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0
x 10
제2장 되지엠 랩1
무쌍은 십 년 전, 신체가 변이된 뒤로 세 번째 계기를 맞았다. 18살 무렵 최도식을 만나 놀라운 감각과 기묘한 은신 능력을 얻었다. 씹어먹을 놈이지만 피지컬이 한 단계 상승하였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20세에 사부를 만나 고대 무예인 오금공과 오금연노법을 익혔다. 레종 에뜨랑제는 현대식 무기 운용과 전투 기법을 선사했다. 앞선 두 번의 기연이 육체적 능력의 상승이라면 세 번째는 원거리 공격력을 얻었다.
황소를 집어 던질 수 있는 완력, 흔적 없이 자연 속에 스며드는 자연동화술,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까이 보는 관법, 초당 이동표적 한 개 이상을 적중시키는 갓 급 스나이핑 능력…….
현대전이 집단 전술과 고성능 무기 위주로 재편되었다지만, 그가 보유한 스킬은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능력이다. 무쌍은 스승의 당부를 되새겨서 가능한 자신의 능력을 숨겼다.
‘내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방태산에서 최도식 일당과 싸울 때 전력을 다했을 뿐, 전력을 쏟을 일이 없었다.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한차례 투로를 풀어낸 다음 꼬르스에서 칠흑 같은 밤바다로 뛰어내렸다.
“크아!”
한소리 긴 외침을 남기고 미끈한 신체가 까마득한 절벽 아래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 츙- 일직선으로 내리 꽂힌 몸이 수면 파열음없이 부드럽게 입수했다. 중력에 끌려들어간 몸이 불쑥 해면으로 떠올랐다.
야밤에 물개 한 마리가 유연하게 바다를 갈았다. 슈악- 슈악- 지방 한 점 없는 팔이 물을 끌어당길 때마다 포탄처럼 튕겨져 나갔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던 낙동강 개헤엄이 아니다. 레벨업 된 되지엠 랩 용병의 솜씨다.
해안 절벽에 닿자 곧바로 수직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끌거리는 절벽에 사지를 딱 붙이고 오르는 모습이 영판 갯강구다. 좌우 손발이 동시에 움직이는 벽호주벽이다. 침식된 해안 절벽은 몸을 지지할 블록이나 틈이 넘쳤다. 2분이면 70m를 오를 수 있다. 오늘 목표는 10초 단축이다.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정상을 6m 남겨 둔 지점이다. 절벽 위에 사람이 있다. 상대방이 뿜는 적의가 감지되었다. 곧 또 다른 접근자가 감지되었다. 두 번째 접근자는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지 않고 멈추었다. 야밤에 자신의 훈련장을 찾아 잠복하는 놈이 선의로 왔을 리 없다.
‘내한테 유감있는 놈이가? 존만이들이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안단 말일시.’
무쌍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야간 수련은 중대장의 허락을 받은 공식적인 개인 훈련이다. 훈련을 방해하는 자는 적당한 응징을 가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번 쯤 혼내줄 필요가 있다.
“합!”
절벽에 붙어있던 몸이 위에서 끌어당기듯 튀어 올랐다. 3m를 한 번의 동작으로 올라섰다. 청파보의 응용인 용등호약보다.
“으헉!”
잠복해 있던 마이크는 기겁하고 물러났다. 얼마나 놀랐는지 벌떡 일어났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다. 환한 달빛 아래 절벽 아래서 시커먼 괴물이 튀어 올라왔다. 놀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마이크 중사님, 밤 산책인가?”
“뭐 뭐냐? 귀신이냐?”
얼이 빠진 마이크가 말을 더듬었다.
“귀신 아니다. 당신 표현에 따르면 엘로우 몽키다.”
“원숭이 새끼?”
놀람이 가라앉자 마이크 중사는 격분했다. 설욕하러 왔다가 체면만 더 구겨 버렸다.
“너 이 새끼, 새카만 신병 놈이 감히 중사를 때려?”
“당신은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연대 본부에 정식 제소한다.”
“이런, 망할 몽키 새끼가!”
마이크 중사는 이빨을 갈았다. 세계 각국의 인종이 모이는 외인부대다. 인종 차별적인 표현이나 행동은 즉각적인 징계감이다. 불명예 전역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흠, 나보다는 당신이 원숭이 체형에 가깝군. 아니 고릴라인가?”
마이크는 120kg에 달하는 거구다, 등이 약간 구부정한데다 팔이 길다. 무쌍이 아래위로 훑어보며 실실거렸다.
“크윽, 비겁한 놈! 창녀처럼 일러바치겠다는 거냐?”
“무엇이 비겁한가? 내 권리를 행사할 뿐이다.”
“네놈은 규정을 내세워 방데뜨(vendetta, 코르시카의 친족에 의한 복수, 집안 간의 다년에 걸친 불화를 결투로 해결하는 관례)를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 “
“방데뜨?”
무쌍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방데뜨가 무엇인지 모른다. 결투 신청인가? 잠복해 있던 또 다른 인영이 다가섰다.
“여어 팍, 또 이곳에서 수련하는 거야? 징하다 징해.”
“샤트르, 야밤에 돌아다니면 뱀파이어다.”
샤트르의 존재를 알고 있던 무쌍은 심드렁했으나 마이크는 깜짝 놀랐다.
“읔, 영감이 여긴 어떻게?”
“팍, 방데뜨는 코르시카 고유의 복수 의식을 말한다. 코르시카는 십 세기부터 계속 외세의 침입과 지배를 받았다. 외세의 탄압이 계속되자 씨족 사회의 결속이 공고해졌다. 친족이 적에게 살해당하거나 가문의 여인이 치욕을 당하면 코르시카 인은 칼을 만든다. 방데뜨의 시작이지. 방데뜨는 한마디로 복수의 문화고, 피의 복수다.”
샤트르는 마이크를 쳐다보지도 않고 설명을 해 주었다. 무쌍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샤트르의 설명은 충분히 이해했다. 문제는 방데뜨와 마이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과 마이크 사이에는 복수 운운할 건덕지가 없다. 마이크의 여동생을 건드린 적도 없고, 마누라를 건드린 적도 없다.
“피의 복수? 마이크 중사가 나에게 왜?”
“네놈은 나를 모욕했다. 방데뜨다.”
마이크가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며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칼날이 달빛에 번쩍했다. 사슴 뼈로 만든 둥근 손잡이, 혈조가 없는 얇은 양날 단검, 복수에만 사용한다는 코르시카 특산의 스틸레(stylet)단검이다. 물론 지금은 관광객에게 팔리는 소품일 뿐이다. 시내 도검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푸훗, 별 얼간이를 다 보겠군, 방데뜨가 울고 갈 노릇일세.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하는 새끼가 와 이리 많노.어제 저녁에 내린 교훈이 부족했다 이거제. 피똥 싸게 맞아 보믄 정신이 번쩍 들끼라.”
기가 찬 무쌍은 실소를 흘렸다. 한국어를 마이크가 알아들을 리 없다. 불어로 말했다.
“샤트르, 당신이 공증인이다. 마이크 덤벼라.”
샤트르는 기겁을 했다. 야간에 싸움이 벌어지면 전부 영창 감이다. 현장에 있었던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안 돼!”
샤트르가 두 손을 벌리고 무쌍을 막아섰다.
“걱정되어서 마이크 중사를 뒤따라 왔다. 자네가 참아. 사적인 결투는 중징계 감이다.”
“영감은 꺼져.”
마이크가 샤트르의 어깨를 잡아챘다. 마이크의 완력에 샤트르가 나뒹굴었다. 마이크가 곧바로 스틸레를 내질렀다. 무쌍의 눈에 한광이 흘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찌르기다.
그것도 샤트르가 시야를 가린 틈을 노렸다. 놈의 눈동자 역시 흔들림이 없다. 이놈은 동료에게 서슴없이 칼을 찌르는 짐승 같은 놈이다. 무쌍은 새삼 이들이 용병임을 느꼈다. 사람 죽이는 일이 직업인 인간,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는 쾌재를 불렀다. 완벽한 기회를 잡은 찌르기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놈은 이 한 수에 끝장난다. 죽일 생각은 없다. 복부에 칼침 한방 놓고 병원에 입원시키면 된다.
감봉과 영창이 기다리겠지만, 그까짓 거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다. 당장 더러운 기분을 풀지 않으면 미쳐 버릴 지경이다. 비틀린 자존심의 폭출이다.
꽝- 무지막지한 뺨따귀다. 마이크는 한순간 전기가 끔벅하듯 정신이 나갔다 들어왔다. 엘로우 몽키가 어떻게 자신의 찌르기를 피했는지, 언제 자신의 뺨을 쳤는지 알 수가 없다. 쩍- 이번엔 반대편 뺨에서 불이 일었다. 따귀 두 방에 120kg 거구가 한 바퀴 돌아서 엎어졌다.
마이크는 한때 북미 종합격투기 챔피언이었다. 엉겨볼 틈도 없이 따귀 두 대에 비몽사몽 의식이 나갔다. 보고있던 샤트르가 입을 딱 벌렸다.
“끄으으! 딸코가 말릴 때 들을걸.”
뺨을 맞았는데 온몸이 해체되는 통증이 몰려들었다. 마이크는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았다.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딸코의 충고를 듣지 않은 자신을 저주했다.
부러진 이빨이 목구멍에 걸렸다. 잇몸뼈까지 깨어졌다. 꼬레앙 놈이 인간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첫 번보다 두 번째 타격이 훨씬 강했다. 이대로 한 방만 더 맞으면 죽는다. 마이크는 결사적으로 입을 놀렸다.
“그만, 그마안.”
“납득이 안 돼. 왜 양아치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맞아야 정신을 차릴까?”
무쌍이 한국어로 중얼거리며 마이크의 옆구리를 툭 찼다.
뚜둑- 가볍게 툭 걷어찬 발길질에 갈비뼈가 부러져 나갔다.
“끄악!”
마이크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무쌍은 전투력을 상실한 마이크의 발목을 잡았다. 꼬르스 가장자리로 질질 끌고 가서 발목을 잡고 거꾸로 들었다.
철썩- 쏴아아- 까마득한 절벽 아래쪽에서 파도가 으르렁거렸다.
“끄아악!”
공포에 사로잡힌 마이크가 찢어지라고 비명을 질렀다. 엘로우가 손을 놓으면 70m 아래 험악한 바위에 떨어진다. 파도가 절벽에 부닥치는 굉음, 달빛에 하얗게 반사되는 물보라가 공포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험하게 살아왔지만 이런 고통과 두려움은 처음이다. 마이크는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오줌을 지렸다. 노란 액체가 얼굴을 척척하니 적셨지만 느끼지도 못했다.
“마이크, 넌 쓰레기다. 그냥 죽어라.”
고저가 없는 서늘한 말이 으르렁대는 파도를 뚫고 선명히 들렸다.
“제발 살려줘. 내가 잘못했다.”
“……”
대답이 없자 공포는 더욱 커졌다. 억겁 같은 시간이 지났다.
“마이크, 더러운 짓거리 그만해. 인종 차별적인 행동이나 말이 내 귀에 들리면 이곳에서 다시 만난다. 물론 그때는 70m 자유낙하의 짜릿함을 보장하지.”
“알았다. 약속한다. 내 조국을 걸고 맹세한다.”
마이크는 행여나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세라 악을 썼다.
“네 조국 따위는 별 관심 없다. 나는 인간이 70m에서 추락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임상적인 관찰을 하고 싶거든. 흐흐흐.”
무쌍이 사악하게 웃었다.
“케피 느와를 걸고 맹세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살려줘.”
“넌 야간 산책을 하다가 엎어졌다.”
“맞다. 나는 바위에서 떨어졌다.”
거꾸로 매달린 마이크가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임마, 조심해. 손에 힘 빠진다.”
마이크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오늘은 살려 준다. 다음엔 죽인다.”
마이크는 고개도 끄덕이지 못했다. 악마 같은 놈의 손에 힘이 빠지면 끝장이다. 무쌍은 무 뽑듯이 마이크를 절벽 위로 들어 올려 팽개쳤다. 무지막지한 힘이다.
마이크는 바위에 엎어져서 헉헉 숨만 거칠게 들이마셨다. 숨을 돌린 마이크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무쌍을 힐끔 쳐다보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보는 내가 속이 다 시원하군. 혼자 보긴 너무 아까웠어. 한국의 신비한 무술인가?”
“뭐 대충”
무쌍이 어물어물했다.
“손에서 바람이 나간 거지. 쿵푸 영화의 장풍 말이야. 그렇지?”
뺨을 치는 손을 보지 못한 샤트르다. 동양에는 바람을 뿜는 신비한 무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게 된 무쌍의 표정이 묘해졌다.
“비밀이구나. 그래도 가르쳐 주면 안 될까. 나도 배우고 싶은데.”
“샤트르, 손에 허파가 없다.”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에 샤트르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그나저나 그 엄청난 힘은…….”
인간이 마이크 같은 거구를 한 손으로 잡고 휘두를 수는 없다. 회색곰이라도 불가능하다. 손에서 바람이 나갔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비현실적인 힘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쉿, 샤트르는 오늘 이곳에 오지 않았다.”
무쌍은 샤트르의 말을 막았다.
“그렇군, 나는 일찍 잠들었다.”
샤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무쌍과 샤트르는 친구가 되었다. 비밀을 공유하면 쉽게 친구가 되는 법이다.
휴가철에 주말이다. 비번인 용병들은 모두 시내로 기어나갔다. 연병장이 텅 비었다. 무쌍은 자신이 얼마나 큰 힘을 뽑아낼 수 있는지 시험을 해 보기로 했다. 시험을 위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그는 자신의 주먹이 최대의 속력으로 물체를 가격할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실험으로 알아 볼 작정이다.
“장, 나 좀 도와줘.”
“엥! 나 외출한다.”
손이 베일 듯 정복을 다려입고 숙소를 나서던 장쒼의 째진 눈이 단춧구멍처럼 좁혀졌다. 내키지 않을 때 나타나는 인상이다.
장쒼은 휴일이면 예외 없이 시내로 나가 술을 마시고 아가씨를 주물렀다. 시내에서 카지노를 즐기다 주머니를 홀랑 털리고 귀대하기도 했다. 중국인은 노름을 즐기는 편이다. 한국인이 고스톱을 즐기는 이상으로 마작과 주사위를 즐긴다. 무쌍은 장쒼을 충분히 이해했다.
주위엔 온통 땀내 나는 사내놈들뿐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 생활이다. 이십 대 중반의 젊은 남자가 수도승처럼 살수는 없다.
납득을 못하는 쪽은 장쒼이다. 팍은 여자도, 술도, 노름도 즐기지 않는다. 시간이 나면 무예 수련을 하거나 책을 본다. 보기만 해도 답답했다.
장쒼이 억지로 무쌍을 카지노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무쌍은 1프랑 동전이 들어가는 슬롯머신만 몇 번 당기다 그만두었다. 바카라나 블랙잭을 권유했지만,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
“그거 너무 복잡하다.”
카지노를 즐길 수 없는 이유가 복잡한 규칙 때문이란다. 장쒼은 기가 막혔다. 이렇게 간단한 규칙이 복잡하다니!
“팍, 화려한 공상과 넘치는 열정을 왜 썩히는 거야. 시내에 나가서 아가씨 젖가슴이나 주무르자고.”
무쌍이 픽 웃었다.
“장, 이놈 저놈 다 만지는 닳아빠진 영업용에 목매지 말라고. 갈보 년들 밑구멍에 쑤셔 박으려고 개고생하는 건 아니잖아. 갈보에게 쏟을 시간을 친구에게 좀 내줘.”
“싫다. 자네야말로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사는 거야. 술도 싫다. 여자도 싫다. 도박도 싫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는 거야. 자네 같은 용병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어.”
“너는 고향에 아내도 있다며?”
“호우밍은 마누라다.”
“마누라? 거기서 마누라가 왜 나와?”
“마누라는 애를 낳고 살림을 한다.”
‘이 자식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자그마한 중국인이 말하는 행간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누라라는 말에는 다른 의미가 내포된 것 같았다. 무쌍은 장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장쒼의 키는 167cm에 불과하다. 182cm인 무쌍이 자연히 내려다 보게 된다.
“아내가 있는데 다른 여자를 안아도 되나?”
“너 어린애냐 아니면 공자 후손이냐? 남편은 돈을 벌고, 마누라는 애를 키운다. 당연히 다른 여자를 안을 수 있다.”
“서로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마누라가 외간 남자를 사귀면 때려죽여야지.”
“으윽!”
무쌍은 태연한 장쒼의 말에 뒷목을 움켜쥐었다. 혜영을 두고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한다? 상상도 못 해 본 일이다.
“그럼, 바람피운 남편은?”
“남자는 원래 그래.”
장쒼의 대답은 단호했다. 마치 닭 다리가 두 개라고 말하는 투다.
“그러니까 바람피우는 마누라는 죽일 년이고, 바람피우는 남자는 당연하다는 거지. 중국인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나?”
“당연하지.”
책상다리가 네 개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확신이 넘친다. 무쌍은 기운이 쭉 빠졌다. 중공이 공산 국가지만 여권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쒼의 말대로라면 말짱 헛소리다.
“그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팍이 더 이상하다. 팍은 잘생기고 키도 크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거다.”
“인기? 돈이 인기가 있겠지. 나는 지저분해서 싫다.”
한창 남성 호르몬이 솟구치는 이십 대 초반이다. 무쌍인들 여자 생각이 나지 않을 리 없다. 배출되지 못한 정액이 몽정으로 쏟아져 나오는 일도 허다했다.
문제는 예민한 오감이다. 그의 후각은 일반인의 수십 배, 수백 배다. 서양 여자들이 풍기는 비릿한 체취와 향수 냄새를 견디기 힘들었다.
시력도 방해 요소다. 관법을 쓰지 않아도 매보다 밝은 눈이다. 여자의 몸에 숭숭 난 땀구멍, 피부 트러블, 덕지덕지 들러붙은 피부 각질을 보면 생기던 욕정도 쑥 들어갔다.
청각도 문제다. 창녀들끼리, 창녀와 포주 간에 주고받는 이야기, 펍의 여자들 대화가 고스란히 들린다. 손님을 어떻게 탈탈 털어먹을지 의논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 당연히 여자를 안고 싶은 생각이 쑥 들어가 버린다.
펍에서 풍기는 온갖 인간들의 체취 역시 견디기 힘들었다. 여자들 몸에서 풍기는 남자 냄새는 더욱 싫었다. 아는 게 병이다. 다른 남자의 정액 냄새를 풍기는 여자를 안을 기분이 나겠는가? 본의 아니게 수도승 생활을 하게 된 연유다.
“에이, 술이라도 한잔 해야 하는데.”
장쒼이 투덜댔다. 카스텔노다리에서 무쌍은 따꺼가 되었다. 투덜거렸지만 대형의 부탁은 명령이다. 적어도 그의 상식으론 그랬다.
“술은 여기 있다고.”
무쌍이 뒷주머니에서 힙플라스크를 빼서 던졌다.
“오우, 땡큐!”
주석 재질의 술병 한 개에 장쒼의 반항이 종료되었다.
“도대체 이 도깨비놀음은 뭐냐고?”
무쌍은 씩 웃으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내 주먹이 얼마나 센지 확인해 볼 생각이다.”
“그래? 하긴 나도 궁금했다.”
손재주 좋은 장쒼은 무쌍이 원하는 받침대를 만들었다. 가슴높이 받침대 위에 1kg짜리 덤벨을 세웠다. 담벨앞에 가죽을 두껍게 감은 아연판을 세웠다. 관절 손상 예방 차원이다.
“장, 덤벨이 날아가는 시간을 측정해라.”
“알았다.”
준비를 마친 무쌍이 기마 자세를 취했다. 두 발은 지면을 굳건히 움켜잡고 허리는 하늘을 떠받치듯 곧추세워졌다. 천주부동의 자세로 장흡단호의 호흡을 통해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려보냈다. 자신이 굳건한 거목이 된 느낌이 왔다. 천주부동세 완성이다.
뇌에서 서늘한 기운이 퍼졌다. 한차례 몸이 부르르 떨렸다. 팔과 주먹이 서늘해졌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용천혈에서부터 끌어 올린 기력이 척수를 타고 올랐다. 발목부터 비틀어 올린 전사력이 주먹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꽝- 수류탄 폭발음 같은 굉음이 연병장을 울렸다. 대부분의 대원이 휴가를 나가거나 낮잠을 즐기는 중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소동이 일어날 만한 굉음이다.
“어! 우어억!”
덤벨이 허공을 비행했다. 입을 딱 벌린 장쒼이 총알처럼 날아가는 덤벨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장, 정신 차려라.”
“앗, 미안!”
첫 번째 실험은 실패다. 엄청난 파워에 놀란 장쒼이 시간 측정을 잊어버렸다. 장쒼은 허겁지겁 달려가서 덤벨을 회수했다.
꽝- 받침대 위에 올려진 덤벨이 허공을 날아갔다. 장쒼이 초시계를 눌러서 비행시간을 측정했다. 총알같이 날아간 1kg 덤벨이 100m 지점에 떨어졌다. 비행시간은 2초였다. 무쌍은 운동 에너지를 계산했다.
1/2*1*(100/2)²=1,250J 세 번을 시험한 평균은 1,300J이다. 파무스 5.56mm 탄의 운동 에너지는 약1,700J이다.
표면적이 넓은 덤벨의 공기 저항과 최초 마찰력을 감안하지 않은 어설픈 실험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자신의 주먹은 소총 탄환 정도의 운동에너지를 가진 셈이다.
무쌍은 물체를 가격할 때 주먹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떨림을 느꼈다. 확실치 않지만 공진이다. 사부가 20년은 지나야 가능하리라 말씀한 공진파다.
“크하하하!”
절로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