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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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1
낙타는 질주하면 승타자가 앞뒤로 요동치고, 걸을 때는 좌우로 요동친다. 익숙지 못한 사람이 견타잡이없이 타면 행오버를 하게 된다.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는 블랙맘바와 옴부티의 모습은 안방에 앉은 듯 편안해 보였다. 블랙맘바는 공중에 떠 있는 듯 미동이 없고, 옴부티는 낙타와 한 몸처럼 리듬을 탔다.
옴부티는 평생을 낙타와 함께했고, 블랙맘바는 무게 중심을 마스터한 무인이다. 보는 사람은 황당하지만 본인들은 일상일 뿐이다.
신참인 삐에프와 발부아는 마이크 등이 겪었던 고난을 답습하는 중이다. 유람 온 듯 유유자적한 블랙맘바와 옴부티가 부럽기 이를 데 없었다.
“발부아, 저 인간 같지 않은 둘은 도대체 뭐야?”
밸이 꼴린 삐에프가 신소리를 했다.
“그러려니 하십쇼.”
“허, 아주 꽃놀일세, 꽃놀이!”
“중대장님 조심하십쇼. 고삐를 잡아채면 화를 냅니다.”
마이크가 삐에프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젠장, 이젠 마이크 저놈마저 중대장을 졸로 보는구먼. 작전에 투입된 녀석들은 전부 유전자가 변형되었어.”
“백도어 작전도 모자라 히트맨까지 닥쳤으니 유전자가 변할 만도 하지요. 중대장님도 조심하십쇼. 이번에 구출 팀으로 오지 않았으면……”
발부아가 말을 끊고 부르르 떨었다.
함께 움직인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블랙맘바의 위용을 뼈저리게 느꼈다. 구출 팀을 그토록 괴롭혔던 프롤리나트 매복조는 전혀 장애가 되지 못했다. 50m, 100m거리에서 AK로 몇 발 갈겨서 지워 버렸다. 대원들은 확인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살모사 습격을 받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던 블랙맘바가 대검을 던져서 목을 잘라 버렸다. 수 킬로 밖에서 바이크 정찰대를 포착하고 회피 해 버린다. 그야말로 라텔팀의 수호신이다.
무엇보다 두려운 능력은 흔적 없는 움직임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서 있어도 인기척을 못 느낄때가 있다. 발부아가 느끼는 블랙맘바는 그림자 인간, 바람 같은 인간이다. 어쎄신의 능력을 갖춘 스나이퍼, 저런 인간에게 찍히면 인생 피곤해진다. 아니 쫑친다.
발부아는 끝장났다는 말을 삼켰다.
“안내인은 이해되지만 블랙맘바 저놈은 뭐냐고? 흔들리는 낙타 등에서 꼼짝도 않네.”
“그러려니 해야지요.”
발부아는 시큰둥하니 대답했다. 삽질만 계속하는 상관이 고와 보일 리 없다. 평소 삐에프의 작전 능력과 무술 실력을 존경했지만 사헬에 투입된 뒤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중대장은 위기 상황에서 리더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블랙맘바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자신도 부하들처럼 사막에 묻혔을 것이다.
발부아의 불만처럼 삐에프가 딱히 무능한 지휘자는 아니다. 블랙맘바라는 존재에 깔리다 보니 찌질 해 보일 뿐이다. 그래서 남자는 잘 난 인간, 여자는 예쁜 친구와 함께 다니면 안된다.
블랙맘바가 손을 휘휘 저었다.
삽질하지 말고 낙타나 열심히 타라는 의미다. 삐에프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나의 새끼오리, 왜 그렇게 멀어졌어!’
삐에프는 여전히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10을 채우면 신성 모독이죠. 그래서 와킬이 알라의 심판을 내리고 있지 않습니까. 제일 먼저 죽이는 놈이 지휘관과 독전관이니 말입니다.”
“그놈들에게선 썩은 냄새가 나거든.”
썩은 냄새란 말에 옴부티는 민망했다.
정작 썩은 냄새는 용병들이 풀풀 풍기고 있다. 자신은 물론 와킬의 몸에서도 견딜 수 없는 악취가 풍겼다. 목욕을 한지 오래다. 낮 동안 흘린 땀이 먼지와 뒤섞여 산화하는 냄새다.
냄새만이 아니다. 황토 먼지와 피에 찌든 간두라는 본래의 색상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여분의 옷도 없고, 물도 없다. 옴부티인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와킬이 자신을 탓할 리 없지만 송구한 마음을 금하지 못했다.
“와킬, 아라크나 한 잔 하시지요?”
“고맙다. 잘 말아서 던져라.”
옴부티가 한국의 술자리 속어를 알 리 없다.
‘말아서? 아라크를 양탄자처럼 마는 재주가 있나? 아니면 아라크에 대추야자를 섞으라는 지시인가?’
옴부티는 말아서라는 말을 이해 못했지만 품속에서 잔을 꺼내어 아라크를 채웠다.
블랙맘바가 공진파를 뿜어냈다. 몇 번의 깨달음을 거쳐 공진파는 방향성과 물리력을 갖추게 되었다.
두웅- 공진파가 술잔위의 공기를 압박해서 눌렀다. 옴부티가 낙타를 바싹 붙이자 블랙맘바가 소리쳤다.
“던져!”
옴부티는 서슴없이 술잔을 던졌다. 주인이 하라면 하면 된다. 블랙맘바가 술잔을 가볍게 낚아챘다. 술은 한 방울도 쏟아지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된다. 파동에 물리력이 실렸다. 의지다. 강력한 의지가 답이었구나. 아직 약하고 불안정하지만 스승님의 말씀대로다.’
블랙맘바는 감동했다. 이것이 초능력인지 무예인지 불분명하지만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허공섭물이 허구만은 아닌 셈이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공진파를 창처럼 날카롭게 가공할 수 있다면, 보다 강력한 물리력을 실을 수 있다면,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것이다. 무협소설 속의 의형 살인이다.
“대단한 주인이시다.”
옴부티는 황홀한 눈으로 술을 마시는 주인을 쳐다보았다. 잔을 채운 술이 한 방울도 쏟아지지 않았다. 역시 와킬은 아즈라일의 환생이다.
“발부아, 저거 봤나?”
“저도 눈이 있습니다.”
삐에프는 발부아의 반항적인 대답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옴부티가 술을 채운 잔을 던지고 블랙맘바가 받았다. 술은 액체다. 당연히 쏟아져야 할 액체가 쏟아지지 않았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현상이다. 서커스도 아니고, 낙타 등에서 가능한 일인가?
“발부아, 저놈은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삐에프는 속이 뒤틀렸다. 언놈은 낙타 등에서 한가롭게 술을 마시고, 언놈은 수시로 땅바닥에 떨어져 먼지를 마신다.
“그러려니 하십시오.”
“그러려니가 안되니 문제지. 악!”
한 눈을 판 삐에프가 기어이 낙타 등에서 떨어졌다.
“어차피 그렇게 될 테니 걱정 마시오.”
깨비텐이 비시시 웃으며 땅바닥에 떨어진 삐에프를 부축했다.
라텔팀은 자정 무렵 파야에서 200km떨어진 투루드 숲에 캠프를 쳤다. 승타 왕초보를 겨우 벗어난 마이크가 신참 6명을 끝없이 갈군 덕분에 그나마 리수(里數)를 줄였다.
옴부티가 낙타들을 끌어다 반월형으로 북쪽에 줄지어 앉혔다. 바람막이용이다. 지칠 대로 지친 용병들은 침낭에 들어가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사하라풍도 없는 적막한 밤이다.
불안정한 대기가 만들어 내는 작은 회오리바람과 낙타 되새김질 소리만이 어둠을 툭툭 건드렸다.
블랙맘바는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옴부티가 마른풀을 깔아 푹신한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지만 잠은 멀어지기만 했다.
눈을 감으면 우주가 내 안에 있고, 눈을 뜨면 내가 우주 안에 있다고 어떤 땡추가 말했다. 일체유심조의 또 다른 해석이지만 말짱 헛소리다.
눈을 감으면 고향이 나타나고, 눈을 뜨면 피비린내가 몰려들었다. 무념이 아닌 무심이다. 참오가 아닌 회오가 가슴을 채웠다.
워낙 많은 인간을 죽이다 보니 자신이 살아 있는지 죽어서 떠도는 귀신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절반의 동료가 죽고, 딱 그만큼 동료가 늘어났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장난에 소름이 끼쳤다.
‘어머니!’
이울어지는 하현달에 어머니의 하얀 얼굴이 둥실 떠올랐다. 사무치게 그립다. 왜 버렸냐고 따져 묻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서러움은 벌써 사라졌다. 그립고 걱정될 뿐이다.
“무아야 너는 효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아버지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엄마가 해 주신 밥을 맛있게 먹어야지요.”
“또 무엇이 있느냐?”
“행동을 조심해서 부모님이 욕먹지 않게 해야지요.”
“또?”
“부모님 모시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닐 랍니다.”
“허허허, 니놈이 효자는 효자구나. 이러니저러니 어려운 말이 필요 없구나.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다. 힘들게 문자를 쓰서 정리하면 이렇구나. 첫째는 존친(尊親)이다. 부모님의 마음이 평안하도록 처신해야 한다. 둘째는 불욕(不辱)이다. 평소 올바른 처신으로 부모를 욕되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셋째는 능양(能養)이다. 늙은 부모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마련하고 발이 되어 줘야 한다. 니놈은 능양의 운은 있으니 조급해 하지 말거라.”
스승님이 능양의 운이 있다고 했다. 언젠가 어머니를 모실 수 있다는 뜻이다.
어려서 말썽만 부렸으니 존친을 못했다.
큰 집 식구들과 원수가 되었으니 불욕을 행하지도 못했다. 능양을 하려해도 부모가 없어 애닮다. 스승님은 효자라 했지만 천하의 불효자가 바로 자신이다.
엄마와 개다리소반을 놓고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스승님이 말씀하신 그때가 언제일까?
저 달은 엄마가 있는 곳에도 떠 있겠지. 갑작스레 코허리가 시큰해졌다.
홀로 계신 연로한 스승도 걱정되었다.
한 마리 맹수를 인간으로 만들어 준 스승님이다. 공양주 아주머니가 있고, 돈을 보내고 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스승은 돈을 모을 분이 아니다. 시주 쌀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 줘 버리고 당신은 풀뿌리를 씹는 분이다. 산더미처럼 장작을 만들어 두어도 다 나눠주고 냉방에 주무시는 분이다.
배꽃처럼 흰 혜영의 얼굴이 달 속에 들어찼다.
젖은 듯 그늘진 속눈썹아래 생명력 넘치는 맑은 눈동자, 오똑한 콧날과 야무진 입매, 그리고 풍성하고 단단한 가슴, 매끄러운 아랫배를 지나면 빗질한 듯 가지런히 자리 잡은 치모, 부르르 몸이 떨렸다. 당장 캘리포니아로 날아가고 싶다.
살아서 돌아 갈수만 있다면……. 아니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
따그락 따그락- 스악 스악-
낙타가 단단한 아카시아 줄기를 씹는 소리다. 서걱거리는 소리는 낙타가 모래 목욕을 하는 소리다.
상념이 흩어졌다.
“어휴, 상놈의 짐승!”
정이 가지 않는 짐승이다.
소는 외양만큼이나 되새김질도 품위 있게 한다. 입을 우물거릴 뿐 소리를 내거나 침을 질질 흘리지 않는다. 반면에 낙타는 되새김질을 무척 상스럽게 한다. 쩝쩝거리는 소리도 요란하고, 침을 질질 흘린다. 대가리를 휘휘 돌리면 냄새나는 침이 사방으로 튕긴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아닌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자신의 손에 죽은 사람이 네자리다. 정확히 카운터 해보지 않았지만 대략 1100명이 넘었다. 나만 살고 싶다고 강변하기엔 너무 뻔뻔했다.
구출 팀과 조우한 동료들이 미칠 듯이 분노를 터뜨릴 때 그는 무덤덤했다. 용병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목숨은 돈과 교환되었다. 프랑스 군부가 움직이는 수많은 장기말 중의 한 개가 된 것이다.
장기말을 어떻게 움직이든 장기 두는 사람 마음이다. 그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효율적인 작전을 구사했다. 장기말은 장기말의 역할을 하면 된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도리다.
그가 진심으로 분노한 부분은 파야 호텔에 등장한 히트맨이다. 추악한 배신이다. 탐욕과 이기적인 자들의 비열한 작태다. 감을 따라고 나무위에 올려놓고 나무를 흔드는 격이다. 아니 아래서 나무를 잘라 버리는 행위다.
“망할 늙은이들, 대가를 제대로 치르게 해주지.”
스산한 미소가 떠올랐다.
래쿤 작전 36일째,
라텔팀은 트라이던트 록을 60km남긴 지점까지 진출했다. 추적대를 의식한 옴부티가 보델레 방향을 피해서 파야 동남쪽으로 호를 그리며 이동한 탓에 이동 거리가 많이 늘어났다.
60km면 낙타로 하루거리다.
라텔팀은 하루 16시간 강행군을 해도 이동 거리는 50km에 불과했다. 캐러밴과 비교하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거리다. 무거운 화기와 탄환을 적재한데다 몰이가 서투른 탓이다. 그나마 옴부티가 노련하게 낙타 무리를 이끈 덕분에 50km라도 이동했다.
“폴, 쉬었다 가세.”
삐에프의 요청에 깨비텐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세 번째다. 마음이 급한 그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대위님, 보급이 급합니다.”
“나도 알아. 저놈들을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