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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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8
어떤 놈이 이따위 아이디어를 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20세기 말에 로마시대의 엄심갑이 등장한 셈이다. 총탄이 튀는 소음을 들었지만 설마 했다. 어이없지만 이들의 전투 경험이 얕볼 수준이 아니라는 소리다.
제 아무리 놀라운 무술을 익혀도 사람은 날개가 없다. 땅을 디뎌야 힘을 받는다. 이들은 은신자가 하체를 공격해서 몸을 띄우게 만들고, 제 삼의 인물이 마무리 공격을 맡았다. 전투 감각이 탁월한 놈들이다.
대검과 총검을 이용한 연수 합격, 목숨을 내던진 자살 공격, 동료를 구하기보다는 상대를 죽이려는 독심, 한 놈 한 놈이 삐에프 대위를 능가하는 근접전의 달인이다.
‘이놈들이 투부족인가?’
샤트르에게 들은 몇몇 특별한 부족이 기억났다. 사하라 사막에 복면전사 투아레그족이 있다면 티베스티에 제라르 족과 투부족이 있다. 두 부족 모두 전투종족이다.
제라르족은 체구가 작고 날렵하다. 투부족은 뼈대가 굵고 힘이 좋다. 선천적으로 겁이 없고, 전투 감각을 타고 난 이들은 호전적이고 잔인한 부족이다. 투부족의 성인식 통과 기준이 남자 귀 4개다. 10대 중반부터 살인 경험을 쌓는 끔찍한 종족이다.
숨을 고른 블랙맘바가 다시 사냥에 나섰다.
야생의 블랙맘바는 코브라와 달리 적대적이지 않은 상대도 공격한다. 표적을 열 번 물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집요하고 잔인하다. 투부족 전사들이 목숨을 떼 놓고 달려들었지만 블랙맘바에게는 족탈불급이다.
‘담배 냄새!’
제대로 발효시키지 않고 양지에서 말린 싸구려 담배 냄새다. 솨아아 공간지각력이 방원 일백 미터를 순간적으로 훑고 지나갔다.
공진파 감응이 액티브 탐신이라면 공간지각력은 거울에 비치는 심상이다. 장애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공진파 감응처럼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 장점과 단점이 있는 셈이다.
좌측방 지근거리에 강한 생기가 포착되었다. 방향과 대략적인 위치가 파악되면 감각이 작동된다. 7m떨어진 바위 위쪽이다. 호흡을 죽이고 있지만 블랙맘바의 초감각을 피할 수는 없다.
‘탐나는 녀석들이야.’
그는 감탄했다. 이 놈은 자신의 소총을 바위 아래에 처박아 두었다. 상대의 탐지 능력을 감지하고 화약 냄새로 유인하겠다는 의도다.
잠복하고 있던 게릴라가 먹이를 덮치는 올빼미처럼 낙하했다.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달빛이 음영 지는 순간, 블랙맘바는 어깨 너머로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 공이 치는 소리만 울렸다.
‘이런!’ 탄창이 텅 비었다. 베레타를 들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기본을 잊었다. 적이 총을 난사했으면 꼼짝 못하고 당했을 만큼 위험한 순간이다.
스나이퍼는 본능적으로 잔탄을 센다. 그가 사용하는 글록은 17발 장탄이지만 베레타는 15발 장탄이다. 잔탄을 17발에서 카운터 하는 삽질을 했다. 이래서 손에 익은 본인의 무기가 중요하다.
윙- 블랙맘바의 몸이 도립하며 솟아 오른 발이 머리 위를 덮치는 적의 턱을 후려갈겼다. 반 박자 반응이 늦어지는 바람에 족도가 턱을 스쳐 지나갔다. 그 찰나를 비집고 바위틈에서 튀어나온 적이 샴시르를 휘둘렀다.
“헉!”
전투 개시후 처음으로 블랙맘바의 입에서 다급한 기음이 튀어 나왔다. 일시지간 자세가 흐트러졌다. 베레타를 든 오른 팔이 채찍처럼 휘어졌다. 팔이 밖으로 굽는 만행이다. 텡- 권총 총신이 칼날을 튕겨 냈다.
내습한 게릴라의 눈이 잔뜩 커졌다. 슁- 쿠크리가 횡으로 돌았다. 쿠크리 궤적에 목이 걸렸다.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머리를 잃은 몸체가 빈 부대자루처럼 풀썩 무너졌다.
화약 냄새로 유인하는 자리에 공격자가 숨어 있었다. 이중으로 덫을 놓은 것이다. 인간의 심리까지 계산에 넣은 치밀한 합격이다.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놈들이다.
서릿발 같은 시선이 좌측으로 향했다. 사격 자세를 잡으려고 악을 쓰는 놈이 시야에 들어왔다. 백원공각에 턱을 빗맞은 놈이다.
빗맞아도 절명하지 않았을 뿐 턱이 산산조각 났다.
턱에 충격이 가해지면 지렛대 작용에 의해 뇌가 흔들린다. 턱뼈가 부서질 정도면 뇌진탕으로 정신을 잃는다. 뇌진탕 충격을 극복한 엄청난 감투정신이다.
상대의 감투 정신에 감명을 받으면 전장의 악몽이 아니다. 뚜둑- 무정한 군홧발이 경추를 바스러뜨렸다.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여도 실린 역도는 말발굽 이상이다.
한차례 혈우를 덮어쓴 블랙맘바는 탄창을 교환하고 숨을 골랐다. 지워 버린 적이 21명이다. 남은 적은 여섯, 사냥이 거의 끝나 간다. 전투가 거듭될수록, 피를 덮어쓸수록 감각이 칼끝처럼 예리해졌다. 공간지각력을 발동하지 않아도 은신한 적들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잡혔다.
“죽어랏!”
바위 위에 은신해 있던 투부족 전사가 벼락처럼 덮쳤다. 이미 감각에 걸려 있던 놈이다. 살의에 번들거리는 눈, 시퍼런 칼날이 타임 슬립에 걸린 듯 느리게 다가들었다. 이것 또한 초상감각이다. 피에 취하면 주위의 사물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블랙맘바가 허깨비처럼 옆으로 주욱 밀려 나갔다. 인간 한계를 넘어선 반사 신경과 강력한 근육의 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청파보다.
일격필살의 기세로 허공에서 덮친 게릴라는 표적을 놓쳤다. 게릴라가 땅바닥을 한 바퀴 굴러서 재공격 자세를 잡았다. 고무공처럼 탄력 있는 신체다.
“그기까지!”
5m 공간이 툭 끊어 내듯 사라졌다. 자세를 잡고 제 이격을 준비하던 게릴라의 눈앞에 시커먼 물체가 덮쳤다.
쾅-
밀도 높은 우레탄 군화 바닥이 안면을 강타했다. 쩌적- 두개골이 부서지며 경추가 부러졌다. 볼 것 없는 즉사다.
찌이잉~ 가슴이 눌렸다.
퍽- 소음총 발사음이다. 시간이 갑자기 느리게 흘렀다. 물결치듯 공기를 흔들며 날아오는 탄자가 시야에 잡혔다. 피하기엔 늦었다. 쿠크리를 비스듬히 기울여 심장을 막았다.
채애앵-
귀를 찢는 소음이 울렸다. 탄환을 튕겨 낸 두툼한 칼날이 사납게 윙윙거렸다. 사헬에 오기 전이라면 쿠크리 손잡이를 놓쳤을 정도로 강한 충격이다.
블랙맘바의 고개가 돌아갔다.
군복을 입고 리탐으로 얼굴을 감은 깡마른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블랙맘바의 입 꼬리가 비죽이 올라갔다.
“준척은 되는구마. 다른 놈 호흡에 자신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숨기다니 제법이다. 남은 피라미들 먼저 잡고 다시 보더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뱉은 주체가 휙 사라졌다.
선우현은 멍하니 서 있었다. 완벽한 기회를 잡은 두 번째 기습도 실패했다.
“저 간나래 칼로 총알을 튕겨 낸 거이가? 내래 고추장을 못 먹었더니 헛것이 다 보임둥.”
선우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혼이 빠질 만큼 놀란 그는 상대가 한국말을 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
‘썩을, 피에 취했구먼.’
블랙맘바는 자책했다. 스나이퍼와 아사신의 기본은 냉정이다. 증폭된 능력과 피에 취해 또다시 기본을 잊었다. 면면 부절한 움직임을 잊고, 감각을 동원한 전장 환경 파악에 부실했다. 이래서야 적의 저격탄에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다.
블랙맘바의 움직임이 또다시 달라졌다.
그는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좌우 앞뒤로 끊임없이 춤추듯 움직였다. 움직임은 바람 같아지고 공격은 벼락치듯 빨라졌다. 게릴라들은 목이 잘리고, 머리가 박살날 때까지 블랙맘바의 접근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세 길은 될 바위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뚝 떨어졌다. 뿌득- 엎드려 있던 남자의 목이 지끈 밟혔다. 볼 것 없이 경추 골절 즉사다. 방금 처치한 놈이 준척 급을 제외한 마지막 피라미다. 티베스티를 공포에 떨게 하는 투부족 전사도 블랙맘바에겐 한 입거리에 불과했다.
흡 흡 흡, 호
단흡장호의 기식법으로 호흡을 다스렸다. 다섯을 단숨에 처리하기 위해 3분 동안 산소 공급 없이 움직였다. 폭발적으로 혹사당한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호흡 3식에 근육이 안정을 찾았다.
파란트로푸스의 무시무시한 회복력이다. 이젠 제법 살기를 풍기는 한 놈만 남았다.
바위 위에서 위장포를 덮어쓴 선우현은 숨을 죽였다.
비명이 뚝 그쳤다. 자신이 끌고 온 정찰팀 60명이 총 한발 쏴 보지 못하고 녹아 버렸다.
‘저 간나래 사람이 맞긴 한 거이가?’
아무래도 귀신들린 미친놈, 칸마가 맞을 것 같았다.
죽은 놈들이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자신의 부하가 아니다. 문제는 자신의 체면이다. 눈앞에 하다드 대령의 느끼한 얼굴이 떠올랐다. 체면을 세우려면 놈을 꺽지는 못해도 붙어는 보아야 한다.
놈은 한 호흡에 다섯을 해치웠다. 놈과 결전을 치른다는 생각만으로 근육이 경직되었다. 놈의 호흡을 세며 기습할 찬스를 노렸지만 끝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인간인지 호흡을 하지 않았다. 공격과 방어는 호흡이다. 호흡과 일치될 때 공격도 방어도 힘이 실린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놈이다.
‘저놈은 인간이다. 저놈은 인간이다.’
선우현은 주문을 외우며 길게 빨아들인 공기를 아랫배에 꾹꾹 눌러 담았다. 긴장하면 근육의 탄력이 떨어진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열심히 움직여 근육을 이완시켰다.
선우현은 마카로프를 집어넣고 대검을 빼 들었다.
지근거리에서 총탄을 쳐내는 놈이다. 조준하는 순간에 목이 달아난다. 저 정도의 고수는 총구가 고정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설사 맞혀도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낮다. 차라리 대검이 제격이다. 근신공박이라면 자신있다. 자신의 대검에 검하고혼이 된 인간이 수 십이다.
가공할 전투력을 보였지만 놈도 사람이다.
선우현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인간의 산소 흡취량(VO2max)과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 LT)는 그 어떤 무예를 수련해도 한계가 있다. 60명을 근접전으로 해 치운 놈이다. 무산소 격투까지 벌인 놈이 지치지 않는다면 외계인이거나 사이보그다.
선우현은 8m아래 훤히 드러난 칸마의 등을 노려보았다. 들썩이는 어깨와 가늘게 떨리는 오금이 눈에 들어왔다.
‘흐흐 확실히 지쳤군. 그 자리에 드러눕고 싶겠지.’
선우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놈은 3분간 무산소 기동을 했다. 젖산 역치가 어마 무시한 인간이다. 젖산 역치가 높으면 회복도 빠르다. 근육이 풀린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아, 그 자식 더럽게 뜸들이네!’
블랙맘바는 답답했다. 놈이 그대로 도주하면 귀찮게 다리품을 팔아야 된다. 일부러 허점을 드러내고 연극까지 해도 놈이 쉽사리 달려들지 않았다. 하이에나를 유인할 때 써 먹었던 방법이다.
선우현은 온 몸의 기력을 폭발시켜 칸마를 덮쳤다.
표적은 경추와 척추의 연결부위인 제7경추다. 척추를 잇는 융추(7경추)는 7개의 목뼈 중에 유일하게 경동맥과 정맥 신경총이 지나가지 않는다. 인간의 신체부위에서 가장 취약한 부위다.
채앵 – 귀를 찢는 금속음이 울렸다.
중력에 체중까지 실은 스페츠나쯔 대검이 간단히 막혔다.
“끄으!” 선우현은 이빨을 악물고 신음을 삼켰다. 무지막지한 힘이다. 곰이 칼을 휘둘러도 이보다는 약할 것 같았다. 손, 팔, 어깨까지 마비되었다.
선우현은 반동을 이용해서 공중제비를 넘어 착지했다. 절호의 찬스를 놓칠 칸마가 아니다. 착지하자마자 대검을 종횡으로 휘두르며 후다닥 물러났다.
‘무시기?’
선우현은 눈을 끔벅였다. 칸마는 그 자리에서 비시시 웃고 있었다. 혼자 삽질을 한 그는 머쓱했다.
“더럽게 소심한 녀석이구마.”
선우현은 귀를 의심했다.
아프리카에서 남조선 말을 들을 줄이야!
“이거이 무시기 소리임메? 남조선 동무?”
난데없이 튀어나온 억센 북한 사투리에 블랙맘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앞의 상대가 내뱉은 북한말이 너무 황당했다. 아프리카 오지, 피를 튀기는 전장에서 북한 빨갱이를 만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