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47
47. 단짝.
남의 집에서는 멀쩡하게 작동하다가 우리 집에 오니까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는 . 이래서 중고 거래는 위험하다.
“끼엑! 끼엑! 끼엑!”
인형이 뭍에 내던져진 장어처럼 꿈틀댄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
“주사위라도 던져 볼래?”
발광하는 인형의 손에 십면체 주사위를 두 개 만들어서 쥐여줬다.
“끼우우에엑!!!”
인형이 냅다 내 머리에 주사위를 던졌다.
우연이겠지?
.
대실패!
정신력에 문제가 있구나.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해.
으드득.
“끼이이이익···.”
앗. 죽었다.
어쩔 수 없네.
잘 먹겠습니다.
냠.
잘 먹었습니다.
[분해 스킬의 레벨이 29로 올랐습니다.] [흡수 스킬의 레벨이 29로 올랐습니다.] [분석 스킬의 레벨이 28로 올랐습니다.] [조종 스킬이 조종+ 스킬로 성장합니다.] [조종 스킬+의 레벨이 28로 올랐습니다.] [특성 : 슬라임☆의 레벨이 28로 올랐습니다.]와···.
레벨이 총합 7이나 올랐다.
하나 먹어서 이렇게 오른 건 처음인데.
[조종] 스킬도 [조종+]로 진화했고.손바닥 위에 구슬 형태로 을 만들었다.
[조종+]로 진화한 스킬의 위력이 확실하게 느껴진다.이건 거의 매크로 수준인데?
[조종+] 스킬이 관여하는 부분에만 매크로가 돌아가지만, 그만큼 [조종+] 스킬에는 신경을 덜 써도 된다. 집중력을 다른 스킬에 쏟을 수 있게 되는 만큼 전체적인 생산력이 꽤 올라갈 것 같다. 새로운 공정에 익숙해지면 생산량이 최소 10%는 증가하지 않을까.A 클래스 아티팩트는 우습게 볼 수 없구나.
한 자릿수 넘버는 S 클래스 아티팩트.
그것을 먹으면 과연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들어오는 의뢰를 해치우다 보면 언젠가 S 클래스 아티팩트와 내 을 교환하자는 제안이 오지 않을까.
더 노력해야겠네. 연금슬라임의 이름을 떨치고, 커진 이름값만큼 돈을 더 벌고, 그 돈으로 다양한 것을 사서 먹어 치우고, 성장한 스킬 레벨로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 이름을 떨치고.
그렇게 계속해서 먹어 치우며 성장해야지.
그러다 보면 S 클래스 아티팩트도 언젠가 먹을 수 있게 될 거다.
이제 곧 레벨 30이다.
그때 얻게 될 스킬은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
***
연금상점에 들어가서 후기를 별점 낮은 순서로 정렬해봤다.
시답지 않은 댓글은 무시하고.
★★★☆☆ 3.0/5.0
-정말 편하고 좋은데 색이 흰색밖에 없는 게 아쉽네요.
색이 다양했으면 좋겠습니다.
의 점수가 깎였다.
색의 다양성이 부족해서.
하긴. 베개가 흰색밖에 없는 건 너무 심심하지.
호텔이나 병원 같잖아.
16,777,215가지 색상을 더 출시해 16,777,216가지 색상을 채울까? 어느 색이 가장 인기려나.
R: 0, G: 0, B: 0 (리블)은 무난한 인기가 있겠지.
R: 2, G: 7, B: 21 (시암블랙)은 서로 가지려고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까.
R: 255, G: 170, B: 170 (빕분)은 공주님 방 꾸밀 때 잘 어울릴 것 같다.
R: 237, G: 234, B: 227 (아이보리)는 스테디셀러가 될 테고.
R: 255, G: 198, B: 173 (살)은 재밌겠네.
[베개 색상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16,777,215가지 색을 더 출시해도 될까요?]메시지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제발 참아주십시오.
박태양 상담사가 너무 사정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다고 신규 색상 출시를 멈출 생각은 아니다. 의 인기를 높이고 판매량을 증진하려면 다양한 색상을 출시하는 게 좋으니까.
베갯잇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민무늬 흰색만 파는 일은 그다지 없다. 격자무늬나 물결무늬라도 있는 것을 함께 팔지.
에 베갯잇을 씌워도 괜찮기는 하다. 충전재로도 매우 뛰어난 물건이니까. 하지만 의 효능을 최대한 누리려면 그대로 쓰는 게 좋다.
더럽혀지지 않는 흰색이라는 문구를 붙여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기는 한데.
이왕이면 자유도를 더 주자. 흰색뿐인 상태로도 온갖 방법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색까지 다양해지면 가지고 놀 여지가 늘어난다.
영상을 통한 홍보도 더 강렬하게 이뤄질 테고.
아무래도 다른 들은 체험담이 중심이라서 영상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약하다.
한편 으로 노는 일은 바로 눈에 제대로 보이지.
가볍게 256색만 출시할까?
많은가?
그렇다고 16색은 아쉬운데. 21세기에 4비트라니.
에라 모르겠다.
-슬라임이 아닌 물건에 끝이 닿으면 그 색을 따라 하고 슬라임에 닿으면 자기 색으로 물들이는 슬라임. 설탕물이 주식.
그냥 직접 색칠해라.
기다란 막대기 형태의 슬라임으로 손잡이 부분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촉이 두꺼워지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촉이 날카로워진다. 촉으로 아무 곳에나 대면 이 그 색으로 물들고 그 색을 에 칠할 수 있다. 촉 반대편 끝부분은 지우개처럼 사용할 수 있고.
예술에 자신이 없으면 그냥 단색으로 색칠해도 된다.
반대로 자신이 있다면 베개에 천지창조를 그려도 된다.
색이야 컴퓨터만 켜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일을 떠넘긴 게 아니다.
소비자의 자율성을 존중한 거지.
“음···.”
이걸 양산하기 전에 먹방부터 찍자.
지하에 있는 냉동창고에서 재료를 꺼내 올라왔다.
특유의 생김새와 은빛 때문에 칼과 쉽게 연관되는 생물.
금속을 닮은 외견과 다르게 살이 무척 부드러우며 지상에서는 쉽게 죽는 심해 물고기.
안구와 뼈 건강에 좋은 식재료.
은갈치.
칼 먹는 마술처럼 갈치를 통째로 입에 넣었다.
뱃속의 기름을 바싹하게 튀겨서 밖으로 꺼냈다.
통갈치 튀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비주얼일 거다.
드물게도 생으로 먹는 나라가 많은 해산물.
정력에 좋다는 말로 유명한 식재료.
바다의 우유.
굴.
튀겨 먹어도 좋지만, 그냥 생으로 먹기로 했다.
간장에 절이기도 하고, 양념에 절이기도 하고, 매콤하게 국으로 끓이기도 하고 찜 쪄서 먹기도 하는 해산물.
혈압을 낮추고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간의 건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는 식재료.
꽃게.
호박과 무를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여냈다.
당연히 통째로 튀기기도 하고.
빼도 박도 못하게 벌레처럼 생긴 생물.
회백색을 띠지만, 삶으면 먹음직스러운 붉은색으로 변하는 해산물.
항산화 작용을 해 몸의 노화를 막아준다는 식재료.
대하.
소금을 뿌려가며 찌듯이 굽고,
버터로 굽고.
튀겼다.
여기에 디저트로는 감, 배, 사과를 비롯한 제철 과일.
이미 전부 한 번씩은 먹방을 찍은 적이 있는 식재료들.
[10월 제철 음식 먹기]라는 제목을 붙이고 한꺼번에 먹으면 다르니까.소재 고갈 아니라고!
그냥 또 먹고 싶었다.
요즘 들어 식비가 부쩍 늘어나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뭐, 먹는 만큼 을 찍어내니까.
이것들도 전부 이 될 거다.
***
평화 길드 소속 헌터 최대헌은 슬라임에 푹 빠졌다.
그의 하루는 슬라임에서 시작하고 슬라임으로 끝났다.
그것은 던전 내부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한다.”
규모가 큰 던전을 공략할 때는 야영하는 일이 자주 있다.
던전을 공략할 때 짐의 운반은 상당히 귀찮은 문제다.
특히 이번처럼 희귀한 몬스터를 노리느라 던전에 오래 머물러야 할 때라면 더욱.
은 평화 길드조차 여분이 없는 물건.
팀 전체에 하나 배정됐고 그 용량은 한정됐다.
마실 물이라면 모를까 씻을 물을 넣어둘 공간은 없다.
근처에 강이나 냇가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런 게 없을 때도 많고.
몸을 씻지 못하니 아토피 트라우마가 있는 대헌은 그때마다 죽을 맛이었으나 이 있는 지금은 다르다.
온몸에 깔아둔 효과로 찝찝함 자체가 적어졌고 으로 몸을 훑으면 씻고 나온 기분이 든다.
“ 진짜 최고 아니냐?”
“네, 네. 만만세입니다, 만만세.”
팀원 이도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감정을 담아라. 감정을.”
“ 좋은 거 저도 알아요! 그런데 그 말을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러죠!”
이도현 역시 을 매우 좋아했다.
시리즈를 사용하면 벌레로 고생할 일은 없다.
덕분에 싸우다가 급한 똥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다.
과 의 조합으로 사막이나 화산 지형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으로 텐트를 세우면 갑자기 폭우가 내려도 젖을 일이 없다.
으로 만든 침낭 안에서 자면 던전 내부에서도 꿀잠을 잘 수 있다.
을 사용하면 야영 뒤처리도 간단하다.
하지만 좋다는 말에 동의를 바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을 사용할 때마다 저러니 짜증이 안 날 리가.
“잠깐. 너 베개 슬라임 위에 그 그림 뭐냐?”
“제가 그런 거예요. 제가 한 예술 하찮아요.”
“아니, 어떻게 그린 거냐고. 무엇을 흘려도 다 지워지잖아. 염색이 안 될 텐데?”
“ 새로 나왔는데 몰랐어요?”
“언제 나온 건데?”
“어제요.”
“알겠냐. 팀장인 난 챙겨야 할 거 많다 이놈아.”
“어쩔 수 없네요. 제가 형 베개에도 멋들어진 그림 그려줄게요.”
잠시 뒤.
“야! 죽을래?”
“외로운 형을 위로해주려는 제 깊은 마음을 왜 몰라주시나요!”
“거기 안 서?”
대헌은 추격했으나 그는 탱커고 이도현은 딜러. 속도 차이는 컸고 이번에도 잡는 걸 포기했다.
“아 씨···.”
대헌은 자기 베개를 보며 눈에 물기를 띄었다.
“뭘 울려고 그래요! 지울 수 있어요!”
도현은 그림을 지운 뒤 슬라임을 잔뜩 그려줬다.
“만족하죠?”
“ 빼먹었잖아.”
“아, 나. 됐죠?”
슬라임이 잔뜩 그려진 베개를 보던 대헌은 만족스럽게 웃다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야. 지금 문뜩 든 생각인데 이 말이야. 동물이나 몬스터에게도 통할까?”
“설마요. 통한다면 아침에 깨어났을 때 소형 동물이나 몬스터가 텐트 위에서 자고 있었겠죠.”
“흰색 위에서 잘 생각을 안 하는 건 어두운 털을 지닌 생물의 본능이야. 눈에 띄니까. 하지만 을 어두운색으로 바꾼다면?”
“어? 그럴듯한데요?”
그들은 새벽처럼 일어나 어둡게 채색한 침낭을 야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뒀다.
아침 해가 뜬 뒤 확인하니 이 사라졌다.
질질 끌고 간 흔적을 따라가니 위에서 푹 잠든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격으로 몬스터의 숨통을 끊은 도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한 일주일은 삽질할 줄 알았는데···.”
그들이 노린 몬스터는 강하지는 않으나 경계심이 강하고 날렵해서 사냥하기 어려운 종류. 그런데 으로 만든 간단한 함정으로 이렇게 쉽게 잡아버렸다.
“형. 은 진짜 최고네요.”
대헌과 도현은 한층 더 깊게 슬라임에 빠졌다.
***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을 훔쳐봤다.] [쉿] [안녕. 안녕.] [오늘은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을 훔쳐볼 거야.] [쉿] [누나 집에 없음.] [ㅋㅋㅋㅋㅋ] [문 안 잠금.] [학습 능력이 없음.] [ㅋㅋㅋㅋㅋ] [ 발견!] [이걸 어떻게 할 거냐고?]
뇸뇸뇸뇸뇸.
엄지 척!
[다음은?] [짜잔!] [] [] [그러면 색칠해볼까?] [감쪽같음.] [굿!] [ㅋㅋㅋㅋㅋㅋㅋ] [여기에 넣을 거냐고?] [노노노] [1시간 뒤.]“야! 네가 내 슬라임 먹었지!”
“아니?”
“장난하냐? 네가 아니고 누가 먹는데?”
“왜! 엄마가 먹었을 수도 있지!”
“엄마!”
짝!
“아니라잖아! 좋은 말로 할 때 채워놔라.”
“이미 때렸잖아!”
“또 맞을래?”
“아, 진짜···. 이거나 먹고 떨어져.”
[을 받아서 입에 넣는 누나.] [ㅋㅋㅋㅋㅋㅋ] [황홀~~~]“우엑.”
[우엑.]—
을 꾸미라고 만들었더니 부터 위장한다.
이게 인간의 악의인가?
뭐, 제대로 된 용도로 사용하는 집도 있다.
★★★★★ 5.0/5.0
-애를 재울 때 정말 편해요. 베개를 두 개쯤 연결하고 이거랑 색깔판을 손에 쥐여주면 베개 위에서 색칠하다가 잠들어요. 덕분에 둘째가 생길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용도로 사용하는 거 맞지?
아무튼 잘 나가는 거 보니까 좋다.
다음에는 또 무엇을 팔까.
딩동.
[마키나 : 와썹?]마키나네?
아, 이런.
저번에 함께 어느 오프라인 게임 함께 시작했었다.
각자 진도를 나간 뒤에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었는데.
안 했다.
[나 : 미안. 바빴어.마키나 : 그래?]
을 만들기도 했고, 도 만들었고, 먹방도 찍었고, 인터넷 반응도 살폈고.
아무튼 바빴다.
게임보다는 일이 중요하잖아?
일하면 내 이름값이 커지고, 돈도 많이 벌리고, 이것저것 잔뜩 사서 먹고 레벨을 올릴 수 있는데.
게임은 마키나와 대화를 나눌 때 말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짝!
의미가 없기는 왜 없어.
마키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 즐겁잖아?
그거면 충분하잖아.
응. 그렇지.
응. 그렇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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