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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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사헬의 밤하늘5
블랙맘바는 400m까지 접근해서 가물치를 세웠다.
저들도 현세의 행복과 내세의 평안을 위해 저리 열심히 기도하는 것을.
샬라트를 올리는 게릴라들에게 불비를 내리려니 마음이 짠했다.
‘나의 자유가 시작될때 너희의 자유는 끝난다. 적으로 만났으니 어쩌겠나.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것을…….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게나.’
블랙맘바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말을 주절거리며 잡낭에서 소이 수류탄을 꺼냈다.
소이 수류탄의 주 재료는 백린이다.
백린은 점착성이 강하고 스스로 발화한다. 일단 피부나 의복에 접촉되면 물을 퍼부어도 꺼지지 않는다. 방법은 타들어가는 피부를 칼로 오려내는 수밖에 없다. 보조재로 들어가는 케로신은 백린을 흩뿌리는 역할을 한다.
백린 수류탄은 제네바 협약에서 사용 금지된 품목이다.
나토 역시 폐기하는 중이다. 불출되어서는 안 되는 품목이지만 프롤리나트를 상대로 불출되었다. 프랑스 군부의 이중적 잣대가 작은 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행사다.
백린은 살상과 동시에 연막탄의 역할도 한다.
교전시 시야 차폐 전술 행동은 두 가지가 있다. 자신의 모습을 가리는 방법과 적의 시야를 가리는 방법이 있다. 공간지각 능력을 가진 블랙맘바는 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려울 게 없다.
소이 수류탄의 중량은 700그램 내외다.
400m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틱- 안전 클립과 안전핀이 제거되었다. 발목부터 시작된 비틀림이 어깨에 이르러 거의 360도 돌아갔다.
와이어 로프처럼 자잘한 근섬유로 꽉 짜인 근육이 좌르륵 물결쳤다. 봉공근, 대퇴사두근, 직근에서 시작된 전사력이 비복근, 장비근, 광배근을 거쳐 대흉근, 상완이두근, 삼두근에서 폭발하는 순간, 수류탄이 공기를 갈랐다.
쉐애액- 까마득히 점으로 변한 수류탄이 기도중인 무리의 중앙에 정확히 떨어졌다.
펑- 펑- 숨 쉴틈 없이 날아간 두 발이 공교롭게도 상공 5m에서 동시에 공중 폭발했다. 흰 연기와 청백색 불꽃이 방원 20m를 뒤덮었다.
결과는 괴멸적이었다.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인민군 수십 명이 불꽃에 휩싸였다.
“와아악! 살려줘.”
“불이야!”
“이게 뭐야!”
놀란 고함과 처절한 비명이 습지대에 울려 퍼졌다. 백린을 덮어쓴 인원이 미친 듯이 땅바닥을 구르고, 일부는 물을 찾아 뛰었다.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미치지 않을 인간이 없다. 가히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졌다.
‘헐! 이거 너무 심하네. 다시 쓸 물건이 아이구마.’
블랙맘바도 놀랐다. 소이 수류탄의 특성을 모르지 않는다. 안다는 것과 본다는 것의 괴리다.
백린의 연소 온도는 3000℃다. 옷을 태우고 피부를 지글지글 불 태우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고통 없이 죽인다는 모토를 지켜온 그로서는 충격적인 장면이다. 그렇다고 두 손 모아 사과할 입장도 아니다.
“나무아미타불! 얼른 보내드리지요.”
그가 기껏 할 수 있는 사과다. 리어박스에서 개조한 투척용 M24고폭탄을 꺼냈다. 장쒼이 준비해 준 수량이 6개다.
1.84kg 중량은 들기에 가볍지만 던지기엔 부담스러운 중량이다. 그는 중량과 거리를 가늠해서 거리를 90m 줄였다.
‘장쒼이 꽁무니 빨간 점을 때리라고 했던가?’
쿠크리 손잡이로 포탄 꽁무니의 빨간 점을 때리고 힘껏 투척했다. 근력이 장약을 대신한 셈이다.
깡- 쒜에앵-
투척 속도는 초당 90m, 310m를 비행한 포탄이 난장판의 종심에 착탄했다. 꽝- 박격포탄의 폭발력은 수류탄에 비할 바가 아니다. 폭심에 들어간 대 여섯 명의 게릴라가 폭압에 밀려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탄체파편과 후발풍이 불러들인 쇄설물이 방원 30m를 휩쓸었다.
남은 고폭탄 5개가 줄줄이 쌩쌩 날아갔다. 눈으로 빤히 보면서 병력 밀집 지역을 선별해서 착탄시키는 족집게 타격이다.
샬라트를 올리기 위해 밀집해 있던 하다드 대대다. 연속 날아든 박격포탄이 게헨나를 연출했다.
“포격이다.”
“칸마다.”
“엄폐, 엄폐하라!”
프롤리나트 진영은 개구쟁이가 오줌싼 개미집 꼴이 되었다. 개미는 오줌싼 녀석의 다리를 물어뜯을 생각을 못한다. 포격 원점 타격은 엄두도 못 내고 고함과 비명만 난무했다.
10초 만에 고폭탄 6개를 털어버린 블랙맘바가 연막 수류탄을 투척했다. 어차피 공간지각력을 발휘하면 시야가 가려져도 별 문제가 없다. 블랙맘바의 전투력이 무서운 점이다.
흰 연기가 자욱한 숙영지를 검은 연기가 뭉클거리며 감쌌다. 희고 검은 연막에 뒤덮인 하다드 대대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목에 건 숄더백에서 빠져 나온 세열 수류탄이 줄줄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꽝- 꽝- 꽝- 2~3초 간격으로 폭음이 연속 터졌다.
수류탄 십여 발이 투척된 뒤에야 산발적인 총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타격점을 파악한 듯 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블랙맘바는 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AK는 300m가 넘으면 조준 사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총탄은 전부 유탄이다.
“때렸으니 슬슬 튀어 볼까나.”
그는 가물치를 거칠게 회전시켰다. 대충 칠팔십 명을 살상했지만 솥에서 죽 한 그릇 퍼 낸 격이다. 정신을 차리면 벌떼같이 달려든다.
사하라 풍에 연막이 엷어졌다.
BTR 측면에 엄폐해 있던 하다드가 튀어 나왔다.
“이 이럴 수가!”
하다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단 1분이다. 옥좌의 절을 몇 마디 읊조릴 짧은 시간에 대대가 박살났다. 즐비한 부하들의 시체, 상처를 입고 날뛰는 낙타, 불타오르는 바이크와 BTR, 하다드는 기가 막히다 못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순식간에 이 정도의 피해를 입힐 놈은 칸마밖에 없다.
“칸마, 으아아 칸마 이놈! 저주를 받아라.”
얼굴이 돼지 간처럼 시뻘게진 하다드가 상처 입은 사자처럼 괴성을 질렀다.
“쫓아라, 기필코 잡아야 한다.”
하다드가 직접 소총을 들고 바이크에 올라탔다.
“쫓아라!”
“비열한 이교도를 죽여라!”
아우성이 터졌다.
연막 속에서 BTR이 육중한 몸체를 드러냈다. 박격포에 직격 당한 두 대는 기동 불능이다. 뒤이어 바이크가 수없이 튀어나왔다.
“숨바꼭질을 해 볼까.”
바아앙- 가물치가 흙먼지를 일으켰다.
두두두두- BTR에 거치된 12.7mm 공축 기관총이 손가락 굵기의 탄환을 쏟아냈다. 중기관총의 위협은 소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크!”
놀란 블랙맘바가 속도를 높였다.
태양이 지평선에서 한발쯤 솟아올랐다.
기온이 올라가자 보델레 습지대가 엷은 안개로 덮였다. 하다드는 다급했다. 놈이 멀어지면 종적을 찾기 어려워진다.
“추격하라.”
하다드의 바이크 부대가 사냥 나가는 개미처럼 줄줄이 가물치를 쫓았다. 굼뜬 BTR은 까마득히 쳐졌다.
블랙맘바는 400m거리를 유지하며 보델레 안쪽으로 유유히 도주했다. 안개까지 도와주는 판에 급할 게 없다.
하다드는 미칠 지경이었다. 도주하는 놈이 안개 사이로 언 듯 보일 때마다 집중 사격을 가했지만 놈은 지그재그로 잘도 달렸다.
“쏴, 쏘란 말이야. 억, 산개 산개!”
꽝- 돌아온 대답은 수류탄이다.
“칸마아~ 저주를 받아라.”
하다드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눈빛으로 살상할 수 있다면 블랙맘바는 수십 번 찢겨 죽었다.
“알라시여, 저놈은 정녕 악령입니까!”
하다드는 이성을 잃었다. 놈과의 간격은 소총 유효 사거리를 살짝 벗어난 거리다. 간격을 단축하면 여지없이 유탄이 한 발씩 날아왔다. 유탄이 날아올 때마다 매번 한두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부하 두 놈이 폭사했다. 벌써 다섯 번째다. 40분을 추격했지만 놈을 잡지 못했다.
‘400m유효 사거거리를 가진 유탄 발사기가 있었던가?’
하다드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칸마의 무서운 능력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놈은 거친 땅을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중이다. 그 와중에 400m떨어진 이동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하다드는 수류탄 투척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개자식들아, 속도를 올려. 밟으란 말이다.”
부하들을 재촉하는 하다드의 고함이 들렸다. 입장을 바꾸어도 열 받을 만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느새 탕가에서 80km떨어진 아오당가를 지나쳤다. 70분이 지났다. 장쒼이 차량을 수리할 시간은 충분히 벌었다. 블랙맘바가 갑자기 속력을 올렸다.
바우웅- 육중한 폭발음과 함께 가물치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밟아, 밟으란 말이야.”
하다드의 고함 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억울하고 분했다. 놈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사라지고 있다.
푸릉 푸르릉-
바이크 병들이 안간힘을 다했지만 1200마력을 뿜어내는 가물치를 허접한 소련제 바이크가 따라잡기엔 언감생심이다.
바이크 추적대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칸마를 추적하는 동안 부하들만 18명이 추가로 희생되었다.
“알라봉, 알라봉 가져와!”
하다드가 직접 RPG를 어깨에 메고 조준경에 눈을 틀어박았다. 신의 포술사라는 칭송을 듣던 자신이다. 거리 450m, 잘만하면 잡을 수 있다.
멀어지는 칸마의 등판이 커다랗게 확대되었다.
“너는 죽었다.”
꽝- 고폭탄이 초속 420m속도로 발사구를 뛰쳐나갔다.
“헉, 저거 저게 뭐야?”
하다드는 눈을 비볐다.
칸마 놈이 바이크 손잡이를 잡고 도립했다. 아니 허공으로 붕 솟아 올랐다. 탄두가 바이크와 칸마사이의 공간을 쐐액 지나갔다. 100m를 더 날아간 탄두가 지상 폭발했다.
하다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오! 알라시여, 알라께서 전능함을 보여주시려고 악마를 만들었다면 악마의 행동도 책임져야 하지 않습니까! 알라를 충실히 섬기지 못한 인간의 잘못입니까, 잠시 눈을 돌린 알라의 실수이십니까!”
항거불능의 존재와 조우한 하다드는 졸지에 철학자가 되었다. 하다드의 한탄은 오랫동안 사헬에 전설로 떠돌았다.
블랙맘바는 추격대를 따돌리고 유유히 숙영지로 돌아왔다. 먼지 구름이 일자 용병들이 일제히 고개를 빼고 지평선을 응시했다.
“블랙이 돌아온다.”
“와우!”
쌍안경을 든 에밀의 전언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어떻게 되었나?”
발부아가 성급히 물었다.
“반신불수를 만들었다. 바이크는 몽땅 아오당가로 몰아넣었다.”
“당분간 부대를 재편하느라 정신 못 차리겠군.”
깨비텐은 묻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재앙 급이다. 그가 치고 빠지면 대부대라도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출발!”
“내가 바이크로 앞장선다.”
“좋다.”
블랙맘바의 제안에 깨비텐은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로 인해 탑승 자리도 부족한 참이다. 블랙맘바가 앞장서면 매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적의 저격이 걱정되지만 블랙맘바는 자신 없는 일에 나서지 않는다.
블랙맘바의 바이크가 앞장서자 당연한 듯 옴부티가 뒷자리에 올라탔다. 감마에서 M60을 잡은 선우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노친네가 에미나이임둥, 채신없게 폴짝 뒷자리에 올라타니 끼니.’
깨비텐이 차량을 조정했다.
“픽업은 알파, 브라보, 감마다. 블랙맘바가 찰리다. 찰리는 전방 400m 선도한다. 이동속도는 40km, 위급시 헤드셋 통신 또는 두발의 총성이다. 이상!”
낙타가 망쳐버린 헤드셋과 야시경이 보급으로 살아났다. 전투 와중에 손 망실된 예비 배터리와 충전기도 보급되었다. 팀원들이 가장 마음 조렸던 보급품은 화기가 아니라 헤드셋과 야시경이었다.
하나님이라도 사헬에서 야시경과 헤드셋, 배터리를 구할 재간이 없다. 라텔팀원들은 한동안 야간 전투가 두려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적은 주간 야간을 가리지 않는다. 프롤리나트가 숫자를 앞세워 야간 습격을 하면 야시경 없이는 불감당이다. 스나이퍼에게 야시경은 총기만큼이나 중요한 장비다.
픽업 한 대가 환자용으로 제공되는 바람에 적재 공간이 부족해졌다. 블랙맘바와 옴부티가 빠졌음에도 픽업은 예비 연료와 물, 식량, 무기로 인해 콩나물시루가 되었다.
깨비텐의 한숨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