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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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역습1
“……!”
장쒼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달아오른 분위기가 푹 가라앉았다.
“니기미 떠그라알!”
깨비텐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픽업이 몽땅 퍼져 버린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차량은 타는 물건이지 끌고 가는 물건이 아니다.
깨비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얼굴에 자신만만함이 넘쳐 났다.
“농 쁘로블렘! 파야까지 40km도 되지 않는다. 공정여단의 존만이 들도 그 정도는 뛴다. 우리는 되지엠 랩이다.”
깨비텐이 평소답지않게 공정여단을 씹어대며 무책임한 말을 했다. 확실히 파야 사건을 겪은 후로 살짝 맛이 갔다.
“되지엠 랩 발바닥이나 핥는 개쉐이들에게 질수 없지.”
“코만도 놈들이야 쨉도 안 되지.”
“우리는 100km도 달렸다고.”
“우오, 우리는 40km정도야 깽깽이로 뛰어갈 수 있다.”
“양아치 두목 목을 따는데 그 정도가 대수야.”
“페라리를 타고 가는 아가씨가 있을지도 몰라. 모르지. 되지엠 랩은 말 몇 마디면 히치하이킹 할 수 있을걸.”
용병들이 와글와글 떠들어댔다. 죽었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11공정여단의 정예 특전대가 코만도 팀이다. 공정여단과 되지엠 랩은 사이가 좋지 않다.
레종 에뜨랑제는 필립 1세가 라크로와 자문관의 자문을 받아들여 창설했다. 당시 창설 멤버는 불법 입국한 부랑자 11,000명이었다. 이들을 교육시킬 교관은 꼴통으로 낙인찍힌 장교와 하사관이었다.
현재도 레종 에뜨랑제 EV의 전과자 비율이 30%에 이른다. 프랑스인은 자유와 평등을 지상의 가치로 내 세우지만 은근히 차별의식이 깔려 있다. 공정여단측은 레종 에뜨랑제를 더럽고 힘든 일을 맡아 주는 행랑채 하인쯤으로 여겼다.
되지엠 랩은 레종 에뜨랑제 최정예다.
격렬한 경쟁의식도 있지만, 뿌리 깊은 차별 대우에 불만이 잔뜩 쌓여 있다. 깨비텐이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블랙맘바는 어이없는 얼굴로 날뛰는 동료들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삽질도 유분수지. 좀비가 된 인간들이 뭘 믿고 큰소리 뻥뻥치는 지!
물론 되지엠 랩의 훈련 량은 무지막지하다. 100km행군을 거뜬히 버텨낼 수 있다. 그것도 체력이 정상일 때 이야기다. 현재 저들의 상태는 100km커녕 10km행군도 힘들다. 하비브 저택에 당도할 때쯤이면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다. 현재 몸 상태를 고려하지 못할 만큼 판단력이 흐려진 걸까!
깨비텐이 블랙맘바를 슬쩍 돌아보았다.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일부러 그랬군. 저럴 때는 여우가 따로 없네.’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역시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제법 격장지계도 쓸 줄 안다.
“고양이를 어릴 때부터 호랑이와 함께 키우면 자신이 호랑이인줄 안다더니, 죽음의 천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본인들을 죽음의 천사로 착각하나?”
옴부티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훗!”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어쨌든 군인은 사기다. 사기가 살아나고, 휴식을 취하면 컨디션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전사 분들은 모두 쉬시오. 오늘 경계는 새벽까지 내가 전담하겠소.” 옴부티가 통 크게 쏘았다. 어차피 정상 컨디션을 유지한 사람은 자신과 와킬이 전부다.
“와우! 옴부티 고맙소.”
일번초인 에밀이 옴부티를 안을 듯이 덤벼들었다.
11~12월 사헬의 밤은 20도 이하로 내려간다. 모기장만 치면 수면에 큰 지장이 없다. 용병들은 간만에 경계 근무의 부담을 털고 숙면을 취했다. 물론 옴부티가 아니라 블랙맘바의 야수적인 감각을 믿기 때문이다. 야수는 반쯤 자고 반쯤 깨어 있다.
사막이 검은 장막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하이에나의 짧은 울음소리가 검은 장막을 가를 뿐 휴프노스의 옷자락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밤하늘을 가로지른 은하수가 오른쪽으로 주우욱 돌아갔다.
-삐이이 삐이이
깨비텐은 헤드셋 호출음에 잠이 깨었다. 퍼뜩 헤드셋 수신기 스위치를 올렸다.
-깨비텐, 낙타 열 마리. 게릴라 정찰 부대로 추정
자청해서 경계를 나간 옴부티의 전언이다.
‘응, 낙타?’
깨비텐은 멍한 머리를 흔들고 시계를 보았다. 야광 시계 바늘이 두시를 가리켰다. 저녁 7시에 일찍 잠들었으니 무려 7시간 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 근래 없이 장시간 깊이 잠들었다.
수통의 물을 기울여 타월로 얼굴을 닦아냈다. 무력하게 늘어진 근육이 긴장을 찾았다. 머릿속에 양철 판을 집어넣고 망치로 두드리던 끔찍스런 두통도 진정되었다.
-웬일인가? 와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쪼잔 한 깨비텐은 남은 앙금 찌꺼기를 살짝 드러냈다.
-와킬은 숙면이 필요하다. 주인을 깨울 만큼 위급한 일이 아니다.
‘아 놔, 이 인간이 정말!’
빈정 상할 말을 거침없이 하는 옴부티다. 그러니까 주인은 한국산 인삼 뿌리고 자신은 무 뿌리란 이야기다. 가라앉았던 앙금 찌꺼기가 수면위로 우르르 솟아올랐다.
-혹시 캐러밴은 아닌가?
지형에 익숙한 대상들은 한낮의 더위를 피해 종종 야간 이동을 한다. 강도보다 더 무서운 프롤리나트를 피하기에도 밤이 유리했다.
-아니다. 소총을 들었다.
-젠장 그놈들은 잠도 없나. 상황은?
-내버려두면 지나가는 행인이다.
-현재 거리는?
-삼 킬로 내외다.
-알았다. 계속 주시
깨비텐은 생각을 정리했다.
파야로 돌아가 하비브를 박살내도 탈출이 문제다. 차량을 탈취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보급품이 은닉된 트라이던트 록은 파야에서 남서쪽으로 360km거리다. 차량 없이 움직이기엔 너무나 먼 거리다.
픽업에 실린 바이크 두 대가 있지만 장거리 랠리에 부적합하다. 예비 연료도 없다. 주입된 연료로는 이백 키로 운행이 고작이다. 무엇보다 바이크에 옹기종기 매달려 가다간 알라봉 한 방에 몰살당할 위험이 높다.
‘낙타란 말이지!’
깨비텐의 입술이 비죽이 말려 올라갔다. 낙타는 시속 40km까지 달릴 수 있다. 거친 사헬 지형이라면 차량보다 못 할 것도 없다. 놈들이 때맞추어 대체 운송 수단을 가지고 왔다. 무척 마음에 들었다.
놈들의 낙타를 뺏어 탄다. 상인으로 위장한다. 파야에 들어간다. 하비브 놈의 저택을 박살낸다. 저택의 차량을 탈취한다. 블랙맘바가 적의 추격을 끊는다. 보급지로 달린다는 계획이 주르륵 떠올랐다.
관건은 낙타가 놀라지 않게 놈들을 제거해야 한다. 낙타는 보기보다 예민한 동물이다. 오발탄이 나서 낙타를 죽이거나 녀석들이 놀라서 도망쳐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 부분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블랙맘바다. 블랙맘바의 속사라면 낙타가 놀라기도 전에 열 명을 조용히 보내 버릴 수 있다.
깨비텐은 블랙맘바를 찾았다.
“이 인간은 잠도 없나?”
블랙맘바 취침 자리가 텅 비어 있다. 깨비텐은 망설임 없이 사구를 올랐다. 취침 시간에 블랙맘바가 없으면 근처에서 가장 높은 지형을 찾으면 된다.
아니나 다를까 블랙맘바는 사구 정상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블랙맘바의 취미 생활이다. 동료들이 잠든 시간에 슬그머니 빠져나가 밤하늘을 쳐다본다. 물론 그가 별을 쳐다보고 있으면 동료들은 편히 잠든다.
“블랙, 오늘도 프로방스의 목동 흉내를 내고 있나?”
“깨비텐, 벌써 잠없는 노인이 되었나?”
블랙맘바가 돌아보지도 않고 까칠하게 반문했다.
“흥, 쪼잔한 인간 같으니. 본인을 먼저 돌아보시지.”
“나? 나야 청춘이지. 하늘을 보라고.”
깨비텐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우라지게 별이 많구먼.”
“장엄한 아름다움, 신의 거만한 눈길이 느껴지지 않나?”
“죽음의 천사, 사헬의 악령이 웬 감상인가?”
“사헬에서 얻은 단 한 가지 위안이 밤하늘이다.”
“위안, 무슨 위안?
“고향이다. 내 아버지가 묻혀 있고, 내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싫어서 떠났는데 너무 그립다. 사헬의 밤하늘은 고향의 밤하늘이다.”
깨비텐은 물끄러미 블랙맘바의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태산이라도 받칠 듯 굳건한 어깨가 살짝 쳐져 있다. 큰길까지 나와서 포도 농장에서 돌아올 어머니를 기다리던 자신의 모습이다. 만부막적의 특급 용병, 콜네임 블랙맘바, 천여 명의 목숨을 지운 사헬의 아즈라일이도 역시 인간이었다.
“블랙, 수면이 부족하지 않나.”
걱정이 담긴 질책이다.
“잘 잤다. 낙타 발걸음 소리에 깨었다.”
“놈들이 낙타 정찰대라는 사실도 알고 있겠군.”
“피 냄새와 화약 냄새가 풍긴다. 낙타 열 마리다.”
깨비텐은 할 말이 없어졌다. 제놈이 무슨 고성능 청음기인가. 잠수함 소나보다 성능이 좋은 놈이다. 능력을 알고 있지만 매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그거야. 낙타를 선물 받자고. 하비브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낙타가 놀라지 않게 처리할 수 있지?”
깨비텐은 사람 열 명을 즉사시키라는 지시를 오이 꼭지 따오라는 말보다 더 쉽게 했다.
“벵, 농 뿌라블렘.”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파무스를 뽑아 들었다.
드라구노프는 소음기를 끼워도 소리가 만만치 않다. 파무스 총성은 100db다. 소음기를 끼우면 60db까지 낮출 수 있다. 60db는 일상 대화소리 수준의 소음이다. 200m밖에서 들리지도 않는다.
자갈이 섞인 모래 언덕을 올라가자 옴부티가 보였다.
야시경을 들여다보던 옴부티가 씨익 웃었다. 블랙맘바가 올 줄 알았다는 의미다.
“옴부티, 낙타 청력이 얼마나 되지?”
옴부티는 파무스 총구에 끼워진 두툼한 소음기를 흘끗 쳐다보았다.
“낙타란 놈은 둔하면서도 예민하고, 무던한 듯 하면서 성질이 더러운 놈입니다. 소리와 진동에 예민하고, 빛과 움직임에는 둔합니다. 청력은 사람보다 훨씬 예민하지만 200m거리에서 소음기를 낀 파무스 총성에는 꿈쩍도 않을 겁니다.”
“좋아. 등에 탄 사람이 떨어지거나 피를 쏟으면 놀라지 않을까?”
“비명을 지르면 놀랄 겁니다. 피를 쏟거나 사람이 등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놀라지는 않습니다. 와킬의 실력이면 3초면 모두 심장을 박살낼 수 있지 않습니까.”
“심장보다는 후두부의 간뇌와 소뇌를 박살내면 소리를 지르지 못한다. 준비해야겠군.”
젊은 한국인과 늙은 투아레그 인이 살인 방법을 날씨 이야기 나누듯 했다. 야만의 땅 아프리카 사헬이다.
전면은 탁 트인 사막이다.
낙타 정찰병들이 방만한 승타 자세로 줄지어 지나갔다. 측면의 블랙맘바 위치에서 보면 횡대다. 연타 저격에 가장 효과적인 표적이다.
팅- 팅- 엄지로 삽탄된 총탄을 눌러 보았다.
탄창의 장력 점검이다. 손가락으로 몇 번 눌러본 후 탄알 두 개를 빼냈다. 틱- 작은 소음과 함께 탄창이 결합되었다.
파무스 30발들이 탄창은 스프링의 탄력 이상이 간혹 발생했다. 스프링이 탄환을 정확히 밀어 올리지 못하면 급탄 불량이 발생한다.
드문 현상이지만 저격은 사소한 장애 요소가 치명적 실패로 돌아온다. 스나이퍼가 성능이 뛰어난 총기이상으로 안정된 총기를 선호하는 이유다.
장전손잡이를 당기자 노리쇠뭉치가 후퇴하고 빈 약실에 실탄 한발이 부드럽게 삽입되었다. 짤깍- 노리쇠 뭉치가 전진하고 약실이 폐쇄되었다. 살육 준비 완료다.
특급 스나이퍼는 준비하는 자다. 자신의 컨디션, 총기상태, 날씨와 환경요소, 표적의 행태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점검하고 확인한다. 특급 스나이퍼는 자신의 사전에 재수 또는 우연이란 단어를 수록하지 않는다.
위장포를 당겨 총구를 덮던 블랙맘바가 흠칫했다. 검정 전갈 한 마리가 보금자리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집게발을 치켜들고 꼬리를 바짝 치켜든 모양새다. 놈에게서 투지와 살의가 번져 나았다.
전갈은 바로 코앞에서 꼬리를 치켜들고 맴을 돌았다. 공격 직전의 동작이다. 작지만 독물이다. 블랙맘바는 슬그머니 수전(手箭)을 한 대 뽑아 들었다.
전갈은 블랙맘바에게 관심이 없었다.
녀석은 땅속에서 기어 나오는 큼직한 풍뎅이를 노리고 있었다. 기존의 먹이사슬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그는 수전을 다시 비갑에 밀어 넣었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 먹이를 사냥하고, 인간은 생존에 방해될까 두려워 동족을 사냥한다. 사람은 사람의 사냥을, 전갈은 전갈의 사냥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