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
1
제1장 레종 에뜨랑제 1
1982년 1월 20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엉클, 억수로 고맙심더.”
이십 대 초반의 청년이 반백의 외국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조율을 끝낸 피아노 현처럼 탄력 넘치는 육체, 혼야끼 청강 사시미 칼같은 눈빛에 불구하고 얼굴은 조선시대 미인도에 오른 여자처럼 갸름한 청년, 천생산을 떠나온 무쌍이다.
“우리가 남이가! 삼촌이 조카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다니 섭섭하군그래. 허허허!”
반백의 백인, 해밀턴 참사관이 과장된 웃음을 터뜨렸다. 해밀턴 참사관은 주한 영국 대사관에 근무한지 20년째인 한국통이다. 2년 전 강도의 습격을 받은 헤밀턴을 무쌍이 구해줌으로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영국 대사관 참사관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해외여행을 통제하는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이다. 무쌍은 아무런 빽도 없고 돈도 없다. 소위 말하는 개털이다. 게다가 누명을 쓰고 별까지 떡하니 단 전과자다. 정상적인 경로로 출국할 수 없다.
해밀턴은 출국절차를 일사천리로 처리해 주었다. 비자도 일 년 이내엔 언제든지 한국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복수 비자를 내 주었다. 게다가 항공권과 출국 절차는 물론이고, 영사관 차량으로 김포 공항까지 에스코트해 주었다. 삼촌이라 부르는 격의 없는 사이지만 부담스러운 도움이다.
“고마운 건 고마운 겁니다.”
무쌍이 고집스럽게 말했다.
“난 영국 관료다. 자네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부탁할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기름칠해 두는 거라고. 한국 사람이 잘하는 기름칠 말이야.”
“흐흐흐, 못된 건 다 배우싰구마요.”
무쌍은 씁쓸하게 웃었다. 전두환 정권 아래서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 정치자금을 대차게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벌 그룹을 날려버린 전두환이다.
“컬컬컬! 배워서 남 주나. 레종 에뜨랑제는 분쟁 지역에 최우선으로 투입되는 용병대다. 몸조심해라. 자네가 아무리 피지컬이 뛰어나고, 고대 무예를 익혔지만 총 맞으면 죽는 건 다른 사람과 똑 같아.”
“아이고, 벌써 그 말씀을 세 번이나 했심다.”
“임마, 열 번을 해도 모자라. 난 대우 선사가 허락한 이유를 모르겠어. 혜안을 가지신 분이니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 프랑스인은 은근히 계급의식이 강하다. 서비스업 종사자도 동양인에겐 친절하지 않아.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다. 프랑스 공무원은 봉급이 적은 만큼 불성실하거든. 성질 부리지 말고 꾹 참아야 한다.”
해밀턴의 걱정이 끝없이 이어졌다.
“엉클, 내년에 볼낀데 다시 못 볼 듯이 와 이캅니꺼. 보중 하이소.”
무쌍이 고개를 숙이고 게이트를 들어갔다.
“임마, 주먹 조심하란 말이야.”
해밀턴이 마지막까지 잔소리했다.
‘주먹!’
흠칫한 무쌍이 손을 눈앞에 들이대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쇳덩이처럼 단단한 멧돼지 머리도 단방에 박살 내는 흉기다. 여자 손처럼 고와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흐릿한 상처로 뒤덮인 손이다. 특이한 신체가 흉터를 흉터로 남기지 않았을 뿐이다.
“조심은 상대방이 해야지요. 걱정 말고 사부님께 한번씩 들러주시소.”
무쌍은 성의 없는 말을 남겨놓고 게이트로 들어갔다. 생소한 게이트를 통과하고, 쥇웨이를 걸어서 좌석에 앉자 만감이 교차했다. 책을 던져 버리고 목탁을 잡았다. 팔자에 없는 행자승 노릇을 하다가 목탁을 버리고 총을 잡으러 간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가슴 아래쪽에서 묵직한 덩어리가 밀려 올라왔다. 결국, 실종된 어머니를 찾지 못하고 고향을 떠났다. 강철 같은 육신과 일수에 바위를 쪼개는 고대 무예를 얻었지만, 마음은 헛헛하기만 했다.
구우웅- 기체가 가볍게 진동했다. 거대한 쇳덩어리가 가속도를 붙여 활주로를 내닫는가 했더니 둥실 떠올랐다. 예민한 감각이 고도 각이 8도임을 절로 인지했다. 발 아래 점점이 떠 있는 서해의 군도들이 아스라이 멀어졌다. 애증이 점철된 땅이 흰 구름 아래로 사라졌다.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옹색한 창에서 떨어지는 얼굴이 착잡함으로 물들었다. 아홉 살 나이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백부댁 머슴살이로 유소년기를 보낸 땅, 학비를 벌겠다고 곡괭이를 들고 막장에 들어갔던 땅, 석탄 버럭에 깔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땅, 산판에 들어갔다가 최도식에게 납치되어 살인까지 저지른 땅이다.
끝없는 헌신의 아바타 진순, 불같은 사랑을 나눈 혜영, 미쳐 날뛰는 짐승을 인간으로 만들어 준 스승님, 탐욕스런 백부, 사악한 백모, 쥐꼬리 권력을 휘두르는 부패한 관료, 악연과 선연이 뒤얽힌 땅이다.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짐승들은 그날까지 열심히 즐기기 바란다.’
무쌍은 이빨을 악물었다.
해밀턴 참사관이 용병 생활의 험난함을 귀가 닳도록 이야기했지만,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보다 더 큰 불안은 없다.
수십 톤의 석탄 버럭에 깔렸을 때 이미 한 번 죽었다. 방태산 동굴에서 열 번은 죽다 살았다. 대구 구치소에서 7개월 동안 영어 되었을 때 인간 박무쌍은 죽었다. 시퍼렇게 날 선 칼날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업은 업으로 씻어야 한다며 마구니의 길로 제자를 들여보낸 사부의 깊은 속내를 알 수 없지만, 힘을 키울 기회기에 기꺼이 떠났다.
‘혜영, 나도 이렇게 떠나는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사랑하고 함께하기를 소망했던 혜영과 반대 방향으로 찢어졌다. 혜영은 태평양을 건너서 아메리카로, 자신은 인도양을 건너서 유럽으로 가고 있다. 여자는 학문적 야망을, 남자는 비등점에 달한 살육 욕구를 해소하러 각각 고향을 등졌다. 운명의 장난이라면 그 운명을 쥐어 비틀고 싶다.
무쌍은 좌석을 기울여 신체를 최대한 이완시켰다. 쉴 수 있을 때 제대로 쉬어야 한다. 슬리퍼와 담요, 티브이, 개인 홈바까지 제공되는 서비스에 눈이 돌아갔다. 해밀턴이 비싼 비지니스석을 티켓팅해준 덕분이다. 침대에 버금가는 좌석이 주는 편안함에 절로 눈이 감겼다.
기억 장치가 제멋대로 구동되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기억 역전 현상이 토막으로 이어졌다. 사이 도지쿠에게 당한 세뇌 시술의 후유증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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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쌍은 집 뒤로 돌아가 복숭아밭을 가로질러 걸었다. 친구들과 하중도에서 놀다 보니 너무 늦어 버렸다. 달이 서쪽으로 잔뜩 기울였다. 자정이 넘었다. 엄마에게 들키면 종아리에 시퍼런 줄 두 개는 새겨질 각오를 해야 한다. 무너진 담장을 넘어서던 무쌍은 깜짝 놀랐다.
“어, 큰 아부지!”
허둥지둥 집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백부와 딱 마주쳤다.
“어헉, 니 머꼬”
백부는 산길에서 개오지를 만난 듯 화들짝 놀랐다.
“큰 아부지 여서 머해요? 머리 다쳤어요?”
“아무것도 아이다. 니는 큰 아부지 본적 없데이.”
백부가 한마디 툭 던져 놓고 잰걸음으로 무너진 담장을 넘어 사라져 버렸다.
무쌍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른들은 무너진 담장으로 다니지 않는다. 그곳은 자신만 이용하는 통로다. 그것도 밤늦게 몰래 들어오는 개구멍이다.
‘내 맨치로 잘못한 기 있는 갑다. 마빡에 꺼먼 종이는 와 붙있노? 만다꼬 밤에 와서 구라치라 카노?’
노느라 지친 무쌍의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파고들었다. 다행히 엄마는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
“살아서 머하노, 죽으면 서방님을 우째 보노!”
엄마가 중얼거렸지만, 수마에 이끌려 잠들어 버렸다. 이튿날 아침, 아저씨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와 밥을 안 주노?”
“아줌마 어디 갔노?”
“밥집이 이카마 우리는 우야란 말이고.”
무쌍이 방에서 나오자 아저씨들이 물었다.
“너거 엄마 오데 갔노?”
“몰라요.”
잠을 떨치지 못한 무쌍이 눈곱을 떼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엄마가 없다. 방안에 대가리가 뚝 부러진 등잔과 뒤집어진 자리끼 놋그릇만 보였다.
넓지 않은 집이다. 부엌과 화장실을 찾아보고, 마루 밑까지 들여다보았다. 엄마가 없다. 무쌍은 엄마를 찾아서 동네를 뒤졌다.
“씨이, 오데 갔노. 밥도 안 주고.”
무쌍은 대충 식은 밥을 차려 먹고 학교로 달라뺐다.
“엄마!”
학교에서 돌아온 무쌍이 큰 소리로 불렀다. 대답이 없다. 공사장 일꾼 아저씨들이 마당에 모여 술렁거리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건넌방의 이강철 아저씨와 사랑방의 조 씨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다.
“야야, 너거 엄마 우예 된 기고?”
“이기 무신 일이고?”
무쌍은 울상이 되었다. 겁이 더럭 났다. 투덜거리던 아저씨들이 기다리다 못해 대문 밖으로 몰려나갔다. 밥을 대어 먹는 아저씨들로 북적거리던 집에 괴괴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마루에 배고픈 아홉 살 아이만 동그마니 남았다.
무쌍은 솥에 남은 밥통을 꺼냈다. 식은 밥이 남아 있다. 밥을 퍼먹고 엄마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도 엄마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이튿날도, 그 다음 날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무쌍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청마루 끝에 앉아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가 올 수 없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자리는 무쌍의 자리가 되었다.
이틀, 사흘,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을 씻지도 않고 버텼다.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그 자리를 지켰다. 그 자리를 떠나면 엄마가 영영 집에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엄마는 나타나지 않고 백부가 나타났다. 백부에게 질질 끌려 대문을 나섰다.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고 울었지만, 백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뺨만 몇 차례 맞았다. 그리고 아홉 살에 머슴, 아니 노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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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무 자식 잠깐 나오니라.”
“와요?”
지겨웠다. 또 무슨 트집거리가 생긴 모양이다.
백부가 다짜고짜 뒷덜미를 잡아끌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백부의 고질병이 도졌다.
“놓고 말씸 하시소.”
“가자, 이노무 자식.”
제대로 못 먹어 바싹 마른 몸이다. 완강한 힘에 허깨비처럼 질질 끌려나갔다.
퍽- 퍽-
두툼한 손바닥이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렸다. 뒤통수를 맞을 때마다 이마가 땅에 박힐 듯이 방아질했다.
“디져라, 도동 놈 새끼야, 돈까정 훔쳐갔으마 나가 뿌리지 집구석엔 와 처박혀 있노.”
“지금 무신 소리 하는 겁니까? 도동놈은 머고 돈은 멉니까?”
“허, 이자식 보게. 가게 돈을 몽땅 쎄비가고는 언구럭을 떠는 거 바라. 이 새끼야 이기 몇 번째고!”
툭하면 돈을 훔쳐 갔다고 누명을 씌우고 때리는 백부다. 그예 병이 도진 모양이다.
‘나는 아부지 박진보 아들, 무쌍이다.’ 퍽- 퍽- 뒤통수를 맞을 때마다 엎어지지 않으려고 깡으로 버텼다. 흙바닥에 뒹구는 꼴사나운 모습은 죽어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지는 가게 근처에도 안 갔심더. 물꼬 보고 고추밭에 도랑치고 왔다 아임니꺼.”
백모 장씨가 대청에서 내려왔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더 올라가고, 튀어나온 광대뼈가 더 붉어 보였다. 시퍼런 눈빛이 무서워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도동노무 새끼가 눈깔 똑바로 치뜨는 거 바라. 이자는 거짓말이 입에 붙었고만. 그라모 육성회비 낸 돈은 하늘에서 뚝 떨어졌띠나?”
그예 장씨가 끼어들어 모지락스럽게 말했다.
“저어~ 거기 아이고요…….”
철썩-
“사실은 선생님이…….”
철썩-
말만 꺼내면 장씨의 손바닥이 먼저 날아왔다. 입 닥치고 두들겨 맞으라는 이야기다. 덩치가 좋은 여자라 손도 메웠다. 입안이 터져 찝찌름하니 피가 고였다.
백모의 째진 눈은 언제 봐도 섬뜩했다. 꿈에서도 따라다니는 찢어진 눈이다. 진정한 가해자의 눈이다. 백부는 얼치기 가해자일 뿐이다.
‘내가 고통을 받은 만큼 니도 당해 바라.’
큰 집에 끌려 온 첫날 들었던 소리다.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고통을 받았을까? 늘 의문이다. 백부가 잔뜩 눈을 부라렸다.
“탁아, 니 똑바로 말하거라. 무쌍이가 가게에서 나오는 거 봤다 캤제?”
“야, 조금 전에 무쌍이가 가게에서 튀어나오는 걸 똑똑히 봤심더.”
우탁은 운동회 때 선서를 하듯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세상에서 가장 성실한 얼굴로 증언했다. 닭이 울기 전에 예수를 세 번 부인했다는 베드로가 생각났다. 문제는 베드로와 달리 우탁은 닭이 울어도 계속 거짓말을 할 놈이다.
황당해진 무쌍이 우탁을 쏘아봤다.
“우탁이 이 새끼, 생 깔래. 정말 내를 봤나?”
무쌍이 눈을 부릅뜨자 우탁이 슬쩍 외면했다.
“이 자식 바라, 형에게 우탁이가 머꼬.”
백부가 주먹으로 뒤통수를 갈겼다. 눈알이 튀어나오는 아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대문을 들어서던 화자가 쪼르르 나섰다.
“아부지, 점마가 맨날 가게 밀창쪽에서 얼쩡댑니더. 돈이 없어졌으마 틀림없이 점머가 훔칬을 낌니더.”
‘허걱!’
무쌍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가게에 얼씬도 한 적이 없다. 눈도 깜짝 않고 사람 잡을 거짓말을 내뱉는 악종이 화자다. 화자는 거짓말을 창조하는 재주가 있다. 억장이 무너졌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답답하고 슬프면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작두산 꼭대기에 걸려 있던 해가 막 모습을 감췄다. 서쪽 하늘이 벌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오이야, 그랬단 말이제. 이 도동노무 새끼야, 니가 게기마 어쩔 기고.”
기가 산 백부가 뿔따구를 내기 시작했다. 대충 일의 전말이 잡혔다. 백부가 성정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턱도 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도 아니다. 평소 손버릇 나쁜 우탁이 사단을 내고, 장씨가 부추겼다.
우탁은 잔꾀가 많고 군것질을 좋아한다. 우탁이 가게 돈을 훔치고, 자신에게 덮어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백을 주장해 봐야 장씨가 역성을 드는 한 통하지 않는다. 변명하고 반항해 봐야 매만 더 벌 뿐이다.
‘그래, 오늘도 몇 대 얻어맞고 말자.’
무쌍은 더 이상 변명을 포기해 버렸다. 차라리 집에서 쫓아 내주면 좋으련만 백부와 장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변명도 하기 싫고, 잘못했다고 빌고 싶지도 않았다. 억울한 일을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몇 대 맞는다고 죽지도 않는다.
“베라 처먹을 종내기가 할 말이 없응께 아가리를 닫는구마.”
대청마루에 오도카니 앉은 장씨가 독기를 풀풀 뿜었다. 장씨의 독기에 감염된 백부가 결기를 돋우었다.
“이노무 새끼 내가 오늘 니를 쥑이 뿔끼다.”
백부가 두꺼운 가죽 허리띠를 풀어 손에 감아쥐었다. 소가죽에 징이 박힌 두툼한 허리띠는 거의 고문 도구 수준이다.
무쌍은 겁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이유가 뭘까?
큰 집에 끌려온 지 삼 년째다. 삼년 동안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어보지 못하고 일만 했다.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못살게 구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죽 허리띠가 거침없이 앙상한 어깨와 등짝에 떨어졌다. 쫙- 쫘악- 무쌍은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두 팔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얼굴이 찢어지면 혹시 엄마가 아들을 못 알아볼지 모른다.
목과 등판에 벌건 줄이 쭉쭉 생겼다. 급기야 피부가 찢어져 피가 줄줄 흘렀다. 정작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찬 무쌍은 통증을 크게 느끼지도 못했다.
“때려라. 때려, 다 돌려줄 끼다.”
무쌍의 눈이 독기로 번득였다. 흥분한 박인보는 독기어린 조카의 눈을 보지 못했다. 제풀에 지친 손 속이 늦춰질 즈음, 대청에 서 있던 장씨가 소리를 질렀다.
“그만하소 마, 병원비 들겠구마. 첩년 자식이 그 따우 짓이나 하지 우야겠노.”
“에이 독한 노무 새끼, 잘못했다. 소리도 안하고,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하는 구마.”
카악, 퉷- 한바탕 난장을 친 백부가 진한 가래침을 끌어올려 걸지게 뱉어냈다. 휘적휘적 사랑으로 들어가서 문을 꽝 닫았다.
쿠르릉- 잔뜩 흐린 하늘에서 뇌성이 울리고 빗방울이 한 방울씩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물에 희석된 불그죽죽한 핏물이 질척한 마당에 퍼져나갔다.
“크크큭!”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백부에게 채찍질을 당한 아픔보다 장씨의 눈초리가 더 아팠다.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라 개골창에 죽어 자빠진 개를 보는 무심한 시선이다.
장씨는 자신을 송충이 보듯 싫어하면서도 악착같이 집에 붙들어 놓는다. 그 이유를 하동 아재가 알려 주었다. 하동 아재는 친권자가 무엇인지, 백부와 장씨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들려주었다.
아버지가 남긴 집과 논밭은 복숭아밭을 마지막으로 전부 큰아버지 소유가 되었다고 했다. 하동 아재 말로는 아버지 논을 팔아서 아래채 집수리를 하고, 잡화점을 차렸다고 했다.
어머니를 기다리다 백부에게 덜미를 잡혀 끌려오던 날이 생각났다. 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 내내 뒤를 따르던 뻐꾸기 울음소리,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져 버린 날이다. 지옥은 끝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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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
엎어진 자리에 하필 해골이 있었다.
“에 퉤퉤!”
엉겁결에 해골과 키스를 했다. 무쌍은 정신없이 침을 뱉었다. 찝찝하기 한이 없었다. 유골에 침착되어 있던 엑시타 바이러스가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호흡기를 통해 생체를 감염시켰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대사 작용을 자신의 복제에 이용한다. 1차 복제에 빠르면 40분, 늦으면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리케차의 물성을 가진 엑시타 바이러스는 폭발적으로 증식했다. 엑시타 DNA가 숙주 세포의 DNA에 무차별로 끼어들었다. 엑시타 바이러스는 단 3초 만에 1차 복제를 끝내고 무한 증식에 들어갔다. 엑시타 RNA 전사 효소가 숙주 DNA에 달라붙으면서 강력한 독성이 배출되었다. 숙주 신경 세포가 아우성쳤다.
엑시타 바이러스가 뿜는 독소는 현존 최강의 독인 보툴리누스 톡신 이상이다. 접촉한 호모사피엔스는 즉사한다. 파란트로푸스 인자를 보유한 인간은 엑시타 바이러스에 면역성이 있다. 고통을 당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무쌍은 해골을 들어 올렸다.
“으악, 뜨 뜨거!”
갑자기 숯을 잡은 듯 손이 화끈했다.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머리뼈를 떨어뜨렸다. 땅바닥에 떨어진 해골이 데굴데굴 굴렀다. 뜨겁다고 느꼈지만 엑시타의 독성에 놀란 신경 세포의 반응이다.
“머, 머꼬?”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뜨거운 느낌이라 어리둥절했다. 그러고 보니 뼈를 맞춰 나갈 때 손바닥이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무심코 넘겼다. 의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끄아아악!”
처참한 비명이 월송산을 울렸다. 놀란 박새 떼가 후루루 날아올랐다. 무쌍은 소금 뿌린 미꾸라지처럼 땅바닥을 뒹굴었다. 상상해 본 적 없는 고통이 밀려들었다.
뼈와 살이 분리되고, 피부가 벗겨지는 듯했다. 눈알이 뽑힐 것 같은 통증이 머리로 몰려들었다. 머리가 윙윙 울렸다. 평형감각이 흐트러져 아래위가 구분되지 않았다.
뇌가 의식을 끊었다. 쇼크로부터 신체를 지키기 위해서다. 기절한 상태에서도 몸이 푸들푸들 떨렸다. 적막한 월송산에 뻐꾸기 우는 소리만 골골을 울렸다.
호모 사피엔스가 엑손에 파란트로푸스 인자를 보유할 확률은 수 천만분의 일이다. 무쌍이 바로 파란트로푸스 인자 보유자다. 파란트로푸스 인자를 보유한 사람이 엑시타 바이러스와 접촉할 확률은 수억 분의 일에 수렴한다. 가능성 없다는 이야기다.
가능성이 없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희박하지만,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말과 같다. 세상엔 간혹 인지 범위 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에 우연이 중첩되어 기적 같은 일이 발생되기도 한다. 무쌍은 그 수억 분의 일의 확률에 해당하였다.
‘여가 어디고? 내는 누고?’
비릿하고 매캐한 흙냄새가 코로 스며들었다. 한 번도 맡아 보지 못한 냄새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처음 들어왔던 바위굴이다. 열한 살이 된 늦봄에 무쌍은 친구들과 다른 아이가 되었다.
******
읍내 장에서 두 자짜리 가물치를 천 원에 팔았다. 기분 좋게 대문을 들어서다 날벼락을 만났다. 두 명의 경찰이 꿩을 덮치는 매처럼 달려들었다.
당최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니 라디오는 무엇이며, 절도죄는 무엇인지?
이튿날부터 지루한 심문에 시달렸다. 이틀 동안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열 번쯤 반복했다. 검은 잠바를 입은 경찰은 백모 장씨의 칠촌 조카라는 장치수다.
잠든 무쌍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사지를 박살 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놈이다. 경찰서에 끌려올 때는 겁을 먹었지만, 자신은 바보가 아니다. 진술서를 꼼꼼히 읽고는 확인 서명을 거부했다.
앞에 디밀어진 진술서는 한 편의 소설이었다. 요약하면 가출하려고 일제 라디오를 한 박스 훔쳤으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이다. 암팡진 무쌍이 서명할 리 없었다.
“내는 이런 짓 안했심더.”
“새꺄, 지장만 찍으면 돼.”
“지장 찍고 도동놈 되라꼬요?”
잠바가 경찰봉을 휘둘렀다. 빡- 빡- 머리통에 우박처럼 몽둥이가 떨어졌다.
“맞아 디질래. 지장 찍을래?”
“둘 다 싫은데요.”
“카악, 이 새끼가 내를 놀리나.”
잠바가 뺨을 때리고 구둣발로 정강이를 걷어찼다.
“경찰 아저씨, 그 노무 일제 라디오가 우예 생깄는지 구경이나 함 해 봅시다.”
잠바에게 통 사정했다. 정작 자신은 훔쳤다는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퍽- 퍽- 잠바가 들고 있던 경찰봉으로 머리와 어깨를 사정없이 때렸다.
“존만이가 의뭉 떠는 거 보소. 이 새끼야 니가 훔친 물건을 내한테 물으마 우야노.”
무쌍은 머리를 움켜쥐고 항변했다.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을 우예 감추는지 내한테 쫌 가르쳐 주이소.”
“이 새끼 웃기는 놈이네. 니가 만들어 둔 비밀 장소를 니 말고 누가 아노? 그곳을 아무도 모린다 캤제. 그라마 니가 숨캈다 아이가. 새끼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퍽- 퍽- 경찰봉에 맞은 머리가 터졌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악, 와 자꾸 때리는 기요.”
“골통을 부수기 전에 똑바로 말해라. 어이?”
“아이고 아파라. 고속도로에서 트럭 사고가 났을 때는 내는 방에서 자고 있었단 말입니다.”
“임마, 그걸 누가 아냐고. 니가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사람이 오데 있노?”
“그건 없지만~”
“그럼 너잖아 이 새끼야.”
퍽- 우당탕-
잠바가 배를 걷어찼다. 의자째로 뒤로 넘어간 무쌍은 뒷머리가 깨졌다. 잠바는 소설 속에 나오는 일본 고등계 형사처럼 굴었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무조건 발로 차고 곤봉으로 때렸다. 신체가 변형되지 않았으면 마구잡이 손찌검에 병신이 되거나 죽었다.
“내도 지겨버 디지겠다. 니 이름 적고 손도장 찍으마 보내 주꾸마.”
“확인란에 이름을 적으마 내가 도둑질을 했다고 확인하는 거 아임니꺼?”
“아악! 이 씨발새끼가 정말 사람 돌게 만드네.”
“말이 말 같아야 듣지요. 도둑질보다 아저씨 말이 더 중요한 갑지요.”
“우와, 이노무 새끼 말하는 뽄새 보소.”
장치수는 속된 말로 빡 돌았다. 나이도 어린놈이 질기기가 소가죽보다 더했다. 삼일 째 어린놈에게 조서도 못 받았다. 낄낄거리는 동료들 보기가 창피했다.
“이놈 새끼야, 적으라 카마 적어라. 존만한 새끼가 디럽게 말이 많구마.”
“욕하지 마이소. 지는 욕 먹을 짓 안했심더.”
“화! 요 존만한 새끼 말하는 거 좀 보소. 도동노무 새끼가 주둥아리만 살았구마. 좀 맞아야 정신이 들겠제.”
“때리든 말든 맘대로 하이소. 내는 도둑놈이 아이구마.”
“크아악, 이 씨발놈 함 디져 바라.”
잠바가 두툼한 손바닥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뺨을 맞은 무쌍은 의자째로 도끼다시 바닥에 나 뒹굴었다. 벌떡 일어난 무쌍이 입안에 고인 피를 바닥에 탁 뱉고 잠바를 노려보았다. 장치수는 아이의 시퍼런 눈빛이 섬뜩했다.
“요 존만한 새끼가 디기 독종이구마. 야이 호로새끼야, 니 애비가 그리 가르치더나?”
무쌍은 얼굴을 들이밀고 입 냄새를 푹푹 풍기는 잠바의 곱슬머리를 몽땅 뽑아 버리고 싶었다.
“땅속에 있는 울 아부지는 와 씹습니꺼. 아저씨 아부지는 땅속에서도 아저씨를 가르치는 갑지예. 대단한 아부지를 두셨심더.”
주위에 있던 경찰들이 와그르 웃었다.
“어이 장형사 니 오늘 임자 만났데이.”
“그놈 그거 물건 이구만”
“글마 이름이 무쌍이제? 입심도 무쌍이데이. 장 형사가 못 당하겠어.”
주위에서 동료들이 던지는 소리에 잠바 얼굴이 뻘겋게 변했다.
“요 존만한 새끼, 내가 우습게 보인다 이거제.”
잠바의 눈이 뒤집혔다. 무차별로 손발을 날렸다. 무쌍은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싸우면 잠바 놈쯤은 이길 자신이 있지만, 경찰과 싸웠다간 진짜 죄인이 된다.
“야, 장치수, 너 이노무 새끼 시방 머 하고 자빠진 거여?”
쨍하고 고함이 울렸다. 그제야 잠바의 손발이 멎었다.
“반장님, 좀만 한 새끼가 엄청시리 악질이다 아임니까.”
“이 자식아, 감찰 기간인 거 몰라? 징계 먹고 싶어. 아직 애다 애. 와 패고 지랄이고.”
“에이 씨, 호래아들 때문에 스타일 다 꾸기 삐네.”
장치수가 침을 퉤 뱉었다. 무쌍의 얼굴은 엉망이 되었다. 코피가 터지고 입술이 찢어졌다.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 들고 왼쪽 귀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다.
“장치수 형사라 켔지요. 내 잊지 않을 끼구마. 이자부터 내를 때리마 가마이 있지 않을 끼요.”
퉁퉁 부은 눈에서 시퍼런 불길이 쏟아졌다. 무쌍은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얻어맞는 거야 별거 아니다. 큰집 식구들에게 4년 동안 이골나게 맞았다. 호래자식이라고 욕을 한 장 형사라는 놈의 얼굴을 단단히 기억해 두었다.
“화, 이 새끼 진짜 쩌는 새기네. 확 직이뿔수도 없고 미치겠네.”
잠바는 펄펄 뛰었지만 더 이상 노골적인 구타를 하지 못했다. 무쌍은 다시 유치장에 갇혔다. 구관조가 따로 없었다. 같은 말을 하고 또 했다. 나중에는 잠바가 요구하는 진술서를 외울 정도가 되었다.
잠바가 사인만 하면 집에 보내 준다고 했지만, 무쌍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짜장면 억수로 맛있네요. 집에 늦게 갈랍니다. 짜장면 실컷 묵을라꼬요.”
“어후, 때려죽일 수도 없고 내가 미친다 미처.”
장치수도 학을 뗐다.
“야이 호로새끼야, 니는 니 큰 아부지 가게 돈도 맨날 훔쳐 갔다메. 니 큰엄마도 하다 하다 포기했다 카더라. 니 백부와 백모도 니가 훔칬다 카더라.”
‘그렇단 말이지. 빌어먹을 인간들!’
이빨을 갈았지만, 누명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잠바는 말을 들어 줄 의향이 전혀 없었다. 무쌍은 악종으로 완전히 찍혔다. 지나다니는 경찰마다 머리를 쥐어박거나 서류철로 머리를 때렸다. 그로 인해 무쌍은 평생 경찰을 삐딱하게 보게 되었다.
어차피 만 13세가 되지 않은 무쌍은 형사 처분 대상이 아니다. 열 시간 준법정신 수강 명령을 받고 육 개월 보호 관찰 처분을 받았다.
“존만이 새끼, 덩치로 나이를 메깄으마 깜방에 육 개월은 처박는 건데. 씨이발, 일 년 차이로 콩밥을 못 멕이네.”
잠바는 만 12살인 나이를 땅을 칠만큼 애석해했다. 만 13세가 되지 않은 탓에 ‘책임능력 결함’이란 어려운 용어에 따라 범죄가 성립되지 않았단다. 죄를 지었지만, 나이가 어려서 봐준다는 뜻이다. 잠바는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 나이를 정정할 기세였다.
유치장을 나오던 날, 무쌍은 잠바에에 말했다.
“그동안 짜장면 잘 먹었심더. 내 이름이 국사무쌍의 무쌍입니더. 내 이름을 기억하시소. 난 그딴 라디오 몇 대 훔치는 세피한 짓 안 합니다. 이름이 장치수라 카데예. 빚 마이 졌심더. 장치수 경장님 내 잊지 않을 낌니더.”
무쌍은 당하기만 하는 장발잔이 아니다. 그는 살생부를 꺼내 장치수라는 이름을 적어 넣었다. 연필로 쓰면 지워질세라 볼펜으로 꾹꾹 눌러썼다. 무쌍은 경찰서 현관에 붙은 [민중의 지팡이]라 쓰인 노란색 로고를 노려보았다.
“민중의 지팡이? 민중의 몽둥이라 케라. 망할 똥파리 새끼들아.”
경찰서 앞마당에서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
“흐흐흐 피라미 새끼들, 곧 돌아올 테니 잘 지내고 있어라고. 편할수록 불편함의 고통이 클 테니 말이야.”
무쌍이 계속 웅얼거리자 옆 좌석의 노부인 얼굴이 불편해졌다. 동양인은 매너 없다고 들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겁났다.
전장의 악몽, 죽음의 천사라 불린 콜네임 블랙맘바, 아프리카에 자유의 땅을 건설한 동방불패의 시작은 파리행 DC-10 비즈니스석의 잠꼬대로 시작되었다. 힘없는 자와 핍박받는 자의 피난처, 일한 만큼 대우받는 나라, 특권없는 나라를 건설한 사나이의 출사표는 혼탁해진 과거의 정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