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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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하비브의 최후5
키갈리는 노획한 구출 팀의 물자를 내 주지 않았다. 식량과 물, 개인 화기만 허용했다. 그것만도 투아레그의 율법을 벗어났다면서 썩은 표정을 지었다.
합작을 거부당한 불편한 심기가 섞였겠지만 전리품 반환은 투아레그족의 금기 사항이다. 이들은 수백 년을 이어온 약탈부족이다. 노획한 인간은 노예로 삼거나 몸값을 받고 풀어준다. 약탈한 물자는 타워시트가 공평하게 나눠 가진다.
적에게 얻은 물자를 반환하면 타워시트가 망한다는 속설을 철석같이 믿는 족속이다. 대신 키갈리는 낙타 여섯 마리를 선물했다. 친한 이웃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주는 행위는 임모하렌의 긍지다.
블랙맘바는 쿨하게 인정했다.
동료를 구하고 덤으로 적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차량이 아쉬웠지만 낙타를 내 준 것만도 넘치는 배려다.
블랙맘바가 삐에프 일행을 데리고 나타나자 숙영지는 한 바탕 난리가 났다. 블랙맘바는 오불관언으로 일관했다. 삐에프를 비롯해서 입이 다섯 개나 있다. 피곤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
챙겨야 될 짐 덩어리가 여섯 개에서 열 한 개로 늘어났을 뿐이다. 옴부티가 낙타에 물통을 싣고 오아시스로 떠났다. 그가 키갈리와 나눌 대화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졸지에 사헬 한복판에서 반상회를 열게 된 용병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블랙맘바는 옴부티가 갈대를 엮어서 만들어준 침대에서 코를 골았다.
블랙맘바가 단잠을 자는 동안 숙영지는 어수선했다.
생존한 라텔팀 다섯 명과 구출 팀으로 나섰다가 포로가 되었던 다섯 명, 서로 간에 할 말이 많고 많았다. 삐에프 대위와 폴 중위의 대화는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한쪽은 놀라움으로 한쪽은 분노로.
해 뜰 시간이 되었지만 라텔팀은 출발하지 못했다.
블랙맘바가 깨어나지 않았다. 라텔팀은 물론 구출 팀 누구도 블랙맘바를 깨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인도 잠이 많지만 전사도 잠이 많다. 진실은 미인과 전사의 잠을 깨울 용기 있는 남자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깨비텐과 삐에프는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합의했다. 게릴라들에게 분노의 다구리를 당한 구출 팀의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한마디로 골병이 단단히 들었다. 대원들은 벨맨의 치료를 받고 하루를 더 쉬었다.
그날 저녁, 깨비텐이 장쒼을 불렀다.
“장쒼, 하비브 끌고 와.”
“옛썰”
장쒼이 하비브를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왔다. 하비브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지만 벨맨과 옴부티는 멀찍이 물러나서 보기만 했다. 마치 건드리면 오물이라도 묻을까 겁내는 기색이다.
“물건 상태가 왜 이래?”
하비브의 상처는 왼발 뒤꿈치와 오른손 열상이 전부다. 블랙맘바에게 당한 부상이다. 반죽음이 될 이유가 없었다.
“기후가 좋지 않아 조금 상했습니다.”
벨맨이 새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끅끅거렸다.
깨비텐과 삐에프가 뜨악한 얼굴로 장쒼을 쳐다보았다. 음식도 아닌 사람이 기후가 좋지 않다고 상할 일은 없다. 누군가 고문을 했다는 이야기다.
깨비텐의 눈길이 하비브의 다리사이에 머물렀다. 옷이 벌겋게 물들었다.
“바지 내려.”
장쒼이 떨떠름한 얼굴로 하비브의 바지를 깠다.
“이런, 잘라버렸어!”
놀란 삐에프가 소리쳤다. 프롤리나트 놈들은 포로를 사살해 버리고, 용병들은 포로의 페니스를 잘라버렸다. 끝 모를 야만성에 가슴이 서늘했다. 블랙맘바에게 구함을 받지 못했으면 자신이 저 꼴이 될 수도 있었다. 가슴이 섬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깨비텐이 옴부티를 노려보았다.
하비브의 페니스를 자르는 엽기를 저지를 인간은 한 사람밖에 없다. 옴부티다. 하비브가 더러운 짓거리를 했어도 사적인 감정으로 포로를 다뤄서는 안 된다.
더욱이 자신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월권행위에 보고 누락이다. 서늘한 눈길을 받은 옴부티가 은근슬쩍 블랙맘바 등 뒤로 피했다. 그 모양이 더욱 얄미웠다.
“옴부티, 처와 딸자식 복수라니 이해는 가지만 하비브는 포로다. 내 허락 없이 포로의 신체를 훼손한 행위는 군법회의감이다.”
“미안하오. 내가 잠시 미쳤소.”
옴부티가 영혼 없는 사과를 했다.
“지혈을 하고 모르핀을 썼습니다.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벨맨이 역성을 들었다. 깨비텐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놈도 정상이 아니다.
페니스는 남자의 상징이다.
차라리 팔을 잘랐으면 이해된다. 명색이 의사인 놈이 손톱이라도 자른 양 태연했다. 인간의 생명이 덧없이 사라지고 피비가 쏟아지는 전장을 구르다보니 인성이 메말랐다. 부하들의 정신 건강이 심히 걱정되었다.
“깨비텐, 이왕 죽일 놈이다. 나라도 잘랐을 것이다.”
블랙맘바까지 역성을 들었다.
삐에프가 멍하니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미쳤어. 다들 미쳐버린 거야!’
깨비텐이 삐에프 대위를 돌아보았다.
자신에게 팀 리더 자리를 양보했지만 삐에프는 상급자다. 삐에프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는 극심한 혼란을 겪는 중이었다.
라텔팀이 겪은 상상불허의 사건들, 무서운 존재로 성장한 블랙맘바, 상층부의 비인간적인 처사, 인성을 상실한 용병들, 그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중이었다.
깨비텐은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블랙맘바의 하인을 자처하는 옴부티를 처벌하기도 곤란했다. 아랫사람을 상전으로 둔 리더의 비애다.
“옴부티, 한 번 더 멋대로 행동하면 용서하지 않겠소.”
깨비텐은 엄포를 놓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하비브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11인 위원회 서열 3위인 자신이, 프롤리나트 제3군을 이끄는 자신이, 차드의 대통령이 되어야 할 자신이 이런 모습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칸마에게 영혼을 강탈당했단 말인가? 꿈이라면 아주 나쁜 꿈이다.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기분 나쁘게 생긴 투아레그 중늙은이가 미친 듯이 두들겼다. 정신 나간 놈이 다짜고짜 성기까지 잘라버렸다.
옴부티란 놈의 말에 의하면 이들이 바로 프랑스 특공대, 라텔팀이란다. 이들이 저택을 습격해서 박살낸 장본인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살아나기는 틀렸다. 이왕 죽을 바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비브, 마쿰보는 지금 어디에 있소?”
“……”
하비브는 백태 낀 눈에 힘을 주었다. 자신은 인민군 서열 2위, 프롤리나트 서열 3위의 위원이다. 질문을 하는 깨비텐을 노려보았다.
“어설픈 오메르타(마피아 제일의 율법으로 침묵을 뜻한다. 조직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마피아가 유지. 성장하는 바탕이 되었다.)흉내라도 내 보겠다는 건가?”
“오메르타? 흥! 프로그와 개새끼는 내 대화 상대가 아니다.”
결기서린 반응이다. 깨비텐은 픽 웃었다.
“후훗, 나는 개새끼와 대화를 하지만 인간 백정과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사헬의 도살자 하비브, 순순히 대답하지 않으면 네놈을 불에 태울 것이다. 태운 재는 바람에 날려 버리겠다.”
“뭣이!”
하비브는 눈을 찢어져라 부릅뜨고 건방진 백인을 노려보았다. 눈빛만으로 껍질을 벗겨낼 기세다.
무슬림의 죽음이란 이승과 저승의 매듭이며, 새롭고 영원한 삶에 이르는 다리다. 죽음도 삶의 일부분으로 간주된다. 육신은 영혼의 집이다. 무덤은 잠시 육신을 떠난 영혼이 거주하는 임시 공간이다. 육신이 사라지거나 훼손되면 영혼이 돌아갈 집이 없어진다.
죽은 후 시체를 화장하는 행위는 영혼의 안식처를 소멸시키는 사악한 범죄다. 시체를 태운다 함은 영원한 삶을 영원한 죽음으로 내모는 악마적인 행위다. 크나큰 죄악이다. 따라서 시체는 반드시 온전한 상태로 매장해야 한다.
“더러운 놈, 사막의 전사는 적에게 수치를 주지 않는다. 네놈은 썩은 고기를 훔쳐 먹는 하이에나만도 못한 놈이다.”
깨비텐의 얼굴에 붉은 기가 떠올랐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온갖 추잡한 짓을 독으로 하는 놈이 하비브 본인이다. 전사의 명예 운운하는 개소리에 속이 뒤집혔다.
“쓰레기만도 못한 놈, 네놈은 전사가 아니다. 전사는 약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네놈은 비무장 주민을 수없이 죽이고 강간했다. 네놈의 별명이 도살자 아니냐. 인간 백정에 불과한 놈이 수치를 운운하다니 낙타가 웃을 일이다. 네놈의 병력 중에 삼분의 일은 십대초반의 소년병이었다. 네놈이 총알받이로 희생시킨 어린 소년이 몇이더냐? 정액받이로 끌고 간 소녀가 몇이더냐? 너는 돼지 대가리만도 못한 놈이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강하지만 군사적으로 약하다. 식민지를 벗어나려면 혁명 역량을 키워야 한다. 군사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알라의 과업에 동참한 아이들도 영광스러워 하고 있다.”
하비브가 악을 썼다.
깨비텐은 대거리하는 하비브의 주둥이에 총구를 쑤셔 박고 방아쇠를 당기고 싶었다.
“미친놈, 누구를 위한 군사력이냐? 독립? 국민을 죽이고 약탈하는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독립을 주절거리나. 네놈들은 권력에 눈이 뒤집힌 인간 망종이다. 세력을 확장하려고 국민을 상대로 홀로코스트를 벌이는 개잡종이다. 사람을 숫자로 여기는 네놈 따위와 더 이상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 그따위 잡소리 집어치우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
“후와, 저 양반이 말을 저렇게 잘했나?”
에밀이 감탄스런 눈빛을 보냈다.
“역시 저 양반을 국민의회로 보냈어야 해. 큭큭!”
마이크가 실실 웃었다.
말없이 듣고 있던 블랙맘바가 끼어들었다.
“하비브, 내가 칸마라 불리는 블랙맘바다.”
“헉, 네놈이 칸마?”
하비브의 눈이 커졌다.
극도로 놀란 그는 어어 소리만 연발했다. 평범해 보이는 동양인 청년이 사헬을 울리는 칸마라니! 관념과 물상이 매치되지 않았다.
“하비브, 어제 키갈리를 만나고 왔다.”
“키갈리를 만나?”
하비브는 망치로 한 대 맞은 표정이 되었다.
“네놈과 포로로 잡힌 용병을 교환하자고 제의했다.”
“그 그래서?”
“일언지하에 포로 교환을 거절하더군.”
“그 그럴 리가 없다.”
하비브의 창백한 얼굴이 시체처럼 변했다.
블랙맘바가 비죽이 웃었다.
“썩은 계란은 싫다고 했다.”
“으음, 배신자 놈”
하비브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부하에게 좀 잘하지 그랬어.
“더러운 투아레그의 칼잡이 놈. 기껏 키워 주었더니 배신을 해!”
“나는 부띠스트지만 당신의 종교를 존중한다. 육체를 불태워 버리면 영혼은 망령이 되어 영원히 게헨나를 헤매고 다닌다고 들었다. 나는 당신이 싫지만 뛰어난 전사임은 인정한다. 전사로써 대우해 주겠다. 대답을 제대로 하면 묻어 준다. 표식을 남겨 당신 부하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 블랙맘바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차드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통치를 받았다. 상층부와 부르주아 대부분이 프랑스어를 안다.
빳빳하던 하비브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떠듬거리는 불어지만 충분히 알아들었다. 블랙맘바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쥐어뜯고 뇌를 들쑤셨다. 다 잃었다. 야망도, 명예도 삶도 다 끝났다.
하비브가 고개를 들었다.
블랙맘바는 가볍게 놀랐다. 한순간에 십년을 늙어 버린 얼굴이다. 오자서가 하룻밤 새 백발이 되었다고 하더니 하비브가 그랬다. 사헬을 십 수 년간 공포에 떨게 한 존재 도살자 하비브, 그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늙은이에 불과했다.
“후우, 칸마도 인간이었군. 당신 같은 인간이 존재하다니, 이것도 알라의 뜻인가! 적이지만 당신은 존경할만한 전사다. 아는 대로 대답하겠다. 얼른 죽여 달라.”
하비브가 태도를 바꾸어 협조적으로 나왔다.
삐에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질기기가 쇠심줄 같던 늙은이가 갑자기 봄바람으로 변했다. 한국 속담에 에콜의 개가 3년이면 책을 읽는다는 말이 있다.
블랙맘바 녀석은 한 달 만에 다른 인간이 되어 버렸다. 피지컬 능력 상승은 차치하고 라도 혀가 기름 바른 듯 매끄러워졌다. 키갈리 중령을 상대할 때는 닳고닳은 외교관을 보는듯 했다. 프롤리나트 최악의 군벌 하비브를 설득하는 모습은 어른이 아이를 구슬리는 모습이다.
삐에프는 새끼 오리가 자신의 품을 떠나 하늘 높이 날아 올랐음을 깨달았다.
“오흐브와흐, 페디투 캐나룽!(잘가, 사랑하는 나의 새끼 오리야!)”
삐에프는 가슴으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