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79
79. 죽은 땅 저주받은 땅. >
대량 생산에 특화한 연금술사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연금슬라임.
각국은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연금슬라임이 죽은 땅을 되살렸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졌다.
대다수 국가에 있어 죽은 땅은 사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접근만 하지 않는다면 해가 없는 지역이다.
영토가 좁은 국가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전력을 다했다. 추가로 생기는 일은 거의 없었고 이미 생긴 것에는 적응했다.
영토가 넓은 국가는 인력 부족 문제로 처리하지 못한 이주형 던전이 자주 있었다. 그만큼 죽은 땅이 여기저기 많았다.
골치가 아플 것 같지만, 인간은 무엇에서라도 돈벌이를 찾아내는 생물.
이 죽은 땅을 유효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죽은 땅은 미생물조차 살지 못한다는 사실 덕분에 쓰레기 매립장으로 매우 유용했다.
가스가 발생하여 화재가 발생할 걱정도 없고 전염병이 생겨날 걱정도 없어 관리하기 편했다.
땅이 넓은 나라 중에는 타국에서 쓰레기 처리 비용을 받고 쓰레기를 가져와 죽은 땅에 묻는 나라도 있다.
쓰레기 처리장만이 아니라 민간 사업에도 이용된다.
어떤 사람은 죽은 자가 영원히 남는 묘소를 만들었고.
어떤 사람은 심령 장소 느낌의 관광지를 세웠고.
어떤 사람은 살균 시설 혹은 보관 창고로 사용했다.
지정학적 요충지에 죽은 땅이 생겨난 나라를 제외하면 연금슬라임이 죽은 땅을 되살렸다는 소식은 국가 중대사는 아니었다.
거기서 지독한 저주가 튀어나왔다는 점이 문제였다.
죽은 땅과 저주받은 땅은 전혀 다르다.
죽은 땅은 악화할 우려가 없으며 주변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저주받은 땅은 악화할 우려가 크며 주변에 악영향을 준다.
죽은 땅의 연구는 수없이 진행돼왔고 거기에 저주가 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매우 위험한 저주가 튀어나오다니.
각국의 연구기관에 이론을 내놓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연구원들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고서를 작성했고.
어느 연구원은 한 국가원수를 마주하게 됐다.
“저주가 죽은 땅 전체에 넓고 옅게 퍼져 있다면 감지할 방법이 없다.”
“네. 그렇습니다.”
“저주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정화할 수 있나?”
“죽은 땅을 정화하려는 시도는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만 성공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아마 죽은 땅 전체를. 최소 절반 이상을 단숨에 정화하지 않으면 소용없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지하까지 포함해서 말인가?”
“네.”
죽은 땅 전역을 전부 파내 씻은 뒤 다시 채워 넣으라는 말과 하등 다를 게 없다.
불가능하다.
”이대로 방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단독으로는 지금까지 확인된 문제를 넘어서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습니다. 하지만 죽은 땅으로 둘러싸인 지역이 죽은 땅으로 변하는 현상은 여러 차례 확인됐습니다. 만약 죽은 땅에 저주가 있는 게 확실하다면 그 저주는 죽은 땅의 크기에 비례해 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죽은 땅이 일정 크기 이상에 도달한 순간 죽은 땅의 영역이 팽창하거나 들어가면 죽는 땅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주가 있는 게 확실하다면.’이라는 말을 했는데 땅이 죽은 원인이 저주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땅의 죽음과 저주는 무관하며 연금슬라임은 땅에 묻힌 저주를 발견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던 지역인만큼 가능성은 충분히 큽니다.”
“연금슬라임이 거짓말했다는 건가?”
“착각일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착각이라. 그렇다면 죽은 땅을 되살린 방법은?”
“땅에 막대한 양의 마나를 주입하여 지맥을 다시 연결했을 수도 있습니다.”
연구원의 대답에 국가원수는 미간을 눌렀다.
몇몇 연구원들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저 이론에 들어간 마석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 이론을 실패한 이론으로 알고 있네만.”
“Sole Alchemy에서 쓰레기를 먹인 에서 마나를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할 때 연금슬라임에게는 쓰레기를 마나로 바꾸는 기술이 있습니다.”
“즉, 쓰레기 매립지에 있던 쓰레기를 마나로 바꿔 주입한 결과 땅이 되살아났다는 이야기인데. ”
“네, 그렇습니다.”
“자네의 그 이론대로라면 연금슬라임은 마나가 한 톨도 남지 않았을 쓰레기의 산으로부터 최상급 마석 수십 개 분량 이상의 마나를 생성해냈다는 건데. 현실성이 있다고 보나?”
만약 가능하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연금술이다.
연금슬라임을 제외한 다른 연금술사들은 연금술사라고 자칭할 자격이 없다.
“···이 빛과 열도 에너지로 삼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겨울에 말인가?”
“···.”
“차라리 땅을 파고들어 지열을 마나로 바꿨다는 말이 현실성이 있겠군.”
“네! 그렇습니다! 그 방법이 분명합니다!”
국가원수는 흥분하는 연구원의 모습에 한숨을 내뱉었다.
“저주 때문이라고 가정하고 계속하게.”
“···알겠습니다.”
잠시 연구원의 말을 들은 국가원수는 물었다.
“연금슬라임은 대체 어떠한 방법으로 땅에서 저주를 추출했다고 생각되지?”
“저주를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는 을 죽은 땅 전역에 뿌리고 묻은 뒤 단숨에 응집시킨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물을 던지는 것처럼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마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S 등급 연금술사라면 분명히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
맛있는 커피를 타는 법을 물었더니 세계 10위 이내의 바리스타를 데리고 오라는 소리를 한다.
“고마웠네. 이만 가보게.”
국가원수는 연구원을 내보낸 뒤 비서를 불렀다.
“세계 연금 기구에 연락을 넣어주게. 급히 회의를 열어야겠다고.”
죽은 땅에 저주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미끼를 던져야겠다.
죽은 땅에 저주가 있다면 저주가 문제고.
죽은 땅에 저주가 없다면 연금슬라임이 문제다.
만약 연금슬라임이 최상급 마석에 버금가는 마나원을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다면.
철저히 관리해야 할 테니까.
***
한스에게서 긴급 보고서가 날아와서 확인해보니 언론이 엄청나게 흥분해서 떠들고 있었다.
내가 죽은 땅을 되살린 이야기로.
내가 죽은 땅을 되살리고 거기서 저주를 뽑아냈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퍼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야 놀라운 일이기는 한데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법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죽은 땅이 무엇인지는 알아도 정확히 어디에 있으며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 거다.
내가 슬라임랜드를 세운 뒤라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거기까지 화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미국이 경악하고 중국이 기겁하고 일본을 무릎 꿇린 슬라임이 있다?]
그런데 국뽕을 찾아 떠도는 W튜버들이 달라붙을 만큼 떠들썩하다.
그 이유는.
[(실화) 세계 연금 기구. “죽은 땅 10개를 되살리는 일에 성공한다면 그 위업을 인정해 연금슬라임을 A 등급 연금술사로 인정하겠다.”]
내가 A 등급 연금술사로 이어지는 길에 발을 디뎠다고 여기기 때문.
내게 직접 연락이 오지는 않았지만,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이다.
공신력이 있다고 봐도 되겠지.
A 등급이라. 탐나는데.
한국에서 각 등급의 연금술사들이 받는 취급을 요리사랑 비교하자면.
F 등급은 주방 보조. 요리는 무슨. 미친 듯이 재능이 있지 않으면 물과 그릇에 친해지는 시기.
E 등급은 조리사 수준으로 불과 조금 친해질 수 있는 시기.
차츰차츰 올라가 B 등급이 되면 “세계에서 노셔야 할 귀하신 분이 왜 이런 누추한 장소에?”라는 말을 듣게 되고.
A 등급은.
“독버섯으로 만든 버섯볶음입니다.”
“참으로 훌륭하겠군요.”
이런 신뢰를 받는 경지다.
A 등급 연금술사가 만든 제품은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는다.
“어찌 감히 A 등급 연금술사님께서 만드신 물건을 검증하겠사옵니까.”라는 말이 나오는 수준이니까.
이건 반쯤 농담이고.
A 등급 연금술사는 양산품은 안 만든다.
장인처럼 소수의 연금 제품만 만든다.
게다가 사용하는 소재도 무진장 비싸다.
한두 개밖에 안 만드는 데 그걸 안전성 검사하겠다고 날려 먹을 수는 없지.
해외에서는 물건에 해를 가하지 않고 검사하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검사를 해줄 시설과 기술이 없으니까.
즉, A 등급 연금술사가 만든 제품은 검사할 능력이 안 돼서 안전성 검사 0%라는 규칙이 나온 거다.
그리고 믿으니까 그냥 자유통과해준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잖아?
수수료는 10%.
하는 일도 없는 연금센터에 10%나 떼어줘야 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연금센터에 10% 떼어주면 세금을 안 내도 된다.
B 등급부터는 연금센터와 거래하는 것만으로도 절세가 된다.
다른 나라 가지 말라는 미끼다.
수수료는 뭐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게 맞는데, 더 중요한 건 안전성 검사 0%.
안전성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어지면 슬라임랜드를 운영하기 매우 편해진다.
마더가 생산한 을 연금센터에 보내 안전성 검사를 받고 다시 돌려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슬라임랜드를 찾은 사람들이 느끼는 안심감도 한껏 견고해질 테고.
그런데.
나, 죽은 땅 되살리는 방법 모르는데?
그냥 무식하게 땅에 마나를 잔뜩 부었더니 일어난 일이다.
과 쓰레기를 동원해서 시도해볼 수는 있다.
아직 슬라임랜드를 열기 전이니까 마더를 동원해서 비슷한 조건으로 시도해볼 수도 있고.
그렇게 했더니 땅이 또 되살아났다고 하자.
저주는 어떻게 할 건데?
땅을 되살려도 저주는 튀어나오지 않는다.
죽은 땅이지 저주받은 땅이 아니니까.
저주가 나오지 않는다면 땅에서 나왔다고 거짓말한 질투의 저주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변명을 이어가려고 어디선가 저주를 구해와야 해?
해결책은 있다.
이 땅이 특별히 저주받았다고 해도 되고.
저주마저 에너지원으로 삼는 기술을 개발해도 된다.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거짓말은 거짓을 덧칠할수록 복잡하게 꼬여 수습하기 어려워지며.
지나치게 커진 거짓말은 잘못 건드리면 크게 터진다.
내 거짓말이 잔뜩 퍼져 몸집이 한껏 커진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섣불리 덧붙이려고 했다가는 감당할 수 없도록 복잡해질 수 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뱉은 거짓말인데.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
“음···.”
한스에게 연락했다.
“한스는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A 등급 연금술사가 되기 위해 죽은 땅을 처리하러 돌아다니는 게 좋을까요?”
“저는 라임이 하는 선택을 전력으로 지지하겠습니다.”
“제가 무슨 선택을 하든 문제없이 이뤄지겠다고 돕겠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한스가 도와준다면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적으로 두면 무진장 성가셔질 것 같은 인물 있지 않은가.
한스는 그런 느낌이다.
“그렇다면 하지 않는 걸로 할게요.”
“그게 라임의 뜻이라면.”
A 등급 연금술사 면허가 혹하기는 하는 데 우선 전제부터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 해외에 못 나간다.
슬라임은 여권 발급 안 해주니까.
저거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죽은 땅 10개 처리하는 걸로는 인정 안 해줄 것 같단 말이지.
한스에게 여권 없이 입국하는 방법 찾아달라고 하면 찾아줄 것 같기는 한데.
관두자.
“그리고 공식적으로 발표해주세요. 죽은 땅에서 저주가 반드시 나온다는 말은 헛소문. 여기서 저주가 나온 것은 맞지만, 저주가 죽은 땅 때문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쌓인 쓰레기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다. 또 내가 추측하기에 죽은 땅이 되살아 난 것은 저주를 제거했기 때문이 아니라 방대한 양의 마나를 주입했기 때문이라고.”
아마 세계 연금 기구는 저주라는 이야기 때문에 화들짝 놀라 내게 A 등급 면허를 주겠다고 한 걸 거다.
저주받은 땅이 아니라 죽은 땅이라고 밝히면 면허 이야기가 들어갈 수도 있겠지.
뭐, 달리 A 등급 연금술사 면허를 얻을 기회가 있을 거다.
“아, 그리고 방대한 양의 마나를 확보한 방법은 특수한 슬라임으로 쓰레기와 지열로 마나로 변환하는 방식이며. 이 특수한 슬라임은 스킬 레벨을 제물 삼아 만들어냈기 때문에 대량 생산할 수 없다고.”
이 정도는 밝혀도 될 거다.
이 쓰레기를 마나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알 테니 괜찮고.
지열의 [변환]은 나중에 슬라임랜드를 운영하는데 마나를 어디서 확보했느냐를 설명하는 근거가 돼줄 테니까.
또 지열을 마나로 바꾸는 시설을 팔아달라고 보채는 나라가 나오기 전에 인공생명체 이야기를 꺼내서 원천 차단한다.
“발표는 부탁해도 되죠?”
슬라임 탈을 쓴 나보다 멀쩡···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정장을 입은 한스가 발표하는 게 낫겠지.
“알겠습니다.”
다만.
“그런데 한스.”
“네, 라임. 왜 부르시나요?”
“그 머리카락은 일부러인가요?”
보라색 머리카락이 빛 가루를 흩뿌리며 살짝씩 꿈틀거리고 있는데?
“네. 저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 어떤가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오류가 아니라면 저는 불만은 없어요.”
지금이 20세기도 아니고 머리모양을 제한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하면 이 그렇게 움직이나요?”
한스에게는 [조종+] 스킬도 없을 텐데.
“진심을 담아 소통했습니다.”
“그, 그런가요.”
***
내 대변인으로서 나선 한스의 영상은 전 세계에 퍼져나갔고.
– 출시해주세요.
– 나올 때까지 숨 참음. 흡!
└흡!!
└흡!!!
└쿠엑.
-20대인데 탈모 10년 차입니다. 제발 출시해주세요.
수요가 폭발했다.
인간들아, 진심이냐! 저게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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