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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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6
블랙맘바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프롤리나트 동북 사령부 위치는 섹터를 분할해서 이동하는 동안 이미 대략 파악되었다.
파란트로푸스화된 그의 청각과 후각은 사냥개 이상이다. 수많은 인간이 내는 소음이 귀를 울리고, 배설물 냄새와 음식 냄새에 후각이 마비될 지경이다.
그가 이리저리 움직여 공간지각력을 사용한 이유는 전초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사실 초소 위치도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다. 이미 파악이 끝났다. 직접 움직여서 지워버리면 간단하다.
블랙맘바는 쫄따구 길들이기를 하는 중이다.
감시 체계 속에서 살아온 선우현은 상대를 의심하고 저울질하는 버릇이 굳어있다. 본인의 눈으로 확인해야 신뢰를 하는 유형이다.
쫄따구는 빡빡 굴려야 보스 무서운 줄을 안다. 선우현을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능력 수준을 파악할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거이 내래 환장하겠슴둥!”
간신히 뒤쫓아 온 선우현이 숨을 헐떡였다. 낭림산맥에 서식하는 산양보다 더 빠른 인간을 쫓자니 허파가 입으로 튀어나올 지경이다.
“쉿, 좌측방 10시 250미터 지점에 전초가 있다. 경계병은 두 놈이다.”
“진짜로? 리얼리? 혼또? 헤알? 쩐더마?”
선우현은 믿기 힘들었다. 관목과 덩굴이 뒤엉켜서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숲이다. 거리와 인원까지 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농담이 지나쳤다.
“시끄럽고, 따라와.”
퍽- 두툼한 손바닥이 선우현의 뒤통수를 갈겼다.
“아이쿠, 눈알 빠지겠슴둥. 살살 때리기요.”
선우현이 엄살을 부리며 뒤를 따랐다. 시퍼렇게 날 선 긴장감이 슬쩍 풀렸다. 그는 어느새 블랙맘바의 분위기에 휩쓸렸다.
‘헛!’
선우현이 놀람을 삼켰다. 인간답지 않은 놈의 행사는 역시 이해 불가능이다. 20미터 전방 아카시아나무 가지 사이에 숨겨진 초소가 떡하니 보였다. 잎과 덩굴로 교묘히 위장했지만 그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옴부티에게 정보를 받았나? 그 인간은 초소 위치를 어떻게 알았지?’
사고가 인간의 테두리에 머물러 있는 한 선우현이 블랙맘바를 이해하기란 요원했다.
“우측 3시 방향 이백 미터 지점에 또 있다. 확인하고 와.”
선우현이 끽소리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잠시 후 돌아온 선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케 알았슴메?”
“그냥!”
“그냥? 네미럴!”
역시 또 그냥이다. 속이 터진 선우현은 입을 닫았다. 이래서 잘난 놈은 싫다.
“양쪽 감시 초소를 연결한 역삼각형 꼭짓점에 초소, 거리 250미터.”
선우현은 확인하라는 말도 듣지 않고 후방으로 사라졌다.
“두 녀석이 경계중임메.”
“초소 뒤쪽 30m지점에 보마(사냥 등을 할 때 은신하기 위해 만든 위장움막)가 있다. 확인했나?”
“이런 네미럴!”
얼굴이 화끈했다.
정찰여단의 임무가 수색과 격멸이다. 단세포처럼 초소만 확인하고 겨우 30m이격된 보마는 눈치도 못 채고 돌아왔다. 정찰여단 소좌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블랙맘바가 빙긋이 웃었다.
“자책할 필요 없다. 당신은 충분히 제몫을 해 주었다. 내가 블랙 아웃된 동안 게릴라 매복조를 당신이 잘 처리했다고 들었다.”
똥개 훈련을 시키고 슬쩍 칭찬을 해주는 모습이 블랙맘바가 아니라 능구렁이다.
선우현의 표정이 묘해졌다.
‘어째 인민학교 다닐 때 선생님에게 칭찬 듣는 기분이지비.’
까탈스럽고 의심많은 선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블랙맘바에게 끌려 들었다.
“자책할 필요도 없고 비교할 필요도 없다. 돼지는 일 미터 높이로 만들어진 우리 바깥세상을 알지 못한다. 기린은 지평선까지 볼 수 있다.”
“넨장, 내래 돼지 수준이라는 흰소리디?”
“자신의 기준에 얽매이면 스스로 왜소해지고, 사물을 왜곡해서 보게 된다. 돼지는 기린이 아니다. 돼지는 돼지의 의 쓰임새가 있다.”
이어지는 말에 선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십 수 년간을 엘리트로 살아온 세월이다. 최고의 능력을 닦았고, 순탄하게 진급했다. 자신이 최고라는 의식에 매달려서 남을 인정하지 못했다.
“길티, 하늘밖에 하늘에 있다는 소리디. 이래서 보스는 아무나 하는거이 앙인 모양임메.”
나미르라고 자칭하면서 설쳐댄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블랙맘바의 패밀리가 되기로 결정하고서도 보스인 그를 경쟁상대로 여겼다. 그를 이용할 생각만 하고 자신이 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래서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얼굴이 뜨끈해졌다.
“프롤리나트의 편제와 작전은 모두 당신 같은 북한군 교관의 머리에서 나왔겠지. 놈들의 소굴이 어디쯤일까?”
침울해지는 선우현의 기색을 살핀 블랙맘바가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숲에 의지해서 주둔지를 꾸릴 경우 부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전초를 운영함메. 숲의 크기와 형태로 볼 때 눈앞의 초소가 장축 방향이디. 전초는 1500m, 후초는 전초와 250m거리 니끼니 보마 직 후방 1800m이내에 사령부가 있을 가능성이 높슴메.”
선우현은 초소와 보마의 위치를 역으로 짚어 사령부 위치를 예측했다.
“정확히 짚었다. 한바탕 뒤집어엎으려면 체력을 충전해야겠지. 쉬고 있으라고. 확인하고 오겠다.”
블랙맘바가 휙 사라졌다.
“정확히 짚었다고? 와킬이래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 아임메. 이거이 귀신도 아니고 무시기 저런 인간이 있지비.”
선우현은 블랙맘바란 인간을 겪으면 겪을수록 어지럼증이 심해졌다.
선우현의 예측은 정확했다. 보마와 초소를 연결한 삼각점 좌후방 2000m지점에 목재 울타리를 두른 군부대가 나타났다. 폭이 200m가 넘는 질척한 와디 건너에 규모가 큰 부대가 위치해 있다.
“깨비텐이나 삐에프보다 낫군.”
블랙맘바가 중얼거렸다. 선우현은 피지컬도 뛰어나고 머리도 있다. 의심 많고 약삭빠른 성격만 고친다면 쓸 만한 인물이다.
사령부 위치를 확인한 블랙맘바가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만 박살내면 아티까지 뻥 뚫린다. 끝없이 핏물을 뒤집어쓰고 동료를 여섯이나 잃은 사헬이 정말 지긋지긋했다. 맑은 물에 샤워 해 본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했다.
“쫄따구, 뚜빌리스 솜씨를 한 번 보여봐. 감시 초소와 보마를 침묵시키고 사령부를 흔들어 놓자고.”
“침투할 거임메?”
선우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이 끌고온 투부족 전사 60명을 소리없이 지워버린 존재다. 아싸신으로 변신하면 당할 자 없는 존재가 블랙맘바다.
프롤리나트 방면사령부는 2개 대대 혹은 3개 대대로 구성되고 고참 중령이 지휘관이다. 계급 인플레에 지친 공화국 교관들이 프롤리나트 군벌의 계급 인플레를 억제했다.
동북 사령부의 주둔 병력은 최소 700명, 최대 1200명이라는 소리다. 방면 사령부는 기갑부대나 중화기 부대가 따로 없기에 연대 편성을 하지 않는다.
블랙맘바가 야간을 틈타 스며들면?
700명이든 1200명이든 가능하다. 시간이 걸리고 정신이 견뎌내느냐의 문제일 뿐 암살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 시뻘건 피바다가 눈앞에 그려졌다. 목이 잘린 시체 수백구! 뚜빌리스 선우현도 부르르 떨렸다.
“시간이 많지 않아. 치고 빠지고, 끌어내서 두들길 생각이다. 수류탄을 세 박스나 가져 왔거든. 흐흐흐 써먹어보니 제법 재미있더라고.”
블랙맘바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와킬과나 둘이서 두들긴다고?”
선우현의 눈이 찢어질듯이 커졌다.
“다른 사람이 또 있나?”
블랙맘바가 장난스럽게 두리번거렸다.
“미쳤슴메?”
블랙맘바의 눈이 스산하게 변했다.
선우현은 화들짝 놀라서 몇 걸음 물러났다. 살기에 반응한 피부가 바늘에 찔린 듯 따끔거렸다.
“쫄따구, 하인이 되겠다는 말은 뻥인가? 가족이 되고 싶다는 말도 빈말인가?”
“내래 그거이 아이라……”
“안다. 당신은 아직 옴부티에게 많이 배워야 한다. 인간이 부처님을 보고, 하느님을 만나야만 믿고 따르는 게 아니다.”
“길티. 내 입이 방정이디. 내래 와킬이 하는 대로 따르겠슴메.”
“나를 믿으면 살 것이고, 믿지 않으면 죽는다.”
“흐흐흐, 그러니 끼니 사이비 교주가 따로 없슴메.”
블랙맘바는 진심이지만 선우현은 역시나 반 농담으로 들었다. 34년간 살아온 생각의 틀이 바뀌기는 정말 쉽지 않다. 물론 곧 뼈저리게 느끼게 될 말이다.
“사이비 교주? 그거 아무나 못한다. 일단 놈들을 뒤흔들어서 숲으로 끌어들인다.”
“기동 전술이디.”
“그렇다.”
“고조 설사병에 걸려서 빌빌대는 49호종간나들을 두고 온 리유래 그거구먼.”
“화기 지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놈들이 쏟아져 나오면 동료가 희생되기 십상이다. 난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다.”
“님자래 칸마가 아니라 마음이 여린 에미나이군 그래.”
선우현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라 했다. 역시 블랙맘바는 아직 어리다.
“당신도 능력껏 날뛰도록 해. 마이크 같은 녀석은 한 명으로 족하다. 세 불리하면 생존을 최우선에 두도록.”
블랙맘바가 말을 툭 끊고 드라구노프를 분해해서 백팩에 수납했다. 정찰여단 소좌씩이나 되니 나머지는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빠른 대응과 연사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블랙맘바는 파무스에 소음기를 끼우고 표범처럼 관목 숲을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선우현은 오른쪽 초소를 향해 숲속으로 스며들었다.
감시 초소는 8m높이의 가지 사이에 널빤지를 걸친 원시적 형태다. 때로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무성한 아카시아나무 가지에 가려진 초소는 바로 앞에서도 알아차리기 곤란했다.
경계용이 아니라 침입자 감시와 척살을 염두에 둔 초소다. 경계 목적이라면 시야 확보를 위해 사계 청소를 해야 한다.
전초 형태만 봐도 프롤리나트 군벌들은 하나같이 인명을 경시하는 종자다. 물론 네 자릿수 인간을 지운 그가 할 말은 아니다.
블랙맘바는 20미터 지점까지 접근해서 대추야자를 꺼내 먹으며 느긋하니 관찰했다. 초병의 근무 상태를 관찰하면 해당 부대의 군기와 훈련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군벌 연합체인 프롤리나트군은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제식 훈련도 받지 않은 소년병이 있는가 하면 산전수전 다 겪은 정예 병력이 있다. AK를 든 산적 수준의 부대가 있는가 하면 스트렐라2와 자동유탄발사기를 보유한 정예 부대도 있다.
심지어 되지엠 랩 수준의 놀라운 부대도 있다.
옹우르 계곡에서 가젤을 격추시킨 정찰 중대와 트라이던트 록의 보급품 비트에서 만난 정찰대다. 자신이 해결하지 않았으면 라텔팀은 사막에 뼈를 묻었다.
각 군벌의 수장 능력에 따라 휘하 부대의 수준도 제 각각이다. 놈들의 수준에 따라 공격 방법도 달라진다.
소총을 거꾸로 멘 초병 둘은 경계보다는 잡담에 관심이 많았다. 키가 큰 녀석이 주머니에서 말린 애벌레를 꺼냈다. 간식용인 야코리다.
둘은 애벌레를 질겅질겅 씹으며 잡담에 열을 올렸다. 낄낄 거리며 웃는 소리로 보아 음담패설을 하는 모양이다. 블랙맘바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경계가 무엇인지 모르는 오합지졸이다. 동북부 사령부의 수준을 짐작할 만 했다. 자신에게는 다행한 일이고 상대방에겐 불행스런 일이다.
‘미치겠네!’
블랙맘바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눈구멍을 파고드는 파리를 쫓았다. 와키브 습지대에 서식하는 아룽고라는 작은 파리다. 초파리 크기의 아룽고는 종이짝 같은 틈만 있어도 파고드는 독종이다.
차드에서 진정한 적은 게릴라 따위가 아니라 파리와 모기다. 모기보다는 파리가 더 곤혹스러웠다. 말파리 종류는 물어뜯기까지 하니 미칠 노릇이다.
이놈이 물면 놀라서 펄쩍 뛸 만큼 통증이 심했다. 물린 자리는 붉게 부어오르고 긁으면 수포가 생긴다. 용병들은 하나같이 피부병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피부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한 블랙맘마만이 피부병에 걸리지 않았다.
늪과 숲이 있다 보니 파리에 이어 숲모기까지 달려들었다. 기도비닉을 유지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견디다 못한 그는 백팩에서 안면 밀착형 고글을 꺼냈다.
아룽고의 극성에 질린 그가 행동을 개시하려고 할 때 소총을 거꾸로 멘 교대조가 덜렁덜렁 나타났다. 교대조가 나타나자 경계조가 아카시아 줄기를 타고 주르륵 내려왔다.
“저런 한심한 놈들이 있나!”
블랙맘바가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