
“지금부터 역할을 분배할 거야. 잘 들어.”
애초에 이곳에 올 때부터, 군주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왔다. 이제는 그걸 할 차례다.
* * *
김혁진은 저쪽의 전력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미래에 모두 이명을 갖는 플레이어들이다. 인원수가 맞지 않아 쉬기로 한 1명을 제외한 6명.
태극방패 송기열.
독마녀 천수지.
황금의 사제 공진훈.
창귀 변길섭.
분석가 한석민.
모래거인 신강하.
모두가 알아주는 랭커로 성장하는 이들. 그런데 이쪽도 만만치 않다.
권왕 마상현.
염제 강상구.
태풍 곽태운.
검후 신연서.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훨씬 뛰어난 이명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기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저 네 명에 더해 김혁진 남매가 포함되어 있다.
[GVG가 시작되었습니다.]시작과 동시에 김혁진은 곧바로 특수 스킬.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사용했다. 목표는 황금의 사제, 공진훈의 뒤. 현재 공진훈은 은색 갑옷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목적은 단순했다. ‘힐러’임을 숨기기 위해서다.
‘나는 네가 힐러인 걸 이미 알고 있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김혁진이 손에 쥔 단도로 공진훈의 목을 찍었다. 아니. 찍으려고 했다. 송기열이 재빠르게 대처했다.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태극방패 송기열이 공진훈의 목을 특수한 기운으로 감쌌다. 김혁진은 이미 ‘이형환위’에 대해 선보인 적이 있었고, 그 것을 토대로 한석민이 분석했다. 김혁진이 이렇게 할 거라고.
아주 잠깐이지만 송기열은 승리에 대한 희망을 맛보았다.
‘한석민의 분석대로다.’
저 쪽에 군주 김혁진이 있다면, 이쪽에는 한석민이 있다. ‘신내림’이라는 특수한 능력까지 사용할 수 있는, 책사 클래스의 한석민.
그런데 문제는 태극방패에 한석민이 있다는 사실을 김혁진도 알고 있었다는 것. 한석민이 자신의 생각을 읽을 것이라는 것을, 김혁진도 이미 읽고 있다는 것.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와 동시에 신연서가 돌진했다. 김혁진은 미끼였다. 진짜 공격은 신연서가 했다. 평소에 보여주었던 움직임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 이형환위만큼은 아니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폭발적인 스피드. 순간적인 빈틈을 파고들어 신연서의 검이 공진훈의 목을 꿰뚫었다.
“컥!”
신연서의 일격필살(一擊必殺)은 그 진가를 어김없이 발휘했다. 공진훈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사망하지는 않았지만 고통에 겨워 몸부림쳤다. 저대로면 힐은 불가능한 상태.
그사이, 천수지가 신연서를 공격했다. 검은색 독 구슬 같은 것이 신연서를 향해 뿜어졌다.
후우웅-!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인위적으로 만든 바람. 마법으로 발현시킨 특수한 바람. 마법풍(魔法風)이 불어닥쳤다.
곽태운이었다.
‘이미 한 번 해봤어.’
이 비슷한 공격은 이미 접해봤다.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고스트’가 사용했었던 기술과 흡사한 기술. 그 기술을 흘려본 적이 있다. 한 번 해본 것. 몸에 익은 상황. 독 구슬의 경로를 조금 변경시켰고, 그 작은 상황 변화가 신연서에게 큰 여유를 만들어 주었다.
“땡큐.”
신연서가 순식간에 다시 거리를 벌렸다. 김혁진은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 송기열은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도…….’
희망은 존재했다.
‘군주를 잡는다!’
저 파티에 있어서 김혁진의 역할이 엄청나다는 것을 안다. 김혁진을 죽이면 분명 저 팀에 큰 균열이 생길 거다.
[스킬. 홀드를 사용합니다.]김혁진의 발밑에 푸른색 마나 웅덩이 같은 것이 생겨났다. 송기열의 스킬. 속박하는 능력을 가진 스킬이다.
김혁진을 홀딩시켰다고 생각한 그 순간. 변길섭이 창을 내질렀다.
“하아앗!”
쾌속의 공격. 김혁진의 심장이 꿰뚫릴 것만 같은 일격. 그렇지만 김혁진은 이미 미래를 보았다.
[미래시(未來示)의 권능이 작용합니다.]아무리 김혁진이라도, 모든 전투 상황을 그리고 예상하며 움직이지 못한다. 모든 것을 감과 분석으로만 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체력 감소를 각오하고 미래시를 사용했다. 변길섭의 움직임을 이미 읽었다.
목표는 김혁진 자신의 목.
‘심장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경로는 자신의 목이 될 거다. 아마 특수한 스킬일 거다. 급작스레 경로를 바꾸어 또 다른 약점을 공격하는 스킬. 검술가의 고유재능인 ‘검로개척’과 비슷한 느낌의 스킬인 것 같다.
김혁진이 몸을 살짝 돌렸다. 오크 대전사의 세트로 무장해서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방어력을 가진 지금.
‘충분히 가능하다.’
몸을 살짝 틀면서 변길섭의 창을 쳐냈다.
‘무게 중심을 무너뜨리고.’
재빠르게 변길섭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푹! 푹! 푹!
손에 들고 있던 단도로 변길섭의 옆구리를 여러 번 찔렀다. 크게 욕심 부리지는 않았다. 부상을 입히는 정도면 족했다.
“으랏차! 바위 주먹!”
마상현의 합세. 마상현과 함께 태극방패 길드원들의 진에서 빠져나왔다. 간단한 격돌이었지만 이미 기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송기열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비전투 클래스가 확실합니까?”
신연서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 그 것 나름대로 놀랍다. 그런데 김혁진의 움직임은 상상초월이다. 비전투 클래스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움직임도 그런데…… 저 말도 안 되는 탱킹력은 무엇인가.’
그냥 받아낸 것도 아니고 단단한 몸뚱이와 탁월한 반사신경을 가지고서 변길섭의 창 공격을 쳐냈다.
‘PVP때도 공개하지 않은 변칙 공격이었는데.’
변칙이 전혀 의미가 없었다. 그 공격을 한 눈에 꿰뚫어봤다.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변길섭의 품에 파고들 여유. 그 여유가 0.5초 정도 생겼고 그 순간 변길섭에게 파고들어 변길섭에게 부상을 입혔다.
임기응변. 민첩성. 상황 판단력. 그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했다. 천재 위의 천재를 만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송기열은 그런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확실합니다. 제 중간관리자를 통해 공증했습니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군주라니까요?”
“…….”
군주가 직접 전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것 같다. 송기열이 다시 물었다.
“전투력만을 놓고 본다면……. 김혁진 씨는 당신의 팀 내에서 어느 정도 됩니까?”
중요한 문제였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저 비전투 클래스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김혁진 씨가 가장 약하다는 뜻입니까?”
“탱킹은 얘보다 약하고, 한방 딜은 마상현보다 약하고, 빠르기는 신연서보다 느리고, 마법은 당연히 쟤네가 더 세고.”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런 거죠.”
허세 아닌 허세를 부렸다.
“참고로 얘네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어요.”
태극방패 길드원들이 오해하기 딱 좋도록 만들었다. 최약체인 군주가 거의 혼자서 움직였는데, 이 정도 상황을 만들었다. 김혁진이 말하는 바는 하나다. 이중 최약체인 내가 너희들을 이렇게 난도질하는데, 과연 너희가 팀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어?
“제 홀딩에서는 어떻게 벗어나셨습니까?”
“그건 비밀입니다.”
별 거 아니다. 송기열의 홀딩능력보다 김혁진의 마법저항 능력이 훨씬 높았을 뿐. 김혁진 스스로도, 미래시를 통해 본 미래를 보았을 때 놀랐다.
‘내 마법저항이 엄청 높았네.’
위험을 알리는 ‘감각안’이 이번에는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 홀딩 능력이 그만큼 약했다는 뜻이다. 송기열과 김혁진 사이에 그만큼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뜻.
‘변길섭도 내 생각보다 약하고, 송기열도 내 생각보다 약하고…….’
다들 김혁진의 생각보다 조금씩 약했다. 김혁진이 수월하다 느끼는 것만큼이나, 송기열은 거대한 벽을 느꼈다.
‘도무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벽과 싸우는 느낌. 그때. 김혁진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도 아직 안 움직였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강하. 훗날 ‘모래거인’의 이명을 갖게 되는 플레이어. 승부욕이 굉장히 강해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플레이어다.
신강하의 말에, 송기열도 번쩍 정신을 차렸다. 벽과 싸우는 것 같지만 어쨌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투쟁심이 다시금 타올랐다.
김혁진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직 GVG는 끝난 게 아니죠. 대화요청에 잠시 그 대화를 받아들였을 뿐.”
손가락으로 송기열을 가리켰다. 마치 마법영창을 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언어 두어 마디를 중얼거렸다.
송기열이 순간 당황했다.
‘마법?’
그와 동시에, 송기열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