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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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사헬의 밤하늘3
깨비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린 동생을 바라보는 큰형의 눈빛이다. 블랙맘바의 손에 죽은 반군 숫자는 이제 카운터 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첫 살인을 하고 괴로워하던 루키 블랙맘바는 사라졌다. 60명 생목숨을 끝장내고 식탐을 부리는 살인기계 아즈라일이 남았다.
군부의 늙은이들이 위대한 전사니 세기의 용병이니 하며 박수를 치겠지만 블랙맘바는 이렇게 전장에서 구를 인물이 아니다.
블랙맘바는 젊다. 아니 어리다.
나이가 어릴수록 피를 많이 보면 인성이 망가진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전장, 계속된 살인은 인격 장애를 유발 할 수 있다. 쫄따구는 블랙맘바와 같은 꼬레앙이니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장의 악몽이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뜻밖입니다.”
발부아의 말에 깨비텐의 미소가 짙어졌다.
“인간이 아니듯 하면서 진짜 인간인 놈이지. 묘하게 사람을 끌어 들이는 구석이 있단 말이야. 챙겨주지 않으면 꼭 사고를 칠 것 같은 막내같아.”
발부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막내는 개뿔이, 같은편이라도 무섭기만 하구먼.‘
선우현은 라면에 이어 또 한 번 감격했다.
두툼한 스테이크를 이렇게 뜨끈하니 먹을 수 있다니…….
공화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공화국에도 전투 식량이 있다. 쌀을 동결 건조시켜서 은박 봉지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불려 먹는 방식이다. 밥이 아니라 꿀꿀이 죽이다. 맛은 말 할 것도 없고 근기도 없고 쉰내만 풀풀 난다.
그나마 일선 부대에는 보급이 되지 않는다. 정찰여단, 평방사, 전연 군단 등에만 제한적으로 보급된다. 일반 보병 부대에는 미숫가루를 압축해서 비스킷처럼 만든 벽돌을 제공한다. 돌처럼 딱딱한 미숫가루 벽돌은 입에 넣고 5분은 침으로 녹여야 삼킬 수 있다. 영양 공급보다는 허기 해소에 목적을 둔 식량이다.
신세계다. 맛있다. 향이 좋다. 크기도 엄청 크다.
이런 좋은 먹거리를 두고 프롤리나트 거지새끼들과 맛없는 우갈리를 떼어먹고 있었다니, 새삼 억울했다.
자신의 나이 서른다섯, 공화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30년의 세월은 간단치 않았다. 군관인 아바이 덕분에 의식주가 어렵지 않았고, 교육도 받을 만큼 받았다.
몰래 자유세계의 생활상을 라디오로 청취하곤 했지만 그 정도로 마음이 흔들릴 만큼 조국애가 허술하지 않았다.
조국을 떠나서 아프리카에서 보낸 5년의 세월도 별 다를 바 없었다. 무가베와 카다피는 김일성과 다를 바 없는 독재자다. 아니 인민을 개돼지로 아는 종자들이다.
공화국보다 낙후된 나라, 무식하고 게으른 주민, 형편없는 군사력과 부족한 인력, 그는 우월감을 느끼며 독재자의 손발을 키워주는 생활을 즐겼다.
이게 무엇인가!
이들이 먹는 음식이 충격이다.
남조선에서 라면을 공수해서 끓여 먹고, 큼직한 고기를 마음껏 먹는다.
17년간 조국을 위해 복무를 하면서 이렇게 큼직하고 부드러운 고기를 먹어 보았던가? 없다.
물론 하루 세끼 쌀밥이 나온다. 간혹 이면수나 정어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고기는 없다. 중대장으로 근무할 때도 고기는 명절과 행사 때만 맛볼 수 있었다.
수령 아버지에게 곰열(웅담)과 곰발통(곰발바닥)을 바치기 위해 낭림산맥을 일주일간 타고 다닌 적이 있다. 갑자기 튀어 나온 흑곰이 하전사를 덮쳤다. 즉각 곰을 사살했지만 재수 없는 하전사는 앞발치기 한 방에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때 죽은 곰을 애절한 눈, 혹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노려보던 하전사들의 눈빛이 떠올랐다. 얼마나 고기가 먹고 싶었을까. 출세에 미친 그는 그 눈빛을 외면하고 곰을 군단에 바쳤다. 덕분에 그해 상위로 진급을 하기는 했다.
이래저래 금이 간 선우현의 조국애와 아바이 수령을 향한 충성심이 라면과 스테이크 한 조각에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원래 인간의 믿음이란 창호지와 같다. 팽팽하게 당겨진 창호지일수록 작은 충격에도 쉽게 구멍이 뚫린다.
“흐흐흐!”
선우현은 기름 묻은 손가락을 쪽쪽 빨며 만족한 웃음을 실실 흘렸다. 자신이 이탈했으니 꼴 보기 싫은 정치위원 놈은 끝장이다. 상위 놈이 소좌 알기를 개똥으로 알던 놈이다.
방수포로 봉인해 둔 픽업과 사막 바이크는 멀쩡하게 시동이 걸렸다. 식사를 후딱 끝낸 용병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무기를 챙기고, 식수를 채우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눈치가 보인 선우현이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용병들은 포로인 선우현을 블랙맘바에게 맡기고 없는 사람 취급했다.
“동무, 손을 거들어야 되지 않슴둥?”
“냅둬!”
블랙맘바는 쳐다보지도 않고 담배 연기만 풀풀 뿜었다. 동료들은 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자신은 도와주지 않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선우현은 뻘쭘하니 서서 바쁘게 움직이는 용병들과 블랙맘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쫄따구, 손에 익은 무기가 좋겠지?”
블랙맘바가 AK47, 마카로프, NR-2대검을 휙휙 던졌다. 선우현은 엉겁결에 받아 들었다. 받고 보니 모두 소련제 무기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기보다 세심한 인간이다.
“내래 어떤 무기라도 쓸 수 있수다래. 미제 아새끼들 미사일도 쏠 수 있음메.”
“잘났다! 저격 실력은 어때?”
“저격보총으로 700미터까지는 골통을 까부실 수 있슴메.”
“지랄한다. 군바리가 그 정도 못하면 뒈져야지. 이걸 써.”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를 휙 던져 주었다.
선우현은 기가 막혔다.
전향할 것인지 물어 보는 인간이 아무도 없다. 한편이 되어 달라는 부탁 한마디 없다. 경고 한마디 없다. 그러고는 뒤통수를 쏘라는 듯이 태연히 무기를 지급해준다.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긴 하다드의 전령을 만나고 오라고 바이크를 내준 인간이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긴 하다.
“내래 뒤통수를 까부시면 어케하려고 함메?”
“능력 있으면 그러던가.”
“엠병!”
선우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냥 믿어준다. 이런 인간도 있었던가!
애당초 자신이 가늠할 인물이 아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훅 치밀었다. 옴부티 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복제를 시작했다.
“블랙, 낙타를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나?”
“안내인과 전직 프롤리나트 교관이 제일 잘 알겠지.”
블랙맘바가 옴부티와 선우현을 쳐다보았다. 니들이 상황을 알아서 끌고 나가라는 의미다.
“쫄따구, FAP놈들이 몇이나 기어 나왔나?”
옴부티의 질문에 선우현의 눈꼬리가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엠병할 새끼, 블랙맘바래 쫄따구라 하니끼니 무자치, 유혈목이도 쫄따구라 함둥? 내래 사헬의 나미르우다.”
옴부티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신참을 쳐다보았다.
“얼래? 하인이 뭔지도 모르는 얼간이가 다 있네. 하인은 가족이고 쫄따구는 부하다. 하인은 주인에게 조언을 하고 보좌하지만 부하는 명령만 들어야 해. 당신은 그냥 부하란 말이야.”
“무 무시기, 어이없는 소리를 함메.”
황당해진 선우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옴부티가 베레타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와킬 앞에서 감히 나미르를 자칭하는 불경을 범하다니, 죽고 싶은가?”
시커먼 총구가 가슴을 향했다.
“어헉, 이런 망할 노친네 보기요.”
옴부티의 막무가내에 놀란 선우현이 화다닥 뒤로 물러섰다.
“정리 되었군.”
깨비텐과 용병들이 비시시 미소 지었다.
역시 투아레그 임모하렌의 기백은 대단했다. 엉겁결에 당한 선우현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선우현이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교통정리를 해 줬으면 했지만 그는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 있었다. 다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앗 싸움에 끼어들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남편의 모습이다.
선우현이 한숨을 푹 쉬고 말문을 열었다.
“티베스티에서 삼천 명이 추가로 풀렸음메. 산악 부족들로 편성된 암살자들과 특수부대도 모두 투입되었지비. 새벽에 죽은 놈들이 투부족 특수부대임메. 그들의 능력은 절대 만만하지 않디.”
“몽땅 죽어버린 걸 보면 별것 아닌 놈들인데.”
막심 상병이 물색없이 나섰다. 키갈리에게 힘도 못쓰고 사로잡힌 악몽을 잊은 막심이다.
쉬악-
무광의 스페츠나쯔 대검이 허공을 번개같이 긋고는 사라졌다.
“막심 동무, 상체를 살펴보기요.”
“오우, 이게 뭐야!”
막심 상병의 상의 다섯 곳이 찢어졌다. 좌우 어깨와 양 옆구리, 가슴이다.
“내래 군단 창격술 우승자야. 동무 같은 미련퉁이는 열 명이 덤벼도 영예군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음메. 내래 투부족 전사 셋을 당하지 못함메. 블랙맘바가 아니었으면 당신들이 저 꼴이 되었을 거임둥.”
선우현이 시체를 투기한 계곡을 가리켰다. 얼굴이 잔뜩 붉어진 막심이 씨근거리다 물러났다.
“탕가 오아시스 쪽에 구쿠니의 대대병력이 깔렸고, 톰브예의 병력이 치차에서 접근하고 있음메. 압둘과 로무의 병력도 파야에서 남하하고 있슴둥.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지 않겠슴메?”
“오아시스에 주둔한 놈들이 추격대란 말이지. 바쁘게 되었어. 옴부티 낙타를 어떻게 처리하지?”
“탕가에 가서 팔고 오지요.”
“위험하지 않겠나?”
“걱정 없습니다. 탕가에 지인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쫄따구 데려가.”
선우현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암만해도 서열에서 밀린 느낌이다.
옴부티는 탕가에서 낙타 열 마리를 모두 팔고 왔다.
그는 원주민들이 입는 누르스름하고 헐렁한 옷과 터번을 삼십 벌 구입했다. 야자술도 넉넉히 구입해서 용병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악소리 나게 비쌌지만 수완이 좋은 그는 낙타 또한 충분히 비싸게 팔았다.
낙타와 헤어진 용병들은 만세를 불렀다.
그들은 베두인이나 투아레그족이 아니다. 현대의 빠른 탈것에 익숙한 문명인이다. 느리고 말 안 듣는 낙타와 구르느라 모두 울화병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장쒼 보급품 재고를 체크해서 보고하라.”
이젠 보급품을 체크할 고참병도 없다. 전투병은 살아남은 루키 3인방과 발부아, 막심 정도다. 삐에프와 마이크는 야전 침상에 자빠져 있고 의무병인 브로닌과 통신병인 셍티엥 중사는 벨맨의 전투력만도 못하다. 구출팀이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바이크 : 2대
픽 업 : 3대
전투식량 : 200세트 (10명 7일분)
낙타대추야자 : 25kg
물 : 200리터
MO60박격포 : 1문, M24고폭탄 30발
M60캘리버 기관총 : 1정, 탄약 5000발
미니미 경기관총 : 2정, 탄약 10000발
대인지뢰 : 크레모아 20세트
수류탄 : 40발
총류탄 : 200발
드라구노프 : 5정 탄약 3,600발
파무스 : 8정 탄약 12,500발
베레타 : 3정 탄약 300발
글록 : 4정 탄약 360발
AK47 : 20정 탄약 15,000발
데그차레프 경기관총 2정, 47발들이 탄창 3개, 탄약 2,000발
…….
“쯧!”
보고서를 확인한 깨비텐이 혀를 찼다. 고속유탄발사기는 이번에도 보급에서 빠졌다. 본부 돌대가리들은 신청한 고속유탄발사기는 보내 주지 않고 쓸데없는 총유탄만 산더미처럼 보냈다. 그는 보급 행정관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었다.
노획한 소련제 AGS17 자동유탄발사기로 재미를 본 깨비텐은 성능에 홀딱 반해 버렸다. 돌격하는 적이든 돈좌된 적이든, 해답은 분대급 포병인 고속유탄발사기다.
고속유탄발사기는 쉽게 말하면 수류탄을 기관총처럼 쏘아내는 무기다. 중기관총과 박격포의 틈새 화력이라 할 수 있다. 분대 및 소대 전술에서 가장 긴요한 화력이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수류탄 투척 거리가 멀고 박격포 사거리로는 너무 가까울 때 해답이 고속유탄발사기다. 고속유탄발사기에 비하면 파무스 총유탄은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
총유탄은 장착에서 사격까지 딜레이 타임도 문제지만, 허리가 젖혀질 만큼 강한 반동과 부정확성도 문제다.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과 상성이 맞지 않는다. 총유탄을 한 발 날릴 시간에 저격으로 서넛을 해 치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