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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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역습7
이층 테라스에서 멀쩡한 인간이 잔디밭에 쿵 떨어졌다.
블랙맘바는 한 눈에 남자가 부상을 입지 않았음을 알아보았다.
‘장쒼 저노마가 눈에 찌짐 붙있나?’
그가 아는 한 장쒼의 감각 포술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뻔히 보이는 표적을 두고 엉뚱한 타킷에 탄두를 낭비할 인간이 아니다.
의문은 길지 않았다. 잔디밭에 엎어져 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짜자작 자신의 뺨을 두들기더니 후원으로 내달렸다.
“제법인 걸!”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남자는 폭발 직전에 몸을 날리는 기민함을 보였다. 폭압 충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금방 정신을 수습했다. 다져진 육체와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놈이다. 그래 봐야 죽으면 다 소용없다.
‘아디오스!’
방아쇠를 당기려던 블랙맘바가 주춤했다.
남자의 가운형 잠옷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프롤리나트는 준전시 상태다. 잠옷을 입을 놈은 극히 제한적이다.
“아하!”
그제야 장쒼의 투발이 이해되었다. 놈이 하비브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표적을 머리에서 발뒤꿈치로 바꾸었다.
껑- 막 벙커 입구의 손잡이를 잡던 하비브가 풀썩 쓰러졌다. 30m거리를 극복하고 마지막 순간에 덜미를 잡힌 그로서는 통탄할 노릇이다.
하비브는 의아했다. 갑자기 왼쪽 다리에 힘이 풀렸다. 깨끗하게 다듬어진 잔디밭에 돌부리가 있을 리 없다.
“끄아악!”
의문은 비명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격렬한 통증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했다.
“끄으으!”
잇새로 비명을 삼킨 하비브의 두 눈이 찢어질 듯 흡떠졌다. 왼쪽 발뒤꿈치가 피투성이다. 총탄이 복사뼈를 스쳐서 정확히 아킬레스건을 끊고 지나갔다. 하비브의 뇌리에 칸마가 퍼뜩 떠올랐다. 믿을 수 없지만 소문속의 칸마만이 이처럼 정교한 저격을 할 수 있다.
“칸마, 칸마아!”
뇌가 상처를 인지하자 온몸을 후벼 파고, 신경 다발을 찢어발기는 무시무시한 통증이 휘몰아쳤다. 분노와 고통에 뇌가 폭주했다. 하비브는 칸마를 외치며 발을 잡고 뒹굴었다.
“저놈은 뭐야, 미친놈인가?”
본관을 지나쳐 후원을 달리던 벨맨이 발광하는 하비브를 발견했다. 린넬 가운은 거지발싸개 프롤리나트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치다.
“우리 편 아닌데 무슨 상관입니까. 쏴 죽이면 그만이지.”
에밀이 총구를 돌렸다.
“잠깐! 인간아,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에밀이 육중한 기관총 총신으로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뻑- 박터지는 소리가 났다. 비명을 지르던 남자가 쭉 뻗었다.
“어때요? 내 마취 솜씨. 내 파트너가 미친놈은 몽둥이가 약이라 했거든요.”
“에혀, 미친놈”
벨맨이 건들거리는 에밀을 째려보다 한숨을 푹 쉬었다. 이놈도 감당이 안 되는 놈이다. 아즈라일, 폭탄마에 이어 무대뽀 등장이다.
벨맨은 쭉 뻗어 버린 남자의 발을 잡고 살펴보았다. 직업병이다.
“아항! 블랙 솜씨네.”
총탄이 왼발 뒤꿈치 힘줄만 깔끔하게 끊어 놓았다. 뼈도 근육도 건드리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메스로 자른 것처럼.
블랙맘바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솜씨다. 벨맨이 기절한 중늙은이를 발로 밀어 뒤집었다. 블랙맘바가 죽이지 않았으면 이유가 있다.
“헉!”
벨맨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에밀도 밀랍 인형처럼 딱 굳었다.
뒤집어진 남자의 손에 권총이 들려 있다. 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하비브다. 만만치 않았다. 하비브의 얼굴에 비시시 미소가 떠올랐다.
채앵-
벨맨의 얼굴이 암담해지는 순간, 남자의 손에 든 권총이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튕겨져 나갔다.
“으윽!”
한 텀 지나 중늙은이가 손을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
식겁을 한 벨맨의 눈이 총탄 궤적을 따라갔다.
시야가 미치지 않는 장거리에서 손에 든 권총만 적중시킬 스나이퍼는 되지엠 랩에 적어도 열 명은 있다.
우발적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날려 버릴 인간은 블랙맘바 외에 없다. 그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헤드셋 배터리가 쇼트 났다. 인사말을 건넬 수도 없었다.
블랙맘바는 손을 흔드는 벨맨을 보고 흐릿하게 웃었다. 짬밥은 괜히 짬밥이 아니었다. 급박한 전투 중에도 벨맨은 여유가 넘쳤다.
에밀이 중늙은이의 이마를 덮은 곱슬머리를 걷어 올렸다.
“빙고!”
에밀이 두 손을 번쩍 들고 빙고를 외쳤다. 이마에 옴부티가 말한 별모양 흉터가 뚜렷했다.
“비켜, 출혈이 많아. 일단 치료해야 돼.”
“이거 내가 잡았다고 블랙에게 말해야 되요.”
“인간아, 저 위에서 빤히 보고 있어. 너 파트너라면서 블랙 야간 시력 몰라?”
벨맨이 까마득한 거리의 야자나무를 가리켰다.
“끙!”
파트너의 호감을 얻어 보려던 에밀은 김이 샜다.
벨맨이 백팩 지퍼를 열었다. 블랙맘바가 살려서 끌고 오라고 했으니 치료를 해야 한다.
벨맨이 마취제를 꺼낼 때 에밀이 하비브의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갈겼다.
“망할 놈, 이게 블랙맘바 파트너의 주먹 마취다.”
쓰레기 같은 놈에겐 마취제도 아까웠다. 주먹으로 마취한다고 항의할 보호자도 없다. 미니미 총신에 이어 마취제 투 등장이다.
“헐!”
벨맨이 에밀을 일별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작전에 참여한 루키 세 놈이 전부 특이한 놈들이다.
벨맨이 응급 처치를 끝냈다. 에밀이 쭉 뻗어 버린 하비브를 어깨에 메고 바람같이 저택을 빠져 나갔다.
에밀과 엇갈려서 깨비텐과 마이크가 저택에 돌입했다.
“헐, 아작을 내놨군.”
번개처럼 총구 방향을 돌리던 두 사람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 공격 개시 7분이 지났다. 호화롭던 저택은 폐허가 되었다. 불타오르는 건물, 무너진 건물, 즐비하게 깔린 시체, 시체, 시체다.
저항은 끝났다.
깨비텐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비브의 경호대는 스페츠나쯔 훈련을 받은 최정예다. 되지엠 랩 못지않은 그들이 실력 발휘도 못하고 무너졌다. 갓급 스나이퍼의 백업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웅변하는 케이스다.
불타는 건물에서 사람이 뛰쳐나왔다.
마이크가 파무스를 겨냥할 때 이마에 퍽 구멍이 뚫렸다. 퍽- 분수 수조에서 물방울이 튀었다. 수조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이다. 물이 벌겋게 물들었다. 수영장 바닥에 은신한 경호원도, 정원석 틈에 엄폐한 경호원도 예외가 없었다. 총탄이 날아들고 핏물이 튀었다. 무심한 총탄에 생존자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블랙이 이삭줍기를 하는군.”
“저놈은 어떻게 은신한 적을 알까요?”
“별에서 왔겠지.”
“예에?”
뜬금없는 깨비텐의 말에 마이크가 반문했다.
“그걸 궁금해 할 때가 아닐 걸.”
“쀠텡!”
마이크가 땅바닥에 몸을 던졌다. 정원석 틈에 몸을 숨긴 늙은이의 머리가 퍽 터졌다.
“칸마, 저주를 받아라.”
주름진 손에서 소총이 툭 떨어졌다.
“정말 소름끼치는군.”
마이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지근거리에서 알아차리지 못한 놈을 블랙맘바는 까마득한 거리에서 사살했다.
그야말로 특정 표적을 노리는 스나이퍼가 아니라 광역 이레이져다. 넓은 저택 전체가 그의 시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야간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끔찍스러운 존재다. 마이크는 저런 존재에게 덤빈 자신이 자랑스러워졌다.
총성과 포성이 뚝 멎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은 일본군 보급기지인 트럭 섬에 어마어마한 포탄을 쏟아 부었다. 함대와 함재기가 입방미터당 한 발 꼴로 포탄을 쏟아 부었다. 그래도 일본군 수천 명이 살아남았다. 그들은 포로가 되었지만 용병은 포로를 원치 않았다.
초토화 작전에 불구하고 살 놈은 살았다.
악마들이 빠져나가자 생존자들이 은신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퍽- “끄악!”
“칸마다!”
“아악, 칸마가 노린다.”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머리가 노출되면 머리가 날아가고, 팔이 노출되면 팔이 날아갔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생존자들을 휘감았다.
차고를 찾은 마이크가 욕설을 퍼부었다.
“장쒼, 이 미친놈의 새끼야아!”
나란히 주차된 지프 세대가 몽땅 박살났다. 장쒼이 무반동포로 시원스럽게 날려 버린 것이다.
“젠장, 낙타와 이별은 글러 버렸군.”
고집 센 낙타와 승강이 할 생각에 힘이 쭉 빠졌다.
“이래서 짬밥 낮은 놈은 표가 난다고. 생각이 있으면 차량은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닭대가리를 가진 노란 원숭이 놈.”
욕설을 하던 마이크가 흠칫하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뒤쪽에서 벨맨이 비시시 웃고 있다. 갑자기 옆구리가 시큰했다. 그는 슬며시 옆구리를 만졌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 갈빗대를 뽑아 버리겠다는 블랙맘바의 살벌한 경고가 뒷골을 때렸다.
‘그 새끼는 갈빗대 아니라 척추도 뽑을 놈인데……’
“벨맨, 내가 노란색 원숭이를 좋아해서 말이야. 하하하!”
마이크가 멋쩍은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중사님, 노란색 원숭이는 중사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블랙맘바라면 좋아할지도 모르지요.”
벨맨이 이죽거렸다. 마이크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장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남은 성형 작약탄과 고폭탄을 날려서 차량을 박살냈다. 쉘타에 들어 있는 장갑차 한 대도 박살냈다. 놈들의 반격과 도주를 봉쇄하기 위해서다.
장쒼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내가 뭘? 어쩌라고!’
저택을 빠져나가는 동료를 확인한 블랙맘바의 입 꼬리가 비죽이 말려 올라갔다. 에밀의 어깨에 얹힌 놈이 하비브란 인간인 모양이다.
“속이 션하구마. 망할 노무 새끼, 소굴을 진작 뽀샤버릴 걸.”
그동안 하비브란 놈 때문에 고생바가지를 덮어썼다. 그놈의 전생이 백모 장씨의 조상쯤 되는 모양이다.
블랙맘바는 씨익 미소를 짓고 드라구노프를 챙겼다. 운 좋게 살아남은 놈도 날이 밝을 때까지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인지 불가능한 스나이퍼의 존재는 상상할 수 없는 공포다. 충천하는 화공이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블랙맘바의 배경이 되었다.
“와우, 이게 뭐야!”
난장판을 만들고 돌아온 용병들은 또 다른 난장판에 할 말을 잊었다.
흥분한 낙타들이 창고 안을 뛰어다니고, 옴부티가 낙타를 달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낙타 한 마리는 뒷다리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창고 바닥도 엉망이다.
찢어진 부대에서 쏟아져 나온 낙타대추야자가 굴러다니고, 10갤런짜리 식수통은 낙타 발에 밟혀서 몽땅 빠개졌다. 쏟아져 나온 물로 창고 바닥이 흥건했다.
“으아, 이 망할 놈의 짐승 같으니라고!”
보급품 담당인 장쒼이 비명을 질렀다.
“옴부티, 이게 무슨 일인가?”
블랙맘바의 물음에 옴부티가 들고 있던 베레타로 창고 한쪽을 가리켰다. 등이 하얗고 배가 검은 동물이 꿈틀거렸다.
“라텔입니다.”
“이놈이 라텔?”
호기심에 블랙맘바가 가까이 다가섰다.
크르르-
배에 총구멍이 난 놈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호, 성깔이 대단하네.”
어릴 때 오소리가 부엌에 튀어 들어온 적이 있었다.
여덟 살짜리 겁 없는 꼬마는 지게 작대기를 들고 나섰다. 아버지가 뒷덜미를 잡았다. 아버지는 오소리를 잡을 의도가 없었다. 고함을 질러 쫒아 버렸다.
“쌍아, 점마가 모타리는 작아도 늑대보다 더 사나븐기라. 잡을라카다 니가 잡힌데이. 점마하고 살쾡이는 건디리지 말그라.”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다.
아프리카 오소리는 짚은다리 오소리보다 더 사납고 강력해 보였다. 짧고 강한 다리, 근육으로 뭉친 몸체, 억센 발톱, 톱날 같은 이빨, 과연 한가락 할 포스를 풍기는 놈이다. 확실히 아프리카산 물건은 무엇이 틀려도 틀렸다.
“젠장, 동족상잔인가.”
마이크가 끽끽거리는 라텔의 대가리에 총탄을 한 발 더 박았다. 사지를 부르르 떨던 짐승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어떻게 된 거요?”
깨비텐이 물었다.
옴부티가 총구로 라텔 시체를 가리켰다.
“나도 조금 전에 돌아왔소. 저놈들 일가족 네 마리가 창고를 습격했소. 대추야자 냄새를 맡은 모양이요. 라텔은 후각이 뛰어나서 일 마일 밖에서 달달한 냄새를 맡을 수 있소. 저놈은 수컷이요. 암컷이 새끼 두 놈을 데리고 도주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