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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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하비브의 최후2
“그 그게 말입니다. 제가 알 수 있는 수준의 정보가 아닙니다. 하비브님의 3군 별동대가 압둘 님의 저택을 덮쳤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런 망할! 역시 압둘인가!”
키갈리는 가슴이 쿵 떨어졌다.
드디어 올 것이 온 셈이다. 고급 장교인 그는 프롤리나트가 돌아가는 상황을 안다. 쌓인 불신이 내분으로 터졌다. 키갈리는 뒷목을 쥐고 털썩 주저앉았다.
멘탈 붕괴 상태인 키갈리를 대신해서 부관 사우드가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정보원을 내 보냈다.
“사우드, 와킬이 무사할까?”
“인샬라, 고통이 없기만을 바랍니다. 알라후 아끄바르!”
사우드가 두 손을 모았다. 침입자들은 저택을 박살내고 경호대와 근무원들을 전멸시켰다. 원한이 뼈에 사무쳤거나 반대 세력의 공작이다. 실종된 와킬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코끼리에게 머리를 밟힌 사람이 생존할 가능성보다 낮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의 은혜가 와킬에게 강림하기를!”
키갈리가 짧게 기도를 올렸다. 하비브는 어쌔신을 배출하는 제레로 족이다. 전사 스타일의 키갈리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십 수 년을 주인으로 모셨던 분이다. 가슴이 아팠다. 한편으론 인과응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와킬을 친 놈이 칸마가 아닐까?”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택 내에 무장 군인만 80명입니다. 놈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듯이 나타나서 단 10분 만에 경호대와 근무원 25명을 전멸시키고 사라졌습니다. 칸마가 아니면 그 누구도 불가능한 전격전입니다.”
“으음, 그렇다면 별동대의 군사 행동은 정보 조작일 가능성이 높다. DGSE의 공작일까?”
사우드가 머리를 흔들었다.
“정면 돌파 방식은 DGSE의 방식이 아닙니다. 위원간의 군사 충돌 가능성도 있지만 저는 칸마의 역습에 무게를 둡니다.”
칸마! 어디서 그런 황당한 존재가 나타났을까?”
“양키가 만든 생체병기가 아닐까요?”
“후후후, 자넨 요즘 상상력이 너무 좋아졌어. 상식을 벗어난 존재를 두고 고민해 봐야 머리만 복잡해진다네.”
“그렇긴 하죠. 가능하면 놈을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놈을 피해? 나 키갈리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키갈리가 눈을 부릅떴다.
아무리 칸마가 무섭다지만 투아레그 전사로서 자존심이 있다.
“대장님, 저도 투아레그 전사입니다. 지금은 군세 유지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놈과 부딪힌 부대는 전부 박살났습니다. 설사 놈을 제거하더라도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무드와 무스타는 바보가 아닙니다.”
사우드의 진정어린 조언이 키갈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네가 옳다. 주인이 사라진 마당에 출혈을 무릅쓸 필요는 없겠지.”
키갈리가 뚱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사우드는 나이지리아에서 군사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사리판단이 빠르고 잔꾀에 능하다. 맹장인 키갈리의 부족한 면을 채워 주는 지낭이다.
“당연합니다. 노스코리아의 군사 고문은 억지 춘향이란 말로 표현하더군요.”
“그나저나 황당하군. 엄청난 전공을 알아 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야. 둥지를 잃은 호로호로 신세인가. 허허허!”
키갈리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주군인 하비브가 붕멸해 버렸으니 자신은 끈 떨어진 연 신세다.
“와킬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잘된 일입니다.”
“뭐라, 잘된 일?”
“대장님은 투아레그족의 희망입니다. 언제까지 제레로족의 개 노릇을 할 겁니까? 와킬은 대장님을 담을 그릇이 아닙니다. 칸마는 아무드와 무스타를 지우고 와킬까지 지웠습니다. 칸마가 대장님을 묶고 있는 사슬을 끊어 준 셈입니다. 저는 알라께서 대장님께 은혜를 베풀기 위해 칸마를 보냈다고 믿습니다. 알라후 아끄바르으!”
키갈리는 부관의 열변을 묵묵히 들어 주었다.
그는 전형적인 전사 타입의 지휘관이다. 아무드와 무스타의 그늘에 가렸지만 정치 감각도 뛰어난 편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저택이 초토화되고 보스가 실종되었다면 알쪼다. 둥지가 깨어졌는데 알이 성할 리 없다. 하비브의 시대는 끝났다. 프롤리나트는 이합집산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거나 해체된다. 언제까지 남의 개 노릇을 할 것인가?
그렇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던 크고 작은 바위가 일거에 사라졌다.
“나 역시 와킬이 마땅치 않았다. 아무드와 무스타 놈이 앞장서서 우리 동족을 핍박할 때 와킬은 묵인했어. 그러고 보면 칸마가 투아레그족의 원한을 풀어 준 셈이야.”
“적이긴 하지만 존경할 만한 대전사입니다. 짝퉁 칸마는 어떻게 할까요? 달고 다니기도 귀찮은데 묻어 버릴까요?”
“아니야, 허접해도 칸마의 직속상관이라고 했어. 써먹을 때가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키갈리는 여명이 밝아 오는 동쪽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독립을 한다. 핍박받는 부족의 세상을 만든다. 투아레그족의 국부 아함 키갈리! 가슴이 벅차올랐다.
“파야로 갈 필요가 있을까?”
키갈리는 짐짓 부관의 생각을 떠 보았다.
“저는 대장님이 비르 와키브로 가시기를 바랍니다.”
“비르 와키브? 베르달레에 있는 습지 말인가?”
키갈리의 눈이 커졌다. 이건 예상을 벗어나는 이야기다.
“예, 압바스 대대가 있는 곳입니다.”
“흐음! 비르 와키브란 말이지.”
키갈리는 부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아들었다.
압바스는 자신과 같은 투아레그족이다. 부관은 투아레그족의 군벌을 말하고 있다.
와킬의 군세는 칸마가 낀 프랑스 특공대에게 치명상을 입었다. 온전한 단위 부대는 자신과 압바스, 마쿰보의 군세를 추적중인 빈탈 대대가 전부다.
“지금 파야로 돌아가면 다른 위원의 군세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겠지?”
“그렇습니다. 어쩌면 대장님과 저는 암살당할지도 모릅니다. 압바스님과 연합하고 별동대를 끌어들이면 바타를 먹을 수 있습니다.”
“흐음, 바타주라~”
키갈리는 장고에 들어갔다.
자신이라고 해서 군벌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바타 주를 근거로 압바스와 함께 세력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키갈리의 얼굴이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생각은 길었지만 결정은 빨랐다.
“사우드, 쿠바롱가로 방향을 돌려라. 베르달레로 간다.”
“옙,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키갈리 위원님!”
“흠, 듣기는 좋군.”
삐에프를 포로로 잡은 키갈리가 남동진 할 때 하비브를 납치한 라텔팀은 남서진하는 중이었다. 원인과 결과는 서로 꼬리를 물고 돌아간다. 라텔팀이 하비브를 친 행위가 키갈리를 불러들였다. 삐에프를 잡느라 지체한 키갈리는 파야 목전에서 발길을 돌렸다.
서북주로의 킹핀이 되는 보루꾸(Brouklkou)오아시스, 라텔팀이 경유지로 택한 곳이다. 보루꾸 코앞에서 블랙맘바가 낙타 등에서 훌쩍 뛰어 내렸다. 공기 중에 떠도는 매캐한 분자, 이산화황이다.
“스토크!”
블랙맘바의 경고에 선두의 옴부티가 즉각 고삐를 당겨 두목 낙타를 후방으로 물렸다. 두목을 따라 다른 낙타들도 우르르 뒤로 물러났다.
땅바닥에 귀를 대고 집중하는 블랙맘바의 인상이 심상치 않았다. 낙타 수십 마리가 달리는 땅울림, 바람에 실려 오는 디젤 연소 냄새, 대군이다.
“옴부티!”
“옙, 와킬”
“오아시스가 얼마나 남았나?”
“2km남았습니다.”
바로 코앞이다. 프롤리나트도 오아시스를 목표로 이동 중이다.
“근처에 은신할 장소가 있나?”
“북쪽으로 20분쯤 올라가면 관목 숲이 나옵니다.”
“북쪽은 안 된다. 남쪽은?”
“남쪽은 평원입니다. 4km이내에 은신처가 없습니다.”
심상치 않은 대화에 용병들은 바짝 긴장했다.
“깨비텐, 북동 방향 8km, 개떼가 몰려오고 있다. 낙타와 장갑차, 트럭까지 뒤섞인 부대다. 현재 속도로 20분 이내에 우리와 조우한다.”
깨비텐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망할, 하루도 편할 날이 없군. 파야는 엉망일 테고 망치중의 한 개인가?”
“어떻게 할 텐가?”
“으음!”
깨비텐은 선 듯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이다. 은신처도 없고, 탄약도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보루꾸에서 물을 보충해야 한다. 식수가 떨어 진지 하루가 지났다.
“깨비텐, 현재 전력으로 놈들과 부딪힐 수 없다. 내가 해결한다. 전원 후방으로 빠져라.”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팀이다.”
깨비텐이 이빨을 물었다. 블랙맘바는 보모가 아니고 되지엠 랩은 유아가 아니다.
블랙맘바는 옥쇄도 불사하겠다는 깨비텐의 결기에 난감했다. 되지엠 랩의 자존심과 자부심은 유별나다. 그는 한 발 물러났다.
“곤란하다. 놈들은 바이크 정찰조를 운영한다. 곧 들이 닥친다.”
“일단 뒤로 빠져서 생각해보자고.”
깨비텐은 낙타를 휘몰아 2km 후방으로 물러났다.
서쪽 지평선에 걸린 태양이 붉은색을 더 했다.
“모래바람이 찾아오는구나.”
천색을 살피던 블랙맘바가 중얼거렸다.
파란트로푸스의 눈에는 해를 가리는 먼지 입자가 또렷이 보였다.
늘 블랙맘바의 곁을 지키는 옴부티다.
혼잣소리를 듣고 곧바로 낙타의 무릎을 두들겨서 둥글게 꿇어 앉혔다. 용병들은 자동으로 낙타 배 밑을 피고 들었다.
“깨비텐, 모래바람이 온다. 놈들이 오아시스에 숙영하면 곤란해진다. 적정을 살피고 오겠다.”
“블랙, 하루쯤 늦어도 된다. 놈들이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금쯤이면 파야의 프롤리나트 본부가 사태를 파악했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블랙……”
파악- 깨비텐이 말을 잇기도 전에 블랙맘바가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아악, 저놈을 말릴 수도 없고, 때릴 수도 없고 내가 미친다 미쳐!”
깨비텐이 펄펄뛰었다.
콰아아- 블랙맘바의 말대로 모래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모래먼지가 석양을 덮었다. 사위가 시커멓게 변했다.
블랙맘바는 보루꾸 오아시스를 코앞에 두고 모래폭풍을 만났다. 준비해 온 방수포를 덮어쓰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우우웅-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맞물려 용틀임하는 묵직한 소리가 사막을 흔들었다. 거대한 덩치로 광폭하게 쓸고 지나가는 놈, 강철처럼 단단하게 뭉친 놈, 창처럼 예리하게 찔러 드는 놈, 수십 수백 줄기의 흐름이 스쳐 갔다. 바람이 자신이 되고 자신이 바람이 되었다.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자신도 모르게 반야심경의 한 구절을 읊었다. 내가 바람이고 바람이 나다. 존재하는 것은 없고 모두가 흘러가는구나.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오온이 없으니 내가 무아(無我)였구나. 블랙맘바는 스승이 무아라는 법명을 내린 깊은 뜻을 찾았다.
그렇구나! 연연치 말라는 것이구나.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것이구나. 연연하면 업(業)이요. 내려놓으면 공(空)이구나.
이역만리 거친 땅, 아프리카의 한 귀퉁이에서 블랙맘바, 아니 무쌍은 스승의 은혜에 가슴을 적셨다. 변형된 유전자의 거친 공격성, 피를 갈구하는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굳건한 정신력이 모두 스승의 은혜다.
드드등- 뇌가 한차례 울렸다.
박하사탕을 깨문 듯 시원하고 싸한 바람이 한 차례 뇌를 휘젓고 사라졌다.
방수포가 스윽 밀려나며 블랙맘바가 일어났다.
일어났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무릎관절과 요추를 굽히지 않고 허깨비처럼 부유하듯 몸이 세워졌다.
와웅- 한 차례 긴 풍음을 토한 사풍이 꼬리를 끌고 멀어져 갔다. 지진이 지나가면 여진이 남듯 잔바람이 흙모래와 초훼를 말아 올렸다.
“아아, 이것이 깨달음이구나!”
신체적으로 크게 달라진 바는 없지만 늘 동굴 속에 갇힌 듯 답답함이 사라졌다. 뇌호혈을 누르는 압박감도 깨끗이 사라졌다. 머릿속이 가을하늘처럼 청명해졌다.
모래폭풍이 노을을 몰아가 버렸다.
보루꾸 오아시스는 장지름 1000m, 단지름 600m인 타원형 으로 종려, 아카시아, 사루나무가 우거지고 나라 덩굴이 지면을 덮은 A급 오아시스다. 휴프노스의 장막이 사위를 덮어가는 지금, 진한 검은색이 엷은 검은색에 둥둥 떠있는 모양새다.
땅거미가 좌르륵 몰려들어 채색된 검은 땅을 밤도깨비가 추풍에 날리는 낙엽처럼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