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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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5
“그놈의 알라는 그만 찾으라고. 자비로운 알라께서 저놈들을 이곳으로 인도해 왔단 말이다.”
마이크가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자체가 알라의 자비죠.”
“시끄럽고. 기도한다고 알라가 저놈들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쫓아 낼 리도 없잖아. 호통을 칠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신은 그냥 신일뿐이야.”
‘신은 그냥 신일뿐이라고? 저 인간의 말 빨이 저렇게 좋았나?’
에밀은 불안해졌다. 블랙맘바가 말하기를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하지 않던 말을 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고 했다.
“잡종, 우리가 저 개새끼들을 클레어 할 수 있겠나?”
마이크는 조바심이 났다. 아차하면 비트가 드러나게 생겼다. 그동안 보급품 부족으로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그럼 그렇지. 마이크 중사는 정상이다. 에밀은 적이 안심했다. 역시 블랙맘바가 없으니 본래의 말버릇이 나왔다.
“흐흐, 이런 싸구려로 무슨 저격을 합니까?”
에밀이 들고 있던 AK47을 툭툭 치며 웃었다.
“블랙맘바는 잘도 써 먹더라.”
“중사님은 블랙맘바가 아니죠. 나도 아니고요.”
“농 드 쉬읏(nom de chien, 개만도 못한 놈들), 신성한 보급품을 더러운 엉덩이로 깔아뭉개고 있으니 환장하겠군.”
마이크는 안타까워 미칠 것 같았다. 3km 후방에 입술이 갈라 터진 동료들이 떼거리로 물을 기다리고 있다. 섹슈얼한 아가씨를 뚱땡이 엄마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격이다.
“신선한 물이 있는 곳이니까요.”
에밀의 말대로다. 원주민이든, 캐러밴이든, 프롤리나트든, 물이 있는 곳에 모인다. 나미르 정찰대가 트라이던트 록에 숙영한 이유도 신선한 물이 있기 때문이다.
“에밀, 보고해라. 자존심이 상하지만 블랙맘바가 해결할 문제다.”
“젠장 헤드셋이 없으니 미치겠네. 망할 낙타, 아니 오소리가 나쁜 놈인가.”
에밀이 투덜대며 어둠속을 내 달렸다.
파야 외곽의 창고에서 낙타들이 설치는 바람에 상당수의 장비와 식량이 짓밟혔다. 폐기 목록에 긴급품으로 보유중인 헤드셋 장비도 들어 있었다.
에밀의 보고를 받은 깨비텐이 용병들을 불러 모았다.
“야단났다. 하필 놈들이 보급품 비트가 있는 장소에 엉덩이를 붙였어. 2개 소대 규모라는군.”
“프롤리나트 지휘부가 정신을 차렸다는 이야기죠. 하비브를 때려잡아서 대충 삼일을 번 셈이네요.”
벨맨의 말에 장쒼이 머리를 싸쥐고 투덜거렸다.
“으으 또 지긋지긋한 놈들을 꽁무니에 달고 다녀야 한단 말이냐? 알라시여, 세상의 스토커를 몽땅 지옥에 처넣으시옵소서!”
“쯧, 곤란하게 되었다. 소음기를 사용할 수 있는 총기는 드라구노프뿐이다. 문제는 소음기를 써도 야간에 소리가 만만치 않단 말이야.”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드라구노프는 소음기를 장착해도 70db 소음이 발생한다. 70db면 10년 만에 만난 여고 동창생 다섯명이 떠드는 소리다. 주특기가 봉쇄되었다. 막판에 마가 끼어도 단단히 끼었다.
“전투를 벌일 수는 없다. 13km떨어진 지점에 놈들의 본대가 있단 말이다. 폴, 전투는 안 돼.”
삐에프가 강력히 반대했다.
“날이 샐 때까지 대기하다간 놈들의 촉수에 걸릴 염려가 있습니다.”
발부아가 반론을 제기했다.
“그럼 야간에 대군과 전투를 벌이잔 말입니까?”
벨맨이 반대했다.
갑론을박이 계속되었다.
깨비텐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전투를 벌이면 당장 놈들의 원군이 밀고 들어오게 된다. 놈들이 언제 떠날지 모르니 기다리기도 난감했다. 눈앞에 있는 물과 음식이 그림의 떡이다. 한시가 급한 판에 개 같은 상황에 몰렸다.
블랙맘바가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창백한 얼굴, 충혈된 눈동자, 수염으로 뒤덮인 얼굴, 십리는 푹 들어간 눈, 허옇게 갈라 터진 입술, 한 떼의 좀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한 달 이상 극악한 환경과 전투에 시달렸다. 최근 4일간은 대추야자 한 홉으로 위장을 달래고, 이슬을 받아 입술을 축였다.
깨비텐도 한계에 달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를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 보급품을 눈앞에 두고 돈좌된 그의 심정이 어떨지 뻔했다. 삐에프 일행은 말할 것도 없다. 사헬에 길들지 않은 그들은 강행군 후유증으로 완전히 뻗어 버렸다.
‘할 수 없군. 내가 처리할 수밖에.’
가능하면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방법이 없다. 총성을 내지 않으려면 또 한 번 피비를 쏟아야 한다.
“내가 다녀온다.”
블랙맘바가 백팩을 메고 일어섰다.
“혼자 할 수 있겠나?”
“다른 방법이 있나?”
블랙맘바의 반문에 깨비텐은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블랙맘바가 나서지 않으면 60명을 총성 없이 해 치울 방법이 없다. 좀비가 된 부하를 이끌고 백병전을 벌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삐에프가 나섰다.
“나는 쓸 만할 거다.”
블랙맘바가 삐에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삐에프라면 한 손을 거들 피지컬 능력이 된다. 죽고 사는 거야 본인의 운명이다.
“내 지시를 따른다면 동행을 허락하겠다.”
“약속한다.”
삐에프가 파무스와 글록, 대검을 챙겼다.
“총성을 울리면 안 된다.”
깨비텐이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벌레 소리조차 없는 적막한 밤이다. AK 발사음은 110db다. 놈들의 본대가 13km 밖에 있지만 안심할 거리가 아니다.
“농 쁘라블렘.”
블랙맘바가 빙긋이 웃고는 장비를 점검했다.
드라구노프와 탄창 다섯 개, 베레타와 탄창 3개, 수전, 쿠크리가 전부다. 늘 사용하던 글록은 탄환이 떨어졌다.
“에밀, 두 시간 후 깨워라.”
블랙맘바는 드라구노프를 안고 곧바로 잠들었다. 잠이 필요할 때 잠자고, 깨어야 할 때 깨는 능력도 스나이퍼의 스킬이다.
에밀이 잠든 파트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천진하고 순한 얼굴이다. 저 얼굴이 깨어나면 피비를 쏟는 아수라가 된다. 살인을 싫어하는 죽음의 천사, 에밀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가득찼다.
“깨비텐, 나도 갑니다.”
깨비텐이 에밀을 노려보았다.
“이봐, 난들 블랙만 보내고 싶겠나. 블랙은 스나이퍼이기 전에 특급 아사신이야.”
“파트너를 혼자 보낼 순 없습니다.”
“이 자식아, 대책 없이 엉기지 말어. 얼디 하마르에서 블랙맘바에게 박살난 놈들이 대단했다며. 넌 한 놈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며?”
“후, 블랙에겐 껌이지만 무서운 놈들이었죠.”
“너는 특급 기총수지만 아사신은 아니야. 너나 나나 블랙의 짐밖에 되지 않아. 에르 엑딤 전투를 생각해 보라고.”
에밀은 부르르 떨었다. 밤새도록 이어지던 총성과 폭음, 비명소리, 중화기를 갖춘 정예 중대 병력을 지워 버린 블랙맘바의 위용이 여지없이 드러난 전투다.
“중대장님은?”
“몰라. 그 양반 이상해. 자책감 때문인지 죽을 자리를 자꾸 찾아가네.”
“블랙에게 방해가 될 텐데……”
“헛, 이 자식아, 따라가겠다고 한 놈이 바로 너야.”
깨비텐은 실소를 지었다. 에밀 셋이 덤벼도 삐에프 대위를 이기지 못한다. 동료애의 발현이다.
“이삼일 기다리면 놈들이 떠나지 않을까요?”
“너 바보냐? 날이 밝으면 놈들의 바이크 정찰대가 이 잡듯이 뒤진다. 우리가 살길은 날이 밝기 전에 놈들을 제거하고 보급품을 수습해서 튀는 수밖에 없어.”
“빌어먹을!”
에밀은 분하지만 수긍했다.
미니미 탄환이 겨우 세박스 남았다. 미니미 탄통은 200발이다. 세 박스면 겨우 600발이다. 이삼 분이면 쇼트난다. 분하지만 자신의 파트너는 또다시 피를 뒤집어 쓰야 할 운명이다.
“블랙맘바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놈들의 동정을 철저히 살펴라. 새벽 세시에 블랙맘바를 깨운다.”
“위!”
에밀의 대답에 힘이 빠졌다.
기껏 할 수 있는 일이 파트너의 잠을 깨우는 일이라니, 기가 막혔다. 아니 그조차 필요 없다. 특급 스나이퍼는 생체시계가 작동한다. 시간이 되면 절로 눈을 뜬다.
두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에밀, 내 애인 잘 보관해라.”
드라구노프를 건네받은 에밀이 울상을 지었다.
“파트너, 무리하면 안 된다. 고향에서 기다리는 찐쓘이라는 아가씨를 만나야지.”
“임마, 진순이는 동생이야. 눈독들이면 죽는다.”
블랙맘바가 주먹을 흔들었다.
“제발 조심해.”
“나는 블랙맘바다.”
블랙맘바가 에밀의 어깨를 툭 치고는 어둠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사라지는 뒷등을 삐에프가 헐레벌떡 쫓았다.
“마이크!”
“헉! 놀래라.”
블랙맘바가 어깨를 툭치자 기겁을 한 마이크가 야시경을 떨어뜨렸다.
“무서운 놈!”
마이크가 귀신을 보듯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특급 스나이퍼 모르게 접근해서 어깨를 치는 놈이 있을 줄이야! 적이었으면 영문도 모르고 목이 떨어졌다.
마이크가 야시경을 내밀었다.
블랙맘바는 머리를 흔들었다. 구름이 끼었지만 거의 만월에 가까운 하현달이 중천에 떠 있다. 야시경은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특급 스나이퍼의 눈은 일반인과 다르다. 지형지물과 움직이는 물체를 사진 찍듯이 화면으로 저장해 뇌로 전송한다. 일반인에 비해 수십배 빠르고 정확하게 목표와 주위 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 더욱이 관법을 수련한 그는 한눈에 적정을 파악할 수 있다. 야시경은 시야를 제한할 뿐이다.
“중대장님!”
“쉿!”
뒤따라온 삐에프가 야시경을 받았다.
“변동 있나?”
“없습니다. 우측 소초는 한 시간 전, 좌측 소초와 동초는 방금 교대 했습니다.”
목표물과 거리는 850m, 천막이 세 동이다.
보급품을 은닉한 트라이던트 록 바로 옆이다. 놈들은 바위 언덕을 등지고 천막을 쳤다. 여차하면 엄폐물로 삼겠다는 의도다. 놈들이 후방의 바위에 엄폐해서 반격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총성 없이 클레어시켜야 한다는 핸디캡이 문제다.
숙영지 좌우측에 기관총이 거치되어 있었다.
잡목 숲을 벗어나면 키 낮은 수풀이 이어진다. 수풀을 벗어나면 마른 풀만 등성 듬성한 개활지다.
삐에프는 거리를 확인 후 혀를 찼다.
450m지점을 벗어나면 시계가 툭 터진 개활지가 400m다. 은밀히 접근하기엔 환경이 좋지 않았다. 개활지에 들어서면 곧바로 기관총 십자 화망에 노출된다.
“지휘관 녀석이 대단한 놈이다.”
적정을 살피던 삐에프가 감탄했다. 기가 막힌 장소에 기가 막힌 경계태세다. 허접한 게릴라로 경시하던 마음이 싹 가셨다.
“소초와 동초가 대화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군기도 엄정하단 이야기다. 침투가 불가능하겠어.”
삐에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중대장님, 내가 배후로 돌아가겠습니다.”
“안 돼. 총성이 울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리고 작전권은 블랙맘바에게 있다.”
삐에프는 마이크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잘랐다.
마이크가 블랙맘바를 흘끗 쳐다보았다.
고요히 눈을 감고 있던 블랙맘바가 번쩍 눈을 떴다.
“인원을 확인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대충 50명 내외다. 깨어 있는 놈은 소초 넷, 동초 둘이 전부다.”
“블랙맘바, 잠입할 방법이 있나? 시간이 많지 않다.”
“개활지를 어떻게 통과하지?”
블랙맘바는 안달하는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달을 쳐다보았다. 오늘도 피를 뒤집어 써야할 빌어먹을 상황이다.
‘외롭다!’
라텔팀 동료들은 피를 함께 뒤집어쓴 동료다. 함께하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초침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시침과 분침이 없으면 시간을 알 수 없다. 독불 장군은 없다.
“블랙, 어떻게 할 건가?”
“닥치고 두드려 잡는다.”
“그거 훌륭한 작전이군.”
무책임한 말에 마이크가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마이크, 팀으로 돌아가라.”
마이크가 고개를 흔들었다. 한바탕 피를 볼 절호의 기회다. 돌아가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너는 이병이고, 난 중사다. 컥!”
비장한 외침에 돌아온 대답은 철판처럼 묵직한 수도다. 뒷목을 얻어맞은 마이크가 풀썩 쓰러졌다.
“헉!”
화들짝 놀란 삐에프가 훌쩍 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