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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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3
“전방 백 미터 땅속에 하이에나가 있다.”
옴부티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와킬이 잡아 온 하이에나는 지역 보스 급이다. 점박이 하이에나는 사바나의 줄무늬 하이에나와 달리 무리를 짓지 않는다. 특히 수놈은 표범처럼 영역을 정하고 독고다이로 돌아다닌다.
“와킬, 점박이는 수놈이든 암놈이든 자신의 영역 내에 다른 하이에나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와트호그(아프리카 흑 멧돼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와트호그? 남아프리카나 나이지리아 사바나에 사는 흑멧돼지 말인가?”
블랙맘바가 생물학 사전식 어설픈 지식을 드러냈다.
“사하라 남부에도 서식합니다.”
“그거 잘됐다. 하이에나보다야 멧돼지가 백번 낫지. 한국에서 멧돼지 피는 선지해장국이라는 기가 막힌 음식의 재료다.”
“욱!”
옴부티가 구토를 했다.
“아차, 미안하다.”
무슬림은 음식 재료에 대단히 민감하다.
굶어 죽더라도 부정한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 돼지는 부정한 동물이다. 피도 부정한 물건이다. 돼지피를 기가 막힌 음식이라고 했으니 옴부티가 토할 만했다.
물론 옴부티의 종교를 존중해 주지만 동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한국인은 오늘도 엄청난 선지해장국을 소비한다. 그래도 멀쩡히 잘도 살아간다.
“정확한 위치를 말씀해 주시지요. 소인이 몰아내겠습니다.”
“2시 방향 백 미터 전방 둔덕에 덤불이 있다. 덤불 왼쪽 가장자리에서 5미터 안쪽 지점이다.”
블랙맘바가 장쒼을 불렀다.
“펑요우, 이번엔 멧돼지 피를 받을 준비를 해야겠다.”
“멧돼지? 사막에서 웬 멧돼지?”
“곧 보게 된다.”
블랙맘바가 둔덕을 살금살금 오르는 옴부티를 눈짓했다.
“이얍!” 쿵-
옴부티가 고함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꿰에엑- 땅 속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렸다. 푸다닥하고 시커먼 짐승이 튀어나왔다.
“헐! 너 마술사냐?” 장쒼이 헛바람을 불었다.
마술사가 모자 속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정도는 장난이다. 펑요우는 땅속에서 거대한 멧돼지를 꺼냈다. 황량한 대지에 저런 놈이 존재하다니, 자연은 역시 경이로웠다.
한 뼘은 솟아오른 송곳니, 짧고 굵은 다리, 바위덩이같은 어깨 근육, 분노로 번쩍이는 붉은 눈, 포스가 엄청났다. 표범도 와트호그 성체는 피한다더니 먼지를 일으키며 돌진하는 기세가 만부막적이다.
“흐흐, 선지해장국이 배달 오는구나.”
블랙맘바가 쿠크리를 뽑아 들었다. 총탄은 한 발이라도 아껴야 한다.
꽤에엑- 블랙맘바를 향해 돌진하던 멧돼지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장쒼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보다 센놈을 알아보는 야생의 예민한 감각이다.
‘멧돼지가 하이에나보다 똑똑한가?’
블랙맘바는 한가로이 별 가치 없는 생각에 빠졌지만 장쒼은 날벼락을 만났다.
“우악! 저리가. 내가 뭘 어쨌다고?”
장쒼은 멱을 따서 피를 받을 준비를 한 주제에 오리발을 내 밀었다.
멈추라고 해서 멈추면 저돌이란 말이 생기지도 않았다. 기세에 눌린 장쒼이 글록을 뽑아들었다.
“안 돼, 쏘지마. 피를 받아야 해. 쿵푸로 해결해.”
벨맨이 고함을 질렀다.
“아, 시발! 나보고 어쩌라고.”
체중이 백관은 넘어 보이는 엄청난 놈이다. 팔극권을 믿고 팔딱 거리다간 옆구리가 왕창 내려앉게 생겼다.
혼비백산한 장쒼은 물통을 버리고 숏빠지게 뛰었다.
“블랙에게 가, 블랙에게 가라고.”
멧돼지는 장쒼의 간절한 소망을 꽥꽥대는 소리로 거부했다.
블랙맘바가 멧돼지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던 용병들이다. 돌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그들은 장쒼과 멧돼지가 벌이는 진풍경에 배꼽을 잡았다.
“장쒼, 잡히겠어. 더 빨리 뛰어.”
용병들이 박수를 치며 장쒼을 응원했다.
장쒼은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낄낄거리는 동료들에게 글록을 발사하고 싶었다. 등 뒤에서 씩씩거리는 콧김이 느껴졌다.
“블랙, 이놈 좀 말려 줘. 어떻게 해 보라고.”
“공짜는 안 돼.”
에밀이 고함을 질렀다.
“입 닥쳐 망할 잡종 새끼”
“장쒼, 따라잡혔어.”
“으악, 블랙, 오픈하면 일 년간 무료 식사권 줄게.”
“그거 좋지.”
쉭- 쿠크리가 손을 떠났다.
빗살같이 날아간 쿠크리가 빡하는 소리와 함께 와트호그의 정수리에 박혔다. 와트호그의 돌진이 딱 멈추었다. 쿠크리에 실린 무지막지한 역도가 두개골을 부수었다. 뇌가 박살난 짐승이 비명도 못 지르고 푹 고꾸라졌다. 모진 놈을 만난 멧돼지의 불운이다.
소동에 비하면 마무리는 너무나 간단하게 끝났다.
삐에프와 발부아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저게 가능한 일이냐!”
삐에프가 소리를 질렀다. 키갈리에게 발렸지만 나름 칼 좀 쓴다는 인간이다. 블랙맘바는 끔찍하게 강한 키갈리를 일수에 박살냈다.
허나, 근접 격투와 투척은 또 다른 문제다.
구르듯이 달리는 멧돼지를 표적으로 고정하기란 불가능이다. 인간의 동체시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대략 초당 24프레임이다. 초당 24프레임 이상으로 필름을 돌리면 매끄러운 동영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맹금류는 대략 200프레임이다. 뛰어난 동체 시력 덕분에 맹금류가 사냥감을 포착해서 덮칠 수 있다.
각설하고 인간의 동체시력으로 시속 40km이상의 이동 표적을 고정할 수 없다. 하물며 소총도 아닌 투척 무기다. 맹금의 동체시력과 곰의 완력, 호랑이의 순발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서운 놈’이라는 거죠.”
썰렁한 발부아의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무서웠다.
“후, 무섭다. 페디투 케나룽은 꺼낼 생각도 못 하겠어.”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중대장님이 더 무섭습니다.”
삐에프가 손사래를 쳤다.
“아냐, 싹 다 잊었어. 돼지처럼 머리가 터져 죽고 싶지는 않아.”
“뒤통수를 친 인간들의 말로가 뻔히 보입니다.”
“호랑이 꼬리를 당겼으면 뒷감당도 해야지. 저놈은 호랑이 손발을 가진 여우야. 어떻게 처리할지 나도 궁금하긴 해.”
마초 기질의 용병과 음습한 공작을 꾸미는 DGSE는 상성이 맞지 않는다. 삐에프 역시 여느 레종 에뜨랑제 장교처럼 DGSE를 싫어한다. 귀환한 블랙맘바가 확 뒤집어 버리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중이다.
“저 녀석들은 별로 놀라지도 않는군요.”
발부아가 손뼉을 치는 벨맨과 에밀, 마이크를 가리켰다.
“만성이 되었겠지.”
“저 괴물을 누가 길러 냈을까요?”
“흐흐 자네도 알지 않나. 내가 대검술을 가르쳤지,”
삐에프는 그 와중에도 자랑 질을 했다.
‘지랄! 시범 동작 몇 가지 선 보인 게 가르친 거라면 나는 블랙맘바의 사부다.’
발부아는 더 이상 말을 않기로 했다.
“망할 놈, 내가 제일 만만하디?”
화가 난 장쒼이 와트호그를 걷어찼다. 멱을 따서 피를 받아 내고, 순식간에 가죽을 벗기고 내장과 사지를 해체했다. 장쒼은 뼈만 남은 멧돼지에게 한 마디 더 했다.
“임마, 사람 가려서 덤벼. 잡종 새끼 같으니.”
뒤끝이 남은 그는 에밀을 노려보았다.
“저놈도 잡종이라고 인종차별 발언을 했는데……”
마이크가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에밀은 잡종이 맞다. 에스파니아인의 조상은 켈트이베리아인이다. 원주민인 이베리아인과 프랑스에서 이주해 온 켈트족의 혼혈이 켈트이베리아인이다.”
“젠장, 무식하면 말도 못하는 더러운 세상.”
마이크는 유럽의 역사와 민족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할 말이 없어진 그는 혼자 투덜거렸다.
“역시 와킬이십니다.”
옴부티가 쿠크리에 묻은 피를 닦아서 블랙맘바에게 건넸다. 단단한 두개골을 박살냈지만 쿠크리 날은 여전히 시퍼렇게 번들거렸다.
대형 와트호그에서 뽑아 낸 피는 3리터가 넘었다.
벨맨은 불쌍한 와트호그의 피를 셍티엥과 막심에게 먹였다. 피는 수분, 염분, 영양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훌륭한 재료다.
남은 피를 용병들이 한 모금씩 나누어 마셨다. 옴부티가 얼굴을 찌푸렸다. 피는 하다스다. 피를 마시는 무슬림은 상상도 못한다.
블랙맘바는 자신 몫의 피를 에밀에게 양보했다. 에밀의 신체 리듬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일사병의 전조다. 영문을 모르는 옴부티의 얼굴이 환해졌다.
코란은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규정한다. 돼지고기를 먹는 자는 죄를 범한 불경한 자다. 돼지 피는 말할 것도 없다.
무슬림이 돼지를 혐오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유목민이기 때문이다. 유목에 적합한 동물은 풀을 뜯는 소, 양, 염소, 낙타 등이다.
돼지는 잡식성이다 풀을 뜯지 않는다. 사람이 먹는 곡식이나 과일을 먹는다. 사람과 먹이 경쟁 관계다 .소, 양, 염소 등은 젖을 생산하지만 돼지는 젖을 생산하지 않는다. 유목민에게 동물의 젖은 중요한 영양원이다. 돼지는 유목민들이 몰고 다니기에 적합지 않고 더위에도 약하다.
유목민의 생활환경은 척박하다.
돼지는 부족한 사람의 음식을 축내고, 젖도 제공하지 않는다. 더위에 약해서 이동 중에 잘 죽는다. 무리지어 움직이는 습성이 없다보니 방목도 어렵다.
아랍 권에서 돼지는 이래저래 쓸모없는 가축으로 낙인 찍혔다. 쓸모없으니 혐오하고 기피하는 동물이 되었다.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코란의 가르침 속에 유목민족의 생활과 문화가 스며 있는 셈이다.
장쒼이 오랜만에 멧돼지 바비큐를 만들었다. 굶주린 용병들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자 뼈 무더기만 남았다.
셍티엥과 막심도 거짓말처럼 멀쩡해진 모습으로 바비큐 파티에 참여했다. 돼지피를 배가 터지도록 마시고 휴식을 취한 덕분이다.
옴부티는 혼자 빙긋이 미소 지었다. 말은 매몰차게 했지만 역시 정에 약한 주인이다.
차드 내전의 근본 원인은 아오즈(Aouzou)영유권 다툼이다. 아오즈는 티베스티 북부에 위치한 황무지로 리비아와 차드의 국경에 걸쳐 있다.
베틀 북처럼 생긴 아오즈의 넓이는 11만㎢로 한국보다 크다. 사하라 사막에 걸쳐 있는 아오즈는 한 줌의 베두인외에는 거주민이 없는 쓸모없는 땅이다.
백안시되던 아오즈에 우라늄 매장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리비아가 반군을 지원해서 아오즈를 점거했다. 이때부터 차드 내전이 격화되었다.
하비브의 예측대로 구쿠니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구쿠니는 대통령을 역임한 만큼 정치 감각이 탁월한 인간이다.
그는 마쿰보 이탈 사건을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군벌 연합인 프롤리나트의 한계로 보았다. 현실적으로 프랑스를 등에 업은 하브레 정부를 밀어내기엔 프롤리나트의 역량이 부족했다. 그는 독립을 결심하고 카다피를 끌어들였다.
하비브의 예상과 달리 구쿠니는 카다피와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협정 당사자가 프롤리나트에서 구쿠니로 바뀌었을 뿐이다.
무력 지원의 대가는 아오즈 양도다. 나라를 팔아먹는 배신행위지만 구쿠니는 자신의 왕국을 건설할 꿈에 부풀었다.
구쿠니는 보루꾸주와 카넴주를 합쳐서 지배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사령부를 리비아 접경인 자우라에서 카넴주 경계인 코로타로로 이동시켰다.
구쿠니의 꿈을 가로막는 존재가 라텔팀이다.
라텔팀이 사헬을 휘저으면서 FAP의 아이콘인 구쿠니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현지 주민들이 FAP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존립 기반에 위협을 느낀 구쿠니는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구쿠니 휘하 FAP 1군은 완편 여단으로 프롤리나트 주력군이다. 구쿠니는 연대 병력을 풀어 라텔팀을 뒤쫓았다. 라텔팀은 최대의 복병을 맞게 되었다.
탕가 오아시스에서 서북쪽으로 24km거리에 위치한 케르키 지역 응가부 오아시스, 바르엘가잘의 지하 수로에서 용출된 지하수가 존재하는 끝단이다. 이곳부터 서북쪽의 두조랍 에르그 방향으로 수백 킬로에 걸쳐 물 한방 구경할 수 없는 대지가 펼쳐진다. 라텔팀이 죽을 고생을 한 대지다.
응가부의 와디 바닥에 줄지어 늘어선 천막 사이를 황갈색 군복과 간두라를 입은 인간들이 바쁘게 헤집고 다녔다. 진지 구축중인 구쿠니의 1군 소속 증편 대대 480명이다.
서쪽 끝에 위치한 개인용 막사, 덩치가 자그마한 인물이 이동용 테이블에 두 손을 짚고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간두라와 샬로와르를 입고 터번을 감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