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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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사헬의 밤하늘4
프랑스 병기본부(DGA)는 지상무기, 함정건조, 항공무기, 미사일 개발, 전자정보를 통할하는 기관이다. 굼벵이처럼 굼뜨고, 효율성이란 단어를 아예 모르는 족속이라는 비난을 수없이 들었지만 DGA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정규 편제에 없어도 고속유탄발사기를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11공정여단 무기고에 미국에서 수입한 MK19고속유탄발사기 100기가 잠자고 있다. 개발 시험용으로 들여온 물건이다. MK19가 AGS17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총유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망할 놈의 베르누이 새끼, 엉덩이를 걷어 차주마.”
아무리 목구멍에서 손이 올라와도 없는 건 없는 거다. 깨비텐은 사령부 보급관 베르누이 소령을 씹는 것으로 울화를 달랬다.
욕을 푸지게 먹는 보급 행정관도 할 말이 많았다.
베르누이가 11공정 여단에 MK19를 신청했지만 비교 시험용이라 불출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미국과 소련은 1960년대부터 고속유탄발사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나토는 별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나토군 정규 편제에 고속유탄발사기가 없다. 영국과 독일만 실전 배치한 형편이다.
깨비텐의 불만은 프랑스 군부의 불만이기도 했다.
유럽 강국인 프랑스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무기 회사가 많다. 가격경쟁력과 기술 수준이 영국과 아메리카를 앞선 방산업체가 수없이 많았다.
프랑스 방산이 뒤떨어진 원인은 좌파 정부의 국유화 정책 때문이다.
1930년부터 프랑스는 폴 두메르, 알베르 루브륑, 뱅상 오리올등 좌파가 득세했다. 좌파 정부는 1936년부터 민간 방산업체를 국유화하고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다.
Dewoitine, Blériot, Marcel, Bloch, Potez등 굵직한 방산 업체들이 통폐합되고, 국유화되었다. 국유화와 국영은 효율, 혁신, 발전 등의 단어들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편이다. 그것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마찬가지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유화의 미덕은 단 한 가지, 바로 공익이다.
살상무기를 생산하는 방산은 국민의 직접적인 생활과 관련이 없다. 당연히 공익과는 거리가 까마득하다. 공익과 관련이 없으니 국민의 감시가 느슨하다.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는 어디나 콩고물을 챙기는 바퀴벌레만도 못한 인간들이 있다. 주로 정치인과 관료다. 프랑스도 한국과 다를 바 없었다.
프랑스 인민전선의 핵심요원으로 대통령이 된 뱅상 오리올은 이렇게 말했다.
‘자본가의 배를 불리느니 내가 브리오슈(페스츄리의 일종, 버터와 설탕이 많이 들어간 고급빵)를 포기하겠다.’
그 말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국영 방산업체는 덩치만 큰 공룡이 되었다. 신경망이 형편없이 느려지고 행동도 굼떠졌다. 시장 흐름을 놓치고, 사용자의 요구에 인색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소비에트 연방, 영국, 미국의 방산이 눈부시게 발달하는 동안 프랑스는 손가락만 빨았다. 방산의 영업 축이 시장 흐름과 사용자의 요구 반영이다. 영업의 두 축을 잃은 프랑스 방산은 미국과 영국에 사정없이 밀렸다.
전후 성장 탄력을 잃은 프랑스 방위산업은 와해되고, 무기 개발력도 크게 떨어져 버렸다. 1987년대 말부터 다시 민영화 수순을 밟았지만 국유화의 후유증은 심대했다. 전투 현장에 적합해야 할 무기 체계가 데스크에 적합하게 개발되었다. 사용자의 요구는 관료화된 조직으로 인해 달팽이보다 느리게 반영되었다.
총유탄을 만든 GIAT사 역시 9개 국영 기업과 기존 GIAT사의 10개 공장이 통합된 공룡 방산 업체다.
GIAT는 군부에서 요구하는 자동유탄발사기 개발을 계속 미루었다. 수요가 적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망한 고급 개발 인력이 해외로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프랑스 육군은 변변한 고기동 차량도 확보하지 못했다. 미국은 1961년 M151 Mutt지프, 1967년 M715카이저 지프 같은 전술 고기동 차량을 일찍 운용했다.
래쿤 작전 입안시 국방 참모부는 험악한 지형과 변덕스런 기후를 버텨낼 오프로드 차량 부재로 골머리를 썩였다.
굼벵이보다 굼뜬 DGA지만 자존심만은 세계 최고였다. 수탉 자존심은 메이드 양키의 머트나 카이저를 인정하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르노사에 도요다 장축 픽업을 전술용으로 개조 의뢰했던 것이다.
프랑스의 무기획득 사업은 자급자족이다.
이는 무기체계의 자주성을 확보한 반면 다양성과 적합성을 희생했다. 한국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무기의 생명은 효율성이다.
무기는 역사이래 효율성이란 하나의 명제를 걸고 끊임없이 발전했다. 소총, 대포, 탱크, 함정, 전투기……, 모든 무기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자주성이 효율적인지, 다양성과 적합성이 효율적인지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주성은 현대 범용 무기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자주성 확보는 핵, 잠수함, 항공모함, 이지스함같은 전략 무기로 족하다.
콧대 높은 미국도 남아공에서 유탄발사기를 구입하고, 이스라엘에서 기관단총을 구입해서 사용한다. 프랑스는 총알, 수류탄, 탄창까지 자체 생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라다.
깨비텐이 고속유탄발사기를 보급 받을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블랙맘바 덕분에 보급품을 손에 넣은 것만도 다행이다.
“장쒼”
“위!”
“보급품을 맡아라. 북극곰 쓰레기는 전부 내다 버려.”
“위!”
장쒼은 구덩이를 파고 AK47과 데크차레프, RPG7, 산더미 같은 탄약을 밀어 넣었다.
“흐이그, 아까비!”
블랙맘바는 버려지는 쇠붙이가 아까웠다. 어린 시절 몇 푼 벌려고 고철을 찾아 산과 들을 헤매던 기억이 새로웠다. 인민군 따발총 한 자루에 빨래 비누가 다섯 장이던 시절이다. 폭발에 휘말려 죽어간 불알친구들이 떠올랐다.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몽글몽글 솟아났다.
“막심, 알파에 M60거치. 벨맨, 환자는 베타에 안치시켜라. 전원 헤드셋 착용.”
명령을 내리던 깨비텐이 선우현을 노려보았다.
노스꼬레아는 적성국으로 분류된 집단이다. 저 인간도 몇 시간 전까지 프롤리나트를 이끌던 놈이다. 블랙맘바를 믿지만 찝찝한 마음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블랙, 저거 믿어도 되겠지?”
“전투 인원이 부족하다. 제법 쓸 만한 놈이다.”
블랙맘바가 선우현을 흘끗 돌아보았다.
“쫄따구 평생 이밥에 고깃국 먹고 싶으면 잘해라. 수틀리면 한 번 더 맞는다.”
때린다는 말에 피 냄새가 확 풍겼다.
선우현의 목이 쑥 들어갔다.
때린다는 말이 목을 자른다는 말보다 더 무서웠다. 상대방이 까무러칠 말을 무덤덤하게 말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선우현은 차라리 껍질이 벗겨지는 고문을 당할지언정 블랙맘바의 매질은 사양하고 싶었다.
‘씨바 조또, 내가 어쨌다고 겁주고 지랄임메! 내래 하인을 해야 겠슴둥.’
선우현은 단단히 벼루었다. 역시 옴부티라는 늙은이가 옳았다. 쫄따구보다야 하인이 낫다.
“션, 기관총 잡아라.”
깨비텐은 서슴없이 막심 대신 선우현에게 M60을 맡겼다.
“엠병, 중위 놈이 소좌에게 명령하고 지랄임둥.”
픽업에 거치된 M60 중기관총을 잡은 선우현이 한국말로 투덜거렸다. 계급 체계가 상이하지만 중위와 소좌 사이엔 두 단계 차이가 난다.
블랙맘바에겐 감히 엉기지 못하지만 선우현도 실력 있고 자존심 강한 꼴통이다. 깨비텐이 쉽사리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깨비텐, 픽업 한 대는 고장입니다.”
“수리해.”
장쒼의 보고에 깨비텐이 소리쳤다.
“엔진 헤드 개스킷 불량으로 모래가 유입되었습니다. 수리가 가능하지만 엔진을 분해해서 닦아내려면 두 시간이 걸립니다.”
“젠장, 섬나라 놈들 물건이 그렇지 뭐.”
깨비텐의 얼굴이 구겨졌다.
큰일이다. 환자 둘을 이송하려면 세 대를 운용해야 한다. 한 대가 빠지면 무기 적재도 문제가 된다.
“르노에서 개수를 했습니다만.”
“시끄러워. 그 새끼들도 마찬가지야.”
깨비텐은 벌겋게 달아오르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곧 일출이다. 무슬림은 일출과 동시에 샬라트를 치르고 출동한다. 시간이 없다. 마음은 급한데 차량이 말썽이다. 혹이 붙는 바람에 고장 난 차량을 버리고 갈 수도 없게 되었다.
블랙맘바가 선우현에게 물었다.
“쫄따구, 하다드가 경로를 바꿀 가능성은 없나?”
“그거야 알 수 없지비. 전령은 2개 중대가 이곳을 통과해서 코로타로 방향으로 빠진다고 했슴메. 하다드는 자존심이 강한 놈이우다.”
블랙맘바가 픽업에 적재된 바이크를 번쩍 들어 내렸다.
“이쪽으로 올 가능성이 백프로란 이야기군. 장쒼 바이크에 수류탄 한 박스 실어줘.”
“RPG7도 가져가지.”
“장착시간이 걸리고 부정확해. 차라리 M24 탄두를 투척할 수 있게 개조해줘.”
장쒼의 눈이 커졌다가 웃음으로 바뀌었다.
“흐흐흐, 박격포용 고폭탄을 수류탄으로 써 먹겠다고? 천하의 블랙맘바만이 가능한 이야기군. 고폭탄 꽁무니에 뇌관을 별도로 장치해 주지.”
“신관은 수류탄보다 조금 늘려서 5초로 조정해 둬.”
“미친놈, 알았다.”
장쒼은 폭탄마답게 박격포탄을 개조해서 1.84kg대형 수류탄을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어쩔 생각이냐?”
“픽업을 수리할 시간을 벌어야지. 한바탕 휘저어 놓고 코로뭉가로 유인하겠다.”
블랙맘바는 깨비텐의 염려에 간단히 답하고 스로틀을 당겼다.
사막용 이륜 바이크는 BMW주문 제작품이다.
1200CC라는 엄청난 출력을 뿜어내는 괴물로 최고속도 260km를 자랑한다. 블랙맘바는 엑셀을 잔뜩 당겨 스로틀을 충분히 열고 클러치를 놓았다.
바우웅-
바이크가 붉은 흙먼지를 흩날리며 폭발적으로 튀어 나갔다.
“어이쿠, 이봐 블랙!”
주의 사항을 전달하려던 깨비텐은 먼지만 덮어썼다.
“블랙, 꽁무니 빨간 점을 쿠크리로 찍어서 던져.”
장쒼이 뒤쪽에서 악을 썼다. 대답도 없이 바이크가 먼지만 남기고 휭하니 사바나 지대로 사라졌다.
“조또, 멋있네!”
선우현의 얼굴에 선망으로 가득 찼다.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한 바이크가 용틀임을 했다.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이거 물건이 구마. 진작 사용할걸 그랬어. 니 이름은 이자부터 가물친 기라.’
라이딩 느낌이 짚은다리 낙동강에서 잡은 두자 반짜리 괴물 가물치의 용틀임을 딱 닮았다.
가물치는 험악한 지형을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소형 자동차 타이어보다 더 넓은 광폭 타이어 덕분이다. 광폭 타이어와 강력한 출력이 오프로드 운용에 그만이었다. 그는 가물치에 홀딱 반했다. 하긴 20대 혈기 넘치는 사내놈은 누구나 한번쯤 오토바이 로망에 빠져 보았을 것이다.
가물치는 마른풀이 듬성듬성 난 사바나와 사력층이 드러난 와디를 거침없이 달렸다. 블랙맘바는 하다드 주둔지를 크게 우회해서 배후를 점했다.
‘대충 두세 시간 놀아주면 되겠군.’
하다드 진영이 훤히 보이는 언덕, 블랙맘바는 1000m전방에 보이는 하다드 대대의 움직임을 느긋하니 바라보았다.
하다드 대대 절반이 출동 준비 중이다.
BTR 3대와 트럭이 매연을 뿜고 있었다. 바이크와 낙타도 준비가 끝났다.
태양이 지평선에 빼꼼이 얼굴을 내밀었다.
‘일출 샬라트가 시작되겠군.’
뿔뿔이 흩어져 있던 병력이 일제히 중앙 막사 주위로 모였다.
블랙맘바는 장쒼이 천으로 만들어준 숄더백을 목에 걸었다. 수류탄 박스를 개봉해서 세열 수류탄 20개를 백에 챙겨 넣었다.
프랑스 제식 E07 세열 수류탄의 중량은 850그램이다. 수류탄 20개가 목에 걸리자 제법 묵직했다. 연막탄 2개와 소이탄 2개는 탄입대에 챙겼다.
‘하다드 중령, 신성한 출정에 재를 뿌려 미안하네. 기도 중에 죽으면 알라께서 가산점을 줄 테니 위안으로 삼게.’
바웅- 클러치를 풀고 스로틀을 바짝 당겼다. 가물치가 포탄처럼 튀어나갔다.
웅얼거리는 기도 속에 바이크 폭발음이 섞였다.
블랙맘바가 맹렬히 달려들었지만 주둔지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연하다. 사헬에서 단독으로 바이크를 몰고 인민군부대에 달려들 미친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