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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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2
삐에프가 뒤쪽을 가리켰다.
“니기미 조또!”
깨비텐의 입에서 의미도 모르는 욕이 튀어 나왔다. 낙타 등에서 곧 떨어질 듯 위태하게 흔들리는 셍티엥 중사와 막심 상병이 눈에 들어왔다.
일사병에 걸린 두 사람의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일사병은 고온 건조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발병한다. 일사병 자체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 수분을 보충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완쾌된다. 문제는 환경이다.
사헬은 온난한 지중해의 코르시카가 아니다. 25℃를 넘나드는 일교차, 건조한 열풍, 타는 듯 한 햇볕, 그늘 없는 메마른 대지, 일사병에 걸릴 조건도 충분하고 악화될 조건도 충분했다.
일사병이 악화되면 열사병이 된다. 열사병이 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일사병은 자력으로 체온 조절을 할 수 없다. 삼 일간 벨맨이 피부에 물을 발라 증발을 시키는 방법으로 증상을 보전해 왔다.
“옴부티 그늘을 찾아라.”
옴부티가 낙타 11마리를 지휘해서 바위 그늘을 찾아 들었다. 한낮의 태양은 무정했다. 지면 복사열과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그늘 속 온도도 30℃를 상회했다.
“30분 휴식”
벨맨과 브로닌이 방수포를 깔고 셍티엥과 막심을 눕혔다. “장쒼, 물이 얼마나 남았나?”
“반통 남았습니다.”
벨맨과 브로닌의 표정이 동시에 어두워졌다. 두 사람의 체온을 낮추느라 물을 다 써 버렸다. 그동안 대원들이 마실 물도 아껴서 환자에게 사용했다.
“할 수 없지. 환자가 먼저다. 브로닌 압박붕대 가져와.”
벨맨이 셍티엥과 막심의 옷을 홀딱 벗겼다.
“이런, 체온이 40℃를 넘었다. 브로닌 서둘러라.”
체온을 확인한 벨맨이 인상을 찌푸렸다. 열사병으로 진행되기 직전이다.
브로닌이 물에 적신 압박붕대로 두 사람의 몸을 열심히 닦아냈다.
생리 식염수를 찾던 벨맨이 비명을 질렀다.
“니기미 떠그럴, 낙타가 밟았어. 브로닌, 생리 식염수 있나?”
“예, 두 세트 있습니다.”
“뭘 하나. 얼른 가져와서 정맥 주사해.”
깨비텐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프롤리나트는 지난 4일간 잠잠했다. 군벌 간의 내분 탓이거나 낙타로 이동한 덕분이다. 추적대가 따라붙지 않아도 용병들은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물 때문이다.
환자의 심부 체온을 떨어뜨리느라 물이 동났다.
옴부티가 키갈리 부대에서 얻어 온 물주머니 3개도 텅 비었다. 문제는 물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조랍에서 카넴주로 이어지는 지역은 물 흐르는 와디도 없고 오아시스도 없다. 보루꾸 오아시스에서 물통을 채운 뒤로 물 한 방울 구경하지 못했다. 비도 당연히 오지 않았다.
사람은 낙타가 아니다.
건강한 사람도 태양이 이글거리는 황무지에서 물 없이 하루를 견디기 힘들다. 팀원들은 구덩이를 파고 방수포로 이슬을 모아 해갈하는 지경이다.
깨비텐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구출 팀이 아니라 애물단지다. 일행 다섯이 추가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통신병 셍티엥 중사, 의무병 브로닌 병장, 소총수 막심 상병은 전력에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삐에프 대위와 발부아 중위도 사막전엔 깡통이다.
부리머 중사의 빈자리가 너무 아쉬웠다. 부리머라면 물과 식량을 조달할 방안을 찾은 후 이동했을 것이다. 마이크는 거칠고 급한 성격 탓에 참모로서는 실격이다. 그나마 옴부티가 챙겨 둔 낙타대추야자가 씨레이션 대용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그야말로 전갈과 풍뎅이로 연명할 뻔 했다.
“상태가 어떤가?”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문젭니다. 다른 대원들도 수분 결핍성 탈수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분을 보충하지 못하면 환각을 보거나 근 경련에 시달릴 위험이 높습니다.”
“방법이 없겠나?”
“큰 일교차와 수면 부족이 원인입니다. 3일쯤 푹 재우고 샤리강에 풍덩 집어넣으면 저절로 낫습니다.”
벨맨이 하나마나 한 처방을 내 놓았다.
“니기미 떠그럴, 라텔은커녕 이빨 빠진 리카온(아프리카 들개)만도 못하게 되었어.”
“다행히 블랙맘바는 끄떡없습니다.”
“끄떡없어야지. 이거야 원, 병든 리카온 무리가 수사자의 무력에 기대어 하이에나 세력권을 지나가는 꼴이 아닌가!”
“깨비텐의 표현이 갈수록 심오해지고 있습니다.”
“지랄!”
벨맨이 농담이랍시고 하는 말에 깨비텐의 한숨이 깊어졌다.
차드 중북부 사헬 지역은 세계적으로 메마른 황무지다.
특히 동북부 지역은 거친 자갈과 사력층이 뒤섞인 황량한 대지다.
뜨거운 햇볕과 사하라풍이 끊임없이 표토의 수분을 빼앗아 간다. 수분 함량이 낮아진 흙은 바람에 쓸려서 소실된다. 노출된 심부 흙이 또다시 햇볕과 바람에 시달린다. 기반암이 노출된 지역이 많은 이유다.
물이 없고 식물이 없는 곳에 동물이 있을 리 없다.
말린 대추야자에 질린 블랙맘바가 사냥에 나섰지만 먹을 만한 동물을 찾지 못했다. 사냥감은 곤충과 도마뱀붙이가 전부였다.
삐에프와 발부아도 한숨을 쉬는 중이다.
“발부아, 내가 머리를 못 들겠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황당한 대지일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구출은커녕 짐이 되다니, 두고두고 씹히게 생겼어.”
발부아 중위가 몰래 감자를 먹였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입초시를 걱정하는 중대장에게 만정이 떨어졌다.
“와킬, 와킬은 지하수를 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
옴부티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깊다. 10미터 20미터를 팔수는 없지 않나. 가능하다 해도 내키지 않는다. 일사병에 걸린 녀석들은 근육량과 호흡량이 다른 대원에 비해 떨어진다. 용병으로서 평소 자기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아니라 전투 용병이다.”
옴부티는 섬뜩했다.
스스로를 돕지 않는 자를 돕지 않겠다는 의미다. 와킬은 정에 약하지만 때로는 섬뜩하도록 공정하고 엄격했다.
“그렇지만 배는 채워야겠지. 나도 말린 대추야자가 지겨워 졌어.”
“기껏 도마뱀이나 땅굴 쥐를 잡아서 간에 기별이라도 가겠습니까?”
“하이에나는 어떨까?”
“글쎄요. 찾기도 힘들지만 썩은 고기를 먹는 놈이라……”
옴부티는 어떻게 잡을 거냐고 묻지 않았다. 와킬이 마음먹어서 못할 일이 없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보면 알겠지.”
블랙맘바가 총도 없이 나섰다.
썩은 구렁이도 뜯어 먹었는데 하이에나를 못 먹을 이유가 없다.
두조랍 에르그에서 보델레 저지로 연결되는 케르키(kerki)지역은 지형이 뒤죽박죽이다. 노두(outcrop)가 드러난 황량한 계곡은 물이 아니라 바람이 만들었다. 사하라풍이 싣고 온 모래가 쌓인 곳은 30~40m높이의 사구가 형성되었다. 그라스 데저트 사이에 과거 물이 흘렀던 와디를 따라 관목 숲이 형성된 곳도 있다. 한마디로 물없는 황무지의 최고봉이 케르키 지역이다.
사구에 올라선 블랙맘바가 공간지각력을 발휘했다.
땅속에 숨어 있는 놈, 기어 다니는 곤충과 파충류, 네다리로 움직이는 포유류, 종종걸음 치는 조류까지 수많은 생물이 심상에 떠올랐다.
메마른 황무지 치고는 적지 않은 숫자다. 전부 자잘한 동물뿐, 중량감 있는 생물체가 없다. 블랙맘바는 1000m씩 네 번을 이동해서 공간지각력을 발휘했다.
“이놈인가?”
광상이 드러난 암석 지대에서 묵직한 중량감이 잡혔다. 방태산 동굴에서 생사투를 벌였던 표범에 비견되는 존재감이다.
쉬익-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표홀히 그림자가 움직였다. 사구와 트리 사바나를 넘자 케이크를 쌓아 올린 듯한 풍화된 암장이 나타났다. 암장 꼭대기에 놈이 보였다.
거친 황갈색 털에 흑갈색 점이 박힌 점박이 하이에나다. 태양을 등지고 당당히 드러낸 자태가 제법 웅장했다. 하이에나가 야행성이라더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80kg는 넘겠어. 제법 고기가 나오겠군.’
블랙맘바의 입 꼬리가 비죽이 올라갔다. 얼마나 센 놈인지 알아 볼 생각이다.
하이에나는 표범과 전투력이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야생에서는 표범이 먹이를 탈취당하는 경우가 많다. 떼를 지어 다구리를 놓기 때문이다.
“얼래!”
블랙맘바가 실소를 흘렸다.
놈이 등 갈기를 세우고, 자세를 낮추었다. 블랙맘바를 먹이로 인식했다는 표시다. 척박한 땅에서 적수를 만나지 못한 탓에 오만방자해진 놈이다. 아니면 사람에게 덤빌 정도로 굶주린 놈이다.
맹수도 사람에게 쉽게 덤비지 않는다. 수 만 년간 유전자에 새겨진 두려움 때문이다. 일부 동물학자는 사람의 어깨가 높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블랙맘바는 짐짓 등을 돌렸다.
끄앙- 먹이를 놓칠세라 놈이 빗살처럼 암장에서 뛰어 내렸다. 물 마른 와디를 가로질러 블랙맘바를 향해 달려들었다.
“옳지 잘한다. 나야 땡큐지.”
애써 추적할 필요가 없으니 고마운 일이다. 방태산 동굴에서 표범과 양패구상했지만 현재 피지컬은 당시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자신을 위협할 지구상의 생물은 없다.
바싹 접근한 하이에나가 좌우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움직였다. 먹잇감의 얼을 빼 놓으려는 작전이다.
블랙맘바는 하이에나의 공격 징후를 세밀히 관찰했다. 오금공의 원류가 짐승의 동작이다. 짐승의 동작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데이터다.
혈류가 빨라진다. 눈동자가 위쪽으로 뒤집힌다. 근육이 수축한다. 앞다리 관절이 살짝 구부려진다. 복부를 바짝 올려붙여 하체에 힘을 싣는다.
파악- 놈이 엄청난 기세로 도약했다. 흉흉한 기세가 표범을 능가했다. 아가리를 딱 벌려 목을 물려는 순간에 폭발적인 어퍼컷이 짐승의 아래턱에 꽂혔다.
뻐억- 한 치의 착오 없는 타이밍과 거리감이다.
께엑 외마디 비명을 남긴 짐승이 백 텀블링하듯이 한 바퀴 돌아서 땅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하이에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바르르 한차례 사지를 떨고는 축 늘어졌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위치를 오판한 하이에나의 최후다.
“아따, 그 자식 더럽게 냄새나네.”
블랙맘바는 짐승을 번쩍 들어서 어깨에 메고 숙영지로 돌아갔다.
용병들은 환영하는 한편 의구심을 드러냈다.
원래 맹수의 고기는 맛이 없다. 특히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먹을 수 있을지 의심하는 눈빛이다. 블랙맘바는 개의치 않았다. 하이에나를 잡은 목적은 따로 있다.
피는 수분과 염분, 영양을 보충해 줄 수 있다.
“벨맨! 셍티엥과 막심에게 피를 먹여라.”
벨맨이 손뼉을 쳤다.
“와우, 의학적으로 최선의 처방이다.”
장쒼이 잽싸게 물통을 들고 달려들었다. 익숙한 솜씨로 하이에나의 경동맥을 잘라 물통에 피를 받았다. 물통을 벨맨에게 넘긴 장쒼이 뒷다리를 한 개 잘라 냈다. 일단 시식을 해 보려는 것이다.
하이에나 바비큐를 맛본 삐에프가 인상을 찌푸렸다.
“장쒼, 수플레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이건 전투화 가죽보다 더 질기다. 정향을 뿌리지 않아도 향기가 넘치는군.”
장쒼이 난감한 얼굴로 다른 동료를 돌아보았다. 다들 고개를 흔들었다.
“장쒼, 전갈 튀김이 맛있었다고 고백할게.”
에밀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장쒼은 눈물을 머금고 하이에나를 포기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배가 덜 고팠군.’
“장쒼, 내가 보관시킨 쌈장 남았지?”
“위!”
“개 비슷한 놈이니 된장을 발라야 제 맛이지.”
블랙맘바는 하이에나 뒷다리를 칼로 쓱쓱 베어내서 쌈장을 발라 먹었다. 가지각색의 표정 열 개가 고기와 입을 오갔다.
악취가 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지네나 딱정벌레에 비하면 훨씬 낫다. 결국 선입견이 문제란 소리다.
그는 다리 한 개를 몽땅 먹어 치우고 일어났다.
“먹든지 말든지. 나는 잠이나 자련다.”
어차피 목적은 환자에게 먹일 피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틈날 때 수면을 취해 두어야 한다.
에밀이 장쒼에게 속삭였다.
“거봐 종이 다르다니까.”
“진정한 요리의 세계를 모르는 멍청이는 꺼져.”
기가 살은 장쒼이 버럭 했다.
벨맨이 잠든 블랙맘바를 깨웠다.
“블랙, 미안하지만 피를 좀 더 구해 주어야겠다.”
“난 마술사가 아니다.”
블랙맘바는 머리를 흔들었다.
“임마, 나도 드라큐라는 아니야. 효과가 좋다. 부탁한다.”
벨맨이 한 번 더 쐐기를 박았다.
“큰 동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귀찮았지만 환자에게 필요하다니 거절을 할 수도 없다.
“잠깐!”
기감에 이질적인 존재가 잡혔다. 가까운 곳이다. 좀 전에는 없던 놈이다.
‘외출에서 돌아 온 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