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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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7
이야기는 잠시 수년전, 블랙맘바 아니 무쌍이 방태산에서 최도식 일당과 혈투를 벌였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쌍이 늘 생사를 찝찝하게 여기는 최도식은 죽지 않았다. 죽을 놈은 손바닥만 베어도 죽고, 살 놈은 가슴에 구멍이 생겨도 산다고 했다.
도끼를 든 소악귀가 따라붙을 새라 최도식은 전력을 다해 도주했다. 경주마가 달리는 속도에 필적할 빠르기다. 압력을 받은 심장이 펌핑 속도를 높였다.
잘린 팔과 목에서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쏟아져 나온 핏물이 풍압에 말려 흩날리는 눈발과 섞여 피무지개를 그렸다. 무쌍이 적면을 내버려 두고 추적했더라도 따라잡기가 요원했을 것이다.
최도식의 행색은 처참했다. 연필 굵기의 종유석이 후두(喉頭)를 관통해서 풍문혈로 빠져 나왔다. 마치 낭자머리를 고정한 비녀 같은 모양새다.
신경이 집결한 대추혈을 뚫렸으면 천하의 최도식도 끝장났을 것이다. 단전 부위에 수술용 메스가 깊숙이 꽂혔다. 왼팔은 팔꿈치 위쪽 외완혈에서 싹둑 잘려 나갔다. 놈이 집어던진 목침에 맞아 부러진 갈비뼈는 상처도 아니었다.
일반인이라면 즉사했을 상처지만 최도식은 일반인이 아니다. 히가시혼간지 비전의 구생술을 극성으로 익힌 고수다.
최도식은 죽지 않았을 뿐 염라대왕 알현 직전이었다.
닌자 비기인 구생술을 시전하고,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포기 않는 독심으로 버텼다.
잘린 팔과 구멍 난 아랫배는 지혈을 했지만 목을 지혈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과다 출혈로 몽롱해진 정신을 다잡으며 암혼보를 전력으로 시전 했다. 암혼보는 장거리 주파에 적합치 않지만 5km이내의 단거리 이동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 있다.
“칙쇼! 오큐보모노!”
제자에게 배신당한 아픔에 통한의 신음이 절로 나왔다. 물론 제자란 최도식 혼자만의 생각이다. 무쌍 입장에서 최도식은 철천지 원수다.
메스에 뚫린 단전에서 기력이 줄줄 새어 나갔다. 십리도 못가서 폭발적이던 속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37호가 추격해오면 끝장이다. 화급한 심정과 달리 속력은 갈수록 떨어졌다.
뇌전처럼 날아들던 시퍼런 도끼가 떠오르자 뒤통수가 간질거렸다.
“코노야로오 코로시테야루(개 같은 놈, 죽여 버리겠다.)”
최도식의 입에서 쉭쉭거리는 소리에 섞여 알아듣지도 못할 분노와 저주가 새어 나왔다. 먹이를 찾아 나온 삵이 최도식의 눈빛에 놀라 미친 듯이 도망쳤다.
“흐으, 대일본제국의 일등 신민이 죽으라는 법은 없군!”
미산계곡을 거쳐 상남으로 빠져 나온 최도식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451번 지방도가 환하게 밝아졌다. 불규칙적인 2행정 폭발음과 함께 오토바이가 산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쓍- 산 어귀에 서 있던 최도식이 오토바이를 덮쳤다.
치명적인 부상에 불구하고 십여 미터를 올빼미처럼 부드럽게 도약했다.
최도식이 달리는 오토바이 핸들에 허깨비처럼 올라섰다. 뿌악- 라이더는 놀랄 틈도 없이 턱에 강력한 충격을 받고 절벽 아래로 날아갔다.
암혼슬격으로 라이더의 턱을 박살낸 최도식이 한 손으로 시트를 짚고 빙글 몸을 돌려 시트에 올라앉았다. 남사당패의 어름산이가 울고 갈 부드러운 동작이다.
빠다당- 주인이 바뀐 오토바이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불쌍한 가스 배달원의 시체는 눈이 녹는 봄이 되어야 발견될 것이다. 상남에 하나있는 구멍가게겸 음식점에 가스 배달을 나가던 부지런한 총각 한 명의 목숨이 그렇게 사라졌다.
홍천 광원리에 소재한 백백교 안가다. 평범한 2층 슬래브 건물로 홍천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중년 부부가 살고 있다. 부부 둘 다 세백술을 시술받은 백백교도다.
여명이 틀 무렵, 피투성이가 된 최도식이 안가에 도착했다. 닌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자신만의 안가를 준비한다. 언제일지 모를 위기를 대비한 한 수다.
무사히 안가에 도착한 최도식은 회복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안가에는 기본적인 의료기기와 약품이 준비되어 있다.
목을 관통한 종유석이 문제다. 연필 굵기의 종유석이 산적처럼 목을 꿰어서 경추와 기도를 손상시켰다. 혈을 눌러 출혈을 막았지만 피신 중에 역류한 피가 내상으로 이어졌다.
최도식이 안가에서 응급 치료를 하는 동안 긴급 연락을 받은 백백교 친위대가 속속 도착했다. 그들은 즉각 교주를 홍천 읍내의 외과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데스크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당직 간호원이 벼락을 맞았다. 그녀는 기괴한 최도식의 몰골에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친위대가 벌벌 떠는 간호원을 윽박질러 수술 준비를 마쳤다.
최도식은 동경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다. 그는 거울을 보면서 직접 수술을 시도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목에 꽂힌 종유석을 빼내자 간호원은 바로 기절해 버렸다.
교도들은 즉각 의사 일가족을 납치했다.
최도식은 의사의 아내와 딸을 인질로 잡고 병원에서 한 달간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휴업을 한 채 교도들의 감시를 받으며 최도식을 치료했다.
망가진 기도는 아티피셜에어웨이(artificial airway)로 대체되었다. 45일후 일차 치료가 끝나자 최도식은 광원리 안가로 돌아갔다.
최도식은 치료해 준 의사에게 고마워할 인간이 아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인간은 이용물에 불과하다. 의사, 간호원이 가위, 봉합사와 다를 바가 없다. 친위대가 병원의 장비와 약품을 안가로 옮겼다. 의사 일가족과 간호원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세상 모든 일에는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다. 무쌍은 죽지 않으려고 발악했다. 그 발악이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죄 없는 가스 배달원과 의사 일가족, 젊은 간호원이 죽었다. 그들이 참변을 당한 원인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외과 치료를 마치고 안가로 돌아온 최도식은 내상 치료에 들어갔다. 외과 치료와 달리 내상 치료는 더디기만 했다. 혈이 손상되는 바람에 곳곳에 막힌 기맥이 문제였다.
으드득-
최도식은 이빨을 갈며 절치부심 치료에 전념했다. 주인을 물어뜯은 개를 때려잡기 위해 한 순간도 쉬지 않았다. 내상도 호전되고 외상도 아물었지만 타오르는 분노는 커져만 갔다.
그는 꼬박 6개월간 암혼인술을 돌려 내상 치료에 전력했다. 단전은 90%회복되었지만 왼팔을 잃은 타격이 컸다. 아차하면 목이 날아갔을 무서운 일격이었다.
37호의 광폭한 살기와 벼락 치듯 단호한 손속을 떠 올리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내외상 회복에 히가시혼간지 비전의 구생술을 사용하면서 수명이 10년은 줄었다.
구생술은 히가시혼간지 비전의 약물을 복용하고 암혼인술로 신체 잠력을 폭발시킨다. 세포를 강제 활성화 시키므로 텔로미어가 짧아진다.
치욕적이고 다급했던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기습을 허용했지만 놈을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 딱 반 호흡이 지체된 순간에 놈이 벼락처럼 내지른 메스가 단전을 헤집었다.
기력이 흩어지는 바람에 반격을 고사하고 놈의 도끼질에 팔까지 잃었다. 공기의 결을 가르고 들어온 번개 같은 일격이었다. 오랜 세월 단련된 초상감각이 아니었으면 목이 잘렸을 것이다. 놈은 스스로 진화하는 무공의 천재였다.
가부좌를 푼 최도식은 가볍게 손발을 뻗었다. 지르고 꺾고, 휘두르고, 잡아채고, 손발이 점점 빨라졌다. 휭휭 방안에 경풍이 일었다.
떠엉- 단전에서 격한 통증이 치밀었다. 최도식이 몸 풀기를 멈추고 인상을 찌푸렸다. 신체에 부하가 걸리자 단전이 뒤흔들렸다.
“휴!”
한숨이 나왔다. 지금 상태로는 언제 내상이 완치 될지 기약이 없다.
으드득-
절로 이빨이 갈렸다.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성소라 이름붙인 동굴은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한 은거지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대업을 망쳐 버렸다. 성소를 근거지로 초인을 양성하고 친일파를 규합해서 정계를 장악하려던 계획이 몽땅 틀어져 버렸다.
방태산 성소도 포기해야 한다. 드러난 곳은 쓸모가 없다. 제자로 키울 놈이기에 심적 타격은 더욱 컸다.
울컥- 심화가 치밀어 오르자 핏물이 한 모금 넘어왔다.
그는 급히 내식을 조절했다. 격한 감정 변화는 회복되어가는 신체에 악 영향을 끼친다.
‘내가 기르던 개에게 어이없이 당하다니!’
37호 놈에게 습격 받았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그놈이 어떻게 동굴을 벗어났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종유 동굴과 바위굴을 연결하는 석문에는 경보장치가 달려있다. 종유동에서 개폐 장치를 작동하면 경보가 울리면 문이 작동하지 않는다. 37호가 숨겨진 석문을 발견할 가능성도 없지만 개폐장치의 경보가 울리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무쌍이 종유동의 좁은 슬롯을 빠져 나와 바위굴로 들어간 사실을 최도식이 알 리 없으니 의문만 깊어졌다. 설혹 동굴을 어찌 벗어났다 치자, 놈이 어떻게 기척도 없이 접근해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는지 오리무중이다.
히가시혼간지 닌자술의 정수를 물려받은 자신이다.
벌레 한 마리가 접근해도 기척을 느낀다. 그런 자신이 속절없이 놈에게 당했다.
물론 37호 놈은 엄청난 재능을 가진 놈이다. 신체적 잠재력은 자신을 아득히 능가하는 놈이다. 그래봐야 삼초지적에 불과했다. 잠재력은 잠재력일 뿐이다. 새끼 사자는 들개에게도 잡아먹히는 법이다.
적면 다섯은 어떻게 되었을까?
세뇌된 적면이 37호를 내버려 둘리 없다. 37호는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이다. 적면이 다섯이지만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 서로 동귀어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차!”
최도식은 무릎을 쳤다. 석실에 황금이 묻혀있다. 37호가 알 리 없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37호가 동굴을 탈출한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자금이 있어야 세력을 유지하고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최도식은 불안정한 몸을 이끌고 직접 황금 회수에 나섰다.
최도식, 일본명 ‘싸이 도지쿠’
해방 후 부산. 김해 일대에서 백백교(白魄敎)를 창시해 교세를 크게 일으킨 인물이다.
최도식은 춘궁기에 채 백일도 되지 않아 지리산 계곡에 버려졌다. 시퍼렇게 죽어 가는 아기를 일본 승려 다까하시가 거두었다.
다까하시는 일본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에 적을 둔 오타니류의 장로다. 다까하시는 지리산 천은사를 방문하고 돌아가던 길에 유기된 최도식을 거두었다.
히가시혼간지는 막부시대인 1244년 창건된 혼간지(本願寺)에서 파생된 정토진종이다. 1602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혼간지의 교뇨라는 승려에게 닌자를 양성토록 명령했다.
교뇨가 혼간지 동쪽에 별도의 사찰과 전답을 하사 받으면서 혼간지는 히가시혼간지와 니시혼간지로 갈렸다.
히가시혼간지는 에도 막부 말기에 신센구미(新選組)의 본거지가 되었고, 낭인과 닌자의 본산이 되었다. 그 전통이 계승되어 오타니파(大谷派)라는 명칭으로 닌자 양성의 맥이 이어졌다.
혹자는 닌자가 사무라이의 개라고 말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막부의 닌자는 엄연히 무예 유파의 한 갈래다.
사무라이는 한국의 양반 계급이다. 양자의 차이라면 막부 사무라이는 칼을 들고, 조선 사대부는 담뱃대를 든 차이다. 막부시대에 등장한 병법가 중에도 닌자 출신이 많다. 즉 사무라이는 계급이고 닌자는 무술인 이라고 보면 된다.
히가시혼간지는 조선 개화기 당시부터 부산 포교원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포교와 경제 활동을 시작했다. 일제의 조선침략 첨병 역할을 했던 곳이다.
닌자의 특성상 뼈가 굳지 않은 유소년 시기에 수련을 시작해야 한다. 15세가 넘으면 근골이 굳어져 비기 수련이 어려워진다.
비인간적인 수련으로 악명이 높은 닌자 집단에 자식을 넘겨 줄 부모는 없다. 히가시혼간지는 아이를 유괴하거나 고아를 납치하는 방법으로 수련생을 충당했다. 다까하시가 유기된 최도식을 거둔 것은 당연했다.
최도식의 뛰어난 근골을 확인한 다까하시는 크게 만족했다. 그는 최도식을 입양하고 닌자로 키웠다. 극우주의자인 다까하시는 최도식을 키워 한국에 히가시혼간지 아성을 구축할 장기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