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04
x 104
제14장 역습2
블랙맘바가 스나이퍼 훈련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객관적이고 관조적인 시각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블랙맘바다. 여하한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하고, 합리적이고 분석적으로 현상을 볼 수 있는 기다림의 철학을 얻었다.
사자 무리에도 스나이퍼가 있다.
은신한 스나이퍼는 동료들이 사냥감을 몰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사냥감이 사정권에 들어오면 단번에 목줄을 물어 팽개친다.
헌터 퀸, 스나이퍼 암사자가 무리의 진정한 대장이다.
수사자는 폼을 잡는 문지기, 정자를 뿌리는 데릴사위일 뿐이다. 사자 무리의 헌터 퀸은 덩치 크고 사나운 놈이 아니라 기다릴 줄 아는 놈이다.
블랙맘바는 희생자들의 측면이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기다렸다. 낙타를 타고 건들거리는 표적 열 개를 처리하기란 닭꼬치 열 개를 주르륵 빼 먹는 것만큼이나 쉽다. 문제는 낙타가 놀라지 않도록 은밀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두 낙타가 머릿속에 입력된 격발 지점에 들어섰다. 겨우 200m거리다. 무아지경, 부지불식간에 방아쇠를 당겼다.
공간지각력이 탄환 발사 메커니즘을 실시간으로 인식했다. 공이에 맞은 탄피 뒤꼭지 뇌관이 폭발했다. 충격을 받은 탄피 내부의 장약이 점화되었다. 1700J의 막대한 가스 압력이 탄자를 밀어냈다. 3조우선의 강선을 따라 두 바퀴 반을 회전한 탄자가 총구를 벗어났다.
사람을 쏜다는 의식자체가 사라진지 오래다. 살인을 한다는 의식자체가 없어졌다. 깨비텐의 말대로 표적이고 적일뿐이다.
표적을 명중시켜야 한다는 압박감도, 죽여야 한다는 의지도, 사람을 죽인다는 가책도 없어졌다. 그 자신이 총탄이고, 바람이고, 표적이 되었다.
블랙맘바는 암살자 최종 진화형이라 전해지는 무념무상의 단계에 도달했다. 아니다, 자연동화술이 무념무상의 단계다. 거리낌을 털었을 뿐이다. 무념무상은 무념무살이기도 하다. 죽이는 사람도 의식하지 못하는 살인이라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퍽-
약한 소닉붐이 터졌다.
최후미의 낙타병 머리가 덜컥 젖혀졌다. 탄자는 귀 뒤쪽 예풍혈을 정확히 뚫고 들어갔다. 숨골과 간뇌를 박살낸 탄자가 대뇌를 한 바퀴 휘저었다. 타격 순간에 혼이 구천으로 떠난 사체가 낙타 등에 엎어졌다. 그야말로 조용한 죽음이다. 낙타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5.56mm나토탄은 충격력을 희생해서 관통력을 높인 탄자다. 구경이 작은 나토탄이라 희생자가 받는 충격량도 적었다.
충격력과 관통력 어느 쪽이 더 큰 데미지를 입히는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근거리에서는 구경이 큰 탄자, 원거리에서는 구경이 작은 탄자가 데미지를 심하게 입힌다. 근거리 무기인 권총의 탄자가 큰 이유다.
퍽 퍽 퍽-
후미에서 앞쪽으로 낙타병이 우르르 엎어졌다. 낙타 무리는 우두머리를 따라서 종대 행렬을 이룬다. 모래 바람을 피하려는 의도다.
블랙맘바의 위치에서 보면 횡대로 늘어선 열 개의 표적이다. 최선두의 낙타병이 조용히 엎어지기까지 딱 3초 걸렸다. 일곱 명은 낙타 등에 엎어지고, 세 명은 낙타 등에서 떨어졌다.
하비브의 정찰대 일 개조는 영문도 모른 채 사이좋게 알라의 곁으로 가 버렸다. 열 명중 단 한명도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옴부티의 장담대로 낙타는 인간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끄덕끄덕 가던대로 걸음을 옮겼다.
“와우! 완벽합니다.”
옴부티가 환성을 지르며 사구를 달려 내려갔다.
검은 전갈도 사냥을 끝냈다.
전갈의 억센 집게발에 잡힌 풍뎅이가 퇴화된 날개까지 펼쳐서 억세게 반항했다. 전갈 꼬리끝 독침이 훤히 드러난 풍뎅이 등에 푹 박혔다.
제법 붕붕거리던 놈의 기세가 단번에 꺾였다. 전갈은 얌전해진 풍뎅이를 산채로 뜯어 먹었다. 허공에서 버둥대던 다리 여섯 개가 힘을 잃고 늘어졌다.
생명이 있는 곳은 어디나 약육강식이 벌어진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 있는 것은 생존투쟁을 한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다른 생물을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는 숙명을 피하지 못한다.
생명 질서가 유지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잔인하다거나 비참하다거나 하는 감상은 인간 중심의 아전인수식 감정의 찌꺼기일 뿐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생존경쟁을 통해 개체 진화와 종족 진화가 이루어진다.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가운데 개체가 훌쩍 진화한다.
블랙맘바는 총연이 피어오르는 파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샤트르가 남긴 유산이다. 개머리판을 잡고 총구를 땅바닥에 눌러 박았다. 파무스가 땅속으로 쑤욱 밀려들어갔다.
퍽- 마지막 한 뼘을 남기고 주먹으로 내리쳤다. 파무스가 모래땅 깊숙이 사라졌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편히 쉬어라. 나무아미타불!”
소총을 사구에 장사지내고 샤트르를 보내듯 경건히 염불을 외었다.
이번에 사용한 탄창이 마지막 파무스 탄창이다.
픽업도 없다. 당장 사용하지 못할 소총을 휴대할 만큼 상황이 녹녹치 못했다.
“와킬, 손질을 마쳤습니다.”
옴부티가 AK47을 내밀었다. 흠집 많은 총신이 번쩍번쩍 빛났다. 가늠자에 끼인 먼지까지 바늘로 파냈다. 총강을 들여다 본 블랙맘바가 엄지를 들었다. 옴부티가 이를 드러내고 히히 웃었다.
“아까보나 파무스나 다를 바 없지만 소음기가 문제네.”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AK47의 기계적 정밀도는 5MOA다. 스나이퍼가 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총기다.
소비에트연방이 제3세계에 무작위로 풀어 버린 AK47은 공산권과 아프리카 제3세계, 전 세계 게릴라들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독립 부품이 8개에 불과한 AK는 내구성이 좋고, 잔 고장이 없다.
사막 환경에서는 AK47이 파무스보다 상성이 좋다.
부품 유격이 크고 구조가 간단한 탓에 고장이 거의 없다. 7.62mm탄은 펀치력도 좋다. 반면에 사격시 반동이 크고, 정확성이 떨어진다.
기계적 정밀도를 살펴보자.
1MOA(Minute of Angle)는 100야드에서 1인치 탄착군을 형성하는 기계적 정밀도를 말한다. 1야드는 0.914m다.
AK47은 91미터 거리에서 지름 127mm의 탄착군을 형성한다는 의미다.
MOA는 기계적 측정이다.
AK47은 300미터에서 15MOA로 나타난다. 즉 300미터 표적 사격시 381mm 탄착군을 형성한다. 300미터이상 표적의 조준 사격이 의미 없다는 소리다.
MOA는 모든 조건을 완벽히 한 상태에서 기계적 격발을 했을 경우를 상정한다. MOA측정에서 381mm오차가 발생한다면 훈련된 사수라도 1000~2000mm 명중 오차가 발생한다.
훈련된 사수가 300미터 밖 표적의 심장을 정확히 조준했을 때 머리 위로 지나가거나 땅바닥에 박힌다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싼 맛에 사용하는 닥돌 소총이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용병들의 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악에 받친 인민군이 사헬에 차고 넘친다. 탄약은 떨어지고, 달려드는 적은 계속 늘어난다. 싸구려 AK도 알라께 감사 기도를 올리고 사용해야 할 형편이다.
옴부티의 전직이 낙타 행상이다.
쓰윽 훑어보고는 바로 우두머리 낙타를 찾아냈다. 오랜만에 사막의 배 열 척을 얻은 옴부티의 입이 벌어졌다.
낙타가 사막의 배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 사막 지역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낙타였다. 둘째는 걸을 때 이쪽저쪽으로 몸을 흔들며 걷기 때문이다. 걷는 모양이 배의 좌현 우현에서 노를 젓는 모양새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낙타는 신체가 사막에 특화된 동물이다. 지방 혹과 근육 주머니에 내장된 물을 활용해서 먹이와 물 없이 일주일을 견딜 수 있다.
땀샘을 조절해서 수분 소모를 최소화 할 수도 있다.
특이한 생체 현상도 있다. 낙타는 체온이 섭씨 46도까지 올라가도 뇌 온도는 38℃를 넘지 않는다. 인간과 달리 고온에서도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람의 경우 체온이 올라가면 뇌 온도도 함께 올라간다.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체온이 42℃에 이르면 뇌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두부처럼 고형화 된다. 뇌기능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곧바로 사망한다.
대부분의 병원 체온계는 섭씨 42도 까지만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섭씨 42도 이상은 인간에게 의미가 없는 온도인 것이다.
낙타 생존성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신체 특징은 입이다. 입술 피부가 돌처럼 딱딱한 낙타는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선인장류도 거침없이 뜯어 먹는다. 아카시아 가지도 뽀각뽀각 씹어 먹는다. 가히 사막에서는 먼치킨적 존재인 셈이다.
다 자란 낙타는 200kg의 짐을 싣고 하루 60km이상을 이동 할 수 있다. 사막에 특화된 신체구조와 강인한 신체 덕분이다. 베두인은 낙타를 일러 아타 알라(Ata Allah)라 칭한다. 신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물론 신의 선물은 인간의 입장이지 낙타 입장이 아니다.
낙타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신의 선물이 아니라 ‘악마의 저주’다. 인간은 죽도록 혹사시키는 존재고, 죽으면 가죽을 벗겨 천막을 만드는 악당이다. 심지어 급해지면 정맥을 찔러 피를 빨아먹기도 하는 흡혈귀다.
사실 낙타는 소나 말보다 성질이 까다롭고 게으르다.
등에 짐을 올리면 요동치고, 일단 무릎을 꿇으면 움직이기 싫어한다. 성질이 나면 냄새가 고약한 침을 뱉기도 한다. 물론 게으르고 성질이 나쁘다는 평가도 인간의 입장이다.
낙타 입장은 다르다.
인간은 무거운 짐을 등에 싣는다. 뜨거운 태양아래 회초리로 때리며 사막을 걷도록 강요한다. 당연히 성질이 난다. 그러면서 성질이 나쁘다느니, 말을 안 듣는다느니 불평을 한다.
옴부티가 우두머리 낙타 고삐를 잡았다.
“엥!”
일곱 마리가 따라오고 세 마리는 따라오지 않았다. 남은 세 마리를 살펴 본 옴부티가 덩치 큰 놈의 귓바퀴에 파무스 총구를 대고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끼엑- 불쌍한 짐승이 풀썩 쓰러졌다. 옴부티는 아무 일 없었던 양 우두머리 낙타를 끌었다. 남은 두 마리도 순순히 무리를 따랐다.
옴부티가 후미의 낙타 등에 실린 양가죽 물주머니를 내렸다. 마개를 열자 진한 알코올 냄새가 퍼졌다. 옴부티가 환성을 질렀다.
“이 자식들, 이런 좋은 선물을 하다니! 고마워서 어쩌나. 프롤리나트도 알고 보면 좋은 놈들이야.”
얼마나 좋았는지 철천지 원수인 프롤리나트가 좋은 인간이라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
옴부티가 품속에서 나무를 깎아 만든 잔을 꺼냈다.
“와킬, 한잔 하시지요.”
“먼저 드시오. 한국에선 나이든 분이 우선이요.”
블랙맘바가 손사래를 쳤다. 모든 사회생활에 나이가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살아 온 블랙맘바다. 늙은 옴부티의 공손함이 불감당이다.
“그럼 마실 만한지 검사하겠습니다.”
옴부티는 먼저 검사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크! 좋습니다.”
옴부티는 목젖이 꿀렁거리도록 거칠게 마시고 술 주머니를 돌렸다. 블랙맘바는 술 주머니를 받아 깨비텐에게 돌렸다. 한국에서 아랫사람이 술을 먼저 마시는 법은 없다.
“거지새끼들이 마실 술이 아닌데?”
한 모금 맛본 깨비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거 혹시 아라크(arrack)아닌가?”
“호오!”
깨비텐의 말에 옴부티는 살짝 놀랐다. 아라크는 사헬 지역의 고급술이다. 대추야자 술을 증류해서 얻어낸 증류주다. 사막 부족도 귀족이나 부유한 계층이 아니면 아라크를 모른다.
“맞소. 이까짓 놈들이 마실 술이 아니요. 이놈들이 캐러밴을 습격했소.”
옴부티가 짐을 실은 낙타 두 마리를 가리켰다.
“저 두 마리는 다른 무리요.”
“음, 캐러밴을 죽이고 낙타와 물건을 강도질했군.”
“그렇습니다. 캐러밴은 강도보다 놈들을 더 무서워 합니다. 이젠 우리 물건이니 맛을 보시지요.”
옴부티가 다시 술잔을 채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