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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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12
그렇지 않아도 막사에서 본 엽기적인 장면에 혼이 반쯤 달아난 상태다. 이승과 이별을 고하는 끔찍한 비명까지 들리자 울고 싶어졌다.
“블랙맘바입니다. 일단 살려 둔다고 하더니 뼈를 차례로 뽑아내나 봅니다.”
에밀이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브로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포로를 고문한단 말인가? 그것도 뼈를 뽑아내는 야만적인 방법으로 말인가?”
에밀이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브로닌 병장을 쳐다보았다. 짬밥만 아니라면 죽도록 때려주고 싶은 진상이다.
“병장님, 사헬은 코르시카가 아니거든요. 머릿속에 든 똥을 퍼내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가기 힘들걸요.”
“뭐 뭐야. 무슨 말을 그 따위로 하는 거야?”
브로닌이 에밀을 노려보았다.
‘헐, 저 자식 눈깔 봐라.’
에밀이 마주 쏘아보자 브로닌이 시선을 돌렸다. 수많은 인간을 죽인 살육자의 눈빛을 감당하기엔 브로닌의 심장이 허약했다.
보급품을 챙기던 발부아 중위도 깜짝 놀랐다.
비명이 얼마나 처절한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인간의 성대를 통해 나오는 비명이 아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죽어가는 하이에나가 울부짖는 소리인가?”
“블랙맘바가 빨갱이를 잡나 봅니다. 그러려니 하고 삽질이나 열심히 하십시오.”
장쒼의 대답도 심드렁하기만 했다.
“빨갱이? 아까 그 동양인 말이군. 장쒼, 작업하고 있어. 가 봐야겠어.”
“별로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닐 텐데요.”
“보기 좋지 않은 장면이 볼 만 한 거라구.”
발부아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블랙맘바는 특별한 인간이다. 그의 행사라면 무엇이든 특별하다. 소설가 지망생인 발부아에게 블랙맘바는 그 자체가 유니크한 소재다.
“저 인간도 정상이 아니야.”
장쒼이 머리를 흔들고 삽질에 전념했다. 얼른 픽업을 끌어내서 텅빈 위장을 채워야 한다.
선우현은 공처럼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매질을 피하려고 미친 듯이 몸부림쳤지만 헛짓거리에 불과했다. 몽둥이가 한 치의 착오 없이 시간을 맞추어 정확하게 떨어졌다. 놈의 동작은 성형물을 찍어내는 프레스 기계에 다름 아니다.
블랙맘바는 선우현의 근골이 상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절해서 타격을 가했다. 전투력과 근성이 최상인 인간이다. 본인이 나미르라고 깝죽댈 만 했다.
장난삼아 쫄따구라고 했지만 즉시 전력감이다.
그는 빨갱이를 개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무리 혈통이 좋은 개도 주인에게 덤비는 놈은 가마솥에 들어가야 한다. 블랙맘바는 철저히 빨간 나로치의 기를 꺾어 놓기로 작정했다. 선우현으로서는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신새벽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질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이 떨어져 내렸다. 선우현은 칸마의 능력에 소름이 끼쳤다. 놈은 야행성 동물이 분명했다. 실제로 눈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뿜어졌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이다.
녹색 안광을 뿜는 괴물은 인정사정없었다. 묻기만 하면 대답을 줄줄 쏟아낼 용의가 있건만 야속하게도 한마디 말도 없이 때리기만 했다.
선우현은 태어난 이래 이런 공포와 고통이 있을 줄은 몰랐다. 생명이 위험한 수준의 총상과 자상을 입은 회수만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뼈가 부러지는 타박상은 수도 없이 당했다. 몽둥이로 얻어맞는 정도야 웃으며 맞아 줄 수 있는 게…….아니었다.
통증이 머릿속을 갈가리 찢고, 척수를 헤집었다. 정신을 잃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턱도 없었다. 몽둥이가 쩍하고 피부에 달라붙으면 흐려지던 의식이 화들짝 놀라 깨어나곤 했다.
비명소리가 차츰 잦아졌다.
선우현은 더 이상 구르지 못했다. 몸속의 수분이 눈물, 콧물, 침, 땀으로 다 빠져 나왔다. 몸뚱이가 땅바닥에 내리쳐진 개구리처럼 가늘게 경련했다.
“그만, 그마안~”
그는 저항 의지를 상실했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애걸했다. 죽더라도 개처럼 비참하게 몽둥이에 맞아죽고 싶지는 않았다.
“당신이 누구라고? 나미르야 나로치야?”
“나 나미르다.”
블랙맘바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렇제. 한국인이면 그 정도 오기는 있어야제.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매질이 멈추었다.
‘선우현아 선우현아, 세상 좁다고 설치더니 괴물을 만나 끝내 인생 쫑치는구나!’
그는 한탄했다.
원한이 끓어올라야 하건만 매질을 멈춘 놈이 고맙기만 했다. 저절로 솟아나는 종놈 근성에 억이 막혔다.
십오 년간 정찰 여단에서 연마한 온갖 살인 기술이 허망했다. 선우현은 한차례 부르르 떨고는 의식을 놓았다. 비명이 멈추자 현장은 일순 정적에 빠졌다.
발부아는 말을 잊었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만만치 않아 보이는 동양인 포로가 딱 3분 만에 걸레가 되었다.
‘저놈이 얌전하던 내 부하 꼬레앙 팍이 맞나?’
더 이상 블랙맘바를 부하 취급할 자신이 싹 사라졌다.
“브로닌 병장님!”
브로닌은 깜짝 놀라 야전 침대의 균형을 잡았다. 에밀이 가자미 눈으로 브로닌을 노려 보았다. 하마터면 마이크 중사를 땅바닥에 엎을뻔 했다.
‘무서운 놈, 같은 편이라도 무섭다.’
브로닌은 떨리는 가슴을 손으로 눌러 진정시켰다.
가슴에 대검이 꽂힌 채로 마이크가 후송되어 왔지만 깨비텐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죽으려면 악어 풀엔들 뛰어들지 못할까. 마이크의 행동도 다를 바가 없었다.
블랙맘바는 싸늘한 눈으로 죽어가는 마이크를 내려다보았다. 평소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 말썽을 일으키던 놈이 끝내 사고를 쳤다.
멍청이가 주제도 모르고 뛰어드는 바람에 죽을 고생을 했다. 자신이 막지 못했으면 동료들이 전멸했을 상황이다. 전장에서 겁쟁이보다 더 민폐를 끼치는 놈이 이놈처럼 제 멋대로인 놈이다.
“살 수 있겠나?”
“하루 지나봐야겠지만 수술이 제대로 되면 살 수 있습니다.”
“수술은 가능한가?”
“에밀과 셍티엥의 혈액형이 동일합니다. 환경이 열악하지만 좌상 부분을 잘라내고 봉합할 수 있습니다.”
“휴, 수고해 주게. 더 이상 부하를 잃고 싶지 않아.”
깨비텐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블랙맘바가 쫄따구란 놈을 반쯤 죽이는 군요.”
“생각이 있을 거야. 모두 저놈의 압도적 무력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생각이 깊은 놈이다.”
“옴부티, 저놈 깨워.”
옴부티가 기절한 선우현의 얼굴에 물통을 쏟아 부었다.
“허푸!”
눈을 번쩍 뜬 선우현이 후다닥 몸을 굴려 위치 이탈했다.
용병들이 감탄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반응을 보이는 훈련이 체화되어 있는 인간이다.
선우현이 몸을 일으키다 푹 쓰러졌다. 무치 시바리아게에 당한 후유증이다. 몇 번 넘어지던 그가 끝내 버티고 일어섰다.
선우현이 칼을 앞으로 내밀고 자세를 잡았다.
무치 시바리아게에 당하는 와중에도 칼을 놓지 않았다. 대단한 정신력이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쓸 만하군!”
쫄따구로 삼을 놈이라 사정을 두어서 때렸다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대단한 정신력에 제대로 수련한 몸뚱이다. 형편없군에서 쓸만하군으로 평가가 급상승했다.
의지가 강한 놈인 만큼 이참에 확실히 기를 꺾어 놓아야 이빨을 드러내지 못한다.
쉭- 블랙맘바가 공간을 뛰어넘었다.
허공에 흰 선이 죽 그어지는 착시 현상이 일어났다.
“하압!”
선우현이 기합을 잔뜩 넣고 양팔을 교차해서 가슴을 방어했다.
투닥- 퍽- 왼 손이 방어막을 툭 처 올리고 오른 손바닥이 가슴을 후려쳤다.
마무리는 화려했다.
꽝- 왼 손이 목을 움켜쥐고 하체를 지당각으로 쓸어 차올려서 땅바닥에 거꾸로 처박았다. 오금공 초식에도 없는 창작이다.
매정한 손속에 보고 있던 용병들이 후드득 몸을 떨었다.
“저거 목이 부러지지 않았을까?”
발부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저놈도 대단합니다. 그 순간에 목을 틀어 어깨로 떨어졌습니다.”
에밀이 해설을 했다.
“깨비텐, 블랙 저놈 말입니다. 쌓인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벨맨이 질린 얼굴로 말했다. 같은 인간으로서 저토록 무지막지하게 팰 수는 없다.
“맞는 놈이나 때리는 놈이나 둘 다 대단한 놈들이다. 지난번에 한 방 맞고 기절한 게 천만다행이었어.”
깨비텐은 독감에 걸린 듯 으스스했다.
샤트르 사망 당시에 블랙맘바에게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했다. 나미르라는 동양인이 얻어맞는 모습을 보니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다.
“컥!”
무식한 군홧발이 목을 밟았다.
선우현의 호흡이 툭 끊어졌다. 사지에 힘이 쫙 빠지며 손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존만아, 푸른 하늘밖에 검은 하늘이 있는 벱이여. 블루스카이 오브 블랙스카이 몰라? 비실거리는 몸띠로 엉기지 말고 국으로 자빠져 있더라고.”
블랙맘바가 슬쩍 발에 힘을 뺐다.
“켁 켁, 머이 어드레? 비실이!”
선우현은 기가 막히다 못해 정신이 혼란해졌다. 다른 것도 아닌 몸이 부실하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임마,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팔딱거리다 디지면 니만 손핸 기라.”
“내래, 깝냥도 아이 된다 이거임메.”
“그래 임마. 빨갱이도 동족이라고 이역만리 타향에서 쥑일라 카이 끼네 멤이 아픈 기라. 한 번 더 몽둥이질 당하면 죽지 않을 자신 있어?”
“니기미 조또, 없슴메.”
“후후,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지.”
블랙맘바는 피식 웃고 발을 치웠다.
커억- 커억- 숨구멍이 뚫린 선우현은 정신없이 산소를 흡입했다. 놈은 자신의 호흡 용량과 체내 변화까지 읽는 놈이다. 분하지만 차원이 다른 인간이다.
“날래 쥑이라우.”
“아, 그자슥 더럽게 말끼를 알아듣지 못하네. 이기 스페츠나쯔 대검이제. 한 번 더 뎀비 볼래?”
땅바닥에 떨어진 칼을 발로 툭 차서 선우현에게 보냈다.
화들짝 놀란 선우현이 칼을 집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일 없슴메. 영예군인(상이군인)되기는 싫슴메. 기운 차린 다음에 한 번 붙어 보자우.”
“다음에? 지랄을 해라.”
블랙맘바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공진을 주먹에 꾹꾹 눌러 담았다. 쏴아아 주먹이 진동하며 공기가 떨렸다. 빗살처럼 날아간 주먹이 바위를 쳤다.
꽝-
폭음이 일며 목침 크기의 바위조각이 뚝 떨어져 나갔다.
“무 무시기!”
기겁을 한 선우현이 벌떡 일어났다. 찢어질 듯이 커진 눈이 박살난 바위와 블랙맘바의 주먹을 오갔다.
“까불지 말어. 당신 어깨위의 물건이 바위보다 단단하다고 주장하진 않겠지. 쥑일라 켔으마 한방이여.”
살벌한 말과 함께 고대 괴수의 눈빛이 화살같이 날아가 선우현의 눈에 틀어 박혔다. 눈이 타는 듯 따가웠다. 고춧가루를 한 움큼 뿌린 듯했다.
“으어어!”
선우현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요령부득의 신음소리를 냈다. 무시무시한 기세에 몸이 땅바닥에 눌러 박히는 기분이 들었다.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번지기 시작했다.
날이 완전히 밝기 전에 빨리 수습해서 튀어야 한다.
“열심히 뛰었으니 내는 쪼매 쉴란다. 빨갱이 당신도 쉬라고.”
블랙맘바가 몽둥이를 휙 던지고 바위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동료들이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부족한 잠을 보충할 작정이다.
“죽이든 살리든 님자 맘대로 하라우.”
선우현도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바짝 날 선 저항의지가 푹 꺼졌다. 그는 인간이고 저놈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 난 놈에게 엉겨봐야 자신만 망가진다.
선우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하전사 시절 판문각에서 이년을 근무했다. 남조선 군인이나 유엔군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자유의 냄새를 맡았다. 대대장의 추천과 군단 당위원회를 거쳐 강건종합군관학교에 들어갔다. 딱히 당성이 투철하지 않았지만 아바이 덕분에 순조롭게 진급했다.
남조선 방송을 청취하다 보위부에 적발되었다. 아바이 덕분에 넘어갔지만 진급이 막혔다. 말썽을 우려한 그는 짐바브웨 파견 교관을 자원했다. 그리고 돌고 돌아 오늘 진짜 뚜빌리스를 만났다.
일주일전 그는 복귀 명령을 받았다.
명목은 차드로 넘어가면서 영사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군인이 상급자의 허락을 얻었으면 그만이지 영사관에 이동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묘한 분위기를 느낀 그는 킨샤샤 대사관의 친구에게 연락을 취했다. 귀띔 받은 바로는 아바이가 숙청당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복귀하면 자신도 바로 숙청될 것이 뻔했다.
복귀해서 아오지 탄광에서 석탄을 캐다 죽으나 괴물에게 맞아죽으나 마찬가지다. 포기를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고롱- 고롱-
선우현은 코를 고는 괴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손에 들린 단검을 한참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 번 더 덤볐다간 끝장임을 몸이 알았다.
저놈은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놈이다. 그는 이해를 포기했다. 미친놈은 원래 이해하기 힘든 법이다. 그리고 제대로 미친놈은 영웅이 된다. 수령 아바이 김일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