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10
x 110
제14장 역습8
“이런 젠장맞을, 이 새끼들이 감히 동족을 습격해.”
에밀이 죽은 라텔을 걷어찼다. 감정이 잔뜩 실린 발차기에 사체가 맞은편 벽까지 날아갔다.
옴부티가 쓴 웃음을 지었다.
“허허, 원래 라텔은 동족 포식을 하는 놈이라오.”
“헉, 어떤 새끼가 팀 콜네임을 라텔이라고 붙였어?”
깨비텐이 에밀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 새끼가 니네 잘난 중대장 삐에프다.”
“망할 변태 중년, 도움이 안 되는구먼. 그 변태가 페디투 캐나룽이라 부를 때부터 재수가 옴 붙었어. 그 인간을 따라나선 내가 미쳤지. 돌아가면 강냉이를 털어 버려야겠어.”
블랙맘바가 울근불근했다. 비참한 죽음을 당한 동료들의 얼굴이 주르륵 스쳐 갔다. 삐에프에게 스카웃되지 않았으면 챠드에 올 일도 없고, 아픔을 겪을 일도 없다.
라텔이 동족 포식성 동물이라니, 뒤통수를 맞고 등을 비수에 찔린 라텔팀에게 꼭 맞는 콜네임이다. 등을 찌른 놈보다 더러운 팀명을 붙인 변태가 더 괘씸했다.
삐에프로서는 무척 억울한 노릇이다.
그는 작전 팀이 라텔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해서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랐을 뿐이다. 또한 라텔팀을 구출하려고 사헬에 자진해서 뛰어 들었다. 구출은커녕 피똥 싸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서 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이다.
옴부티는 난동을 부리는 낙타 떼를 쉽사리 제어하지 못했다. 용병들은 말할 것도 없다. 날뛰는 낙타에게 밟힐 새라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부상당한 놈이 문젭니다.”
고삐를 놓친 옴부티가 후다닥 물러나며 소리쳤다. 피를 흘리는 놈이 계속 날뛰는 통에 다른 낙타들까지 덩달아 날뛰고 있다. 아차하면 밟혀 죽을 판이다.
“소 목에 속한 동물은 참을성이 많은데. 좀 지나치구먼.”
블랙맘바가 안력을 집중했다. 뒷다리사이에 있어야 할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고환을 물어 뜯겼다. 저놈은 고자가 되었어.”
블랙맘바의 말에 용병들이 모두 움찔했다. 블랙맘바 역시 아랫도리가 찌릿했다.
수컷으로 태어나 생식기를 잃는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역시 아버지는 현명하셨다. 어릴 때 부엌문을 닫고 오소리를 잡겠다고 덤볐으면 수놈 낙타 꼴이 되었을지 몰랐다.
블랙맘바는 딱한 표정으로 고자 낙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빨리 정리하고 튀어야 할 상황이다. 낙타 한 마리 때문에 지체할 상황이 아니다.
“쪼매 미안타만 거시기 없는 니가 무슨 낙으로 살아가겠노.”
별로 위안이 안 될 말을 주절거리며 쿠크리를 뽑았다. 칼집을 빠져 나온 대형 쿠크리가 어둑한 창고 속에서 요요한 냉기를 뿌렸다.
“나무아미타불, 다음에는 좀 더 편안한 생으로 태어 나거라. 업장소멸 극락왕생 지장보살 수리수리 마하수리.”
피잇-
블랙맘바의 손을 떠난 쿠크리가 빗살처럼 날아갔다.
퍽- 쿠크리가 날뛰는 낙타의 정수리를 파고들었다.
무게 1.2kg, 칼날 길이만 33cm인 대형 쿠크리다. 두개골을 관통한 칼끝이 귀 뒤쪽으로 빠져 나왔다. 운동 신경 중추와 숨골이 단번에 끊어졌다.
한차례 부르르 경련을 일으킨 낙타가 앞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었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는 즉사다.
“나무아미타불!”
사람을 죽일 때는 무심하던 마음이 짐승 한 마리를 죽였다고 짠해졌다. 인간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존재다.
“놀랍군, 대뇌와 소뇌를 단번에 박살냈어.”
죽은 낙타를 살펴본 깨비텐이 어이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정확한 투척술도 놀랍지만 두개골을 관통한 파워가 더 놀라웠다. 낙타 두개골은 사람보다 몇 배 두껍고 단단하다. 파라블럼탄으로는 뚫지 못한다.
블랙맘바가 던지는 가느다란 무기에 당한 게릴라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하는 이유를 알았다. 운동중추와 신경중추를 박살낸 것이다.
‘어쩌면 나름 자비로운 살인일지도!’
이왕 죽는다면 누구라도 고통 없이 죽기를 바랄 것이다.
용병들은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엄청난 집중력과 힘이군. 미리 외운 이상한 주문도 고대 동양 무예인가? 알려 달라고 하면 알려줄까!’
벨맨의 생각이다.
‘알라후 아크바르, 역시 신비한 힘을 지닌 주인이다. 알라의 법도에 충실한 도살이다. 동양의 주문으로 힘을 증폭시키는구나.’
축생 영가 발원을 이상하게 오해하는 옴부티다.
‘살벌하군. 저 새끼가 고자질하지는 않겠지.’
벨맨의 눈치를 슬며시 살피는 마이크다. 이래저래 마이크 중사의 고달픔은 계속되었다.
무슬림은 동물을 도살할 때 목을 단번에 잘라 죽인다.
기독교인들이 야만스럽다고 비난하지만 무식한 소리다. 고통을 당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는 배려다. 또한 불결하게 여기는 피를 뽑아내기 위해서다.
코란에 나오는 도살 방법 역시 동물은 배려하는 자비심으로 차 있다.
[도살할 짐승에게 먹을 것과 물을 주고 가장 편안하게 둔 상태에서 가장 날카로운 도구로 가장 신속하게 도살해 죽음의 고통을 최소화 하도록 하라.]블랙맘바가 낙타를 단숨에 죽인 방법은 코란의 가르침에 부합했다. 옴부티가 오해 할만 했다.
날뛰던 놈이 죽어 버리자 나머지 낙타들이 안정을 찾았다. 장쒼과 에밀만이 정신없이 바빠졌다.
“와킬, 작전은 성공했겠지요?”
소란이 진정되자 옴부티가 물었다.
“하비브의 저택에는 시체와 잿더미밖에 없다.”
“야 일라히!(세상에!) 알라후 아크바르, 아수쿠르카. 아슈쿠르카.”
옴부티의 머리가 방아깨비처럼 움직였다.
“에밀, 스토커 두목을 옴부티에게 넘겨줘.”
에밀이 창고 구석에 팽개쳐 둔 하비브를 가리켰다.
“저기 있소. 블랙맘바가 산채로 잡아오라고 해서 땀 쫌 뺐소.”
“하비브!”
분노와 슬픔, 고통이 범벅이 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복수 일념으로 살아온 상처 입은 영혼의 비명이다.
*****
서쪽 하늘 절반이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위쪽은 밝고 아래쪽은 갈색으로 변해 가는 중이다. 전형적인 사헬의 석양 풍경이다.
석양을 배경으로 지프 한 대와 트럭 세 대가 관목을 깔아뭉개며 느릿느릿 전진했다. 얼디 하마르에서 된통 깨진 삐에프의 구출팀이다.
구출팀은 잠복 게릴라들의 파상 공세에 밀려서 며칠째 암주에서 아오당가 간의 보델레 저지를 빙빙 돌았다. 두더지처럼 땅속에서 튀어나와 총격을 가하는 놈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야말로 개미귀신의 깔때기 함정에 빠진 꼴이다.
삐에프는 지난 6일 동안 지옥을 경험했다. 비트를 파고 잠복한 게릴라들의 계속되는 공격, 숙영지를 정하면 어김없이 닥치는 어쌔신, 일교차 25℃를 넘나드는 황당한 기후, 간단없이 몰아닥치는 모래바람, 군단으로 덤비는 파리와 모기, 지옥은 진행 중이었다.
구출팀 측방 2km지점, 황갈색 간두라를 걸친 아랍인이 사구 공제선에 바짝 엎드려 있다. 구출팀을 감시하는 하마스 대위다.
또 한 명의 간두라가 몸을 낮추고 나타났다.
“하마스, 놈들이 어디로 향하나?”
엎드려 있던 인물이 잽싸게 쌍안경을 넘겼다.
“엘 엑딤에서 숙영할 겁니다.”
“그물 준비는 끝났나?”
“합, 쉬샤샷 습지로 몰아넣을 겁니다.”
“쉬샤샷? 흐흐, 드디어 칸마가 나 키칼리의 손에 떨어지는구나. 우흐흐흐!”
“대장님의 치고 빠지기 작전이 주효했습니다.”
“흐흐 보델레는 우리 앞마당이다. 화력이 우세한 놈들과 정면으로 부딪힌 아무드가 멍청했어.”
“후임 사령관님께 미리 축하드립니다.”
“당연하다. 난 멍청한 아무드와 달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반드시 이긴다는 동양 속담이 있다. 칸마라 불리는 놈도 내 손을 벗어날 수 없지.”
“어두워지면 시작하겠습니다.”
“무리할 필요 없다. 흔들어 놓기만 해.”
키칼리 중령의 얼굴에 의기양양함이 흘러넘쳤다.
“셍티엥, 전면의 계곡이 에르 엑딤인가?”
안내인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안내인은 중상을 입고 소바막에 실려 있다
“그렇습니다. 엄폐가 용이하고, 급경사라 방어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지치는군. 이곳에서 숙영토록 하지.”
삐에프는 버석해진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땀에 섞여 말라붙은 모래가 우수수 떨어졌다.
셍티엥이 계곡 안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젠장, 종잇장을 씹는 기분이군. 본부 식당의 형편없는 메뉴가 그리울 줄은 몰랐어.”
삐에프가 씨레이션 스테이크를 씹으며 투덜거렸다. 라텔팀원들이 장쒼의 전갈 튀김과 풍뎅이 스프로 배를 채우고 있음을 모르는 삐에프다.
“라텔팀이 투입된 지 한 달이 넘었군.”
바위에 등을 기댄 삐에프가 발부아를 쳐다보며 한숨 쉬듯 중얼거렸다.
인간의 꾸밈과 외관은 얼마나 허망한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되지엠 랩의 신사 삐에프가 노숙자보다 못한 몰골로 변신했다. 빛나던 눈동자가 흐릿해지고, 깔끔하던 수염은 수세미 뭉텅이가 되었다. 혈색 좋던 얼굴은 석탄처럼 검게 변했다. 입술은 허옇게 들뜨고 광대뼈는 붉게 익었다. 장발잔을 연기한 앙투앙 와토의 몰골도 삐에프보다는 나았다.
“우리가 사헬에 발을 들여 놓은 지 6일이 지났으니까요.”
“그들은 어떻게 견뎌 냈을까?”
“블랙맘바가 있지 않습니까!”
발부아 중위의 말에 은근히 날이 섰다.
“그렇군. 이곳이 블랙맘바 단독으로 인민군 특수중대를 궤멸시켰다는 계곡이지.”
“그렇습니다.”
“흐, 나는 뭔가! 구조는커녕 아까운 부하들만 잃었어.”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중대장님은 블랙맘바가 아닙니다.”
“휴, 그런 말은 전혀 위안이 되지 않네. 블랙맘바가 이곳에서 RPG 집중 공격을 받았다는데~”
삐유우-
말이 끝나기도 전에 RPG비행음이 울렸다.
“헛, 또 시작인가!”
“산개, 산개하라.”
발부아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숙영 준비를 하던 대원들이 미친 듯이 엄폐물을 찾아 달렸다.
꽝-
“으아아, 망할 알라봉!”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부아앙- 투타타타-
바이크 엔진음이 어둠을 흔들었다. 기관총탄이 정신없이 날아들었다. 놈들이 오토바이에 거치한 데그차레프다. 저격을 의식한 놈들의 꼼수다. 벌써 수차례 당했다.
되지엠 랩의 전투력이 허접한 프롤리나트에 밀릴 리 없다. 펑- 펑- 카카카카- 순식간에 방열을 마친 박격포가 축사탄으로 위치를 잡고 포탄을 쏟아 냈다. 중기관총이 뽑아내는 예광탄 줄기가 줄줄이 어둠속으로 날아갔다.
“중지, 사격 중지”
갑작스럽게 시작된 전투가 갑작스럽게 끝났다.
“으, 망할 새끼들!”
발부아가 이빨을 갈았다. RPG 몇 발을 추가로 날리고 기관총을 쏴 대던 놈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전투는 겨우 1~2분 지속되었을 뿐이다. 이래서야 스나이퍼팀을 가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하라 풍이 불어오고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대기 중에 떠도는 화약 냄새만 아니라면 평범한 사헬의 일상이다.
“으으, 니기미 시브랄!”
삐에프가 진저리를 쳤다. 바로 이것이다. 놈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구출팀을 들쑤신다. 한바탕 퍼붓고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추격하면 매복이 기다린다. 매복에 된통 한 번 당한 후로 추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발부아, 피해 보고하라.”
“사망 1명, 경상 2명입니다. 물적 피해 소바막 한 대 반파~”
“그만, 그만해. 그딴 소바막 몽땅 부서져도 좋아. 또 죽었어. 내 부하가 또 죽었다고. 으아아, 니기미 떠그라알~”
삐에프가 반 미쳐서 비명을 질렀다.
“중대장님, 잘못이 아닙니다. 놈들이 교활한 겁니다.”
“아니야, 내가 어리석었어. 아무런 소득 없이 아까운 부하들만 또 잃었어. 으흐흐흐!”
삐에프가 얼굴을 감싸 안고 흐느꼈다. 발부아는 자책하는 중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딱히 중대장을 탓하고 싶지 않았다.
현재 상황은 블랙맘바 같은 능력자가 조력하지 않는 한 드골이나 페탱을 초빙해도 해결 불가능이다. 따지자면 전장전투력 분석을 제대로 못한 필립 대령과 참모부의 잘못이다. 삐에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셍티엥, 위성 전화를 준비하라.”
삐에프가 출세에 눈이 멀긴 했지만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