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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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사헬의 북조선 인간병기13
코골이가 뚝 멈추었다.
“빨갱이, FAP로 복귀할 생각 없나?”
블랙맘바가 눈을 감을 채로 물었다.
“무식한 놈들과 더 이상 일 없슴메.”
“떠나도 좋다. 식량과 낙타를 내주겠다.”
선우현은 즉각 반발했다.
“씨바, 쫄따구라며! 내래 책임지라우.”
“책임? 허이구. 미쳐뿔겠구마. 이기 무신 어깃장이여.”
“내래 맞은거이 억울해서 동무를 이길 때까지 붙어있겠슴메.”
“밥값이나 할려나?”
“내래 어케도 정찰여단 소좌임메. 내 밥벌이는 할꺼이네 걱정 말라우.”
선우현이 버럭 했다.
“진짜 쫄따구 노릇 할 거여?”
“내래 애시당초 북조선이 싫었어야. 공화국의 복귀 명령이 이상해 서리 킨샤샤 영사관에 근무하는 강건 동기에게 확인했더니 아바이가 곧 숙청당할 거라 했슴메.”
“다른 가족은 어떻게 되나?”
“내 가족은 아바이밖에 없슴메. 내래 남조선 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거 아이겠슴둥. 죽으러 갈 수도 없고, 시커먼 무식쟁이들 보다야 남조선 동무가 낫지 않겠슴메. 쫄따구 할 테니 밥이나 멕이 주라우.”
블랙맘바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쫄따구의 혈류 흐름과 뇌파 흐름은 안정적이다. 진정으로 하는 말이다. 슬쩍 찔러보고 아니면 한 따까리 더 할 생각이었다. 의외로 상황이 잘 풀렸다.
정체성의 자각을 거친 블랙맘바는 포용력이 커졌다. 빨갱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분하고 배척할 만큼 가슴이 좁지 않았다.
“기와집 지어주고, 이밥에 괴기국 실컷 멕이주마 되는 기제?”
“흐흐흐, 더 이상 바랄게 없지비.”
고향을 잃은 북조선 군관과 고향에서 밀려난 남조선 용병이 멀거니 얼굴을 쳐다보며 실실 웃었다. 이곳은 이역만리 아프리카 사헬이다.
블랙 코미디 같은 한 판의 활극이 끝났다.
“쎄 땅크화이아블르!(대단하군!)”
드잡이 질 관전을 마친 깨비텐이 영혼이 담긴 촌평을 던졌다. 블랙맘바에게 깨박이 났지만 키 작은 동양인의 체술과 감투정신이 놀라웠다.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배고픔도 잊었다.
“발부아, 내가 저놈과 붙으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십 합은 견딜 수 있지 않을까요.”
깨비텐이 고개를 흔들었다.
“높이 평가해줘서 고맙군. 생사 결투라면 삼합이 한계야. 저 놈이야말로 인간 흉기다.”
빨갱이라는 놈은 체격이 작지만 최고로 단련된 놈이다. 공격 수법은 치명적이고 잔인했다. 신체와 정신이 최고 수준에 달한 진정한 살인 병기다.
“내가 보기엔 빨갱이가 녹꼬레앙으로 보입니다만.”
“아마도!”
두 사람은 선우현의 신분을 짐작했다. 프롤리나트의 군사 교관들이 녹꼬레아 출신임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차드만이 아니다.
우간다, 중앙아프리카, 짐바브웨등 독재자가 설치는 나라는 예외 없이 녹꼬레아의 군사 원조를 받았다. 녹꼬레앙 출신 군사 교관들의 살인 스킬과 잔인함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전설로 회자(膾炙)되곤 했다.
“발부아, 한국이란 나라는 참 특이한 나라다.”
“예? 무슨 이야긴지?”
“국가 자체는 별 볼일 없지만 국민 개인의 능력은 대단하단 말이다. 미스터리야.”
“그렇긴 하죠. 한국인은 입대 숫자가 적지만 성실하고 예의바릅니다. 피지컬 능력도 좋죠. 저도 한국인이 입대하면 눈여겨보다가 후딱 채 갑니다. 중대장이 저 꼴이 되지 않았으면 녹꼬레앙을 당장 픽업하려고 했을 겁니다. 하하하!”
“턱도 없어. 블랙맘바가 이미 찍은 모양이다.”
“놈을 믿을 수 있을까요?”
“쯧!”
깨비텐이 혀를 차고 발부아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자넨 블랙의 소대장이면서 아직도 그를 제대로 모르는군. 저 친구는 무력만큼이나 생각도 깊은 친구야.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친구라고. 내버려두면 다 살이 되고 피가 된다. 신경 끄고 내버려 둬.”
대부분의 인간들이 무력이 강한 사람은 머리가 둔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런 면이 있기는 하다. 일찍 무술이나 스포츠에 입문한 사람들은 피지컬 능력 향상에 몰두한 나머지 멘탈이 약한 경향이 있다.
깨비텐이 본 블랙맘바는 호랑이 가죽을 덮어쓴 너구리다. 너구리라는 비유는 그가 생각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생각을 표출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빨갱이 처리는 블랙맘바가 알아서 할 일이다.
깨비텐이 신경 쓸 일은 따로 있었다.
삐에프와 마이크가 당한 전말이다.
“발부아, 블랙 불러와.”
“잠들었는뎁쇼.”
“잠드는 속도도 콜네임급이군. 푹 자게 넵둬. 피곤할 수밖에 없겠지.”
블랙맘바가 푹 잘 만큼 상황이 여유롭지 못했다.
깨비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블랙맘바가 눈을 번쩍 떴다.
“바이크 소리다. 본대가 있는 방향에서 이곳으로 오는 중이다.”
“큰일 났다.”
깨비텐과 발부아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트라이던트 록 주변은 곳곳에 시체가 나자빠져 있다. 전령을 죽여도 문제가 된다.
“빨갱이가 있는데 뭔 걱정이야.”
블랙맘바는 얄미울 만큼 태연했다. 깨비텐과 발부아의 시선이 선우현에게 돌아갔다.
“빨갱이, 바이크 타고 오는 놈은 뭐냐?”
“내래 대답할 리유래 없슴메.”
선우현은 계속 빨갱이 소리를 듣자 복장이 꼬였다. 그렇다고 나미르를 들이대면 나로치라고 받아칠 인간이다.
“괴기 국에 이밥 먹기 싫은가 보지.”
“하다드 대대 전령임메. 하루 두 번 연락을 하고 있지비.”
대답이 바로 튀어 나왔다. 역시 밥은 위대했다. 아니, 두 사람은 이미 교감을 이룬 상태다. 자존심으로 뻗대고 있을 뿐이다.
“빨갱이, 바이크 타고 나가라. 입구에서 놈을 만나서 돌려보내.”
듣고 있던 발부아가 펄쩍 뛰었다.
“블랙맘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놈을 뭘 믿고 보낸다는 거야.”
“발부아, 자넨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깨비텐이 발부아의 입을 막았다.
부다다- 선우현이 바이크를 타고 탕가 방향으로 달려갔다.
“발부아, 가능하면 블랙맘바가 하는 일에 참견하지 말게. 자네가 상관이란 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큰코다쳐.”
깨비텐이 나직이 속삭였다.
“저놈이 프롤리나트로 넘어가서 우리 정보를 넘기면 큰일 아닙니까?”
“아직도 모르겠나. 빨갱이는 이미 마음이 돌아섰어.”
“돌아오지 않는다에 천 프랑을 걸죠.”
“좋아, 나도 천 프랑을 걸지. 흐흐 돈 벌었다.”
“두고 보면 알겠지요.”
발부아는 여전히 수긍하지 못했다.
잠시 후 선우현이 나타났다. 깨비텐이 손을 내밀자 발부아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밥값했수다. 하다드는 이곳을 거점으로 잡을 모양임메. 내래 탕가로 간다고 거짓부렁했슴메.”
“잘했다. 빨리 끝내고 밥묵자.”
깨비텐이 그것 보라는 듯이 발부아를 쓰윽 쳐다보고는 대원들을 다그쳤다.
“자, 시간이 없다. 날이 밝기 전에 흔적을 지우고 튄다. 에밀, 셍티엥과 막심, 장쒼을 모두 불러와. 발부아 자네가 지휘하게.”
“블랙, 자넨 나 좀 보세”
깨비텐이 블랙맘바를 막사로 데리고 갔다. 의식불명인 삐에프와 마이크가 야전 침대에 누워있었다. 벨맨과 브로닌이 수술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블랙, 삐에프 대위님과 마이크는 어떻게 된 건가?”
“나도 모른다. 빨갱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블랙맘바가 선우현을 가리켰다.
“당신 솜씨지?”
블랙맘바가 마이크의 가슴에 박힌 대검을 가리켰다.
선우현이 머리를 끄덕였다.
“덩치만 큰 멍청이지비. 종간나 새끼가 막사로 들어올 때 한 칼 먹였슴메. 몸도 굼뜬 아 새끼레 호흡도 죽이지 못하두만. 그래도 명줄은 대동강 물길처럼 길구먼.”
“병력을 후방으로 빼 돌린 이유가 저 얼간이 때문이었군.”
“길티. 저 비계 덩어리가 침투할 정도면 암살자가 무더기로 침투했다고 판단했지비. 비상을 걸고 병력을 빼냈지만 결과적으론 삽질이 되었슴메. 그러고 보니 저 비계 덩어리가 내 목숨의 은인이구먼. 내래 영문도 모르고 목이 떨어질 뻔 했슴메.”
“그렇군.”
블랙맘바는 머리를 끄덕였다. 짐작대로다. 평생 도움이 되지 않을 놈이 마이크다. 삐에프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마이크의 가슴에 대검을 박은 놈은 이미 뒈졌어.”
의미를 알아들은 선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티, 미움 받을 필요는 없디. 저 병신 덕분에 내래 목이 붙어 있음둥.”
외계어를 듣고 있던 깨비텐은 답답했다. 그는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
“블랙, 무슨 이야긴가?”
“삐에프와 마이크는 블랙맘바가 아니다. 후방에 남아 경계하라는 내 지시를 거부했다. 두 얼간이가 주제도 모르고 후속 침투하는 바람에 내가 곤란을 겪었다. 두 사람은 팀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 콜네임의 권한으로 작전 종료 시까지 삐에프 대위와 마이크 중사의 직급을 해제한다. 두 사람은 작전이 끝날 때까지 레죠네흐 뒤지엠 클라스(이등병)로 근무한다.”
블랙맘바가 칼날로 내려치듯이 선언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콜네임의 권한을 몰라서 가마니가 된 게 아니다. 리더의 권위를 살려주려고 입을 다물었을 뿐이다. 앞으로 삐에프와 마이크가 계속 돌출 행동을 하면 팀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알았다. 콜네임의 권한에 의해 두 사람의 직급이 잠정적으로 레죠네흐 뒤지엠 클라스로 강등되었음을 인정한다.”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숨은 의도도 이해했다. 이로써 상급자인 삐에프 대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는 파트너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이번에도 자신의 잘못이다. 마이크를 바로 호출하고 다른 멤버를 정찰 보냈어야 했다. 마이크는 본래 충동적인 성향이 있지만 삐에프 대위가 동조한 연유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저 물건은 어떻게 할 텐가?”
깨비텐이 턱으로 선우현을 가리켰다.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문제없겠나?”
“없다”
“알았다.”
몇 마디 대화로 간단히 정리되었다.
선우현은 공식적으로 블랙맘바의 시다바리 아니 쫄따구로 인정받았다.
“커억, 웩 웩”
셍티엥과 막심이 막사에서 튀어나와 정신없이 토했다. 막사 내부에 목이 쪼개진 시체 수 십구가 널려 있다. 토할 만 했다.
뒤이어 들어간 장쒼의 안색도 살짝 변했다.
처참한 시체를 볼만큼 보았지만 목이 잘린 시체가 무더기로 쌓여있는 장면은 또 다르다.
“찌질한 병신 새끼들!”
장쒼이 울렁거리는 속을 누르고 셍티엥과 막심을 욕했다. 에르 엑딤 계곡에서 구토를 하다가 옴부티에게 죽을 뻔 한 본인의 모습은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현장을 확인한 선우현도 가슴이 서늘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죽을 만큼 목을 잘라 놓은 시체가 34구다. 암살자는 단 한 놈, 꿈에 볼까 두려울 정도로 끔찍한 칸마, 아니 이젠 고깃국과 이밥을 줄 블랙맘바다.
“쫄따구, 무전기 있나?”
“있슴메.”
선우현의 자신의 막사 한쪽을 가리켰다.
“허, 저건 T34전차용 PTC29가 아닌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제국주의자들이 쏘비에트에 양여해준 물품임메.”
“허, 스토리가 있는 물건이네. 작동 되나?”
“악쓰면 될 거임메.”
“본대에 연락해. 칸마의 꼬리를 잡았다고. 빌마방향으로 추적중이라고 해.”
선우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차드 인민군에 헌신할 이유가 없다. 봉급도 석 달이나 미룬 놈들이다.
“내래 봉급도 챙겨 주기요.”
“듬뿍 챙겨 준다.”
선우현의 얼굴에 설핏 미소가 떠올랐다.
깨비텐은 시체가 켜켜이 쌓인 막사에서 물통을 챙겨서 나왔다. 핏물이 덕지덕지 말라붙은 물통이다. 그는 태연히 물통에 입을 처박고 물을 마셨다.
“블랙, 고생했다.”
많은 말은 오히려 그의 노고를 흐리게 만든다. 생사교를 건너는 동료 사이엔 진심어린 말 한 마디면 족하다.
깨비텐은 흔적 지우기에 대원 모두를 투입했다.
바이크와 천막, 시체를 모두 끌어다 와디 계곡에 밀어 넣었다. 자질구레한 기물은 땅을 파서 묻었다. 본인도 달려들어 땅을 팠다. 핏자국은 모래로 덮었다. 적이 코앞에 있다. 흔적을 남기면 추적할 빌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