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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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사헬의 밤하늘1
“발부아, 자네가 마무리 해 주게. 블랙맘바가 쫄따구를 시켜서 놈들을 보델레 안쪽으로 유인했네. 놈들이 이곳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 전투 흔적을 철저히 지우게.”
깨비텐은 뒷마무리를 발부아에게 맡기고 트라이던트 록으로 향했다. 벨맨 장쒼, 에밀이 삽을 들고 달려들었다.
“동작 그만!”
깨비텐이 작업을 중지시키고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블랙, 시간이 부족하다. 힘 좀 써 주면 안 되겠나. 볼 사람도 없는데 말이야.”
깨비텐은 샤트르의 묘비를 세울 때 블랙맘바가 1톤에 육박하는 바위를 이동 시킨 사실을 잊지 않았다. 하긴 누가 그런 충격적인 장면을 잊을 수 있겠는가.
잠시 망설이던 블랙맘바가 나섰다.
‘여우같은 인간, 일부러 동료들만 데리고 왔군.’
깨비텐의 속이 빤히 보였다. 벨맨, 에밀, 장쒼은 입을 열 인간들이 아니다.
‘가능할까?’
공진파가 미약하지만 물리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방향과 범위를 컨트롤 할 수 있으면 삽질 대용이 가능해진다.
구웅- 머리에서 시작된 공진파가 신체를 한 바퀴 휘돌아 용천혈로 몰려갔다. 그는 코피가 터지도록 집중해서 범위를 압축했다.
쉬아아- 발아래 모래와 흙이 밀려나며 블랙맘바의 몸이 서서히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물리력을 발휘하게 된 공진파의 또 다른 묘용이다.
“우!”
마술 같은 장면에 용병 넷과 선우현의 눈이 잔뜩 커졌다. 말을 꺼낸 깨비텐도 블랙맘바가 저런 황당한 스킬을 발동할지는 몰랐다.
블랙맘바의 몸이 유사에 빨려 들어가듯 순식간에 머리까지 땅속으로 사라졌다.
“어이가 없군. 인간 두더지인가! 저 인간은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이 보이지 않아.”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요. 허허 이번엔 전설의 샌드맨인가! 인간이라고 하기엔 역시 무리군요.”
깨비텐의 말을 벨맨이 웃음으로 받았다.
눈치 빠른 장쒼은 이미 사구에 올라가 있었다. 주위를 경계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같은 동료지만 라텔팀과 구출팀은 다르다. 블랙맘바의 인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아서 좋을 게 없다.
땅속으로 2m를 파고 들어간 블랙맘바는 공간지각력으로 픽업의 견인 고리를 찾아 쥐었다.
솨아아- 백회혈을 통해 뿜어진 공진파가 상부의 흙을 밀어냈다.
“크압!” 견인 고리를 잡고 힘을 썼다.
움찔거리던 픽업이 마찰력을 이겨내고 끌려오기 시작했다. 쿠르릉- 무지막지한 힘이 매몰된 픽업을 지상으로 끌어냈다.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방수포로 덮어씌운 픽업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 쎄 땁시흐드(세상에, 말도 안 돼)”
“께스 끼 쓰 빠쓰!(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지간히 적응한 용병들도 경악성을 뱉었다.
블랙맘바는 같은 방법으로 픽업 3대를 모두 지상으로 끌어냈다.
선우현은 기가 막혔다.
“무시기 저런 인간이 있슴메?”
한 마디로 울고 싶었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황소를 붙여도 땅속에 묻힌 픽업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회를 봐서 도전하려던 용기가 구덩이 속으로 와르르 쏟아져 들어가는 모래와 함께 매몰되었다. 자존심을 내세울 존재가 아니다.
울고 싶은 이유가 또 있다.
바로 물자가 잔뜩 실린 픽업이다.
블랙맘바가 투부족 전사들을 악착같이 전멸시킨 이유가 바로 저 픽업이다.
이들이 바로 칸마 블랙맘바가 버티고 있는 라텔팀, 사헬 전역에 악명이 자자한 프랑스 특공대다. 정찰대는 보급품 비트 주위에 숙영지를 정했다가 날벼락을 만났다.
식수를 공급할 샘이 있어 자리잡은 곳이 독사굴일 줄이야!
잠자리를 잘못 잡았다는 황당한 이유로 60명이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 자신이 직접 가르친 놈들이긴 해도 별로 정이 가지 않던 놈들이다. 화가 나거나 적개심을 드러낼 것도 없지만 억이 막힐 노릇이다. 선우현은 망연자실했다.
블랙맘바와 적으로 만난 상대는 누구나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는 상식을 벗어난 존재를 만나면 계속 헛발질을 하게 된다. 선우현도 마찬가지다.
용병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를 때 옴부티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오, 알라시여! 세상을 구하고자 선지자 무함마드님을 보내시고, 악한 자를 징벌하시고자 블랙맘바님을 보내셨도다. 알라후 아끄바르으~! 보라 저 위용을! 저 분이 내 주인이시다. 알라후 아끄바르으~! ”
선우현은 광신도 작태를 보이는 늙다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묘한 위기감이 느껴지는데 그 실체를 정의하기 곤란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블랙맘바, 알라후 아끄바르!”
용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선우현을 향했다. 그는 슬그머니 들어 올렸던 손을 내렸다.
‘저 인간 정체가 도대체 머지비? 진짜 인두겁을 덮어쓴 칸마?’
선우현은 픽업 그늘에 편안히 앉아있는 블랙맘바를 연신 힐끔거렸다. 동료들이 모두 땀을 뻘뻘 흘릴 때 느긋하니 홀로 시가를 즐기는 모습이 생경했다.
대장까지 나서서 삽질을 하고, 무기를 정리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그 와중에 계급도 최말단 쫄따구인 놈이 담배를 꼬나물고 탱자탱자하고 있다. 뭔가 그림이 어그러졌다.
쫄따구의 쫄따구가 된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블랙맘바라 불리는 놈은 계급상 개털이다. 개털이긴 한데 호피 급 개털이라 더 헷갈렸다.
‘종간나새끼래 담배피우는 모습도 멋있긴 하구먼.’
애써 불러일으킨 결기와 투기가 스르르 꺼져버렸다. 선우현도 서서히 옴부티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시작했다.
파리 쌩도미니끄가 14번지, 2~3층으로 지어진 긴 석조 건물이 가로를 따라 뻗어있다. 겉보기엔 허름하지만 높이 7m에 이르는 열주문을 들어서면 육중한 건물들이 나타난다. 공작이 거칠기로 악명 높은 프랑스 정보부, 대외 안보 총국(DGSE)이다.
DGSE는 KGB보다 더 음습하고 비밀스러운 정보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요란스런 한국의 정보부와 달리 철저히 물밑에서 움직인다. 양지를 지향하는 한국의 정보기관원과 달리 이들은 진정한 음지인이다. DGSE가 외부 시선에 드러나는 경우는 거친 공작이 국제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때뿐이다.
DGSE의 주요 조직은 전략부, 정보부, 작전부, 기술부 4개 조직이다. 작전부는 특수부대를 지휘하는 행동대다. DGSE가 국방부 소속인 만큼 현역 특수부대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빨레부흐봉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7층, 작전부 해외작전처장실이 있다. 국내작전처의 임무는 DST(국토감시국)로 이관중이기에 해외작전처장이 실상 작전부장인 셈이다.
마호가니 가구로 장식된 고풍스런 사무실이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생선 비린내가 나는 골루즈 연기다.
보니파스 처장은 창가에 서서 두 대째 골루즈를 피워 무는 중이다. 미구엘 과장은 도어 옆에 붙어 서서 써펀드가 돌아보기를 기다렸다.
‘망할 써번트, 담배 좀 작작 피우지.’
미구엘은 자욱한 연기를 손부채로 밀어냈다.
“미구엘, 일이 고약하게 되었다고?”
보니파스가 질문도 반문도 아닌 문장을 던졌다. 음울한 목소리다. 시선은 여전히 창밖에 머물러 있다.
미구엘은 입을 열지 못했다.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다. 질책이다.
“히트맨으로 보낸 여섯이 박살났어. 슬리퍼 두 놈은 목이 잘리고 말이야.”
“일곱입니다.”
미구엘이 숫자를 정정했다.
“흐흥, 한 놈은 도주하다가 케밥(꼬치 요리)이 되었다고? 당연히 블랙맘바의 솜씨겠지.”
“그렇습니다. 요원은 바이크를 타고 도주 중이었습니다. 오셀롯도 100m떨어진 밸루 깨밸리(오토바이 라이더)를 쇠파이프로 저격하지 못합니다.”
“오셀롯? 슬레이어 오셀롯 말인가?”
‘망할 써펀드! 나를 희생시킬 작정이군.’
금시초문인 듯 반문하는 가증스런 주둥이다. 미구엘은 주먹으로 쥐어박고 싶어졌다.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 오셀롯 투입은 써펀드가 묵인한 작전이다.
“레 메르엔 호텔에서 강력한 폭음이 수차례 터져 나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오셀롯은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어이가 없군. 녀석이 건재하니 오셀롯이 패했다는 이야기겠지.”
“무서운 놈입니다.”
“파야의 하비브 저택을 역습했다고?”
“예, 저택내의 무장 경호원을 전멸시키고 하비브를 납치해서 사라졌습니다. 폴이 의외로 강수를 두었습니다.”
“폴은 무모한 인간이 아니야. 블랙맘바가 주도했을 가능성이 커. 용병대 덕분에 일이 절로 풀려나가니 웃어야 될 일이긴 한데 말이야. 쩝쩝.”
새삼 입맛이 썼다. 어마어마한 전공을 세운 라텔팀을 반겨 맞을 수 없는 고약한 상황이다. 그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다.
“현재 위치는?”
“통신을 끊고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미치겠군. 귀환 가능성은?”
“블랙맘바 단독 귀환이라면 백프로입니다. 동료들이 짐이 되는 상황입니다. 레종 에뜨랑제의 질긴 전우애를 간과한 제 잘못입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작전팀 전멸과 블랙맘바 단독 귀환을 예상했으니 말이다. 놈이 전력으로 작전팀을 보호할 줄은 몰랐다. 지금쯤은 백도어와 더블 컨트렉트를 눈치 챘겠지?”
“폴 중위는 전직 작전부 행동 대원이었습니다.”
대답보다 더 강한 긍정이다.
보니파스는 말없이 담배 연기만 뿜었다. 블랙맘바의 능력을 제대로 알았다면 처음부터 백도어 작전 따위는 실행하지도 않았다. 골루즈가 유난히 썼다.
“변수는 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FAP가 전력으로 나섰습니다.”“아니야, 블랙맘바 그놈은 지옥에서도 기어 올라올 놈이다. 놈이 아즈라일이라 불린다지?”
“원주민들은 칸마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 목줄을 잡아 지옥에 처넣으려고 악령이 달려오는 셈이죠.”
“어떻게 생각하나?”
보니파스가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
‘흥, 호랑이 꼬리를 밟았으니 똥줄이 타겠지.’
미구엘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처장이 답답했다. 써번트의 주특기가 대가리와 꼬리가 잘린 말을 던져서 상대를 압박하기다. 알면서도 파탄이 나는 고약한 스킬이다.
“제거할 수도 없지만 그는 프랑스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 오셀롯과 달리 이성적인 뮤턴트입니다.”
“그가 뮤턴트라는 증거가 있나? 블랙맘바는 동양의 신비한 고대 무예인 오금공 달인이지 않나.”
“정보부 분석가 20명이 지난 이백년간 수집된 동양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신뢰할만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하긴 꼬레앙에도 아라고 동굴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어쨌든 중요한 점은 그가 지극히 이성적이란 사실이다. 이성적이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양날의 칼이지요. 미친놈처럼 날뛰지야 않겠지만 훨씬 고난도의 방식으로 복수를 획책할겁니다.”
“녀석은 단순한 스나이퍼가 아니야. 일류급 히트맨 일곱을 처리한 솜씨로 볼 때 전사이자 아싸신일 가능성이 높아.”
“친토산에서 자신의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까?”
“사실이 그래. 친토산에서 보인 능력도 경이적이지만 그 정도로는 동료들을 보호하면서 프롤리나트 개떼를 농락할 수는 없어. 우리가 평가한 수준을 최소 서너 배는 뛰어 넘었다고 봐야 해.”
“그 이상일 겁니다. 오셀롯은 수단에서 기관총 집중 사격을 받고도 일개 중대를 피바다로 만든 놈입니다. 막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미처 날뛰는 유형이죠. 블랙맘바는 놈과 달리 이성적이고 영리합니다. 오셀롯의 피지컬이 앞설지 모르지만 종합 전투력은 블랙맘바가 앞서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구엘은 사실에 가까운 분석을 내렸다.
“방법은?”
“회유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회유라~”
보니파스가 연기를 길게 뿜어내고는 소파에 앉았다.
“앉게. 희생양도 필요하겠지?”
미구엘은 바짝 긴장했다.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조프레 소령과 실무자 몇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내가 책임을 지지요.”
미구엘은 보니파스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시원스럽게 내 뱉었다. 자신의 직책이 아프리카 과장이다. 이왕 책임을 벗어나지 못할 바에야 자진납세가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휴, 모든 잘못은 내게 있어. 자네 잘못은 관리자로써 블랙맘바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야.”
“책임을 통감합니다.”
“악몽이 되겠어. 지금이라도 헬기를 띄워 수색을 할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차드 북부 지역은 프랑스보다 넓습니다. 그리고 보루꾸/티베스티 전역에 스트렐라를 든 반군이 우글거립니다. 제르맹 장관이 절대로 사인하지 않을 겁니다.”
작전부가 대규모 군사작전에 준하는 헬기 수색을 하려면 국방장관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