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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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머나 먼 샤리강7
벨멘에게 삐친 깨비텐의 속이 빤히 들여다 보였다.
벨맨은 프랑스 군부를 수탉에 비유해서 비난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수탉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사용해 왔다. 프랑스를 의미하는 라틴어 골(Gaul)은 수탉이란 뜻이다. 16세기부터 프랑스의 왕가는 수탉을 주화에 새기기까지 했다. 명백한 사실에 불구하고 꽁 해 있으니 엔간히 고지식하고 속 좁은 놈이다. 머쓱해진 블랙맘바는 할 일없이 빈 탄창을 채웠다.
블랙맘바는 통찰력이 있지만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읽기엔 연륜이 부족했다.
나이든 부부가 살다 보면 깜빡 잊는 일이 잦아진다.
화장실에서 응가를 보고 나온 남편이 물을 내리지 않았다. 뒤이어 들어간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남편은 호들갑을 떠는 아내가 몹시 섭섭하게 생각된다. 왜냐하면 아내 역시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다. 자신은 입을 닫고 물을 내렸기 때문이다. 좁쌀만큼이라도 남편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수치스런 상황을 떠벌리지 말아야 한다는 섭섭함이다. 이성과 감성의 충돌이다. 누구나 이성적인 동시에 감성적이다. 깨비텐의 심사가 늙은 남편의 심정이다.
“옴부티!”
명상에 잠겨 있던 블랙맘바가 나지막하게 불렀다.
옴부티는 곧바로 핸들을 꺾어 픽업 옆구리를 드러내며 정차했다.
퍽 퍽 퍽-
진행 방향 50미터 지점의 돌리네에 다섯 발의 총탄이 꽂혔다. 깨비텐이 황급히 파무스를 견착했다. 블랙맘바가 총구를 눌렀다.
“튜이 투스!(전부 사망)”
모래 속에서 소총을 쥔 손이 쑥 튀어 나왔다. 위장포가 젖혀지며 누런 간두라를 걸친 아랍인이 땅속에서 기어 나왔다.
“칸마, 저주가 있을 것이다. 지옥의 불이 네놈을 태울 것이다.”
복부 총상을 입은 아랍인이 악을 썼다.
“지랄을 해라. 지옥은 이미 몇 번 들락날락했거든.”
블랙맘바는 아랍인의 이마에 수전을 추가로 박아 주었다. 중년의 아랍인이 풀썩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헐!”
옴부티와 깨비텐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비트를 파고 매복한 놈들도 놀랍지만 블랙맘바가 더 놀라웠다. 달리는 차속에서 50미터 밖 땅속에 매복한 게릴라를 포착하고 저격했다.
시각, 청각에 의존했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 소음과 윙윙거리는 바람소리 때문에 웬만한 소음은 들리지도 않는다. 갈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인간이다.
블랙맘바는 오셀롯과 생사 대결을 벌인 뒤 공간지각력이 한 단계 상승했다. 인식 대상의 정보가 없어도 시각이 미치지 못하는 곳의 대상을 집어냈다. 오셀롯이 알았으면 땅을 칠 노릇이다.
그 전에는 공진파를 뿜어서 간섭 파동으로 적을 찾았다. 공진파는 단점이 있다. 바위 같은 무생물에 막히면 무용지물이다. 땅속에 은신한 매복자를 찾아 낼 수 없다. 발동에 몇 가지 제한도 있다.
“확인해 봅시다.”
깨비텐이 조수석에서 뛰어 내렸다. 위장용 초목을 걷어 내자 모래 구덩이 속에 피범벅이 된 시체 두 구가 보였다. 키가 소총보다 작은 어린애다.
“죽일 놈들!”
깨비텐이 이빨을 갈았다.
“어떻게 알았나?”
시체를 살펴보던 벨맨이 습관적으로 물었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툭하면 던지는 질문이다.
전투 중에는 그냥 지나가지만 방금처럼 오픈된 비전투 상황에서는 능력을 숨길 수 없다. 잠복중인 놈을 지우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나라는 존재는 세 가지가 있다. 내가 아는 나, 남이 아는 나,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나가 있다.”
이해 못할 대답이다. 용병들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샤트르에게 물이 들은 탓인지 블랙맘바는 간혹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그러려니 하고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블랙맘바는 어렴풋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 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는 나는 무쌍이다. 남이 아는 나는 블랙맘바다.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나는 인간이 아닌 존재,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생사 결전은 공간지각력을 진화시켰다. 생물체가 방사하는 파장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뇌파인지 혈류인지 알 수 없지만 인간은 인간의 파장을, 짐승은 짐승의 파장을, 곤충은 곤충의 파장을 뿜었다.
감지 범위도 늘어났다. 일백 미터 이내라면 땅속에 있든 엄폐물에 방호되든 상관이 없다. 시간을 두고 집중하면 그 형상까지 기명 가능해졌다.
공간지각력의 단점은 지속 시간의 한계다. 30분이 한계다. 30분 공간지각력을 발동하면 10분은 쉬어야 무리가 없다. 무리하면 코피가 터지고 극심한 두통이 덮친다. 라텔팀의 행로는 30분 운행, 10분 휴식으로 결정되었다.
친토산에서 각성한 공간지각력이 오금연노법 수련의 결과인지, 신체 변이에 따른 좌도방 능력인지 알 수 없다. 좌도방 능력이라면 스승의 당부대로 봉인해야 한다. 피에 미쳐 날뛰는 오셀롯 같은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깨비텐, 나는 이들을 우연히 발견해서 죽였다.”
“당연하지. 지금까지도 우연이고 앞으로도 우연이 계속 될 거다.”
“큭큭!”
깨비텐의 대답에 옴부티와 벨맨이 고개를 끄덕이며 낄낄 웃었다. 고지식한 깨비텐도 많이 변했다.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고도 변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거나 미친놈이다.
상식을 벗어난 능력도 정도가 있다. 말해 봐야 믿을 사람도 없지만 지나치면 부메랑이 될 우려가 있다. 이용할 가치가 있으면 무조건 이용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깨비텐과 옴부티는 인간의 추악한 욕심을 잘 알고 있었다.
라텔팀은 보급품을 은닉한 트라이던트 록으로 가기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선도차 뒷좌석의 블랙맘바는 여전히 눈을 반개한 상태로 레이더 역할을 수행했다.
픽업 진행 방향의 지면을 바둑판으로 나눈다. 공간지각력이 레이더 전파처럼 각 셀을 누비고 지나간다. 레이더와 다를 바 없는 감시 방법이다.
두 시간이 지났다. 블랙맘바는 다시 알파를 정지시키고 30미터 전방의 지면에 총격을 가했다. 30초 후 다시 한 번 총격을 가했다.
“클리어!”
조수석의 깨비텐이 고개를 끄덕이고 팔을 번쩍 들었다. 손목을 앞으로 까딱거렸다. 베타와 감마가 정차하고 장쒼과 에밀이 뛰어 내렸다.
두 사람은 지면을 공병삽으로 파냈다. 파낼 것도 없이 나뭇가지와 펠트 천으로 만든 조잡한 뚜껑이 젖혀졌다.
“기가 막히는 군.”
장쒼이 신음했다. 시체 두 구에서 쏟아져 나온 피로 구덩이가 질퍽했다.
블랙맘바는 이틀간 땅속에 매복한 게릴라를 다섯 번 잡아냈다.
“블랙, 골치 아프게 됐다.”
깨비텐이 시체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빌어먹을 놈들, 무식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블랙맘바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프롤리나트의 전략이 뻔히 눈에 보였다.
놈들은 라텔팀의 예상 이동 경로에 깨를 쏟아 붓듯 매복을 시켰다. 인간 부비트랩인 셈이다. 남하 경로에 얼마나 많은 매복이 있을지 몰랐다.
무식하지만 인원만 충분하면 나름 효과적인 수단이다. 극심한 전투 피로를 유발하고 이동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맘바가 혀를 찬 이유는 따로 있다.
놈들은 부족한 병력을 징집 소년병으로 채웠다. 기존 프롤리나트 한 명에 소년병 둘을 붙이는 식이다. 천인공노할 짓이지만 이곳은 사헬이다. 블랙맘바는 하비브란 놈만은 반드시 척살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프롤리나트 지도부의 실수는 블랙맘바라는 존재를 계산에 넣지 못한 단견이다. 따지고 보면 단견이라고 할 수도 없다. 더 이상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깨비텐은 확인 작업을 포기했다. 블랙맘바가 클리어 판정을 내린 이상 확인은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행로는 블랙맘바와 옴부티가 이끌었다.
“옴부티, 7km전방에 소대 규모 이동 중이다.”
옴부티는 잠깐 생각한 뒤 핸들을 꺾어서 우측으로 빠져 나갔다. 지형을 잘 아는 옴부티가 우회해서 배후를 점했다. 블랙맘바가 순식간에 정찰대 24명을 쓸어 냈다.
갑작스럽게 박격포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프롤리나트 후속 부대다. 이들은 용병들을 잡아내기 위해 기꺼이 동료를 미끼로 내놓았다. 그때부터 라텔팀은 다시 쫓기기 시작했다.
래쿤 작전 29일째,
라텔팀은 모우수(Mousso)인근에 돈좌되었다. 모우수는 파야 동쪽 67km지점에 위치한 마을이다.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동북쪽으로 되밀렸다. 남하는커녕 거센 압박을 받아 엠네디 고원 방향으로 밀려 버렸다.
그동안 잘 버텨 주던 베타 픽업이 덜컥 멈추었다. 라디에이터가 허연 김을 뭉게뭉게 피워 올렸다. 총탄을 뒤집어썼던 픽업이다.
보닛을 들어 올린 장쒼의 표정이 과히 좋지 못했다.
금이 간 라디에이터에서 냉각수가 줄줄 흘렀다. 냉각수가 돌지 못하니 엔진을 식힐 재간이 없다. 회복 불능이다.
“깨비텐, 수리 불능이다.”
“쀠텡”
마이크가 고장 난 픽업을 걷어찼다.
“묻어라.”
깨비텐의 명령에 마이크, 벨맨, 에밀, 장쒼은 졸지에 땅개가 되었다. 모래 섞인 땅이지만 차량을 묻을 만큼 파내려면 만만치 않은 품이 들어간다. 힘들어도 이동 경로를 은폐하려면 묻어야 한다.
“옴부티, 숙영지를 찾으시오.”
깨비텐의 음성이 쩍쩍 갈라져 나왔다. 신체 과부하로 인한 성대 결절이다. 전장에서 다져진 깨비텐의 체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깨비텐, 이곳엔 물이 없소.”
파야 동쪽 엠네디 고원은 황량한 땅으로 이름난 곳이다. 오랜 세월 모래바람에 풍화된 적갈색 황무지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곳곳에 거대한 버섯바위와 풍화 동굴이 존재할 뿐 물도 풀도 보이지 않았다.
“장쒼, 물이 얼마나 남았나?”
“5일간 식수 보충을 못했습니다. 40리터 남았습니다.”
40리터라면 식수로 사용해도 며칠 견디지 못한다.
“옴부티 물을 찾을 수 있소?”
“이곳 지리는 나도 모르오.”
옴부티의 주 무대는 니제르 빌마에서 두조랍 에르그에 이르는 사헬지역이다. 동쪽 엠네디 고원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젠장, 일단 방어 지형을 찾아 쉽시다. 척추가 내려앉을 것 같소.”
곤란한 일은 연속 발생했다.
스패너와 망치를 든 장쒼이 차량 아래서 기어 나왔다.
“따꺼, 내려.”
인간 자키가 되어 있던 블랙맘바가 쿵하고 픽업을 내려놓았다.
“운행이 곤란하나?”
“좋지 않아. 전부 엉망이다. 서스펜션은 이미 망가졌고, 엔진 가스켓에 균열이 발생했다. 하부 엑슬 조인트도 맛이 갔다. 경화된 벨트도 수명이 다 됐어.”
“끝장났다는 소리를 너무 어렵게 하는군. 수리는 어렵나?”
장쒼이 손바닥으로 차체를 탕탕 두드렸다.
“예비 부품이 없다. 엔진 가스켓이 없다. 금간 헤드도 대책이 없다. 연료도 바닥이다.”
“신차를 뽑은 지 겨우 한 달인데……”
“열악한 환경에서 지나친 혹사를 시킨 탓이다. 지금까지 버틴 놈이 대단하다고 해야지. 삼년쯤 알을 뽑아낸 폐계꼴로 만들어 버린 인간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고생했다.”
블랙맘바가 차체를 퉁퉁 두드렸다.
픽업이 지금까지 견딘 것 자체가 대단했다. 개수했다지만 픽업은 상용 트럭이다. 고기동 차량도 아니고 장갑차도 아니다. 한 달 동안 초원, 황무지, 늪지대, 사막에서 엔진이 터지도록 돌아다녔다. 한 달이나 버텼으니 충분히 밥값을 했다.
“이런 젠장, 섬나라 원숭이 물건이 별 수 있나. 겉만 번지르르 하다니깐. 망할 놈의 원숭이들.”
깨비텐이 짜증을 냈다. 블랙맘바와 장쒼의 입이 딱 벌어졌다. 불과 이틀 전에 일본제를 찬양했던 깨비텐이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핏발선 눈이 살아남은 다섯 명의 부하들을 차례로 뜯어 보았다. 인간의 범주에 넣기 힘든 놈을 제외하면 전부 송장이다.
허옇게 말라서 쪼개진 입술, 퀭한 눈동자, 광대뼈가 불쑥 돌출한 얼굴, 붉게 충혈된 눈동자, 좀비가 따로 없다. 좀비와 다른 점은 광기가 번들거리는 눈동자다. 육체는 한계 상황에 몰린지 오래다. 살아서 돌아가야겠다는 정신력과 복수심으로 버티는 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