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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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4
마른 고목처럼 강파른 얼굴, 군살 한 점 없는 단단한 신체, 번득이는 눈동자,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두 손에 흉터가 빼곡했다. 쉽지않은 인생을 살아온 흔적이다.
“션 교관님, 하다드님이 찾으십니다.”
“으헉!” 막사 입구에 나타난 전령이 뒤로 벌렁 자빠졌다.
쌩하고 전령의 두상을 지나간 물체가 막사 지지 봉을 때리고 장렬히 박살났다. 책상위에 멀쩡히 놓여 있던 찻잔이다.
“망할 놈의 새끼, 나미르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해도 션이래. 혀를 잘라 줄까? 얼굴 시커먼 놈들은 이래서 안 돼. 개자식아, 차라리 니놈도 뚜빌리스라고 하든지 사닥(친구)이라고 해라.”
동양인은 유창한 아랍어로 폭언을 쏟아 놓았다.
“아이고, 어떻게 감히……”
“하다드 새끼가 감히 나를 오가라 해? 약발이 떨어졌군. 내가 오란다고 전해.”
“아이고, 살려 주세요. 나미르님이 빨리 가지 않으면 저는 죽습니다.”
전령은 통 사정을 했다. 성질 나쁜 대대장과 성질이 더 나쁜 교관 틈에 끼여 매번 당하는 일이다.
“이 새끼 어드레? 하다드가 나보다 더 무섭슴메?”
성질이 나자 쓰지 않던 말투까지 튀어 나왔다.
“그럴 리가요. 참모들과 회의 중이라 나미르님이 가셔야 합니다요.”
“돌대가리 새끼, 그럼 회의에 참석하라고 말했으면 간단하지 않나.”
전령은 속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망할 새끼, 다짜고짜 흉기를 집어 던져서 말도 못하게 하고서는……’
전령의 눈이 천막 지지 봉에 머물렀다.
굵은 유리조각 몇 개가 기둥에 깊숙이 박혔다. 전령은 후르르 몸을 떨었다. 뚜빌리스가 던진 찻잔에 맞으면 저 꼴이 된다.
FAP의 군사 교관 선우현, 나미르라 불리길 원하지만 뚜빌리스(악마, 저승사자)라 불리는 인물이다.
북한과 리비아는 1974년 대사급 수교를 맺었다. 수교후 북한은 리비아에 군사 고문단과 전투 교관을 대거 파견했다.
정찰여단 소좌인 선우현은 1978년부터 리비아에 파견되어 특수전 교관을 맡았다. 그 후 1980년 짐바브웨로 들어가 제5여단 창설 멤버로 활동했다. 리비아로 복귀한 그는 카다피의 권유를 받아들여 FAP 전투 교관을 맡게 되었다.
구쿠니군이 코로타로로 이동할 때 선우현도 티베스티 훈련소를 떠나 구쿠니군에 합류했다. 구쿠니군에서 그의 위치는 대대장과 동급이다. 오라 가라 하는 하다드 중령이 고깝지 않을 수 없다.
“어서 오시오.”
“바쁜데 왜 불러.”
선우현이 삐딱한 반응을 보였다.
“교관, 프랑스 용병대에 칸마라 불리는 무서운 동양인이 있소. 들었소?”
“들었소. 골칫거리라고 각하께서 걱정하셨소.”
“우리가 급거 전개된 이유가 그놈 때문이오. 구쿠니 각하는 놈의 목을 잘라서 인민군의 명예를 회복할 생각이요.”
“그렇겠지. 놈에게 당한 우리 병력이 네 자리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소. 하비브 위원의 군대는 괴멸지경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소.”
“놈은 끔찍한 스나이퍼이자 전사요. 최근에 우리가 풀어 놓은 정찰대 3개조의 연락이 끊어졌소.”
“흠, 나를 부른 이유가 그놈 때문이요?”
“그렇소. 드디어 당신의 적수가 나타난 거요. 칸마와 뚜빌리스의 대결이오. 악령을 잡는 데는 저승사자가 제격이지 않겠소? 엌!”
느물거리던 하다드 중령이 머리를 테이블에 처박았다.
부욱- 단검이 천막을 찢고 사라졌다. 하다드의 리탐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뚜빌리스가 날린 단검이 리탐의 매듭을 정확히 끊고 지나갔다. 하다드의 눈에 핏줄이 돋았다.
“뚜빌리스, 죽고 싶나?”
하다드가 권총을 뽑았다.
“그깟 장난감으로 나를 죽이겠다고?”
하다드는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선우현을 노려보았다.
“흐흐흐, 칸마는 RPG도 피한다더군. 뚜빌리스도 총탄을 피할 수 있을까?”
“하다드, 뚜빌리스라고 부르지 말랬지?”
칼날 같은 시선이 하다드의 눈동자를 쑤시고 들어왔다.
‘새끼 더럽게 살벌하네. 저놈의 눈깔은 적응이 안 돼.’
하다드의 시선이 선우현의 오른손에 머물렀다. 어느새 또 한 자루의 칼이 들려 있다. 기세에 눌린 하다드가 슬며시 권총을 내렸다.
뚜빌리스는 악마, 저승사자라는 뜻이다.
선우현의 악랄한 교육에 질린 게릴라들이 붙인 별명이다. 선우현은 뚜빌리스라는 별명이 싫은 나머지 나미르라는 별명을 자작해서 붙였다. 나미르는 말 그대로 ‘내가 용이다’는 뜻이다. 아랍어로는 나미르가 호랑이다.
호랑이는 무용의 상징이다.
선우현의 전투력을 생각하면 결코 광오한 별명이 아니다. 아랍인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FAP 장교들은 덩치 적은 동양인을 나미르라고 부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다드는 입맛이 썼다.
건방진 한국인의 기를 꺾어 보려다 창피만 당했다.
“구쿠니님의 체면을 생각해서 내가 양보하지.”
“흥, 한번만 더 뚜빌리스라고 부르면 이빨을 털어 버리겠어.”
하다드가 물러섰지만 살벌한 기세는 여전했다.
“아, 그 새끼 성질하고는. 프랑스 용병대가 코로타로 방향으로 남동진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왔다. 교관이 전초를 나가 주어야겠다.”
“밥값을 하라는 거군.”
“아까도 말했지만 강자를 원하는 교관에게 기회를 주려는 거다. 칸마라면 뚜빌, 아니 나미르에게 손색없는 상대일 것 같은데…….아니 나미르도 칸마에겐 힘들려나?”
하다드가 슬슬 선우현의 자존심을 긁었다.
“투부족 정찰대를 붙여 주면 고려해 보지.”
선우현은 즉답을 피했다.
보루꾸 주에 자자한 칸마의 소문은 지겹도록 들었다. 소문은 근거 없기에 소문이지만 반대로 근거가 있기에 소문이 난다. 놈의 능력이 소문의 절반이래도 상대할 수 없는 놈이다.
위대한 수령 놈의 교시에 따라 차드 내전에 끼어들었지만 그는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얼간이가 아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상관도 없는 전쟁에 끼어들어 사막에 해골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비브에게 제레로족 어쌔신이 있다면 구쿠니는 투부족 정찰대를 보유하고 있다. 10명씩 20개 팀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어리바리한 게릴라가 아니다. 선우현 본인이 18개월 동안 죽어라 굴려서 만들어 낸 정예다.
티베스티 고원지대에 거주하는 투부족은 원래 호전적인 부족이다. 수렵도 하지만 주업은 산적이다. 주변 부족들이 약탈을 피하려고 자진해서 공물을 바칠 정도로 악명 높은 존재다.
투부족 전사는 은신 매복에 능하고 칼을 잘 쓴다.
이들에게 현대적 무기와 전술이 접목되자 놀라운 살인 병기가 만들어졌다. 선우현조차 이들 셋과 싸우면 승부를 점치기 힘들다.
“알았다. 내가 보유한 정찰대의 지휘권을 넘겨주겠다. 칸마를 잡기만하면 너는 인민군의 영웅이 된다.”
“지랄, 가외비도 제대로 지급 못하는 거지들의 영웅은 별로 관심 없다.”
자존심이 팍팍 상할 말을 던져 놓고 선우현이 사라졌다.
하다드의 참모들이 휴하고 한숨을 내 쉬었다. 곧 선우현을 비난하는 온갖 욕설이 악머구리처럼 쏟아져 나왔다.
“시끄러! 병신 같은 새끼들.”
하다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한 놈의 기세에 눌려 대가리를 처박은 주제에 뒤늦게 입만 살아 난 놈들이다. 성질대로라면 몽땅 쏴 죽이고 싶었다.
이튿날 석양이 질 무렵, 라텔팀은 트라이던트 록을 12km남긴 지점에서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스토끄!”
블랙맘바가 경고를 발했다. 내연기관이 토해 낸 매캐한 냄새 분자가 공기 중에 떠돌았다. 옴부티가 두목 낙타를 세우자 뒤따르던 낙타가 일제히 멈추었다.
사헬 지역은 대기가 불안정하다. 사하라풍이 일정하게 불어오는 반면 국지성 회오리바람이 수시로 몰아친다.
“깨비텐, 차량 매연이다. 방향과 거리를 알 수 없다.”
“놈들이 따라잡았군.”
깨비텐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함부로 움직였다간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전원 은폐 대기, 놈들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 후 이동한다.”
“폴, 내 부하들과 정찰을 하고 오겠네.”
삐에프가 자원해서 나섰다. 깨비텐이 고개를 흔들었다.
“피곤 할 텐데 쉬십시오. 인원은 충분합니다.”
삐에프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겨우 다섯명이 충분한 인원인가! 능력이 없으면 찌그러져 있으라는 소리다.
“폴, 자네 이러긴가?”
삐에프가 울컥하자 깨비텐이 블랙맘바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언제나 그렇듯 눈을 감고 고요히 낙타 등에 앉아 있다.
“씨바 조또! 신병 눈치 보는 중대장이라니, 르 몽드에 실릴 노릇일세.”
삐에프가 투덜거리며 조용히 찌그러졌다.
“부하들은 쉬도록 하고 중대장님은 도와주시죠.”
“그러지. 나라도 도와야지.”
삐에프가 힘을 냈다.
깨비텐은 삐에프의 부하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전투력과 정찰은 별개다. 경험 없는 신출내기를 정찰 내 보냈다가 적에게 노출되면 덤터기를 옴팡 쓰게 된다.
마이크와 짝을 이룬 삐에프가 정찰을 맡은 방향은 북서쪽인 키치키치방향이다. 구릉을 넘던 마이크가 본능적으로 바짝 엎드렸다.
구릉을 넘자마자 물 마른 와디를 따라 자리 잡은 대규모 주둔지가 눈에 들어왔다. 칸마를 영격하려고 전개된 인민군 1군단 소속의 하다드 대대다.
마이크가 주먹을 두 번 쥐었다가 펴서 손바닥을 아래로 해서 눌렀다. 대부대 포착과 은폐 신호다. 수신호를 받은 삐에프가 땅바닥에 찰싹 달라붙었다. 마이크가 포복 자세로 후방으로 슬슬 물러났다.
“중대장님, 좌전방 4km지점을 확인해 보십시오.”
삐에프가 쌍안경을 들었다.
“쎄 땅크화이아블르! 개미 떼가 따로 없군.”
삐에프의 입에서 비명이 새 나왔다.
대형 막사만 십여 개다. BTR152와 방수포를 덮은 견인식 야포도 두 기가 보였다. 전방에 구축중인 기관총 진지만 다섯 개다.
“마이크, 자네가 보급품을 은닉한 지점이 얼마나 남았나?”
“저놈들을 지나서 13km 진행해야 합니다.”
“제기랄, 큰일이군. 일단 폴에게 보고해야겠지.”
마이크의 보고를 받은 깨비텐은 속이 쓰렸다. 현재 전력으로 야포까지 갖춘 대대급 부대를 상대할 수 없다. 놈들을 피해서 우회할 생각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우회한다.”
라텔팀은 에키야 방향으로 20km를 남하했다. 암주를 경유해서 탕가로 접근했다. 15km거리가 60km로 늘어났다.
하다드 대대를 피하느라 꼬박 하루를 소모했다.
밤이 깊어 가자 모래 바람이 거세졌다. 블랙맘바는 고글로 눈을 가리고, 때 묻은 리탐을 단단히 고쳐서 감았다. 보름 이상 사용한 리탐은 걸레 조각이 되었다. 쩐내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옴부티, 알라가 왜 이런 땅을 만들었을까?”
“알라께서는 이 땅에서 살아 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멋대로 자리 잡은 인간이 불평을 하는 거죠. 원래 인간은 힘들 때 신을 찾지 않습니까.”
옴부티가 비죽이 웃었다.
“우문에 현답이군. 내가 어리석은 말을 했어. 정지!”
블랙맘바가 손을 들었다.
깨비텐이 야시경 스위치를 올렸다. 전방 3700m지점에 불쑥 솟은 바위 세 개가 뚜렷이 보였다. 트라이던트 록이다. 깨비텐이 블랙맘바를 흘끔 쳐다보았다. 야시경이 필요 없는 징그러운 인간이다.
“제군들 고생했다.”
“와우! 물이다.”
지쳐 늘어져 있던 용병들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보급품이 문제가 아니다. 바위 아래쪽 계곡을 흐르는 신선한 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마이크, 에밀 갔다 와.”
깨비텐의 지시에 마이크와 에밀이 지친 몸을 이끌고 나섰다. 그나마 체력이 남아 있는 두 사람이다.
“중사님, 비트 좌측방을 보십쇼.”
전방을 관찰하던 에밀이 마이크를 불렀다. 무성한 떨기나무 잡목 속에 숨어 있던 마이크가 기어 나왔다.
야시경을 넘겨받은 마이크가 배율을 올렸다.
세 동의 천막 주위에 수십 대의 바이크가 정연하게 세워져 있었다. 어둠에 잠긴 숙영지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선우현이 끌고 나온 1군 특수 부대인 투부족 정찰대다.
“니기미 떠그럴, 놈들의 정찰대다.”
마이크의 말이 떨려나왔다. 하필 놈들의 숙영지가 트라이던트 록 바로 아래 보급품을 은닉한 위치다.
“오, 알라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