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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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1
에밀의 동사 사건으로 난리가 벌어지는 바람에 멀쩡해진 블랙맘바는 잊혀졌다. 블랙맘바가 앓아눕는다는 사실 자체가 용병들에겐 생소한 일이다. 물론 잊지 않는 두 사람이 있다.
“쫄따구!”
선우현이 돌아보자 옴부티가 썩은 미소를 얼굴 가득히 담았다.
“와킬이 풀 쪼가리를 달여 먹고 원기를 찾았다.”
풀 쪼가리에 악센트가 들어갔다.
“쪼잔 한 노친네!”
“흐흐흐, 와킬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더군.”
옴부티가 속 터지는 말을 남기고 갔다. 선우현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쓰임새를 증명하라는 소리다. 블랙맘바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라는 이야기다.
옴부티가 자의로 던지고 간 말임을 선우현이 알 리 없다.
‘썩을 영감탕구, 하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속이 탔다. 이래저래 서열이 고정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 블랙맘바가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확신조차도 아직 없다.
‘내래 찍자를 눌러 붙는 수밖에 없겠슴둥.’
선우현은 단단히 결심했다. 하인이든 노예든 한 식구가 되어야겠다고.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아무도 블랙맘바를 깨울 생각을 못했다.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옴부티만이 환한 얼굴로 주인이 깨어나면 마실 차를 끓였다. 선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수령 아바이를 목메어 부르는 광신도들도 저 늙은이를 따라가기엔 한참 모자란다.
래쿤 작전 41일째,
블랙맘바의 건재와 에밀의 환생이 용병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사기만으로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 라텔팀은 네델리에서 코로타로까지 120km를 되밀렸다.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보루키아(Beurkia)를 거쳐 샬라로 넘어 갈 수 있는데 그 한 발짝이 어려웠다.
프롤리나트의 차단벽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그물은 더욱 조여 들었다. 카넴주 경계선을 코앞에 두고도 차단벽을 뚫지 못해 보루쿠주로 핸들을 돌려야 했다.
적의 소규모 병력을 격파하고 꼬리를 감추는 모티 전술은 더 이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개미굴에서 병력이 끝없이 기어 나왔다. 기어코 칸마를 잡아서 대추야자 나무에 못 박겠다는 프롤리나트의 각오가 만만치 않았다.
코로타로는 보델레 저지의 동북 끝단이다. 12월의 일교차가 25~30℃에 달한다. 에밀의 동사 사건으로 인해 용병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개인위생에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모두 상태가 좋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구출해서 합류시킨 삐에프 중대원들의 상태가 더 좋지 못했다. 전장무력증후군에 빠진 그들은 이질 증세까지 겹쳐 깨비텐과 벨맨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깨비텐은 한숨만 푹푹 쉬었다. 삐에프가 오지만 않았어도 블랙맘바가 살아남은 대원들을 끌고 적진을 돌파했을 것이다. 구출팀이 아니라 그야말로 탈출 방해팀이다.
옴부티는 블랙맘바가 몇 시간 동안 블랙 아웃된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와킬의 막강한 육체적 능력에 정신을 뺏긴 자신을 탓했다. 와킬의 영혼은 아즈라일이지만 육체는 인간임을 새삼 깨달았다.
와킬의 고향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교차가 가장 심할 때도 10℃~15℃에 불과하다고 들었다. 인간의 육체는 환경에 적응한다. 그는 와킬의 육체가 사헬의 험악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보델레 저지와 두조랍 에르그의 일교차는 30℃를 오르내린다. 잠잘 때 체온을 뺏기지 않으려면 공기 접촉을 막고, 바람을 피해야 한다. 옴부티는 사하라 출신이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구덩이를 파고, 한 낮의 태양에 달아오른 돌을 모아서 구덩이 속에 묻었다. 그 위에 말린 야자나무 잎과 마른 갈대 잎을 구해다 깔았다. 자신의 잠자리가 아니라 주인의 잠자리다.
옴부티의 극성을 만류하던 블랙맘바는 결국 두 손을 들고 그냥 받아들였다. 옴부티의 행동은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요, 노자가 말한 광이불요(光而不曜)다. 행위에 저어함이 없으니 정성을 거절해서 그의 순수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용병들은 옴부티의 충성스런 시봉(侍奉)을 쌍수를 들어 반겼다. 블랙맘바의 컨디션 유지는 팀 전체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력에 크게 도움이 된 꼬레앙의 제어도 블랙맘바의 몫이다. 선우현은 용병도 아니고 팀원도 아니다. 블랙맘바의 쫄따구일 뿐이다. 그는 블랙맘바 외에는 누구의 지시도 듣지 않았다. 정찰여단 소좌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용병들이 실제적으로 블랙맘바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지 오래다.
옴부티는 자신이 만든 특급 잠자리를 못마땅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유감스럽게도 주인은 덜떨어진 마이크 중사에게 잠자리를 양보했다.
주인은 노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잠들었다.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 애써 만든 주인의 잠자리까지 차지했다. 마이크가 환자든 죽을 놈이든 자신이 알바 아니다.
“전사의 명예도 모르고, 능력도 없는 놈이 민폐만 끼치는군.”
옴부티가 잇새로 씹어뱉었다. 능력도 없는 놈이 주인 흉내를 내는 바람에 주인이 탕가에서 죽을 고생을 했다. 저놈도 죽다 살아나고 말이다. 투부족 놈들은 원래 사납기로 소문난 놈들이다. 주인이야 만부막적의 전사지만 제까짓게 놈들 속에 뛰어들어서 어쩌겠단 말인지.
게다가 중사 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였다.
‘젠장, 새카만 쫄따구 새끼에게 도움 받는 더러운 인생이 되다니, 케피느와가 부끄럽다. 텍사스 레인저가 노랭이 따위에게 짓밟히다니 차라리 죽고 싶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칼로 푹 찌르고 싶었다. 그동안 주인에게 죽도록 처맞고 인간이 조금 변했나 했더니 역시 제 버릇은 개를 주지 못했다.
제 놈이 지금까지 누구 때문에 살아 있는지 모르는 놈이다. 염치와 수치를 모르는 놈이다. 생각할수록 열불이 치솟았다.
“너는 전사도 아니다. 나라면 동료에게 짐이 되느니 차라리 자살하겠다.”
옴부티가 매몰찬 말을 한마디 던지고 막사를 나갔다. 잠이든 마이크의 눈썹이 꿈틀했다.
식사를 마친 장쒼이 선우현을 찾았다.
선우현은 모닥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쫄따구 뭐해?”
“블랙맘바 군화를 말리고 있슴메. 나 선우현이우다. 쫄따구라 부르지 말기요.”
선우현은 장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하인이 되기로 단단히 작심했다.
‘헐, 저 인간이 옴부티 바이러스에 확실히 감염되었어.’
장쒼은 실소가 나왔다. 북조선 고급 군관이 한참 어린 남조선 출신 용병의 젖은 군화를 말리고 있는 모습이 희극적이다.
“션, 베타에 실린 미니미를 참호에 거치해. 적재된 탄약도 내려주고.”
장쒼의 지시에 선우현의 눈이 쭉 찢어졌다.
“내래 블랙맘바 쫄따구임메. 뙤놈 이등병이 감히 소좌에게 지시하는 거임둥?”
장쒼이 성질을 냈다.
“감히 라니, 이봐, 넌 포로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종간나새끼, 내래 블랙맘바 쫄따구지, 포로가 아임메. 그러니끼니 포로에게 사역을 시키면 제네바 협약에 위배되는 거 모르디? 무식한 뙤놈이라 모르겠슴둥.”
선우현이 냅다 쏘아붙였다.
선우현 입장에서 이등병이 소좌에게 명령을 한다는 자체가 어이상실이다. 사실 선우현을 다루기엔 장쒼의 짬밥이 턱도 없다.
“왕빠단!”
말 빨에 밀려버린 장쒼이 식식거렸다. 체면을 중시하는 그는 분을 참지 못했다.
“좋다, 주먹으로 해결하자고. 나를 이기면 인정해 주지.”
“길티, 사내새끼래 주먹이디.”
선우현이 지체없이 바지를 툴툴 털고 일어났다.
“와우, 장쒼 쿵푸 실력을 보여줘.”
“쫄따구에게 되지엠 랩의 매운 맛을 보여줘라.”
용병들은 무술 고수인 장쒼의 활약을 은근히 기대했다. 원래 박힌 돌은 굴러온 돌을 눈꼴시어 하는 법이다.
장쒼이 궁보 자세로 전질보를 밟으며 짧은 단타를 쉼 없이 뻗었다.
“요옷! 합, 합”
태권도가 아웃파이터라면 팔극권은 인파이터다. 치고 막고 다시 치는 염왕삼점수다. 손등과 팔꿈치, 무릎이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블랙맘바의 십륜연환격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이지만 제법 화려했다.
선우현은 십칠 년간 수련한 격술로 맞섰다. 팔극권과 격술은 유사한 면이 많다. 공방일체의 수법, 카운터를 노리는 자세, 짧고 빠른 단타 위주의 타격이다. 둘 다 크고 화려한 동작이 없는 실전 무술이다.
빠바바박-
치고 막고 때리는 주먹과 팔꿈치, 관절이 교차하고, 오금 지르기, 솔격같은 중심 무너뜨리기 연속기가 펼쳐졌다. 초반에 선우현이 밀렸다.
“장쒼 잘한다.” 용병들이 함성을 질렀다.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자네도 블랙맘바와 오셀롯의 격투를 보았지 않나? 애들 장난은 흥미가 없어.”
에밀의 물음에 깨비텐이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그거야 어디 격투입니까. 천재지변이죠.”
에밀이 부르르 떨었다.
레 메르엔 호텔 후원에서 벌어진 두 괴수의 격투는 생각만 해도 오줌이 지려졌다. 주먹 한 방에 담장이 무너지고, 발길질에 건물이 흔들렸다. 수십 미터를 뛰어 오르고, 채찍으로 인간의 목을 댕강 잘라버리는 존재를 인간이라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저 둘은 생쥐란 말이야.”
깨비텐도 생쥐 반열이지 않습니까. 블랙맘바의 한 방에 묵사발이 되어서 엎어져 있더군요.”
“임마, 그 망할 사건은 왜 꺼내는 거야. 꼬레앙이 이길 확률이 높아.”
“내가 보기엔 질 것 같은데요.”
“그래서 너는 하수야. 자세히 봐. 정타를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어. 눈빛을 보라고, 밀리고 있지만 상대의 동작을 정확히 보고 있어.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장쒼은 조급해지고 있단 말이야.”
장쒼은 팔목과 정강이가 저렸다. 상대의 팔다리가 박달나무처럼 단단했다. 오래 끌면 데미지가 쌓인다. 그는 큰 것 한방을 넣기 위해 호흡을 조절했다.
정타는 걷어내고 급소가 아닌 곳은 맞아주던 선우현의 눈빛이 차갑게 번득였다. 우박처럼 쏟아지던 공격이 주춤했다. 반의 반 호흡이다.
간발의 틈을 비집고 선우현의 발이 채찍처럼 휘어져 장쒼의 허벅지를 때렸다.
“엇!”
장쒼이 휘청하는 순간에 선우현의 이마가 장쒼의 정수리를 찍었다. 불의의 반격을 당한 장쒼이 패왕절강으로 맞섰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직선으로 뻗는 스트레이트다.
퍼퍽- 양 옆구리를 가격당한 선우현이 주춤했다.
그때부터 치고 박고 맹렬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기예는 장쒼이 앞섰지만 기세와 독심에서 선우현이 앞섰다. 선우현은 웬만한 타격은 몸으로 때우고 치명적인 일격을 쑤셔 넣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장쒼의 보법이 흐트러졌다. 눈을 쑤시고, 불알을 걷어차고, 틈만 나면 물어뜯는 공격에 정신이 산만해진 탓이다.
어느 시점부터 선우현의 손발이 무섭게 날아다녔다. 결국 장쒼이 떡이 되도록 얻어 터졌다. 팔극권 고수도 살상 위주의 격술 달인에게는 역부족이었다.
헛물을 킨 용병들이 입맛을 다셨다.
“꼬레앙은 건드리지 말아야 겠어.”
블랙맘바의 격투술은 비현실적이다. 앗 하는 순간에 상대가 분쇄되어 버린다.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반면에 쫄따구는 슝슝 날아다닌다. 용병들은 쫄따구의 실력을 인정했다.
장쒼과 친구인 에밀이 제일 안타까워했다.
“장쒼, 그게 뭐야. 친구인 내가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 블랙맘바에게 배워서 다시 붙어.”
‘망할 새끼, 이걸 친구라고.’
장쒼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블랙맘바는 근래 십륜연환격에서 발전시킨 전륜십팔박을 수련중이다. 십륜연환격을 쏟아 붓는 시간에 공진이 들어간 십팔 초식을 쏟아 붓는 공격이다. 수련을 마치고 돌아 온 블랙맘바는 장쒼과 선우현의 행색을 보고 혀를 찼다.
“애들이냐? 싸우면서 크게.”
졸지에 철딱서니 없는 애가 된 두 사람은 서로 멀거니 쳐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남자는 주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