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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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사헬의 밤하늘6
블랙맘바는 드라구노프를 어깨에 비스듬히 걸쳐 메고 파무스를 핸들에 거치시켰다. 그가 선도 정찰에 나선 이유는 땅속 매복 때문이다.
프롤리나트 지휘관들도 바보가 아니다.
라텔팀의 경인할 스나이퍼 능력에 놀란 그들은 예상되는 탈출로에 매복조를 거미줄처럼 깔았다. 병력 희생을 줄이고 축차 데미지를 입히려는 고육지책이다.
땅을 파고 들어가 방수포나 잡초를 덮고 은신한 게릴라들의 기습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삐에프 팀이 힘도 못쓰고 녹아버린 가장 큰 이유가 게릴라 매복조의 기습이다.
블랙맘바 입장에서도 피곤하기 이를 데 없었다.
공간지각력을 계속 발동하면 두통이 발생한다. 때로는 심상에 잡힌 매복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공진파를 발동해야 했다. 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깨비텐은 보급 문제가 해결되자 최단거리 전선 돌파를 욕심냈다. 그만큼 지치고 조급하다는 말도 된다. 깨비텐의 의도에 따라 옴부티는 일행을 네델리 방향으로 이끌었다. 네델리에서 샬라는 지척지간이다. 샬라에만 입성하면 지긋지긋한 사헬도 끝이다.
블랙맘바가 바이크를 세웠다.
퍽 퍽- 50m떨어진 좌측방 사구 사면에 두 발을 점사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출발했다. 잠시 후 모래가 벌겋게 물들었다. 뒤쪽의 차량은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통과했다. 바르엘 가잘 지하수로를 따라 남하 하는 동안 다섯 번째 되풀이 된 청소다.
블랙맘바가 또 한 번 바이크를 세웠다. 딸랑이는 낙타 방울 소리, 700m전방이다.
“또 정찰대인가? 지겹다. 지겨워.”
블랙맘바가 투덜거리며 드라구노프를 들었다.
-스또끄! 낙타 정찰대다. 청소한다.
-알았다. 롸저.
바아앙- 가물치가 속도를 높였다. 20m높이의 사구를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자 어김없이 10명으로 구성된 낙타 행렬이 보였다.
퍽 퍽 퍽- 방만하게 이동하던 게릴라들이 후드득 낙타 등에서 떨어졌다. 눈치 빠른 두 사람이 낙타 몸통 반대편으로 몸을 숨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꿎은 낙타까지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께엑- 강력한 총탄에 두개골이 부서진 낙타가 털썩 쓰러졌다. 튕겨 나온 게릴라는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머리에 구멍이 뚫렸다. 눈 깜짝할 순간에 아즈라일의 명부에서 10명의 인간이 사라졌다. 아즈라일은 촌각의 지체 없이 바이크를 돌렸다.
주 경계가 가까워질수록 매복조와 정찰대가 조밀해졌다. 라텔팀은 쾌속으로 남하했지만 블랙맘바는 극도로 지쳤다. 파란트로푸스의 육체는 강건했지만 인간의 정신력은 한계가 있다. 정신 능력 남용이 파탄을 불렀다.
“으윽!”
석양이 질 무렵 블랙맘바의 입에서 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바이크가 균형을 잃고 휘청했다. 예전에 최도식이 전두엽에 장침을 찔러 넣을 때와 비슷한 강도의 통증이 머리를 휘저었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으깨진 순두부로 변하는 느낌이다.
“와킬, 쉬어야 겠습니다.”
옴부티의 말에 걱정이 잔뜩 묻어났다. 와킬의 잔등이 땀으로 척척했다. 그는 주인의 신음 소리를 처음 들었다. 주인의 고통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블랙맘바가 머리를 몇 번 흔들고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돌파해야 한다.”
“안됩니다. 쉬어야 합니다.”
블랙맘바가 고집을 부리자 옴부티가 손을 뻗어 바이크 핸들을 잡아챘다. 주인의 영혼은 아즈라일이지만 육체는 인간이다. 그에겐 주인의 안위가 중요할 뿐, 다른 용병의 생사는 관심 밖이다.
“참을만 하다.”
“안됩니다. 와킬이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음!”
블랙맘바는 손으로 얼굴을 훔쳤다. 식은땀이 흥건히 묻어나왔다. 두통에 이어 머릿속이 괭괭 울렸다. 양철 판을 우겨넣고 망치로 두드리는 느낌이다.
“알았다. 잠시 쉬겠다.”
블랙맘바가 바이크에서 내렸다.
합류한 깨비텐이 알파 탑승인원을 조정했다.
“알파에 옴부티, 깨비텐, 블랙맘바, 벨맨이 탑승한다. 발부아와 막심은 바이크에 탑승해서 알파를 뒤 따른다.”
블랙맘바가 제동을 걸었다.
“잠깐, 벨맨은 마이크 중사를 챙긴다. 쫄따구가 알파에 선탑 한다. M60은 에밀이 잡는다.”
깨비텐은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 둘과 벨맨, 브로닌이 탑승한 베타는 보호 대상이다. 픽업 한 대가 구급차로 전용된 셈이다. 후미를 경계하는 감마에 장쒼과 에밀이 탑승했다. 감마에 M60이 거치되어 있고, 바이크와 무기가 적재되어있다.
블랙맘바가 빠지면 알파가 선도 정찰을 감당해야 한다. 쫄따구는 전직 FAP 전투 교관이다. 블랙맘바가 선탑을 결정했으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알파가 선두에 나서고 차량 간격이 바짝 좁혀졌다.
블랙맘바 레이더 작동이 중단된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다.
깨비텐이 후사경으로 뒷좌석의 블랙맘바를 살폈다.
눈을 감고 있다. 늘 그렇듯이 자는지 마는지 알 수 없다.
‘젠장, 내가 너무 서둘렀어.’
그는 자책했다. 블랙맘바의 막강한 피지컬에 취해 버렸다.
블랙맘바는 38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전투와 이동을 거듭했다. 하다드 대대의 첨병 정찰대를 지우고, 본대를 빌마 방향으로 유인하고, 쉴 새 없이 매복조를 청소했다. 철인도 배겨내지 못할 강행군을 견뎌온 블랙맘바다.
“망할 놈의 인간들!”
욕설이 절로 나왔다. 배후에서 음모를 꾸민 늙은이들, 포기하지 않고 달라붙는 프롤리나트 반군이 욕설의 대상이다. 베타에 자빠져있는 삐에프 대위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왜 무모하게 블랙맘바의 작전에 뛰어들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옴부티 동무, 멈추라우.”
선우현의 아랍어가 깨비텐의 상념을 끊었다. 픽업이 덜컥 멈추는 순간, 퍽 퍽 퍽- 선우현이 소음기를 낀 파무스로 연속 총격을 가했다. 표적은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10m떨어진 진흙탕 웅덩이다.
푸악- 웅덩이에서 인영 둘이 튀어나왔다.
“으억!”
깨비텐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대처할 시간이 없다. 파무스를 지향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음을 알고 있다.
“종간나새끼!”
퍽 퍽 퍽- 선우현의 파무스가 연속 불을 뿜었다.
“아악! 커억”
거총 자세로 뛰쳐나온 인간이 철푸덕하고 동시에 무너졌다. 묽은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휴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깨비텐이 좌석에서 일어났다.
“잠깐 기다리시라요.”
선우현이 깨비텐을 제지했다.
퍽 퍽 퍽- 웅덩이를 한동안 노려보던 그가 다시 총격을 가했다. 커다란 진흙덩이에서 피가 퍽퍽 튀었다. 꿈틀거리던 진흙덩이가 잠잠해졌다.
“가자우!”
쫄따구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어떻게 알았나?”
“내래 FAP교관이우다. 인민군 녀석들의 전투 방식은 잘 알고 있지비. 작은 물방울이 올라왔시다. 방심을 노리고 끝까지 버틴 아새끼도 제레로족 놈들의 방식이지비.”
선우현은 아랍어가 능통했지만 프랑스어 실력은 조악했다. 그래도 의사소통을 할 수준은 되었다.
“블랙맘바가 선탑시킨 이유가 있었군. 꼬레앙 특수전대를 구상해 봐야겠어.”
깨비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꼬레앙 녀석들은 평범한 놈이 없다. 구르카 용병대처럼 꼬레앙 특수 용병대를 조직하면 쓰임새가 많을 것 같았다.
운전대를 잡은 옴부티가 비시시 웃었다.
“쫄따구 제법이다.”
“흥!”
체면을 만회한 선우현의 턱 끝이 들렸다.
탕가에서 출발한 라텔팀은 당일 네델리(Nedeley)까지 156km를 주파했다. 네델리는 두조랍 에르그 동남쪽 끝단이다. 은자메나까지 직선거리 540km에 불과하다. 카넴주 경계선 코앞까지 진출한 셈이다.
“정지, 식사하고 구름이 벗겨질 때까지 기다린다.”
블랙맘바의 인도없이 어두운 오프로드를 감행할 수는 없다. 바르엘 가잘은 차드 호수와 보델레를 연결하는 거대한 지하수로가 지나간다. 사헬에서 그나마 어렵지 않게 물을 찾을 수 있는 지역이다.
“깨비텐, 오늘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 내일이면 놈들의 차단막을 벗어나겠습니다.”
“그럴까?”
발부아가 밝은 전망을 했지만 깨비텐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일곱 시간 이동에 매복한 적을 일곱 차례 해 치웠다. 낙타 정찰조 3개조도 몽땅 사살했다. 그들의 행적이 드러난 셈이다.
오늘은 운 좋게 돌파했지만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프롤리나트 늙은이들이 단단히 화났어.’
카넴주와 보루꾸주 경계선에 가까워질수록 매복조와 정찰대가 촘촘해졌다. 10~20명 단위의 추적대를 수없이 풀어 놓았다는 이야기다.
깨비텐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는 블랙맘바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까지 상황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블랙맘바는 병아리를 몰고 다니는 어미닭이다. 어미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병아리는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잔뜩 독 오른 프롤리나트가 미친 하이에나처럼 들쑤시는 경계선이다. 어미닭이 골골거리면 만사휴의다. 그나마 쫄따구의 가세가 가뭄의 단비였다.
쫄따구는 블랙맘바의 믿음대로 밥값을 톡톡히 해냈다. 매복조 두 개를 지우고 낙타 정찰대를 사전 감지해서 에밀이 M60으로 걸레를 만들어 버렸다. 전력이 급감한 라텔팀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구출하겠답시고 달려 온 프랑스 군은 짐만 되고, 적이었던 꼬레앙이 블랙맘바의 빈자리를 일부 메꾸어 주는 황당한 상황이다. 깨비텐의 시름은 밤이 깊어가도 끝날 줄 몰랐다.
라텔팀의 상태는 별로 안녕하지 못했다. 깨비텐의 염려대로 주 경계를 돌파하지 못했다. 달빛이 없어서가 아니라 블랙맘바 때문에 출발하지 못했다.
자정을 막 넘긴 시간, 깨비텐이 불 켜진 막사에 들어섰다. 야전 침대에 달라붙어있던 벨맨이 고개를 들었다.
“상태가 어떤가?”
“두통에 시달리고 고열도 여전합니다. 해열제도 듣지 않고 진통제도 듣지 않습니다.”
“원인은? 풍토병인가?”
“알 수 없습니다. 면역 이상 소견으로 짐작될 뿐입니다. 보다시피 대증요법으로 찬물 찜질이나 해주는 형편입니다.”
벨맨이 젖은 수건으로 블랙맘바의 몸을 닦아내는 브로닌을 가리켰다.
“야단났다.”
깨비텐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벨맨 병장님, 열이 42도에 육박합니다.”
브로닌의 보고에 벨맨의 얼굴이 노래졌다. 체온이 42도라는 의미는 뇌가 순두부처럼 엉겨 붙는다는 이야기다.
막사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만큼 막사 밖의 분위기도 음울했다. 용병들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막사 안을 기웃거렸다. 에밀과 장쒼은 지네 침먹은 중병아리처럼 목을 쭉 뽑은 채 입구에 앉아 있었다. 세상 다 살은 노인네 얼굴이다.
“블랙이 열병에 걸리다니 하이에나가 웃을 일이야.”
“그러게요. 차단선을 돌파할 이때에 누워버리면 우리는 어쩌라고.”
장쒼이 투덜거리는 셍티엥과 막심을 노려보았다.
“우리는 어쩌라고? 지랄들 해라.”
계급만 아니라면 한 대 칠 기세다.
“장쒼 불량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이유가 뭐냐?”
셍티엥의 말에 에밀이 벌컥 했다.
“블랙은 40일 동안 잠도 못자고 전투를 치러왔다. 당신들이 누구덕분에 살아있나? FAP놈들에게 잡혀서 통구이가 될 신세를 블랙이 구출해 주지 않았나. 블랙은 당신들 때문에 병이 났다.”
“뭐라? 블랙이 우리 때문에 병이 났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신은 합류한 며칠 동안 총 한발 쏘지 않았다. 그게 누구 덕분인지 모르나? 블랙이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어. 지금도 그래. 당신은 자신의 안전만 생각하고 있다. 이기적인 인간 같으니라고.”
흥분한 에밀이 꾹꾹 눌러두었던 말을 냅다 퍼부었다.
“나는 무전병이다.”
“아이고, 그러셔. 의사인 벨맨 병장님도 기관총을 들고 뛰어다니던데 미쳤나 보지. 아마 50명은 쏴 죽였을 걸.”
“이 새끼, 일병이 감히 중사에게 반말을 해.”
할 말이 없어진 셍티엥이 눈을 부라렸다.
빡- “억!”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얻어맞은 셍티엥이 쓰러질 듯이 앞으로 몇 걸음 밀려갔다.
“어떤 새끼야?”
“이런 새낌메. 아가리를 찢어 버리겠슴둥.”
“으헉!”
칼날이 눈앞에서 번쩍하자 셍티엥이 기겁을 하고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