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40
x 140
제17장 사헬의 밤하늘8
챠드 중북부 지역은 사하라에서 모래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온다. 유엔 자료에 의하면 사하라와 보델레에서 대서양으로 날려 보내는 흙먼지의 양이 연간 2천억 톤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아프리카에서 날려 온 유기물이 풍부한 흙먼지 덕분에 아마존 밀림이 유지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사헬 벨트 북동 지역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이야기다.
12월의 보델레 지역과 티베스티 지역은 바람도 심하고 일교차도 심하다. 섭씨 30℃이상 올라가던 낮 기온이 밤이면 섭씨 10℃이하로 툭 떨어진다. 영하로 떨어지는 지역도 있다. 열사병이 쉽게 발병하는 한 편 일교차가 커서 동사 역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지친 대원들은 땀에 젖은 옷을 입은 채 잠들기 일쑤다.
젖은 옷이 체온을 빼앗고, 바람이 수분을 날리므로 체온 강하가 더 빨라진다.
사막의 생리에 밝은 옴부티와 깨비텐은 철저히 자신의 신체를 체크하고 체온 유지에 신경을 썼다. 선우현 역시 컨디션 관리에 능숙했다. 문제는 루키인 에밀과 장쒼이다. 두 사람은 젊음과 체력을 믿고 나태한 모습을 더러 보였다.
작전 기간 동안 에밀과 장쒼은 젖은 옷을 입고 자다가 벨맨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고 닭대가리라는 욕까지 먹은 적이 있다.
벨맨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에피네프린 주사에 불구하고 에밀의 맥박이 살아나지 않았다.
“효과가 없다.”
벨맨의 말에 팀원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이게 뭐야! 불덩어리가 되어 있던 놈은 멀쩡한데, 멀쩡하던 놈이 얼어죽다고? 으아, 빌어먹을 아프리카! 씨바 조또 사헬!”
깨비텐이 두 손으로 머리를 잡아 뜯었다.
블랙맘바의 얼굴도 잔뜩 굳었다. 에밀은 파트너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칠 것 같았다. 무협 소설에 나오듯이 명문혈에 손을 척 붙이고 진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그는 결사적으로 기억을 되감았다. 뭔가 떠오를 것 같았다.
“환혼구타술!”
블랙맘바가 탄성을 터뜨렸다. 스승님의 매질이다. 이름하여 환혼구타술, 떠난 혼이 놀라서 돌아올 만큼 극악한 매질이다. 기절할 수도 없는 타격, 살을 뜯어내고 내장을 휘젓는 끔찍한 매질이다.
기억하기도 싫은 매질이지만 스승의 매질은 일종의 추궁과혈이었다. 당하고 나면 몸이 뜨거워지고 근육이 풀렸다. 수차례 거듭하면 몸속의 노폐물까지 빠져 나온다.
무치 시바리아게는 고문술이지만 환혼구타술은 치료술이다. 그야말로 악인의 매질은 독이지만 도인의 매질은 약이라는 이야기다.
스승이 때리는 혈도, 시간, 강약은 몸이 기억하고 있다. 영혼이 증발하고 백이 흩어지도록 맞았는데 잊을 리가 없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매질이라면 자신 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무엇이라도 시도하는 게 낫다.
적당한 도구를 찾는 눈에 텐트 지주 폴대가 들어왔다. 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폴대 두 개를 쑥 뽑았다. 알루미늄 재질에 수지 코팅된 실팍한 물건이다. 때리면 피부에 착착 감길 것 같았다. 구타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전부 비켜!”
에밀에게 달라붙어 있는 동료들을 공깃돌 집어 던지듯 휙휙 들어냈다. 한 차례 양손에 쥔 폴대를 허공에 휘두르고는 곧바로 에밀을 무자비하게 패기 시작했다.
짜자자작-
폴대 두 개가 빗살처럼 움직였다. 거의 초당 십여 회가 넘는 매질이다. 벌거벗은 에밀의 신체가 순식간에 벌겋게 변했다.
“블랙맘바, 뭣하는 짓이야?”
놀란 발부아와 브로닌이 팔을 붙잡았다. 블랙맘바가 팔을 툭 털었다.
“으악!” 발부아와 브로닌이 막사 밖으로 날아가 뒹굴었다. 마치 골대에 맞은 축구공이 튕겨 나가는 모양새다. 무지막지한 힘에 놀란 용병들은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그래도 주제를 모르는 용감남은 어디에나 있다.
“망할 새끼, 에밀을 죽이려는 거야?”
셍티엥이 차량 자키 손잡이용 쇠파이프로 블랙맘바의 머리를 가격했다.
“저 저런!”
놀란 벨맨이 소리를 질렀다.
땡- 쇠붙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셍티엥이 입을 딱 벌렸다. 그는 블랙맘바의 머리와 휘어진 쇠파이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름 일 인치짜리 쇠파이프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셍티엥은 멘탈 붕괴 단계에 진입했다.
“셍티엥 중사, 피똥 싸게 맞고 싶나?”
살벌한 경고가 셍티엥의 고막을 쩡 울렸다. 괴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다.
“헉!” 원초적 공포에 잠식된 셍티엥이 쇠파이프를 집어던지고 허겁지겁 물러났다. 그 와중에도 블랙맘바의 구타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옴부티는 주인의 행사를 제지할 사람이 아니다. 아니, 건재한 모습에 입이 찢어졌다. 장쒼과 깨비텐도 블랙맘바를 말리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하는 일은 항상 의미가 있다. 벨맨도 물러나서 기상천외한 구타를 구경만 했다.
짜자자작 쫘악- 퍼퍼퍼퍼퍽- 차차차차착-
다양한 타격음이 울렸다. 폴대가 더욱 빨라졌다. rpm이 1000에 이를 정도로 매질이 빨라졌다. 무지막지한 매질에 피부 곳곳이 찢어졌다. 핏물이 에어로졸처럼 흩뿌려졌다. 목불인견의 참상이다.
블랙맘바가 발끝으로 툭 차서 에밀을 뒤집었다. 전면의 임맥을 충분히 두드려주었으니 다음은 배부의 독맥을 두드려 주어야 한다.
영문을 모르는 용병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파트너를 생선 굽듯이 뒤집어가며 때리는 악독한 놈이다.
선우현은 머리가 텅 비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배경으로 몽둥이 두 개를 미친 듯이 휘두르는 싸이코, 저 놈이 바로 칸마에 빙의된 놈이다.
자신이 맞아봐서 안다. 망할 놈의 매질을 당하고 변을 보지 못했다. 불수의근마저 데미지를 입히는 끔찍한 매질이다. 죽어가는 동료를 빨리 죽어라고 때리는 저놈이야말로 악마다
셍티엥의 얼굴 역시 다르지 않았다.
미친놈인 줄은 알고 있지만 제대로 미친놈이다. 일렁이는 불빛을 받은 블랙맘바의 얼굴이 악귀로 보였다. 언듯언듯 보이는 뺨의 흉터가 그를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내가 미쳤어. 저 놈을 치다니!’ 그는 전전긍긍했다.
5분간 때리고, 엎어놓고 때린 지 3분이 지났다. 때리는 블랙맘바도 땀을 줄줄 흘렸다. 혈도와 시간, 강도를 조절하는 매질이 쉬울 리 없다.
삼도천을 막 넘어가는 에밀은 편안했다. 세상에 태어나 이처럼 편안한 기분은 처음 느껴보았다. 어머니의 자궁이 이처럼 편안할까! 까뜨린의 풍성한 가슴이 이처럼 편안할까! 콧노래가 절로 나올 듯 했다.
바로 코앞에 은은한 불빛이 보인다. 불빛이 불렀다.
[어서 와라. 이곳은 망각의 강이다. 온갖 슬픔과 고통을 내려놓는 곳이다. 너는 편안해진다. 진정으로 편안해진다.]불빛 속으로 막 한 발을 들여 놓으려는 순간 평안이 깨어졌다. 웬 괴물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몽둥이로 때렸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불빛이 어서 오라고 손짓했지만 갈수가 없었다. 괴물이 인상을 팍팍 썼다. 돌아오지 않으면 죽인다고. 그런데 괴물이 블랙맘바를 닮았다.
죽이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했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으으”
블랙맘바의 귀에 가느다란 신음이 들렸다. 그는 매질을 늦추지 않았다.
“블랙, 살려줘!”
블랙맘바만이 들을 수 있는 가녀린 소리지만 비명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그는 폴대를 집어던지고 귀를 기울였다.
둥 둥- 심장이 살아났다. 서서히 힘을 내는 심장의 움직임이 뚜렷이 느껴졌다. 블랙맘바가 벨맨을 손짓해 불렀다. 벨맨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쭈뼛거리며 다가섰다. 끔찍한 매질을 보는 것만으로 절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됐다.”
“됐다고? 완전히 보냈다가 아니고 됐다고?”
선우현이 의구심 가득 어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에밀의 가슴에 귀를 붙인 벨맨이 고함을 질렀다.
“됐다. 살았다!”
“뭐라! 살았다고?”
“와!”
브로닌과 장쒼, 깨비텐까지 달려들어 에밀을 주물렀다.
십 분이 경과하자 에밀이 눈을 떴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에밀은 한 마디를 남기고 다시 기절했다.
기절할 만 했다. 에밀의 몸은 성한 구석이 없었다. 성질 나쁜 침팬지 우리에 던져진 듯 온 몸이 푸르고 붉은 멍으로 뒤덮였다. 피부가 찢어져서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만도 수십 개다.
“블랙, 그거 동양의 치료술인가?”
벨맨이 물었다.
블랙맘바가 씨익 웃었다.
“아니다. 그냥 죽으나 맞아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
벨맨의 눈이 잔뜩 커졌다.
“그 그럴 수가!”
“너무 아프면 죽지도 못한다.”
할 말이 없는 블랙맘바는 요령부득의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엉망진창이 된 파트너를 보고 있기가 민망했다.
깨비텐과 용병들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아픔을 못 견뎌서 깨어나라고 때린 건가?”
“죽기 싫으면 깨어나라는 거지. 정말 끔찍한 놈이다.”
셍티엥과 막심이 소곤거렸다.
“그냥 죽으나 맞아 죽으나 마찬가지란다.”
벨맨의 말에 시선이 일제히 블랙맘바를 향했다.
‘미친 놈’
‘무서운 놈’
‘상종 못할 놈’
‘칸마로도 부족한 놈’
공통으로 떠 오른 생각은 끔찍한 사디스트의 출현이다. 옴부티만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역시 주인답다. 죽은 사람도 끌고 나오는구나.’
선우현이 슬며시 셍티엥에게 다가섰다.
“중사, 당신이 불만분자라고 블랙맘바에게 말해주고 싶은데.”
“헉, 무슨 소리야. 난 불만 없어. 에밀과 장쒼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몰라. 블랙맘바가 나를 몇 번이나 살려주었는데 불만이 있을 리 있나. 난 여태 블랙맘바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올렸다고.”
셍티엥이 펄쩍 뛰었다.
한차례 퍼포먼스만으로 두 부류 사이에 흐르던 불신 불만 기류가 씻은 듯 사라졌다. 학질에 걸리면 코감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법이다.
에밀이 깨어났다. 저체온증은 죽지 않으면 후유증이 없다. 곧바로 회복된다.
멀쩡하게 깨어난 에밀은 치를 떨었다. 끔찍한 통증이 그를 깨웠다. 의식이 살아나면서 지옥을 맛봤다. 일렁이는 모닥불에 비친 블랙맘바는 악마였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몽둥이질은 신경을 뽑아내고, 뇌를 바수는 고통을 끌고 왔다. 그가 태어난 이래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었다. 다시 기절하고 싶었지만 기절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매질이 멈추고서야 편하게 정신을 잃었다.
에밀이 죽어갈때의 편안함과 은은하게 빛나던 빛을 떠듬거리며 간증했다.
“그래서 말이야 막 빛 속으로 한 발을 넣으려는데 블랙맘바처럼 생긴 괴물이 뒈져라 마구 때리는 거야.”
“그래서?”
“너무 아팠지. 태어나서 그런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 너무 아파서 죽을 수도 없었다고.”
듣고 있던 용병들이 부르르 떨었다. 인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죽다가 살아났겠는가!
“블랙맘바는 내 파트너가 아니야. 그 놈은 ‘크레이지 카론’이라고.”
에밀이 그렇게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카론은 망자를 배에 싣고 저승의 강인 아케론을 건너는 뱃사공이다. 미친 카론이 아케론을 건넌 망자를 다시 싣고 나왔다는 소리다. 에밀을 저승에서 끌고 나온 블랙맘바는 미친 카론이 되었다.
에밀은 잠든 블랙맘바를 흘낏 쳐다보았다.
놀란 용병들은 아무도 잠잘 생각을 못했다. 블랙맘바만 옴부티가 준비해준 갈대 침대에서 편안히 잠들었다.
파트너를 반죽음으로 만들어 놓고 한마디 사과도 없이 태연히 잠든 놈이다. 에밀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후환이 너무 무서웠다. 공포스런 매질과 끔찍한 고통이 떠올랐다. 파트너 녀석을 보는 것만으로 경기가 들었다.
‘그런데 왜 몸이 이렇게 가볍지?’
죽도록 구타당했으니 뼈마디가 저리고 근육이 늘어져야 할 텐데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블랙맘바와 한 판 붙어 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사지가 부러져서 셍젤리제 거리에서 모자를 앞에 놓고 구걸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잠든 블랙맘바의 얼굴을 바라보는 에밀의 볼 살이 푸르르 떨렸다.
“존만이가 살리조도 지랄이야!”
에밀이 자리를 뜨자 블랙맘바가 실눈을 뜨고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