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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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2
“장, 오랜만에 단백질 보충하자. 타조를 잡아 올 테니 준비하고 있어.”
“좋지!”
“싸우지들 말고 기다려.”
블랙맘바가 파무스를 들고 휭 사라졌다.
철없는 어린 동생이 되어버린 두 사람은 잠시 얼음이 되었다.
“흥, 이딴 곳에 무시기 타조가 있슴메.”
선우현의 말을 장쒼이 받았다.
“내기하자. 블랙이 타조를 잡아 온다에 쫄따구 대검.”
장쒼은 선우현의 스페츠나쯔 대검에 눈독을 들였다. 큼직하고 묵직한 모양이 고기를 썰고 양념을 다지기에 그만이다.
“됴티, 못 잡아 온다에 짱께 베레타.”
총 잘 쏜다고 사냥이 만만할까!
선우현은 장쒼을 비웃었다. 김일성 수령에게 바칠 웅담을 준비할 때 알았다. 자신만만하게 달려들었다. 낭림산맥엔 곰이 많이 서식한다. 하루 이틀이면 웅담 서너 개는 구할 줄 알았다. 일주일간 산맥을 헤맨 후에야 알았다. 사냥감이 있다고, 총질 잘한다고 사냥이 절로 되지 않음을 알았다.
눈에 보여야 잡을 게 아닌가. 동물은 후각과 청각이 사람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예민하다. 타조는 주력도 좋다. 시속 80km로 달리는 놈을 무슨 재간으로 잡는단 말인가? 더욱이 지금은 야간이다. 숲도 없는 황무지에 덩치 큰 타조가 있을 리도 없다. 선우현은 득의양양한 눈으로 장쒼의 베레타를 노려보았다.
장쒼은 큰 냄비를 걸고 물을 끓였다. 양파, 마늘, 밀가루, 버터, 소금, 후추 같은 양념과 부재료는 보급을 충분히 받았다.
“어이 짱께, 벌써 김칫국물 준비하나? 솥에 돌멩이라도 집어넣을 작정이냐?”
선우현이 비웃었지만 장쒼은 속으로 웃었다.
블랙맘바는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 타조를 잡아온다고 했으면 이미 타조의 흔적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그의 예민한 감지 능력을 피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
스페츠나쯔 대검은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왔다. 싸움에는 졌지만 전리품을 챙기겠다는 심보다. 그는 중국인답게 절대로 손해 볼 생각이 없었다.
장쒼은 프리카세(fricasser, 프랑스 요리. 화이트 스튜의 일종)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환자 때문이다. 양념과 부재료도 있고 캡코스도 보급된 참이다. 따뜻한 국물은 속을 풀어주고 부드러운 타조 고기는 와인과 잘 맞는다.
그는 작은 냄비에 양파와 마늘, 감자를 넣고 달달 볶기 시작했다. 와인을 한 번씩 첨가할 때마다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김이 뭉클거리며 솟아올랐다.
선우현은 요리 삼매경에 빠진 장께 이등병을 비웃었다.
‘뙤놈들은 자존심이 강하던데 저 지랄도 자존심 때문이겠지.’
선우현의 좋은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블랙맘바다.”
야간 경계를 서던 막심 상병이 소리쳤다. 야시경으로 인물까지 구분은 힘들지만 사방 오십 리 이내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황무지다. 나타날 인간은 블랙맘바밖에 없다.
“흐흐 포기했군.”
채 30분도 지나지 않았다. 선우현이 재빨리 야시경을 눈에 박았다. 어깨에 거대한 물체가 얹혀 있다.
“뭐이 어드레?”
놀란 선우현이 증폭률을 높였다.
어깨에 짊어진 물체는 거대한 두발짐승이다. 타조다.
“무시기 이런 일이 있슴메!”
선우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쉬이이- 모래바람에 날려 오듯이 순식간에 블랙맘바가 숙영지에 당도했다.
그는 닭을 건네듯 거대한 타조를 장쒼에게 던져주고 가버렸다.
장쒼이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썅, 이건 사기야.”
“사기 아니다. 션이 아직도 블랙맘바를 모른다는 이야기다.”
“니미 조또, 하아!”
선우현이 말년에 도통한 땡중의 한숨 소리를 냈다.
짱께의 말이 맞다. 자신은 블랙맘바를 제대로 모르면서 마음만 성급했다. 그의 능력을 뼈저리게 겪고도 어리다는 이유 한가지로 낮춰 보았다. 장께는 대검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는 꼼짝없이 짱께 이등병에게 대검을 빼앗겼다.
“어케 잡았슴둥?”
선우현은 블랙맘바에게 달라붙어서 다그쳤다. 그 짧은 시간에 그것도 야밤에 타조를 어떻게 잡았단 말인가?
“타조 냄새가 나더라고.”
“썅, 말하기 싫으면 관두라우.”
선우현은 짜증을 내고 대화를 포기했다. 블랙맘바가 진실을 이야기 했지만 당연히 농담으로 들었다. 그는 아직도 블랙맘바의 하인이 될 소양이 부족했다.
브라운 스튜는 쇠고기나 양고기로 만들고, 화이트 스튜는 가금류로 만든다. 타조도 분명히 조류다. 부족한 재료에 불구하고 장쒼은 훌륭한 프리카세를 만들어 냈다. 유백색의 진한 스튜가 풍기는 향기에 모두 환장을 했다.
“짱께, 제법이다.”
오래간만에 음식다운 음식을 맛본 선우현은 대검을 강탈해간 짱깨를 기꺼이 용서했다.
“꺼우리방쯔, 짱깨라 부르지 마라.”
“히히!”
장쒼의 반발에 선우현이 속없이 웃었다. 마음이 통하면 욕도 욕이 아닌 법이다.
“장쒼이 블랙맘바보다 더 쓸모 있는 팀원이다.”
깨비텐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당연하죠. 블랙은 몽둥이를 주지만 장은 맛있는 요리를 주거든요.”
에밀이 불퉁하니 말을 받았다.
“하하하, 나라면 그냥 얼어 죽겠다. 개처럼 맞아 죽긴 싫거든.”
발부아가 역성을 들었다.
“그럼, 당연하지.”
“말이라고!”
모두 격하게 동의했다. 에밀은 당장 데모라도 주동할 기세다.
“에밀, 몸이 가쁜 하지 않아?”
블랙맘바의 말에 에밀이 움찔했다.
“며칠째 끙끙대던 설사도 멈추었지?”
두 번째 물음에 아예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부렸다. 저 놈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잔뜩 긴장이 되었다.
“매일 맞으면 몸이 엄청 좋아질 텐데.”
“어헉, 싫다.”
에밀이 불에 덴 듯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진짜 좋은데, 설명하기가 곤란한데 진짜 좋거든.”
“무조건 싫다. 좋은 건 너가 다 해라.”
바늘도 꼽지 못할 정도로 완강하다.
블랙맘바는 난감했다. 하루 한 번씩 맞고 오금공을 수련하면 장쒼 정도는 찜 쪄 먹을 텐데 진심을 몰라준다.
“나중에 후회할 텐데.”
“안 해. 후회하면 내가 후레자식이다.”
“거시기도 쎄 지는데.”
“그 그래? 그럼~ 헙.”
한 번 맞아볼까 라고 대답할 뻔한 에밀은 몸서리를 쳤다. 이 녀석은 악마다. 달콤한 말로 유혹해서 지옥에 집어넣는 악마다. 아니 칸마다. 에밀은 절대로 칸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심을 굳혔다.
“안 해, 그시기가 철봉이 되어도 안 해.”
“줘도 못 먹는 바보 자식!”
블랙맘바가 버럭 하며 물러났다. 키워서 써 먹으려 했더니 틀렸다.
장쒼이 내놓은 뜨거운 스튜가 지친 용병들의 마음을 풀어 주었다. 술과 고기가 돌아가자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살아났다.
“여, 분위기 좋군.”
삐에프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나타났다. 놀란 대원들이 우르르 일어났다.
“중대장님, 아직 걸으면~”
만류하는 벨맨을 삐에프가 제지했다.
“아니, 걸을 만 해. 그동안 폐를 끼쳤다. 내 어리석음을 여러분들과 블랙맘바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삐에프가 고개를 숙였다.
“저 양반 의회에 가지 않고 아직 여기 있었어?”
에밀이 장쒼의 귀에 속삭였다.
“아직 공천을 못 받았나 봐.”
장쒼도 속삭임으로 응답했다. 삐에프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는 소리다.
“블랙맘바, 살려줘서 고맙다.”
“우리는 동료다. 도와주려면 홀딱 벗고 도와주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좋은 말이다. 꼭 보답하겠다.”
“별일 아니지만 꼭 보답하겠다니 어쩔 수 없군. 여기 있는 대원 모두에게 메종 트로아그로(Maison Troisgros, 미슐렝 최고등급의 음식점)의 오뜨 뀌진을 사라. 오케이?”
“으윽, 너무한다. 내 석 달 봉급이 날아간다고.”
삐에프가 과장되이 울상을 지었다.
“흐흥, 되지엠 랩 대위의 목숨이 그렇게 싼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삐에프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알았다. 알았다고. 사헬에서 구르는 동안 블랙맘바의 입에 독기가 잔뜩 모였군.”
삐에프의 합류로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
퍽- 블랙맘바의 귀가 쫑긋 섰다. 동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음에 섞여든 이질적인 소리다. 툭- 땅바닥에 단단한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잡혔다.
‘멍청한 놈, 끝까지 민폐를 끼치는 구마.’
그는 속으로 한탄했지만 아무소리 하지 않았다. 이미 갈 놈은 갔다. 동료들의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로 부드러우면 마이크 중사가 먹어도 되겠어.”
벨맨이 육수를 퍼 담은 반합을 들고 텐트로 들어갔다. 블랙맘바의 안타까운 눈길이 그 뒤를 따랐다.
벨맨이 바로 돌아왔다.
“깨비텐, 마이크 중사가 자살했습니다.”
“뭣! 마이크가?”
깨비텐이 들고 있던 스프 접시를 툭 떨어뜨렸다. 찬물을 뒤집어 쓴 듯 머리가 아찔했다. 용병들은 먹던 음식을 팽개치고 막사로 달려갔다.
마이크는 소음기를 끼운 베레타로 관자노리를 쏘았다. 뚫린 구멍으로 붉은 피와 회색 뇌수가 섞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으, 내가 자리를 비우자 곧장 일을 저질렀군.”
삐에프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녀석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자살 할 줄은 몰랐다.
용병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망연해졌다. 트러블 메이커지만 함께 사선을 넘으면서 성격이 변하던 참이다.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고 하더니 정말로 죽어 버렸다.
블랙맘바는 무심한 시선으로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마이크와 별로 친분이 없다. 시비 거는 그를 죽도록 두들겨 팼으니 오히려 악연이다. 블랙맘바는 인종주의자나 남을 업신여기는 인간을 극도로 싫어한다. 한 때는 깔비 르체른 절벽에서 없애버릴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막상 허무하게 죽은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마이크는 텍사스 주 방위군 출신이다.
그는 팍스 아메리카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큰 나머지 인종주의자가 되었다. 입버릇처럼 미국의 위대함을 입에 담고, 타국인을 미개인 취급하는 마이크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국가다. 프랑스 군에 속해 있지만 블랙맘바는 미국에 대해 호불호의 감정이 별로 없다. 미국이 자국 이기주의에 따라 활동한다고 정부가 욕을 하지만 별로 동의하지 않았다.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위정자가 어디 있겠는가. 자국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위정자는 정치가가 아니라 종교인이 되어야 한다.
마이크는 철딱서니 없는 놈일 뿐, 나쁜 놈은 아니었다. 작전에 투입되어 솔선수범하고 자신의 몫을 다했다. 평소 자신의 목숨을 끔찍이 챙기던 놈이다. 갑자기 자살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유가 뭐야?”
“전장피로증후군으로 추정됩니다. 자신이 동료들에게 짐이 된다고 괴로워했습니다.”
“바보 같은 놈!”
깨비텐은 울화통을 터뜨렸다.
인간이 변했나 했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돌출 행동으로 블랙맘바를 위험에 빠뜨리더니 끝내 개죽음을 택했다.
죽음도 때와 방법이 있다. 전사한 마크, 모리스, 미구엘, 샤트르, 부리머는 용감하게 싸우다 죽었다. 그들은 전우의 가슴에 남았다.
마이크처럼 힘든 상황에서 자살해 버리면 동료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사기를 바닥까지 끌어 내리게 된다. 마이크는 가치 없는 죽음으로 동료들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열 명의 대원중 여섯 명이 죽었다. 스나이퍼는 자신과 블랙맘바만 남았다. 에밀은 블랙맘바의 조공이고, 장쒼은 지원화기다. 벨맨은 전투요원이 아닌 구급요원이다.
어쩔 수없이 구출팀을 포함해서 파트너를 짜야할 상황이 되었다. 블랙맘바가 끌고 온 션이라는 요상한 꼬레앙의 가세가 그나마 다행이었다.
블랙맘바가 미니미 총열을 쿠크리로 두드리며 영가 발원문을 독송했다. 잔잔한 독송 아래 마이크는 코로타로 남쪽 코웁 캉가(kouba canga)수로가 지나는 낮은 언덕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