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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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역습5
강간이라면 이가 갈리는 블랙맘바다.
백모 장씨가 강간 누명을 씌워서 인생을 뒤틀어 놓았다. 어머니의 실종에 얽힌 의심을 더해서 원한이 골수에 맺힌 블랙맘바다.
강간범은 자신의 목숨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간살당한 옴부티의 딸은 겨우 13세다. 파야로 향할 때부터 하비브의 이름에 뻘건 가위표를 해 두었다.
깨비텐의 얼굴이 굳어졌다.
블랙맘바의 발언은 저택내로 진입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계획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발언이다.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그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블랙맘바, 그건 곤란하다.”
“깨비텐, 지금까지 리더로서 당신의 위치를 존중해 왔다. 이번엔 다르다. 당신이 반대하면 나는 단독 작전에 들어간다. 하비브를 잡아서 인질로 쓰겠다.”
“끙!”
블랙맘바의 압박에 깨비텐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블랙맘바의 뜻을 외면하기도 어렵고, 들어주기도 곤란했다. 침투, 교란, 말살은 되지엠 랩의 주특기다. 경비병 70명이 지키는 저택이야 전광석화처럼 때려 부수면 된다. 하비브를 인질로 삼는 작전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문제는 블랙맘바의 안전이다. 문제가 생기면 라텔팀의 귀환은 물 건너간다.
벨맨이 중재에 나섰다.
“블랙, 하비브는 우리가 생포하겠다. 자네가 뒤를 지켜 주면 별 문제없다.”
용병들이 일제히 머리를 끄덕였다. 블랙맘바가 부상을 입느니 자신들이 부상을 당하는 게 백번 낫다. 블랙맘바가 건재해야 동료가 귀환할 확률이 높아진다.
“받아들이겠다. 내가 뒤를 지킬 테니 안심하고 저택에 진입해라.”
“흐흐흐, 블랙의 백업을 받으면 무서울 게 없지. 하비브의 인상착의를 알아야 겠군.”
벨맨의 말에 옴부티가 헐렁한 간두라 품속에서 둘둘 말린 종이를 꺼냈다. 두루마리를 펴자 조잡한 케리커쳐가 나왔다. 이마에 그려진 별모양의 커다란 흉터가 특이했다.
티베스티 아랍계 특유의 강인한 인상이다. 검게 탄 얼굴, 굵은 곱슬머리, 깊은 눈망울, 약간 벌어진 코는 전형적인 티베스티 제레로족의 특징이다.
“발로 그렸군.”
마이크가 간단히 평했다.
“놈의 저택에 정원사로 있는 동지가 그렸소. 그림이야 발로 그렸지만 이마 흉터만으로 쉽게 알아 볼 수 있을 거요. 그놈 이마 흉터는 내 아내가 강간당할 때 돌로 찍어서 생긴 거요. 덕분에 내 아내는……”
옴부티는 뒷말을 꿀꺽 삼켰다. 치욕적인 말을 더 이상 계속하지 못했다.
“옴부티, 기다려라. 당신에게 넘길 때까지 놈의 숨을 붙여 오겠다. 원수를 알라의 이름으로 처단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블랙맘바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블랙맘바가 유례없이 자신의 이름까지 걸고 장담했다.
“오, 비스밀라! 알라께서 아즈라일(Azrael, 신의 구원. 죽음의 천사, 죽음을 다스리는 이슬람 전사)을 보내 주셨도다. 와킬이 약속한 이상 하비브는 끝장났소. 나는 와킬의 종입니다. 내 인생은 온전히 와킬의 소유입니다. 살람 알레 쿰!”
말을 마친 옴부티가 벌떡 일어나 쿵 무릎을 꿇었다. 그는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가 오체를 땅에 붙이는 경건한 절을 올렸다.
“어헉! 이게 무슨 짓이요!”
깜짝 놀란 블랙맘바가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피했다. 지금까지 옴부티가 하인을 자처했지만 그러다 말겠지 하고 반쯤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건 뭔가! 뭔가 심상치 않다. 커다란 혹이 철썩 달라붙는 기분이다.
“와킬, 제 목숨을 와킬에게 드릴 것을 맹세합니다. 이 맹세는 알라의 이름으로 지켜질 것입니다. 살람 알레 쿰!”
옴부티가 이마를 땅바닥에 세 번 쿵쿵 찧었다.
“아이고 머리야, 이 양반아 지금은 이십세기란 말이야.”
졸지에 늙은 종(?)이 생겼다. 블랙맘바는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콩깍지가 씌인 옴부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즈라일은 적에게는 죽음의 천사지만 아군에겐 구원의 천사다. 블랙맘바는 자신을 불쌍히 여긴 알라가 보내 준 구원의 전사다.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에 미쳐 발악 했지만 자신의 힘은 미약하기만 했다. 복수를 포기하고 피눈물을 흘릴 때 블랙맘바가 나타났다. 가공할 전투력, 넓은 흉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기이한 능력, 진정한 아즈라일의 현신이다.
‘네가 가장 힘들 때 내가 나타나리라’ 알라의 계시 그대로였다. 죽음을 다스리는 전사 아즈라일만이 보일 수 있는 신위를 드러낸 블랙맘바다.
옴부티는 구시대적 사고를 가졌지만 바보가 아니다.
블랙맘바는 악명 높은 인민군을 쓸어버린 존재다. 칸마라 불리며 위세를 떨치던 무스타도 일격에 죽었다. 악명 높은 아무드 사령관도 자신의 손에 넘겨주었다.
블랙맘바가 원흉인 하비브를 잡아오겠다고 했다. 드디어 복수가 완성된다. 동방의 신비한 나라에서 온 블랙맘바는 위대한 전사다.
원수를 깔끔하게 처리해 준 은인, 위대한 전사를 주인으로 모시는 것이야말로 투아레그 전사의 자부심이자 전통이다.
달이 둥실 떠올랐다. 야습에는 지극히 불리한 밤이다.
검은 그림자 여섯이 허깨비처럼 도로를 내 달렸다. 옴부티의 말대로 시내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슈폭티!(대기하라!)”
블랙맘바가 일행을 제지했다. 전방 100m 검문 초소다. 옴부티가 말한 첫 번째 초소다. 교묘하게 일반 가옥으로 위장했지만 블랙맘바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다.
“내가 처리하겠다.”
블랙맘바가 번득하더니 사라졌다.
그는 오래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 하비브를 박살내고 최대한 빠르게 바타주로 튀어야 한다.
“앙 두 트르와 꺄트흐~, 넷이군.”
위장 초소에서 30m떨어진 아까시 나무 위다. 은신한 죽음의 천사가 지워질 이름 숫자를 확인했다. 붉은 벽돌담에 붙여서 지은 고상옥에 둘, 집안에 둘이 있다.
고상옥의 보초 둘은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서로 어깨를 치며 낄낄거렸다.
‘개인적인 유감은 없다. 군인으로 만난 탓이다.’
블랙맘바는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퍽 퍽- 이마와 숨골에 구멍이 뚫렸다. 무료한 시간을 잡담으로 때우던 보초의 눈이 한 순간 커졌다가 풀썩 쓰러졌다.
블랙맘바가 딛고있던 나뭇가지를 걷어찼다.
쉬악- 탄력성을 빌어서 신형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30m를 날아서 고상옥 초소에 착지한 그는 곧바로 점프해서 지붕에 내려섰다.
이곳의 가옥 대부분이 갈대 비슷한 풀을 엮어서 지붕을 덮었다. 갈대를 들어내면 바로 집 내부다. 비가 오지 않으니 강우 대비가 전혀 없다.
갈대를 벗겨 냈다. 군복을 입은 아랍 혼혈인 둘이 코를 골며 잠들어 있다.
퍽 퍽- 가차 없이 이마에 구멍을 뚫어 준 그림자가 휙 사라졌다.
번득 사라진 블랙맘바가 오히려 200m후퇴해서 야자나무 아래에 나타났다. 줄기가 50m는 될 듯한 큰 나무다. 파야에 흔한 야자나무는 로얄 팜이다. 매끈한 줄기가 가지없이 수십 미터를 올라가서 무성한 잎을 드리운다.
블랙맘바는 손 잡을곳, 발 디딜곳 없는 야자나무를 잘도 올라갔다. 매끈한 줄기에 손가락이 푹푹 박혔다. 위쪽에서 줄을 매달아 당기듯이 쭉쭉 올라서 잎이 무성한 40m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원숭이가 거품을 부걱거릴 몸놀림이다. 저택 본관까지 450m, 저택 내부가 훤히 보였다.
-진입로 클레어. 1분후 진입하라. 진입로는 300m다. 노출을 각오해야 한다.
-저택 정문 초병과 기관총을 지워라.
-문제없다. 롸저.
하비브의 저택은 고풍스런 건물과 잘 가꾸어진 정원이 어우러져 왕궁을 방불케 했다. 넓은 잔디밭 중앙에 에미쿠시 산을 흉내 낸 분수가 보였다.
일 년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파야에서 분수라니!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그래, 네놈의 피가 분수처럼 흐르게 해 주마.
하비브 역시 인민을 위해 피를 바친다고 소리 높이는 놈이다. 외세를 몰아내고 굶주린 인민을 해방시킨다는 놈이다. 행복한 알라의 세계를 건설한다는 놈이다.
몽땅 개소리다. 놈의 호화로운 저택만 처분해도 챠드의 굶주린 인민 수 만 명을 구호할 수 있다. 놈의 정원을 가꾸는 물을 농민들에게 돌리면 수십 가구가 아사를 면할 수 있다.
블랙맘바는 드라구노프 총구에 무식한 소음기를 장착했다. 야자나무에서 본관 옥상이 훤히 보였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방호된 기관총 진지는 탐조등까지 갖추었다.
라텔팀이 저택에 돌입하려면 300m 언덕길을 치고 올라야 한다. 옴부티가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으면 옥상 기관총의 밥이 되었을 것이다. 정문 초소, 옥상 기관총좌, 경호동 앞의 기관총좌 순서로 표적을 메겼다.
정문 초소는 저택으로 오르는 도로 감시가 임무다. 동료들의 진입을 은폐하려면 가장 먼저 지워야 한다.
껑- 껑- 안면 중앙부가 뚫린 보초 두 명이 벌떡 뒤로 넘어갔다. 두 번째 표적은 옥상 기관총 사수와 조수다. 야자나무에 올라간 이유가 놈들을 잡기 위해서다.
스코프 가득 들어찬 시커먼 얼굴, 0.3초 후 끝장나는 자신의 운명을 모르는 인간이다. 퍽- 총탄이 두개골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때로는 예민한 귀가 거추장스럽다.
경호동 전면에 위치한 기관총 진지의 사수와 부사수까지 처리한 블랙맘바가 헤드셋을 열었다. 담벼락에 붙어서 조심스럽게 진입하는 동료들이 보였다.
-툭 클레어. 곰은 동면중. 돌입하라.
-댕큐, 위치는?
-14시 방향, 500미터 전방 야자나무다.
-엄호하라. 롸저.
용병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블랙맘바가 돌입로를 닦아 두었으니 거칠게 없다. 검문 초소를 통과하자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장쒼은 거대한 저택의 위용에 기가 질렸다.
배알이 꼴렸다. 호화로운 저택만 봐도 하비브란 놈과 놈의 추종자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만했다. 안휘성 합비 공안 분국장놈의 대저택도 이 저택에 비하면 오두막이다. 인민의 이름을 팔아 권력을 얻고, 배를 불리는 놈들은 어쩌면 이렇게 같을까!
검문 초소에서 150m전진한 지점에서 장쒼은 84mm대전차포에 고폭탄을 장전했다.
84mmM2CG는 칼구스타프 무반동포의 두 번째 개량형이다. 대전차용인 성형 작약탄외에 인마 살상용인 일반 고폭탄을 전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
무반동포는 RPG가 개발되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퇴장하는 중이다. 반면에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사랑받는 무기다.
쭉 찢어진 눈이 완강히 버티고 선 강철 문을 노려보았다. 호우잉을 승용차로 갈아 버린 놈, 아들을 빼돌린 공안국장놈, 그놈의 저택 대문도 시커멓고 육중했다.
라텔팀원중 블랙맘바 다음으로 킬이 높은 장쒼이다.
블랙맘바가 전장의 악몽이라면 자신은 전장의 폭탄마다. 한 달 넘게 거친 사헬을 헤매며 죽이고 쫓기다 보니 악만 남았다. 눈앞의 거대한 저택이야말로 악의 축이다. 저택에 도사린 하비브란 놈은 만악의 원흉이다.
꽝-
장쒼이 무반동포를 들고 나온 이유가 강력한 탄두 때문이다. M2CG 탄두는 RPG7탄두의 3배 폭발력을 보인다. 20mm 이중 강판으로 만들어진 정문은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고폭탄 한 발에 강철 문이 스티로폼 패널처럼 찌그러져 날아갔다. 폭발에 휘말린 정문 경비 두 명도 대문을 따라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저택이 벌집처럼 소란스러워졌다. 경호동에서 무장 병력이 벌떼처럼 튀어 나왔다. 일부는 본관 건물로 달려가고 일부는 부채살처럼 퍼져서 주위를 경계했다. 폭음과 총성, 비상벨 소리, 고함 소리, 저택은 족제비가 튀어 들어간 닭장처럼 난장판이 되었다.
“그렇지. 말벌이 나타나면 땅벌은 모두 튀어나와야지.”
껑껑껑- 껑껑껑- 쓰리텝 저격이다. 블랙맘바의 드라구노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사주 경계중이던 경호원들이 도미노 쓰러지듯 줄지어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잔디밭이 붉게 물들었다.
“스나이퍼다!”
“엄폐, 엄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