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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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11
깨비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쫄따구라는 말을 ‘일단 살려 둔다’는 한국어로 알아들었다. 호주 원주민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말한 ‘강 구루’가 캥거루가 된 것과 같은 현상이다.
“깨비텐, 벨맨 큰일 났습니다.”
에밀이 막사 쪽에서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주 중대장님과 마이크 중사님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죽었다는 소리야 살아 있다는 소리야?”
깨비텐의 음성은 차분했다. 더 이상 놀랄 일도 없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
“망할, 어쩐지 어제부터 그 인간들 조금 이상했어.”
벨맨이 브로닌 병장을 끌고 바람같이 막사로 달려갔다. 그 뒤를 용병들이 우르르 따라갔다.
“발부아! 뭣하는 짓이야!”
깨비텐이 버럭 했다. 짜증이 날대로 났다. 구출팀이 아니라 애물단지다. 이런 인간들을 보낸 필립 대령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자신의 팀원도 처절한 격전을 경험하지 못했으면 별반 다를 바 없음을 생각지 못했다.
“중대장과 마이크는 벨맨에게 맡겨라. 자네는 장 대원들 데리고 보급품을 챙기도록.”
“죄송합니다.”
발부아 중위가 장쒼과 셍티엥, 막심을 데리고 트라이던트 록으로 뛰었다.
“죽고 사는 거야 다 제 팔자지.”
블랙맘바는 다시 눈을 감았다. 누가 죽든 살든 잠자고 싶은 생각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에취-
선우현이 재채기를 했다. 사헬의 파리는 위대했다. 깨비텐이 걷어차도 못 깨운 그를 콧구멍을 틀어막은 파리 떼 가 깨웠다.
‘이거이 무시기 일이디?’
자신이 왜 땅바닥에 누워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외출 나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머리와 별도로 신체가 반사적으로 자체 점검을 시작했다. 신경이 정상 작동하고 사지도 멀쩡하다. 출혈 흔적도 없다. 단 한곳, 하악골에서 찌르는 듯 한 통증이 전해졌다.
‘칸마!’
극심한 통증이 흐릿한 기억을 단번에 의식 상부로 끌어 올렸다.
‘칸마란 아새끼에게 박살났었지.’
현실과 접속된 선우현의 뇌가 맹렬히 돌아갔다.
재차 신체를 점검했지만 손상당한 곳이 없었다. 칸마는 한 방에 머리를 박살내고, 심장을 터뜨리는 놈이다. 신체가 멀쩡한 연유를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손발도 구속되지 않았다. 뜻밖의 상황에 그는 어리둥절했다.
‘간나새끼래 약을 처먹었남?’
‘빨갱이도 동족이라고’하던 놈의 말이 기억났다.
슬그머니 눈을 떴다.
눈을 뜰 때도 태양 반대쪽인 왼쪽 눈만 가늘게 떴다. 눈에 빛이 반사되면 깨어난 사실을 들키게 된다.
‘메야?’
악마가 코를 골며 잠들어 있다. 땅바닥에 네 활개를 활짝 편 편안한 자세다. 때려눕힌 적을 내버려두고 태평스레 잠을 자는 놈이 있을 줄이야. 젖 뗀 이래 처음 보는 제대로 미친놈이다. 뚜빌리스라 불리는 그가 언제 이런 취급을 받아 보았던가.
‘내래 미꾸라지 취급하는 기야.’
울컥한 선우현은 기어코 칸마에게 한 방 먹여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실눈을 뜨고 주위를 훑어보았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버려진 자신의 대검이 눈에 들어왔다.
“나로치, 한 번 더 뎀비 볼라 카나?”
괴물이 눈도 뜨지 않고 말했다.
“헉!”
슬그머니 손을 뻗던 선우현이 화들짝 놀라 손을 거뒀다. 더럽게 감이 좋은 놈이다
“감히 정찰국 소좌 나미르 선우현을 우습게 보는 기야?”
선우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우습지. 여자도 빨간 미꾸라지는 무서워하지 않아. 그딴 허접한 실력에 용이 가당키나 하나? 레드 나로치, 안 그래? 천방지축 날뛰는 용기는 칭찬해 주지.”
선우현의 얼굴이 돼지 간처럼 붉어졌다. 명색이 정찰여단 최고수인 자신에게 빨간 미꾸라지란다. 놈과 무력을 비교하면 미꾸라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자부심이 우르르 무너졌다.
“크악, 종간나 새끼! 죽어랏.”
선우현이 벼락같이 덮쳤다. 단검술이나 타격기는 상대가 안 된다. 일단 붙잡고 늘어져서 그라운딩으로 끌고 갈 생각이다.
“아, 그 새끼 차암, 여자도 아잉기 와 엉겨드누.”
철퍼덕-
순식간에 하늘과 땅이 뒤바뀌며 개구리처럼 땅바닥에 엎어졌다. 매캐한 먼지가 코로 스며들었다. 코피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는 얼음판에 엎어진 황소처럼 눈만 끔벅였다. 칸마의 명치를 치고, 바짝 붙어 목을 꺾으려던 시도는 생각만으로 끝나버렸다.
한 텀이 지나서야 뇌가 상황을 받아들였다. 갑자기 눈앞에 있던 놈이 사라지는 순간에 콧등에 원 펀치를 맞고 패대기쳐졌다. 과정을 알 수 없지만 결과가 그랬다.
남조선 애새끼들이 익히는 특공무술쯤은 눈 아래로 보는 자신이다. 투부족 전투 교관을 맡아 뚜빌리스라는 별칭까지 얻었지만 급이 틀렸다. 이놈이야말로 진짜 뚜빌리스다.
“효율적이고, 간결하고, 무자비한 액션이군.”
보고 있던 깨비텐이 촌평을 곁들였다.
“와킬, 어쭙잖은 놈이 대들면 교훈을 내려야 합니다.”
옴부티가 실팍한 아카시아 몽둥이를 공손히 내밀었다. 주인이 원하는 바를 즉각 파악해서 대령하는 하인 스킬이 십이성에 이른 옴부티다.
‘무서운 놈!’
깨비텐은 블랙맘바보다 옴부티가 더 무서웠다. 정승보다 정승댁 하인이 무섭다더니 저놈이 바로 그놈이다.
“수고했다.”
몽둥이를 받아 든 블랙맘바의 얼굴에 흡족함이 묻어났다. 옴부티가 생나무 몽둥이에 물까지 묻혀 왔다.
생나무로 맞으면 고통이 배가된다.
물기를 머금은 섬유질은 피부와 접촉 시간이 길어진다. 충격과 통증을 내부로 투사한다는 이야기다. 통증이 내부로 파고든다. 조선시대 곤장을 칠 때도 죄질이 나쁜 놈은 물볼기를 쳤다.
“흐흐, 그깟 몽둥이로?”
선우현이 비웃었다. 어린 녀석이라 뭘 모른다. 정찰여단의 고문 대응 훈련은 악랄하다. 손톱 밑에 침 박기, 콧구멍에 짬뽕 국물 붓기, 강력한 전등을 얼굴에 비추어 잠 안 재우기, 불에 달군 철사로 뜸뜨기등, 비인간적인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몽둥이로 때리는 정도야 잠자면서 당해 줄 수 있다.
“뻘건 물을 쫙 빼 주마.”
블랙맘바가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깨비텐이 움찔했다. 저놈의 몽둥이질은 보기만 해도 살이 떨린다.
‘차라리 목을 잘라 버리지.’
깨비텐은 여유를 부리는 작은 동양인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
“치사하게 고문임메?”
선우현이 째진 눈을 치켜뜨고 독기를 풀풀 날렸다.
“알면서 왜 물어?”
짝-
‘욱!’
선우현은 화들짝 놀라 튀어 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삼켰다. 단 한번 매질에 식은땀이 쫙 솟았다.
‘내래 혁명 정신이 빠진 기야.’
짝- 짝-
‘끄으윽!’
선우현의 눈이 튀어 나올 듯이 커졌다. 이마와 관자놀이에 굵은 핏줄이 돋았다. 간신히 비명을 참았다. 혁명 정신도 무치 시바리아게의 통증을 경감시키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인간의 신체는 특정 부위의 자극을 일정시간 기억한다. 과도한 자극은 해당 부위의 감각을 죽인다. 물론 특정 부분마다 그 한계가 다르다.
고문은 감각을 죽이지 않을 정도의 자극을 지속시키는 스킬이 핵심이다. 감각의 한계까지 자극을 주고 비슷한 수준의 자극을 더하면 자극 공명 현상이 일어난다. 당연히 고통이 배증된다.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무서운 고문술이다.
무치 시바리아게는 바늘로 수를 놓듯이 때린다.
때린 곳에 삼분지 일쯤 살짝 겹쳐 때리고, 그곳에 또 겹쳐서 때린다. 맞는 사람은 맞을 곳을 뻔히 알면서 고통을 기다려야 한다. 그 긴장과 공포만으로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때릴 때마다 몽둥이에 공진파를 살짝 흘린다. 공진파가 감각 세포를 긴장 시키고 그곳에 몽둥이가 짝 달라붙는다. 블랙맘바식 무치 시바리아게다.
“끄아악, 종간나새끼!”
접타 여덟 번째에 비명이 터졌다. 선우현의 의지가 물에 빠진 소금 가마니처럼 확 풀어졌다. 이빨을 악물어도 매가 떨어질 때 마다 입이 벌어졌다. 아니 비명을 준비하고 있다가 매질을 당하는 순간에 뱉어냈다. 유곽 논다니의 감창처럼 말이다.
열 대를 때린 후 블랙맘바가 인터벌을 조정했다.
열 대의 매질은 사격선에서 영점을 잡는 원리와 비슷하다. 상대가 고통을 느끼는 지속시간을 측정하고, 통증에 반응하는 감각의 민감도를 측정한다.
선우현은 최고 수준으로 근골이 단련된 인간이다.
몽둥이에 전해지는 반발력이 만만치 않았다. 블랙맘바는 접타 레벨을 높이기로 했다. 약-중-약-강이다. 인터벌은 5초다. 최하위 레벨로 인터벌 6초로 맞은 마이크도 피똥을 쌌다. 선우현은 마이크의 4배 수준이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맞아 볼텨?”
“종간나새끼래 무슨 사술을 부리는 기야?”
얼굴이 돼지 간처럼 시뻘게진 선우현이 고래고함을 질렀다.
“확실히 교훈이 필요한 빨갱이구먼.”
아카시아 몽둥이가 약-중-약-강으로 박자를 맞추어 우박처럼 떨어졌다.
짝-짜악-짝-뻑의 순서다. 5초에 4번 매질이 떨어진다.
“꾸에엑, 끄으윽!”
육체의 고통이 아니라 뇌에 가해지는 고통이다. 극악한 고문 대응 훈련도 무치 시바리아게에 맥을 추지 못했다. 온갖 형태의 비명이 사헬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첫 번째 막사로 들어간 브로닌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에서 랜턴이 뚝 떨어졌다.
“으악, 이게 뭐야?”
빡- 뒤따라 들어 온 벨맨이 브로닌의 뒤통수를 세차게 때렸다.
“멍청한 놈, 뭐하는 거야. 빨리 중대장님과 마이크 중사님을 찾아.”
“이 이게 뭡니까?”
“임마, 뭐긴 뭐야 블랙맘바의 작품이지.”
브로닌 병장의 손이 덜덜 떨렸다.
막사 양쪽에 반듯이 누운 상태로 멱이 따인 시체 20구, 질펀하게 바닥을 흐르는 핏물, 실전을 겪어보지 않은 그는 멘탈 붕괴에 빠졌다.
막사를 둘러 본 벨맨이 브로닌의 뒷덜미를 잡고 끌어냈다.
“덜 떨어진 새끼, 쏴 죽이기 전에 얼른 움직이지 못해.”
서슬 퍼런 벨맨의 다그침에 브로닌이 어기적거리며 두 번째 막사로 들어갔다.
뒤늦게 달려 온 에밀이 고함을 질렀다.
“뒤쪽의 개인 막사입니다.”
“망할 새끼, 진작 이야기하지. 조또, 나도 꿈에 볼까 무섭네.”
벨맨이 투덜거리며 개인 막사를 찾아 들었다.
“이런, 중대장님!”
벨맨이 막사 안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삐에프가 야전 침상에 기대어 기절해 있었다. 침상에는 마이크 중사가 반듯이 누워 있었다. 왼쪽 가슴에 깊숙이 NR2대검이 꽂힌 상태다.
마이크의 가슴에 귀를 대고 호흡을 관찰하던 벨맨이 브로닌을 불렀다.
“브로닌, 어디 있나?”
브로닌이 반쯤 혼이 나간 얼굴로 나타났다.
“병장님, 지옥입니다. 두 번째 막사는~”
“닥쳐, 마이크 중사가 급하다. 허파 좌상이다. 중대장은 마이크에게 숨을 불어넣다가 탈진했다.”
“공기 가슴증입니까 혈액 가슴증입니까?”
“니기미 떠그럴, 혈액 가슴증이다. 대검이 허파를 천공내고 한 바퀴 돌면서 허파꽈리를 손상시켰다. 혈액이 내부 압력을 떨어뜨리고 있어.”
“수동 양압 환기구가 있습니다.”
“다행이군. 자네가 감압시켜. 에밀 압박붕대 가져와. 일단 대검을 고정시켜야 겠어.”
응급처치를 마친 브로닌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
“자가 호흡이 가능하겠나?”
“워낙 건강한 양반이라 시간은 벌었습니다.”
호흡을 재던 벨맨이 감압 바늘 두 대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다행히 심장을 피했지만 좋지 않아. 일단 보전 조치를 하고 수술을 해야겠어.”
“중대장님은?”
“저 양반은 블랙맘바가 응급조치를 취했나 봐. 바쁘지 않아. 지금은 탈진한 상태야.”
선우현에게 당한 삐에프는 망신창이가 되었다.
그래도 치명상을 당한 마이크에 비하면 소견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벨맨이 옆구리와 허벅지에 꽂힌 표창을 뽑아내고 치료를 시작했다.
끼요우~ 꾸에엑~
여명이 트는 어슴푸레한 새벽에 귀신이 호곡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소리야?”
소총과 방수포로 급조 들것을 만들던 브로닌은 머리카락이 삐죽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