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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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역습9
폴 중위처럼 고지식한 장교도 아니다.
프롤리나트 주력군을 구경도 못한 상태에서 팀원 절반이 축차 소모되었다. 삐에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라텔팀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이끄는 부하들도 중요하다. 부하를 구하겠다고 또 다른 부하를 희생시키는 멍청한 짓거리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삐에프는 퇴각을 결심했다.
그는 본부에 현 상황을 가감 없이 보고하고 퇴출을 요청했다. 통신을 마친 삐에프가 대원들을 집합시켰다.
‘이게 무슨 꼴인가!’
강인한 되지엠 랩 대원이 아니라 상거지 꼴 노숙자 한 무리가 모였다. 겉모양이 문제가 아니다. 눈빛이다. 살아서 번쩍이던 눈빛이 두려움과 피로에 찌들었다.
가슴아래서 불덩이가 치밀었다.
분노는 말도 안 되는 작전에 젊은 피를 쏟게 만든 늙은이들에게 향했다. 라텔팀 투입을 주장하고 구출팀 투입에 적극 나선 자신의 모습은 잊어 버렸다.
인간은 고도로 섬세한 정신 능력을 보유한 종이다. 섬세하다는 말은 다치기 쉽다는 말이다. 인간의 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망각과 책임 전가라는 기가 막힌 장치를 개발했다.
“제군들, 현 시간부로 구출 작전을 중단한다. 우리는 전력을 다해서 이 더러운 곳을 빠져 나간다.”
“와우!”
대원들의 얼굴이 눈에 뛰게 밝아졌다.
“중대장님, 총상을 입은 안내인이 사망했습니다. 10분전입니다.”
의무 담당인 브로닌 병장이 난감한 얼굴로 보고했다.
“안내인이 죽어? 탄자를 적출하지 않았나.”
“사망 원인은 총상 쇼크가 아니라 급성 패혈증입니다. 탄자가 더러운 옷자락을 물고 들어갔습니다.”
삐에프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사망원인이 쇼크인지 패혈증인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안내인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사헬, 특히 보델레 지역은 지형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사막과 늪이 혼재하는가 하면 갑자기 바위 언덕이 나타나고, 드넓은 관목지대가 앞을 막는다. 사구를 넘으면 갑자기 강이 앞을 막기도 한다. 안내인이 없으면 지도가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어쩔 수 없지. 이곳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96km만 이동하면 우리가 지나 온 엘 메지르다. 본부에서 엘 메지르 남쪽 35km지점 아카망가(Arkemanga)돌리네 지역에 헬기를 보내 주기로 했다.”
“부상병이 다섯입니다. 헬기를 근접시킬 수 는 없습니까?”
“아카망가가 스트렐라를 회피할 수 있는 최북단이다. 즉시 이탈한다.”
발부아가 삐에프를 말렸다.
“중대장님, 안내인 없이 야간에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곳곳에 늪이 산재해 있습니다.”
“위험하긴 마찬가지야. 이곳에서 또 놈들의 알라봉을 얻어맞고 싶나? 지프를 앞장세우고 출발해. 나는 베타에 선탑하겠다.”
삐에프는 퇴출 허락이 떨어진 마당에 한 시도 사헬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정예 공수대원 50명이 전투 한번 화끈하게 치르지 못하고 반 토막 나 버렸다.
분노 뒤에 찾아 온 감정은 무력감과 두려움이다. 비난과 마이너스 경력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얼른 지옥을 빠져 나가고 싶은 조급함만 뇌리에 가득했다.
구출팀은 숙영을 포기하고 야간 이동에 들어갔다.
P4지프를 앞세우고 생존한 23명의 대원들이 소바막 세 대에 분승했다.
-전방 2시 방향 불빛
-좌측으로 빠져 나간다.
선도 지프의 보고에 삐에프가 방향을 수정했다.
10분후 다시 연락이 왔다.
-전방 10시 방향에 불빛
-우측으로 빠져 나간다.
20분후 다시 헤드셋이 윙 울렸다.
-여기는 알파, 바퀴가 진흙 속에 빠졌습니다.
-뭣이, 이곳은 자갈 사막 지형이야. 늪이 없어.
말을 하면서도 삐에프는 자신이 없었다. 어차피 보델레의 지형은 지도와 매치되지 않는 곳이 많다.
덜컥- 선탑한 소바막이 멈추었다.
웨에앵- 알피엠이 급격히 올라갔지만 차량이 꼼짝도 못했다.
“셍티엥!”
“중대장님, 바퀴가 빠졌습니다.”
삐에프는 뒤통수를 누르는 위기감을 느끼고 차량 밖으로 뛰쳐나왔다.
“쎄 땅크화이아블르!(믿을수가 없군!)”
파무스를 움켜진 삐에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구출팀이 들어선 곳은 호리병박처럼 생긴 막다른 돌리네다. 그것도 표면이 딱딱하고 속이 무른 메리깨쓔 습지대다. 그제야 게릴라 출몰만 신경 쓰고, 주위 지형에 무심했음을 깨달았다.
-감마, 브라보 후진하라.
-안됩니다. 바퀴가 절반이나 빠졌습니다.
-전원 하차해서 차량을 빼내라. 서둘러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횃불이 화악 켜졌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횃불이 돈좌된 구출팀을 둘러쌌다.
“나는 프롤리나트 3군 키칼리 중령이다.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항복하면 죽이지 않겠다.”
유창한 불어다.
삐에프는 맥이 탁 풀렸다.
“끝장이닷,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나!”
놈들의 유치한 유인계에 말려들었다. 불빛이 수차례 보일 때 알아챘어야 했다.
“닭대가리, 닭대가리!”
삐에프가 머리를 적재함에 쿵쿵 들이박았다.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을 놓친 자신의 머리를 쪼개고 싶었다.
삐에프도 내 그럴 줄 알았지 라는 후견지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나고 나면 원인과 결과가 명백해 보이지만 산 속에 있을 때는 산을 보지 못한다.
카카카카- 후미에서 누군가 기관총을 난사했다.
“안 돼!”
삐에프가 비명을 질렀다.
투투투투- 꽝- 게릴라측의 화력이 맨 후미 브라보에 집중되었다.
“사격 중지, 바보 새끼들아, 사격 중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항복, 항복한다.”
셍티엥이 잽싸게 군복 상의를 벗어서 흔들었다.
총성은 순식간에 그쳤다.
결과는 참혹했다. RPG에 직격당한 후미의 소바막 2대가 불타올랐다. 땅바닥에 즐비하게 쓰러진 부하들이 보였다. 삐에프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구출 팀은 어이없게도 하비브 휘하 키칼리 중령의 포로가 되었다. 포로는 장교 3명, 하사관 3명, 사병 4명, 총 10명이다. 돌발 교전으로 인해 13명이 전사했다. 라텔팀이 하비브의 저택을 신나게 때려 부술 때다.
깨어난 하비브는 눈앞의 아랍인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눈초리가 심히 불량했다. 하비브가 언제 이런 눈길을 받아 보았겠는가.
‘이 자식은 뭐야?’
퍽- 깨비텐이 권총 손잡이로 뒷머리를 내려찍었다. 생각이 이어지지 못했다.
“옴부티, 시간 없소.”
스니퍼(사하라 남부에 서식하는 쥐. 토끼만큼 크다.)를 노리는 킹코브라처럼 쉭쉭거리던 옴부티가 물러났다. 블랙맘바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하비브의 얼굴에 부대를 씌워 묶었다. 주인의 얼굴을 봐서 물러난다는 제스추어다.
장쒼은 라텔이 물어뜯은 물통 다섯 개를 난감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갈 길이 아득한데 물이 없다. 수지 물통은 개당 10프랑에 불과하다. 별것 아니지만 사헬에서는 구할 수 없으니 별것이다.
낙타대추야자도 겨우 한 자루가 남았다. 멀쩡한 수지 물통은 한 개만 남았다. 전투식량도 바닥났다. 차량과 무기도 급하지만 물과 식량이 더 급했다. 장쒼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준비되었나? 출발!”
“지겹다 지겨워.”
마이크가 투덜거리며 꼴 보기 싫은 낙타에 올랐다. 성질 나쁜 인간을 등에 올리기 싫은 낙타가 맴을 돌았다. 마이크와 낙타가 또다시 승강이를 벌이자 블랙맘바가 나섰다. 끼에엑- 무시무시한 맹수의 눈빛에 놀란 낙타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꼼짝도 못했다.
“마이크, 이놈에게 대추야자를 먹여 주고 올라타라. 잘 좀 지내보라고.”
마이크는 양처럼 순해진 낙타와 블랙맘바의 등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조또, 얼마나 성질이 더러우면 낙타도 꼼짝 못하네. 상종을 말아야지.”
마이크가 양순해진 낙타 등에 훌쩍 올라탔다.
라텔팀은 한 시간 후 두조랍 에르그에 접어들었다.
두조랍은 모래사막이다. 낙타 발자국이 그대로 남는다. 사막이라고 하면 흔히 모래사막을 연상하지만 실제 모래사막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막은 암석과 자갈 사막이다. 사하라 사막도 에르그는 전체 면적의 15%에 불과하다.
두조랍 에르그에 접어들자 옴부티가 낙타를 세웠다. 모두 여덟 마리다. 낙타 열 마리 중 우두머리 한 놈을 죽이고, 고자가 된 놈은 블랙맘바가 죽였다.
그는 말을 안 듣는 골통 두 마리를 추려 냈다. 비교적 온순한 남은 놈들을 용병들에게 내 주었다.
“깨비텐, 출발하시오. 나는 뒤처리를 하고 따라가겠소.”
“늦지 않게 따라 오시오.”
흔적을 지우려는 옴부티의 의도를 짐작한 용병들이 먼저 출발했다.
“흐흐, 나도 장난 좀 칠 줄 알지.”
옴부티는 낙타 꼬리에 작은 봉지가 조랑조랑 달린 긴 줄을 묶었다. 손톱만한 주머니를 길게 연결한 도화선이다. 작은 주머니 속에는 탄피에서 빼낸 화약이 들어 있다. 장쒼이 제작해 준 다연발 폭죽이다.
옴부티는 아라크를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용병대와 시차를 벌리려는 의도다. 한 시간 후, 낙타 두 마리의 고삐를 느슨하게 묶어 놓고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꼬리에 매달린 도화선이 치직거리며 타들어 갔다. 준비를 마친 그는 오셀롯의 채찍을 꺼내서 엉덩이를 사정없이 갈겼다.
다이아몬드 강사에 갈린 낙타 엉덩이가 쭉 찢어졌다. 꼬리에 불을 매단 낙타 두 마리가 미친 듯이 질주했다. 동쪽 엔네디 고원 방향이다.
“닉 목(어미와 붙어먹을 놈), 개고생 좀 하라고.”
옴부티의 우멍한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흡족한 미소다.
장쒼의 계산에 따르면 15분후 첫 번째 폭죽이 터진다. 서로 간에 엉성하게 고삐가 엮인 낙타는 놀라서 흩어진다. 그 후 매 십 분마다 열 개의 작은 폭죽이 터진다. 폭음에 놀란 낙타는 시속 40km이상으로 달린다. 양 방향으로 흩어져 달아난 낙타가 추적자들을 엿 먹일 것이다.
작업이 아직 남았다.
옴부티는 파야를 떠날 때 준비해 온 야자 잎을 뭉쳐서 낙타 꼬리에 묶었다.
자신의 애마, 아니 애타에 올라탄 옴부티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질주했다. 꼬리에 매달린 야자 빗자루가 발자국을 지웠다.
라텔팀이 하비브를 납치해서 사라진 20분후 파야에서 38km떨어진 에물(Amoul)에서 총성과 포성이 터졌다. 하비브의 인민군 3군단 별동대가 명령을 받고 압둘 위원의 저택을 덮쳤다. 압둘의 호위대와 별동대가 벌인 전투는 양패구상으로 끝났다. 압둘 역시 자신의 신변 경호를 강화했던 것이다.
하비브의 착각으로 인해 벌어진 군벌 간의 전투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불신이 표면화된 프롤리나트는 내분에 휩싸였다.
프롤리나트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던 DGSE와 군부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용병 몇 명이 좌충우돌하는 바람에 엉킨 실타래가 술술 풀렸다. 유례없는 해외 작전 성공에 프랑스 조계가 들떴지만 몇 사람은 편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파야를 탈출한 용병들은 하루 동안 편안하게 남하했다.
추적도 없고, 매복도 없었다. 하비브의 오판과 옴부티의 잔머리가 겹쳐서 일어난 효과다.
게다가 기존의 추적대는 삐에프의 구출팀을 라텔팀으로 착각하고 포위망을 구성하는 중이었다. 구출팀이 어쨌든 도움을 주었다.
용병들은 프롤리나트 대신 낙타와 싸우며 남하했다.
장쒼과 에밀, 마이크는 연신 웩웩거렸다. 낙타 발걸음은 말과 다르다. 앞발과 뒷발을 동시에 움직인다. 반동을 받은 몸이 좌우로 흔들리게 된다. 롤링 효과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멀미를 하게 된다. 하비브 저택의 차량을 박살낸 장쒼은 잘못도 없이 눈치를 봐야 했다.
달구어진 대지가 아지랑이를 뿜어 올릴 즈음 깨비텐이 낙타를 멈추었다. 전날 저녁부터 쉼 없이 이동과 전투를 치렀다. 모두 낙타라도 잡아먹고 싶을 만큼 허기가 진 상태다.
“옴부티, 현재 위치가 어디요?”
옴부티가 지도에 점을 찍었다.
“여기요. 파야 남쪽 80km, 서북주로에서 10km정도 벗어나 있소.”
“시간 여유가 얼마나 있겠소?”
“내가 장난을 쳐 두었으니 하루 이상은 벌었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