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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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7 ->여기까지 6권
“흐흐, 무거운 몸뚱이는 두고 가야지.”
블랙맘바가 비죽이 웃었다. 후방 바위까지 110m, 무장 상태로 뛰면 은폐하기까지 대략 15초가 소요된다. 15초면 쓸어버리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토끼를 덮치려던 독수리가 흠칫했다.
‘저기 머꼬?’
블랙맘바의 시선이 후면의 개인 막사를 향했다. 배밀이로 막사를 빠져 나오는 피투성이 인간, 올빼미를 능가하는 야안이 10m떨어진 인물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다. 삐에프다. 막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려고 잔뜩 긴장해 있던 근육이 툭 풀렸다.
“띨띨한 노무 자슥, 결국 사건을 치는구마.”
맥이 쭉 빠졌다. 멀어지는 게릴라들의 등을 아쉽게 바라보던 블랙맘바가 발길을 돌렸다.
삐에프는 인사불성이었다.
생존 본능이 육체를 이끌고 있을 따름이다. 삐에프를 살펴 본 블랙맘바의 입에서 한숨이 새 나왔다. 둔탁한 칼날로 이리저리 썬 듯 갈라진 피부, 움푹 꺼진 오른쪽 옆구리, 옆구리와 허벅지에 박힌 표창, 한마디로 다발성 외상 환자다.
옆구리와 허벅지에 박힌 표창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호흡이 문제다. 부러진 갈비뼈 두 개가 폐를 압박하고 있다. 현 상태가 10분만 지속되면 기흉으로 사망한다. 잠시 망설이던 블랙맘바가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삐에프의 옆구리에 박았다. 구멍을 낼 듯이 파고 든 손가락이 부러진 갈비뼈를 잡았다.
뜨드득- 부러진 갈비뼈를 당겨 맞추자 삐에프가 진저리를 쳤다.
“끄으으!” 기절한 입에서 비명이 새 나왔다. 퍽- 가차 없이 왼쪽 수도로 뒷목을 내리쳤다. 갈비뼈 두 개를 끌어내어 맞추자 삐에프의 호흡이 한결 편안해졌다. 손가락이 파고든 옆구리에 시커먼 피멍이 들었다.
“존만아, 능력이 부족하면 가마니로 있는 게 도와주는 거여.” 블랙맘바가 이마에 밴 진땀을 닦으며 투덜거렸다.
거친 외과적 처치에 그도 긴장했다. 대충 옷을 찢어 지혈 해주고 벌떡 일어났다.
막사 안에 또 다른 생기가 잡혔다.
전투력을 상실한 미약한 생기다. 확인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게릴라들이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주면 그만큼 힘들어진다. 삐에프를 치료하느라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피비린내가 둥둥 떠 다니는 현장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전면의 천막 3동, 후면의 천막 2동이 텅 비었다. 악몽의 손길을 피한 게릴라들은 순식간에 바위 언덕으로 스며들었다.
막사 쪽으로 총알 한발 날아오지 않았다. 놈들이 소총을 휴대하지 못할 정도로 황급히 퇴각하지 않았다면 일발 필사의 기회를 노린다는 이야기다. 바위 언덕에서 군기(軍氣)가 안개처럼 밀려 왔다. 총알받이로 내 세우는 소년병 따위가 아니다. 되지엠 랩을 능가하는 특수병이다.
“니기미 떠그럴, 골치아프게 되었어.”
사나운 눈길이 삐에프를 향했다. 찌질 한 놈이 분수를 모르고 설치는 바람에 난감해졌다. 중대장만 아니면 치료를 해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맞아야지. 무치 시바리아게 3단계를 맛보면 껄떡대지 않겠지.”
기절한 삐에프의 눈꺼풀이 꿈틀했다.
바위언덕까지 110m, 직선으로 달리면 6초, 지그재그로 달리면 10초다. 쉬이익- 사행보가 극성으로 시전 되었다. 조준 사격을 피하기 위해서 만든 주법으로 청파보의 응용 판이다.
0.9초마다 신형이 좌우로 번득였다.
방향을 바꿀 때마다 강력한 진각이 걸린 지면에서 먼지가 부옇게 피어올랐다. 되지엠 랩 저격중대 최고 스나이퍼는 마이크다. 마이크가 이동 표적을 마킹해 저격하기까지 랩 타임이 1.2초다. 눈먼 총알이 아니면 블랙맘바를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무시기 저런 인간이 있슴메!”
순간 이동을 하듯 지그재그로 번득거리던 놈이 어느 순간 스스스 사라져 버렸다. 정신없이 총구를 돌리던 선우현은 입을 딱 벌렸다. 그는 단 한 발의 총탄도 날리지 못했다. 부하들도 마찬가지다.
선우현은 놈이 하다드가 말한 칸마임을 직감했다.
그가 동원한 인원은 투부족 전사 50명과 지원병 10명이다. 퇴출한 부하들은 겨우 26명, 순식간에 34명이 쓸려 나갔다. 두 놈을 죽였지만 손해가 막심했다. 비웃는 하다드 중령의 얼굴이 스쳐 갔다.
“빌어먹을 놈. 내래 오늘 쫑쳐 주갔어.”
그는 이빨을 부득부득 갈았다.
“칸마다!”
“칸마가 나타났다.”
부하들이 턱도 없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멍청한 놈들!”
선우현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도 칸마의 소문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다 헛소리다. 총탄과 RPG를 피하는 인간이라니! 열없는 미제 양코배기 영화에서 튀어 나온 놈이란 말인가?
아프리카 족속들은 툭하면 초자연적인 존재를 들먹인다. 자신들 수준에서 납득을 못하면 주술적인 존재를 언급하는 얼간이들이다.
“덜 떨어진 종간나새끼들. 그놈이 칸마면 나는 뚜빌리스, 아니 나미르다.”
선우현은 전의를 다졌다. 대단한 놈이지만 자신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몸이다. 꼬리를 말 생각도 없고, 기회도 놓쳤다.
속이 뒤집힌 선우현이 이빨을 갈고 있을 때 블랙맘바는 거미처럼 바위를 타고 올랐다. 왼쪽 오른쪽 손발이 동시에 움직이는 벽호공이다.
잔뜩 긴장해서 전방을 주시하는 투부족 전사의 머리위로 사신이 떨어져 내렸다. 소리 없이 바위를 타넘은 블랙맘바다.
“큭”
정수리에 쿠크리가 박힌 게릴라는 단말마도 내뱉지 못했다. 운동중추와 숨골을 한꺼번에 잘라 내는 블랙맘바의 주특기다.
블랙맘바는 스나이퍼 전에 아사신이다.
인간의 18배에 달하는 근력, 어둠에 구애받지 않는 시력, 신체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 고대무예 오금공, 야수적인 감각을 갖춘 밤의 제왕이다.
전장의 악몽이 어둠속에서 마음껏 날뛰기 시작했다.
뱀처럼 은밀하게 접근하고, 전갈처럼 독침을 쑤셔 박았다. 산양처럼 바위를 뛰어 넘고, 표범처럼 빠르고 단호하게 숨통을 끊었다.
게릴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아사신이 날뛰고 있지만 실체를 잡을 수 없었다. 표적을 고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총은 무용지물이다. 투부족 전사들도 단검과 샴시르를 들고 그림자 인간, 아니 칸마에 저항했다.
여명이 트기 직전, 어둠이 짙게 깔린 사헬 한 구석에서 소리 없는 살육전이 벌어졌다. 간간이 울던 벌레들도 숨을 죽였다. 공간지각력은 어둠속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적이 은신한 위치를 훤히 파악하고 있는 블랙맘바는 거칠 것이 없었다.
투부족 전사들도 만만치 않았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도 대검을 내지르고, 동료를 미끼로 기습을 가했다. 지금까지 상대한 게릴라들과는 격이 틀렸다. 냉병기 사용에도 익숙하고 체술도 체계적으로 익힌 놈들이다. 얼디 하마르에서 처리한 놈들이 아싸신이라면 이놈들은 무지막지한 전사다. 소리 없이 처리하느라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뚜둑- 바위틈에 은신해 있던 게릴라의 목이 한 바퀴 휙 돌아갔다. 쉭- 미약한 파공성이 울리는 순간 블랙맘바의 몸이 바람에 밀리는 풍선처럼 슬쩍 비켜났다.
그가 있던 자리에 소련제 NR-2대검이 날아와 박혔다. 바위에 납작 달라붙은 블랙맘바가 연자번신 신법으로 바위를 휙 타 넘어갔다.
퍽 퍽 퍽- 그 자리에 총탄이 연속 박혔다.
“무시기? 인간이 맞는 기야?”
경악한 선우현이 자신도 모르게 버럭 외쳤다. 눈앞에 있던 적이 번쩍하는 순간 야시경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검을 던지고 피할 위치를 계산해서 총탄을 날렸지만 놈은 그야말로 귀신처럼 사라져 버렸다.
부하를 미끼로 완벽히 잡은 찬스가 날아가 버렸다.
회심의 기회를 날려 버린 선우현은 즉각 위치 이탈했다. 놈은 소문대로 무서운 실력자다. 그 자리에서 빌빌대다간 바로 골로 간다.
블랙맘바는 총알이 스쳐 간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손바닥에 피가 흥건히 묻어 나왔다.
‘제법이군. 이거 십자가가 되겠어.’
하필 총탄이 표범이 만든 흉터를 횡으로 스쳐 갔다. 흉터가 십자로 남게 생겼다. 그는 백팩에서 지혈 패치를 꺼내 뺨에 눌러 붙였다.
살아남은 놈 중에 제법 실력 있는 놈이 섞여 있다.
대검을 미끼로 피할 방향을 선점해서 총격을 가했다. 위치를 숨기려고 소음총을 사용하는 섬세함도 보였다.
“쓸 만한 놈이네.”
되지엠 랩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실력자다.
‘종간나 새끼, 무시기 어케 빠름둥.’
신속히 위치를 이탈한 선우현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조선인민군 특수부대는 수없이 많다. 그중 해상저격여단, 공군저격여단, 정찰여단이 최정예로 인정받는다.
정찰여단에서 단도술과 저격술의 최고수가 바로 자신이다. 10m안쪽이면 표창을 던져서 바퀴벌레를 꽂을 수 있다. 바퀴벌레는 움직이는 물체와 음영에 예민하다. 바퀴벌레의 예민한 감각과 빠른 움직임을 제압할 스피드와 동체시력을 갖추기란 지난한 일이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칸마는 대여섯 걸음 뒤에서 날린 대검을 피했다. 놈의 움직임을 자신의 동체시력이 따라가지 못했다. 계산된 총격까지 실패한 선우현은 등골에 식은땀이 찼다.
‘씨바, 내래 나미르 선우현임메. 해 보자우.’
선우현의 불행은 자존심에서 비롯되었다. 하늘밖에 하늘이 있다. 자신의 실력을 믿었지만 상대가 바늘을 던져서 10m밖의 머릿니를 꿰는 수준임을 몰랐다.
“이크!”
선우현이 땅에 쑤셔 박듯이 몸을 날렸다.
퍼 퍽- 총탄이 연속으로 날아들어 파편을 튀겼다.
“흥, 더블텝은 내래 소싯적에 익혔지비.”
“이키!” 그는 필생의 힘을 뽑아내 다시 굴렀다.
퍼 퍼 퍽- 간발의 차이로 총격을 피한 선우현이 머리가 깨어져라 땅바닥에 처박았다.
단백질 타는 냄새가 훅 끼쳤다.
마지막 한 발이 뒤통수의 머리카락 한줌을 뜯어내고 지나갔다. 더블텝이 아니라 쓰리텝이다.
“이거이 장난이 아임메,”
간담이 서늘했다. 날선 감각이 아니었으면 머리에 총알이 박힐 뻔 했다.
그가 가쁜 숨을 가다듬는 동안에 훅- 꾸룩- 비명이 이어졌다. 비명이 비명이 아니다. 단말마의 호흡이 기도를 빠져 나오는 소리다. 목이 뎅강 잘리거나 후두부(喉頭部)가 잘릴 때 비어져 나오는 소리다.
놈은 자신을 바위틈에 몰아넣고, 느긋하니 부하를 사냥했다. 과연 칸마라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놈이다. 선우현은 근질거리는 얼굴을 훔쳤다. 식은땀이 손바닥에 흥건하게 묻어나왔다.
구름이 벗겨지자 서쪽 지평선에 걸린 통통한 하현달이 얼굴을 내 밀었다. 대지에 흩뿌려진 핏물이 바위 틈서리로 검게 흘러 내렸다.
시야가 확보되자 전투는 더욱 격렬해졌다.
속수무책으로 암살당하던 게릴라들의 저항이 강해졌다. 살아남은 게릴라들은 짝을 맞추어 저항했다.
“으악!” “칸마닷!”
은밀하게 진행되던 암살이 비명과 아우성이 난무하는 살육전으로 변했다. 파트너가 당하면 대신 비명을 질렀다. 당하더라도 적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는 의도다.
쨍- 퍽 퍽- 블랙맘바는 복부를 찔러 드는 대검을 쳐내고 더블텝으로 상대의 가슴에 총알 두 발을 꽂았다. 그 순간 땅속에서 샴시르가 튀어 나왔다.
‘헉!’ 다리가 싹둑 잘릴 위기다. 엄지발가락이 지면을 강력히 밀어냈다. 무협소설의 이형환위처럼 몸이 쭉 앞으로 밀려 나갔다. 청파보의 섬등보(蟾駦步)다. 샴시르가 공간을 양단하고 지나갔다. 퍽- 땅속에서 뛰쳐나온 투부족 전사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착지하는 순간 시체가 벌떡 일어나며 총검을 내 질렀다. 착지 순간을 노린 절묘한 기습이다.
“알라후 아크바르!”
“지랄!”
블랙맘마의 왼발이 총검을 차내고 그 탄력을 받아 빙글 휘돈 오른발이 상대의 관자노리를 때렸다. 물리법칙이 무시된 비응박토의 한 수다.
뻐억- 발길질 한 방에 경추가 부러진 상대의 얼굴이 반대로 돌아갔다. 엎어진 인간의 얼굴이 하늘을 쳐다보는 기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흐흡!”
탁해진 호흡을 불어내고 신선한 공기를 쭉 들이켰다. 시체가 벌떡 일어나서 공격할 줄은 몰랐다.
가슴에 더블텝을 맞은 놈이다.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다. 발로 시체를 밀어 뒤집었다. 가슴 옷자락을 뜯어냈다.
‘철판!’
가슴을 덮은 철판을 본 그는 기가 막혔다. 가난한 나라의 방탄복인 셈이다. 3mm철판을 가슴에 달고 설치는 인간이 대단하기 전에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