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65
165. 탐식 공략.
칠레 정부는 슬라임랜드가 창출하는 경제 효과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의 도입은 기대가 컸으나 우려도 컸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성과만 보면 우려한 게 무의미했다.
물론 한 달조차 지나지 않은 현재만을 보고 긍정적이라고 단정을 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겠지.
하지만 걱정 따위 접어두고 매일 축제나 벌이고 싶어지는 변화가 매일 일어났다.
처음에는 사람이 많은 도시에 이 뚫렸다.
그다음은 인적이 드문 지역에 이 뚫렸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자본가들이 돈을 싸 들고 주변의 땅을 매입했다. 일단 땅을 산 뒤에 거기에 무슨 건물을 세울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세계 각지에서 건설사들이 찾아와 측량 작업을 이어갔고.
칠레에 공장을 짓겠다고 나서는 기업도 잔뜩 나왔다.
칠레에는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하다고 여겨진 곳들이 있었다.
그런 곳이라도 이 뚫리면 전부 금싸라기 땅이 됐다.
공장이 생기고 건물이 세워지면 그곳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리게 된다.
행동이 빠른 사람은 벌써 공사 지역에 가서 일을 찾아봤다.
수도에 과하게 모인 인구 문제가 벌써 해결될 낌새가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비행기, 배, 자동차, 기차.
육해공 가리지 않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왔다.
대부분 을 통해 슬라임랜드나 슬라임플래닛에 가려는 사람들이었다.
국내 관광 산업이 호황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으나 사람의 이동에는 돈이 부스러기처럼 떨어지기 마련이다. 온 김에 잠시 머무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고.
을 사러 왔다가 하루 묵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수요가 늘자, 항공사나 철도 회사를 비롯한 운송 회사들이 편성을 대폭 늘렸다.
그것도 전부 돈이었다.
은 돈을 끌어당겼다.
매일 비밀리 찾아와 다음 이 설치될 장소를 묻는 자들이 있었다.
정부 인사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부분 다음 이 어디에 뚫릴지 몰랐다.
아는 사람이라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꿈틀거리는 보랏빛 머리카락을 지닌 실눈 사내는 분명하게 경고했으니까.
“낌새가 이상하면 해당 지역에는 설치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변경이 아니라 취소입니다. 칠레 국내에 설치되는 이 하나 줄어듭니다. 또 누군가 임의로 에 들어가는 것을 통제한다면 그 은 폐쇄될 수도 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험지에 설치되는 은 어디까지나 연금슬라임의 호의입니다. 그 호의를 배신하지 마십시오.”
이런 경고를 들었는데도 돈 앞에서 흔들린 사람이 있었다.
협상자가 남긴 경고는 실현됐다.
칠레에 설치될 은 하나 줄어들었다.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은 즉시 구속됐다.
구속되지 않았으면 시민에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경쟁자가 즉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즉시 공표됐으니까.
그자의 몰락이 정부 인사들에게 경고가 됐다.
은 그 존재만으로 이렇게 변화를 일으켰다.
그런데 변화의 요인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을 통해 들어온 이 일으킨 파장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칠레 경제의 기반은 자연의 은혜.
IT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으나 역시 뿌리는 광업과 농업이었다.
그중에서 광업에 치중해 있었기에 칠레 정부는 그쪽에 적잖아 수의 을 투자했다.
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을 접할 수 있었다.
은 호흡기를 보호해 줬고, 열기를 잡아먹으며, 기계의 진동을 없애줬다.
거기에 안심감까지 더해주니 일의 능률이 향상됐다.
‘돈이 없으니까 이러고 살지.’
이렇게 여기던 사람도.
‘꽤 할 만한데?’
라고 여길 정도의 차이가 생겨났다.
“야, 너 도시에서 죽 쑤지 말고 여기로 와서 같이 땅이나 파자.”
도시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지인에게 연락하는 사람도.
-지금은 좋은 기회야. 빨라 와.
조국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꺼리는 직업에 숨이 깃들었다.
광업이 아니라 농업에도 도움이 됐다.
은 깨끗한 물을 대량으로 옮길 때 큰 도움이 됐으며.
은 뜨거운 햇빛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의 피로를 덜어줬다.
시리즈로 병충해의 피해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칠레의 중요한 기둥들은 에 보수돼 한결 튼튼해졌다.
을 도입하는 대가로 받아온 은 또 어떠한가.
우주 개발에 크게 도움이 될 시설을 넣지는 못했다.
그 대신 잽싸게 관광용으로 개발해서 열었다.
이것 또한 만만치 않은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창출해 냈다.
슬라임랜드에서 출발하는 순환 열차에 올라타는 사람은 꽤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기차를 타고 우주를 누비는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래도 역이 있으면 내려보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역에 내리면 무엇을 할까.
구경거리가 있으면 보고 먹거리가 있으면 먹는다.
칠레의 문화가 세계에 퍼져나갔다.
아니, 국내에도 퍼져나갔다.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가 에서 체험하고, 자국의 문화에 놀라는 외국인들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고, 그렇게 애국심을 품게 되는 사람도 상당히 관찰됐다.
며칠 운영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익이 상당하다.
찾아오는 관광객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우주 개발이고 뭐고 그냥 저대로 둬도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세세하게 찾아 들어가면 을 뚫으며 얻은 이익은 더 있었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사실들.
연금슬라임에게 호감도 사고 현 정부가 이룬 커다란 성과를 국민에게도 알리려고 칠레 정부는 대중에게 정보를 공개했다.
“칠레는 연금슬라임에게 구원받았습니다.”
정부 대변인은 강력한 단어를 사용해 가며 연금슬라임을 칭송하였다.
“연금슬라임과 함께라면 그 어떤 재해도 두려워할 게 안 됩니다.”
또 그와 함께 한 칠레에 찾아올 찬란할 미래를 모두에게 피로했다.
효과를 어렴풋이 느끼던 와중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칠레 시민들이 연금슬라임에게 열광했다.
이 발표와 시민의 반응은 타국에도 영향을 줬는데.
“유럽에서 가장 먼저 을 뚫으면 유럽 전체의 관광객을 꿀떡할 수 있다는 거군.”
“연금슬라임이라면 낙타, 토끼, 두꺼비, 앵무새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거야.”
“슬슬 말을 갈아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괜찮겠는걸. 새로운 지지 기반을 얻는 데 도움이 되겠어.”
각국이 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마음먹게 됐다.
***
“죽인다.”
“죽인다.”
우정 파괴의 숲.
함께 들어간 자와 사이가 틀어지고 만다고 유명한 장소였지만.
“죽! 인! 다!”
“으아. 아악! 죽인다. 으아악. 죽. 인다. 아!”
죽인다는 말과 비명을 구령 삼아 장애물을 뛰어넘는 둘이 있었다.
후반부는 정말 이걸 클리어하라고 준비해 둔 건가 싶은 수준이 됐다.
초반부는 그래도 타이밍만 잘 맞추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뛰어난 신체 능력까지 요구했다.
-맛없어. 만족하지 못했으니까 ‘트릿’의 차례야.
-이것도 술이라고 가지고 왔나?
그래도 둘은 과 을 향한 분노를 원동력으로 장애물을 돌파했다.
“지금!”
“악!”
둘은 끝내 나무 틈새로 뇌리 쬐는 빛이 자그마한 나무를 비추는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 도착한 거 맞지?”
“으아아악!”
둘은 잠시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살짝 눈물까지 나왔다.
“여기가 끝 맞지?”
“끝이 맞아야 해. 더한 게 있다면 절대로 클리어 못 한다고.”
서로의 팔과 다리를 묶고 브레이크 댄스를 춰야 하는 듯한 난도를 자랑했다.
어떻게든 통과했지만, 어떻게 통과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해냈네.”
“그래.”
둘은 하이파이브한 뒤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
“뭐야. 불안하게. 어?”
나무에는 단 세 개의 열매만 달려 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단 세 개였다.
지금까지는 분명히 네 개였는데.
“우리···. 무언가 빼먹었나?”
“아닐걸. 있다고 해도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은데.”
“열매 따면 무슨 변화가 있을지도?”
둘은 열매를 땄다.
호두 정도로 작은 열매였는데 마치 보석처럼 오묘하게 빛났다.
“정말 끝인 거 같은데.”
열매를 딴 나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먹어보자.”
열매에 열리는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둘은 그것을 입에 넣었고.
“콜록, 콜록. 우엑. 우엑.”
“우에엑.”
골을 때리는 지독한 주향과 혀와 목을 불태우는 강렬함에 즉시 토해냈다.
“이, 이거 뭐야.”
“진짜 무언가 잘못한 거 아니야?”
둘은 불안해졌다.
“잠깐만. 이렇게 지독하니까 죽일 수 있는 거 아니야? 냄새를 맡아 봐.”
“어? 향기는 나쁘지 않네? 이거라면 경계하지 않고 입에 넣겠는걸.”
“그놈 입에 넣자마자 씹어 버리잖아.”
생각을 바꾸자, 지독한 맛이 오히려 기대감을 키워줬다.
둘이 도시로 돌아오자, 귀신처럼 술 냄새를 맡은 이 즉시 둘을 찾아왔다.
“특이한 것을 가지고 있군. 내놔라.”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에 둘은 열매를 얌전히 내줬다.
여기서 열매를 통째로 입에 넣은 뒤 쓰레기라고 평가하는 게 의 행동 패턴이었다.
‘먹고 죽어라.’
그런데 열매를 입에 넣지 않았다.
대신 높게 들어 올려 달빛에 비춰보았다.
“겨우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가지고 왔군.”
“그거 나도 먹을래.”
그리고 의 반응도 달랐다.
“싫다.”
“줘.”
“싫다.”
“주라니까?”
“싫다.”
둘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어? 꼬마랑 거인의 반응이 달라!”
“그 숲은 공략한 건가?”
“진정한 우정이 이곳에!”
“찍어!”
그 드문 행동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편 과 은 주위의 소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건 나한테 준 거야.”
“아니, 나에게 준 것이다.”
의 눈이 표독하게 빛났다.
“나한테 준 거라니까?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나.
귀엽고, 재밌고, 신기한 나.
네가 아니야.
대체 누가 흉측한 너를 사랑해서 선물을 주겠어.”
은 이빨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나.
온갖 질병을 정복하고,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나.
네가 아니다.
누가 무능한 너를 사랑해서 선물을 주겠어.”
말이 통하지 않자, 둘은 본격적으로 다투기 시작했다.
주먹과 발차기를 비롯한 각종 공격이 오갔고 주변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도망쳐!”
“피해!”
구경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도망쳤다.
싸움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승자는 .
“쳇. 너. 후회할 거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후회하게 할 거야.”
은 비틀거리며 날아갔다.
꽤 심하게 다쳤는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홀로 남은 은 그쪽으로는 일별조차 하지 않고 열매를 입에 던져넣었다.
그러더니 머리를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좋군.”
그러고는 비틀비틀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쫓아가자!”
은 도시에서 나와 산으로 들어갔다.
적당한 바위 위에 눕더니 코를 골며 자기 시작했다.
“죽은 게 아니라 자는 것 같은데?”
“이때 죽이면 되는 거 아니야?”
쫓아온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칼을 꺼냈다.
“내가 베겠다.”
열매를 구해온 콤비가 고개를 끄떡이자, 검객은 칼을 휘둘렀다.
목을 베었으나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검객은 다시 칼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그만!”
코를 고는 소리가 약해지는 것을 한 사람이 눈치채고 검객을 제지했다.
“이거 일방적인 방법으로 죽일 수 없게 설계된 것 같은데.”
“시간제한이랑 횟수 제한도 있는 것 같고.”
“꼬마 쪽도 마찬가지 아니야?”
“저기, 숲에 무언가 없었나요?”
작고 큰 콤비는 고개를 저었다.
“···망했네?”
똑딱똑딱.
이 취기에서 깨어나기 전에.
이 상처를 회복하기 전에.
이 둘을 해치울 방법을 찾아내 실행해야 하는 타임어택이 시작됐다.
***
탐식은 함께 다니지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자기 자신.
이해관계가 맞을 때는 함께하지만, 틀어질 일이 있으면 거기서 끝이다.
그게 탐욕으로 맺어진 관계지.
우정 파괴의 숲을 공략하고 그 가장 안쪽에서 얻는 열매로 을 공략한다.
이건 정답이다.
정답이지만, 부분 점수만 받을 답이지.
정황 증거로 판단하고 한 행동이지 과 의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한 행동은 아니니까.
그래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과 을 죽이는 방법은 별도로 준비해 뒀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다.
괴물을 일반 칼로 찔러 죽이다니.
RPG 게임도 아니고 너무 시시하잖아?
도구는 열매와 다르게 정보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열심히 찾아보세요.
뭐, 토벌하지 않아도 과 은 여기서 퇴장이다.
더는 돌아다니면서 과자를 뜯어내거나 장난치지 않는다.
친구 관계가 아니라서 한번 틀어지면 끝이니까.
둘이 하나로 설계됐으니 여기서 퇴장하는 게 맞다.
그래도 이렇게 끝내는 건 조금 아쉬울 테니 이왕이면 답을 찾아줬으면 좋겠네.
아, 참고로 그 열매는 물에 타 먹으면 된다.
도시에 있는 사람 전원이 축제를 벌일 수 있을 정도의 술을 만들 수 있다.
그 사람들이 버리고 간 열매는 내가 잘 회수했다.
과 토벌에 성공하면 돌려줘야지.
[특성 : 슬라임☆☆☆☆☆☆의 레벨이 70으로 올랐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됐습니다.] [재생 스킬이 재생+ 스킬로 성장합니다.] [재생+] 스킬이라. [재생+ Lv. 1.-베이고, 찢기고, 불타도 다시 자라난다.]
스킬 자체는 내가 가져도 이상하지 않은데 분석 내용이 살벌하다.
[분쇄+]와 [재생+]이라.전장의 악마가 되는 스킬 조합이네.
적이 모인 곳에 몸을 던져 적을 [분쇄+] 스킬로 박살을 내고.
적의 공격은 [재생+] 스킬로 회복하며 끝도 없이 싸우게 될 테니까.
이번에도 스킬을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분열+] 스킬로 떼어낸 부분이 자라나는 속도가 빨라졌다. [흡수+] 스킬로 먹은 게 슬라임으로 변하는 속도도 빨라졌고. [증식+] 스킬도 영향을 받았다.생산량 업!
역시 스킬은 쓰기 나름이라니까.
칠레 쪽에서 주문이 폭증하기도 하고, 을 바라는 나라도 많아졌고, 문의도 많아서 살짝 곤란해질 수도 있었는데 다시 여유가 생겼다.
분노 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