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a RAW novel - Chapter 222
222
“카아악!”
똑같이 일격을 당했으나 회복력은 콘이 빨랐다.
그는 한 손으로 검을 잡더니 몸을 뒤로 쭉 빼냈다. 자신 스스로 검을 뽑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단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푹! 싸악!
단도가 또다시 틀어박혔다. 하나 마야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콘이 달려들 때, 그도 검을 휘둘렀다.
검은 콘의 옆구리에 박혔다. 갈비뼈를 잘라냈고, 내장까지 베어냈다.
“크크크!”
콘이 웃었다.
기분 나쁜 웃음, 같이 죽자는 웃음, 너는 오늘 반드시 죽는다는 악마의 웃음.
그때다!
슈웃! 파앗!
강에서 폭죽이 솟구쳐 십여 장쯤 올라가더니 화려한 불꽃을 일으키며 터졌다.
“물속으로 피해욧!”
마야는 다담선자의 고함 소리를 들었다. 아니, 그녀의 음성을 듣기 전에 이미 위기를 의식했다.
만공심안이 길을 알려줬다.
사방이 위험하다. 땅 위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 오직 한 곳,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는 강물 속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나 콘이 놔두지 않았다. 콘은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단도를 휘둘렀다.
쒜엑! 쒜엑!
하마터면 등을 찔릴 뻔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뒤돌아서 싸워야 하나, 아니면 만공심안이 알려준 길로 가야 하나.
그가 멈칫거릴 때, 그와는 반대로 강에서 뛰쳐나온 사람이 있었다.
여자다. 흑의를 입었고, 흑색 복면을 했지만 가냘픈 몸매로 미루어 분명 여자다.
여인은 강에서 뛰쳐나오는 순간, 마야를 향해 무엇인가를 내던졌다.
하늘에서 터진 폭죽도 그녀가?
마야는 몸을 틀어서 여인이 던진 물건을 피했다. 하지만 뒤따라오던 콘은 피하지 않고 단도로 쳐냈다. 순간,
퍼엉! 펑펑펑펑펑……!
요란한 소리가 하늘에서 터져 나왔다.
폭죽은 폭발하며 작은 폭죽을 만들었고, 작은 폭죽이 다시 터지며 불덩이를 쏟아낸다.
찌이익!
향낭(香囊)을 찢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콘이 단도로 쳐낸 물건은 작은 향낭이었고, 안에서 쏟아진 것은 뿌연 가루다.
콘이 비틀거렸다.
마야는 콘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불덩이가 심상치 않다.
그는 강물로 뛰어들었다.
강에서 뛰쳐나온 여인은 마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녀는 가루에 취해 비틀거리는 콘을 낚아채 쏜살같이 치달렸다.
후두두둑!
그녀의 몸 위로 불덩이가 쏟아져 내렸다. 하나 불이 붙지는 않았다. 그녀의 옷에만 불이 붙지 않았다.
제9장 활사상(活思想) ― 여러 가지 생각
1
그는 강 밑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긴 대롱 덕분에 호흡은 순조로웠다.
‘서군봉…….’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자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물속이라서 웃을 수는 없었지만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은 막지 못했다.
칠성군.
대단한 위치다. 무림에 적을 둔 자치고 칠성군의 위치를 동경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좋은 곳에서 잘 태어난 덕분에 남들은 평생을 치달려도 오르지 못할 곳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다.
서군봉도 그런 부류 중 하나다.
그녀가 천기수사의 딸로 태어나지 않았던들 육신녀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을까? 천기수사가 북검삼뇌 중 맏형이니 그만한 대우를 받는 것이지, 둘째 정도만 되었어도 서군봉이라는 여자는 있는지도 몰랐을 게다.
‘후후후! 세상모르고 날뛰던 망아지가 그 꼴이 되었으니…….’
새상사란 정말로 살아보지 않고는 모른다.
육신녀 서군봉은 미녀였다.
눈을 상큼 치켜뜰 때는 꼭 깨물어주고 싶도록 귀여웠다.
그런 그녀가 그런 꼴을 당하다니.
입이 찢어지고, 코가 없고…… 보아하니 가슴도 밋밋해졌던데.
미녀도 그런 몰골이 되니 천하에 다시없는 추녀다.
서군봉은 칠성군의 지위를 잃었다.
참 운이 없는 여자다. 한 문파의 계승자가 되는 것도 힘든데, 북검문같이 한 나라나 다름없는 거대 문파의 계승자가 된다는 건 하늘이 점지해 주어야 한다.
아닐까? 미추(美醜)에 상관없이 계승자 싸움에 다시 뛰어들까?
‘그럴 수도 있겠어. 저 여자 같으면.’
그는 물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서군봉을 쳐다보았다.
흑색 경장에 흑색 복면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만은 물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
스읏!
갑자기 서군봉이 움직였다.
그는 물결이 거칠게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서군봉 덕분에 잠시 재미있는 생각을 했다. 시간 때우기는 이런 생각도 괜찮다. 하나 이제는 촉각을 곤두세울 때다.
‘탈출로는 두 곳. 맨몸으로 탈출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 마야가 이기다니.’
그녀가 물 밖으로 나간 이유는 콘을 구하기 위해서다.
예상 밖의 결과다.
물론 마야는 강하다. 하지만 그가 지켜본 바로는 콘을 당할 자는 무신 외에는 없어 보였다.
이 싸움에 돈이 걸렸다면 그는 서슴없이 콘 쪽에 걸었으리라.
그러면서도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마야는 워낙 변수를 많이 일으키는 인물이니 어떤 수가 튀어나올지 예측 불허다.
‘여기 있기를 잘했어.’
서군봉이 움직였으니 마야가 들어올 차례다.
조금 더 기다렸다.
‘왜 이렇게 늦지?’
사실 늦은 건 아니다. 서군봉이 나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조급해하나. 그녀가 나가면서 일으킨 잔물결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풍덩!
거친 소리, 그리고 심하게 흔들리는 물결.
‘들어왔어!’
그는 조금 더 기다렸다.
물에 들어온 사람은 사내, 마야다.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가 많은지 물에 들어오기 무섭게 맑던 물이 붉게 물든다. 콘과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상상이 간다.
마야는 잠시 물속으로 들어오는 듯하더니 방향을 틀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그는 입에 대롱을 문 채 위로 솟구쳤다.
그의 유영 실력은 놀라웠다. 마야가 한 번 발길질을 할 때, 그는 무려 세 번을 했다. 마야가 나뭇잎처럼 유유히 떠올랐다면, 그는 상어가 먹이를 노리고 덤벼들 듯 쾌속했다.
마야가 꿈틀거린다.
위로 올라가려던 신형이 아래쪽으로 비틀어졌다.
당연한 반응이다. 무인이라면 강바닥에서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하물며 기감(氣感)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야가 아닌가.
하지만 잊은 게 있다. 물속에서는 땅 위처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슈욱!
빠르게 올라간 그는 마야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준비해 왔던 철갑(鐵匣)을 철컥 채웠다.
‘됐어!’
정말 됐다. 날고 기는 사람이라도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는 철갑에 이어진 쇠사슬을 단단히 움켜잡고 강바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거!’
물 위로 나가려던 몸이 강바닥으로 질질 끌려 내려갔다.
소립파는 당황했다.
강물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콘과 마주 섰을 때부터 감지했다.
그녀는 뛰쳐나왔다. 하나 숨어 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이자의 존재는 눈치 채지 못했다. 강물 속에 들어와서도 몰랐다. 물과 접촉하면서 신체의 모든 감각이 물에 집중되었던 탓이다.
방향을 틀어 수면 위로 올라갈 때, 방향을 튼 다음에, 강바닥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을 돌리려고 했다. 유영을 못하는 편도 아니다. 부드럽게 몸을 돌려 적을 맞이하면 된다.
하나 그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발목에 철갑이 채워졌다.
‘음……!’
난감하기 짝이 없다.
급히 물속으로 뛰어드느라고 숨도 제대로 준비 못했다. 큰 숨이라도 들이켜고 들어섰다면 조금은 버틸 텐데, 다시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 아무 준비 없이 들어왔다.
벌써 호흡이 가빠온다.
저자는 어떻게 버티는 것일까?
소립파는 그를 살폈고, 입에 대나무로 만든 대롱이 물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롱은 길게 이어진다. 한 개, 두 개 엮어놓은 게 아니다. 수십 개가 이어져 있어서 활동에 자유를 준다.
‘음! 흑조편복!’
소립파는 쇠사슬을 끌고 깊이 깊이 잠수하는 자를 알아봤다.
하필이면 지금 흑조편복을 만나다니.
그는 살수다. 살수는 상대가 방어하기 곤란한 기회를 노린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말은, 반대로 살수들에게는 정말 기회 잘 잡았다는 말과 상통한다.
흑조편복은 아주 기회를 잘 잡았다.
소립파는 허리를 숙여 철갑을 살폈다.
어떤 철인지는 모르지만 단단하다. 맨손으로 부수기는 어렵다. 이음새 부분은 어떤가? 통이다. 쇠통판이다. 발목에 채우기 위해 벌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곳은 쇠사슬로 꽉 묶여 있다.
당장 풀기는 어렵다.
끝부분 두 개를 모두 흑조편복이 쥐고 있다.
‘어디까지……?’
흑조편복은 계속 잠수했다. 어디까지 가려는 것일까? 강바닥에 묶어두려고 하나?
소립파의 생각은 빗나갔다. 강바닥에 도달하자 흑조편복은 잠수하는 대신 천천히 걸어갔다. 두 손으로 쇠사슬을 꼭 움켜잡고.
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숨이 막혀 죽을 때까지 끌고 다니려는 게다.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부풍약영은 최상의 신법이지만 물속에서는 붕어가 훨씬 낫다.
검을 던져 볼까? 안 될 것 같다. 진기를 실어 던져도 흑조편복 같은 자는 쉽게 피해내리라. 물속에서의 속도는 땅 위에 비해 절반 이상이나 느려지니까.
소립파는 흑조편복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을 보았다.
그에게 목숨 세 개를 주었다. 그리고 그는 그중 두 개를 썼다.
한데 그 두 개 모두 정통적인 살수행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함정을 판다는 식이었다.
흑조편복의 살행을 직접 겪어보기는 처음이다.
소립파는 검을 뽑았다.
흑조편복이 또 웃는다. 검으로 무엇을 하겠냐는 물음이 담겨 있다.
소립파도 웃었다. 입을 벌려 웃을 수 없기에 눈으로 웃었다.
타앙!
검이 쇠사슬을 두들기며 음파를 만들어냈다.
타앙! 땅! 타아앙!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일정한 운율이 잔잔하게 퍼져 나갔다.
흑조편복은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봤다.
온갖 변화를 예측한 그였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다. 마야와 같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탕탕탕! 타앙! 탕탕……!
음률이 급격히 빨라졌다.
흑조편복은 기운이 딸리는지 쇠사슬을 일부 풀었다. 하나 곧 이를 악물고 되잡았다.
‘음!’
소립파는 답답한 신음을 흘렸다.
숨이 막혀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 한데도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음파 공격은 일면 성공한 듯하나 실패다.
검으로 쇠사슬을 두들겨서 발생한 음파는 적멸주나 마령음의 영역까지 들어가지를 못한다.
물속에서는 소리가 두 배, 세 배로 커진다. 이건 장점이다. 하지만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가 어렵다. 물살에 밀려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건 단점이다.
그의 음공은 이제 초보단계다. 아직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어쩌면 평생을 연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은 마령음이나 적멸주 영역의 음을 발생시킬 수 있으니 음공이 가능하지만 누군가 후인이 있어 비급을 얻어도 효과 영역의 음을 낼 수 없다면 어쩔 것인가.
그의 음공은 쓰레기나 다름없어진다.
하기는 환희마소나 마령음, 적멸주도 예전에는 쓰레기 취급을 받았으니 할 말이 없지만.
‘할 수 없지. 머리를 자극할 수 없다면 귀라도 자극해야지.’
생각을 바꿨다.
음률로 마령음과 똑같은 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대신 고막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진기를 모아 검에 모았다.
콘과의 싸움 중에 터득한 신공 운용법이 있다. 그걸 사용하면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소리가 나온다.
십팔경락을 흐른 음기가 왼손에 운집되었다.
소립파는 왼손으로 쇠사슬을 잡았다.
수로를 흐른 양기는 오른손에 모였다.
스스스슷!
장심에 고인 진기가 검에 깃든다.
파앗! 따앙! 파앗! 따앙! 파앗! 따앙! 파앗! 싹!
한 번, 두 번, 세 번…… 검과 쇠사슬을 마주쳐 소리를 냈다. 운용묘리는 사자후(獅子吼)를 따랐다. 음파가 분산되지만 흑조편복에게 집중되도록 쇠사슬과 검의 충돌 방향을 조종했다.
네 번째 타격 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쇠사슬이 싹둑 잘려 버린 것이다.
절대 잘려지지 않는 쇠사슬이다. 보검으로도 끊을 수 없다. 무슨 철인지는 모르지만 흑조편복이 준비한 물건이니 수십 번의 실험 혹은 실전을 통해서 증명된 철이다.
소립파는 반색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슈욱!
그는 최대한 빠르게 솟구쳐 올랐다.
‘따라오지 마라.’
그의 바람은 바람으로 그쳤다.
쇠사슬이 잘리자 흑조편복은 멈칫거렸다. 내빼야 할지 달려들어야 할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소립파가 위로 솟구치자 냅다 달려들었다.
수면 위로 햇볕이 찰랑거린다.
물속에서 보는 수면은 뿌연 막을 펼쳐 놓은 것 같은데, 아름답다.
소립파는 이를 악물었다.
두어 번만 발길질을 하면 수면 위로 솟구칠 것 같다. 숨은 한계에 진작 다다라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하나 미련을 버리고, 고통을 한 번 더 참고 돌아서야 한다.
흑조편복은 절대로 두 번이나 발길질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한 번은 더 솟구칠 수 있겠지만 곧 따라잡힌다.
스윽!
소립파는 돌아섰다. 그리고 막 솟구쳐 올라오는 흑조편복과 딱 마주쳤다.
첨벙! 풍덩! 풍덩!
많은 사람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보나마나 호채마다. 바깥에 있던 자들이 독밭과 불바다를 제거하고 이제야 뛰어들었으리라.
흑조편복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더군다나 마야가 되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