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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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8
아무리 당나라 군대지만 군기가 엉망이다.
경계를 팽개치고 네 놈이 떠들썩하게 반상회를 시작했다. 경계조가 품속에서 커다란 종이를 꺼내 펼쳐 보였다.
“헛, 내 원 참!”
블랙맘바가 다시 실소를 흘렸다.
인수인계인가 했더니 팬트하우스지에서 뜯어낸 나체 브로마이드다. 교대조가 받아서 챙겼다. 눈물 나는 동료애다.
더 이상 관찰할 가치가 없다. 블랙맘바는 밤송이 크기의 돌멩이 네 개를 주워들었다.
슝 슝- 돌멩이가 줄지어 날아갔다. 돌멩이가 만들어 낸 결과가 총탄보다 더 끔찍했다.
단단한 돌덩이가 두개골과 접촉하는 순간, 축적된 운동에너지를 쏟아냈다. 두개골이 박살난 게릴라 넷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빳빳이 서있던 시체 네 구가 일시에 풀썩 무너졌다. 군복을 입은 이상 피할 수 없는 살생, 죽음의 천사가 베풀 수 있는 자비는 고통 없는 즉사다.
경계병을 간단히 제거한 블랙맘바가 후방의 보마로 접근했다. 땅속에 엄폐된 보마는 저격이 불가능하다. 보마 역시 두 명이 은신 중이다. 나뭇가지와 덩굴로 위장된 보마 덮개는 코앞에서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교했다.
소리 없이 접근한 블랙맘바가 뚜껑을 벌컥 들어올렸다.
“유써야후?(누구야?)”
갑자기 빛이 쏟아지며 시커먼 총구가 쑥 밀려들자 잠복조는 기겁을 했다.
“네우뚜 카르쉬!(조용히 나와!)”
블랙맘바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아랍어다.
흑인 둘이 멍한 얼굴로 총구를 응시했다. 블랙맘바가 총구로 가슴을 쿡 찔렀다. 화들짝 놀란 경계병이 보마에서 기어 나왔다.
퍽- 퍽- 관자놀이를 파무스 개머리판으로 찍힌 흑인 둘이 풀썩 무너졌다.
-쫄따구, 처리했나?
-기럼 조용히 처리했디.
-첫 번째 초소로 오도록.
-알았슴메.
잠시 후 나타난 선우현이 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에 백인 여성 나체 브로마이드가 들려있다. 한쪽 귀퉁이가 피에 젖었다.
“그건 왜 들고 왔나?”
“내래 아직 총각임메. 이거이 돈 주고도 못사는 보물이디.”
“허이구 퍽이나!”
블랙맘바가 뒷목을 움켜쥐었다.
“보초 아새끼들을 돌멩이로 까서 죽였슴둥?”
“총알도 아까운 놈들이다.”
선우현은 가슴이 서늘했다. 현장을 보고도 믿지 못했다. 두개골이 박살난 시체와 피 묻은 돌멩이.
그는 새삼 눈앞의 젊은 용병이 죽음의 천사임을 실감했다. 적으로 판명되면 가차 없는 존재가 블랙맘바다. 순진한 모습, 생명을 아끼는 평소의 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쫄따구!”
“헉, 놀래라. 와 그라네?”
“예네 들 말 할 줄 알지?”
“그거이 보통이지. 내래 5년을 깜둥이들과 굴렀디.”
“놈들의 쪽수와 무장을 확인해.”
“내 특기 앙이겠어. 간단히 알아내겠슴메.”
선우현은 기절한 게릴라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사정없이 손등 쪽으로 밀어젖혔다. 뚜둑- 관절낭이 찢어지며 하얀 뼈가 손바닥을 뚫고 튕겨 나왔다.
“끄으윽!”
기절해 있던 게릴라가 깨어나 몸부림을 쳤다. 선우현의 억센 손이 포로의 상하악골을 움켜쥐었다.
쉿- 선우현이 손가락을 자기 입술에 대 보이고 양쪽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바디 랭귀지는 어디서나 통했다.
코피가 터지고 입안이 찢어진 게릴라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선우현이 다시 손가락을 움켜쥐자 사색이 된 게릴라의 입이 빛의 속도로 벌어졌다.
“전체 인원은 760명임메. 현재 기지에 남은 인원은 460명, 나머지는 1군 지원차 코로타로로 이동했다 함메. 외곽 경계 초소 여섯, 기관총 진지 넷, 박격포와 야포가 있다고 함메.”
“젠장, 야포까지?”
블랙맘바는 인상을 찌푸렸다. 볼 것 없이 카다피가 선물했다. 석유를 팔아서 돈이 많다보니 주변의 땅을 엄청 탐내는 놈이다. 대구경 야포는 그로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주변에 다른 부대는?”
“없슴메.”
“중화기 내역을 알아 봐.”
손가락을 세 개나 꺽은 다음 선우현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새끼래 고조 아는 게 없슴메.”
선우현이 다른 포로를 끌고 왔다.
이미 정신을 차리고 있던 게릴라는 손가락을 꺾기도 전에 술술 불었다.
“박격포는 62mm 여섯, 82mm 네 문, 야포는 85mm 두 문 있슴메. 소련제 85mm야포라면 BC-3전차포임메. 곡사포로도 사용할 수 있지비. 이거 가동되면 곤란함메. 포탄 무게만도 15kg이 넘어. 이차대전때 쓰던 고물이지만 월남전에서도 북베트남군이 잘 써먹었지비. 기관총은 그냥 많다고 함메.”
“좔좔 읊는구나.”
“기럼, 내래 소련제 무기는 빤하지비.”
더 이상 털어낼 정보가 없다.
“보내줘”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쉬익- 흰빛이 번쩍했다. 선우현이 대검으로 공포에 떠는 포로의 목젖을 잘랐다.
손가락을 꺾고, 목젖을 자르는 수법은 블랙맘바 역시 자주 쓰는 수법이다. 특수부대원이 하는 짓은 비슷하다. 고문술과 살인술이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전초를 모두 제거한 블랙맘바와 선우현은 숲을 돌며 지형과 환경을 익혔다. 전장 분석이다. 준비가 철저하면 철저할수록 생명이 보전될 확률이 높아진다.
선우현의 눈이 번쩍했다. 가뭄으로 숲이 바싹 메말랐다. 죽은 나무도 많다. 프롤리나트를 숲으로 끌어들여서 소이 수류탄을 투척하면 통구이를 만들 수 있다.
선우현은 수백 명의 게릴라와 정면으로 맞장 뜰 생각이 손톱만치도 없었다.
“와킬, 화공이 어케슴둥?”
“싸가지 제갈량처럼 막 돼먹은 짓을 할 수야 있나.”
블랙맘바는 입맛을 다셨다. 화공은 솔깃한 제안이지만 인간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작전이다.
적벽대전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조조의 군대가 주둔한 장강 북쪽은 호북성 홍호 인근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다.
속없는 사람들이 적벽대전을 칭송하지만 크게 번진 불로 인해 타죽은 죄 없는 주민의 억울한 죽음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무기를 든 군인이야 죽어도 할 말 없지만 숲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원주민은 죄가 없다.
내 편의를 위해 죄 없는 주민을 소사(燒死)시킨다면 그거야 말로 칸마의 행위다. 둠브레이 숲은 보루꾸 남부와 바타 북부의 드넓은 황무지에 외로이 존재하는 숲이다. 귀중한 숲을 불태워 없애는 만행을 저지르면 자신은 진짜 칸마가 된다.
역사적으로 승리를 얻기 위해 별 꼴값을 떨어댄 인물이 많지만 자신은 용병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살육을 저지르는 용병이지 악귀가 아니다.
블랙맘바는 드라구노프 탄창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포켓에 탄창 2개, 탄입대에 6개, 잡낭에 4개가 들어있다. 20발 탄창 12개면 240발이다.
스나이퍼가 보유한 실탄 양으로는 무지막지한 숫자다. 그래봐야 총탄 숫자보다 게릴라 숫자가 더 많은 엿 같은 상황이다. 백팩에 예비탄환 600발 포장이 들어있지만 긴박한 전투 상황에 돌입하면 삽탄할 틈도 없다.
블랙맘바는 늘 그렇듯 탄환 숫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어차피 숲속으로 끌어들이면 파무스를 사용하게 된다. 파무스 탄창은 30발 들이 10개가 잡낭에 준비되어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총탄이 떨어지면 적의 무기를 탈취해서 사용하면 된다. 돌멩이도 자신의 손에 쥐이면 훌륭한 살상 무기가 된다.
“땀 좀 빼러 가 볼까나.”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를 어깨에 걸치고 벌떡 일어났다. 선우현이 화들짝 놀랐다.
“니 보라우. 화공은 생각해 보았슴메?”
“화공은 안 돼. 북쪽 숲으로 번지면 수백 명의 원주민들이 빠져나갈 틈도 없이 타 죽는다.”
“그거이 남조선식 인도주의입네까?”
“인간의 도리다.”
“일면식도 없는 원주민을 걱정할 이유래 있습네까?”
선우현은 화공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블랙맘바가 선우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빨갱이는 달리 빨갱이가 아니다. 육이오를 일으켜서 동족 수백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종자가 빨갱이다. 선우현 역시 불에 타죽을 수많은 원주민은 염두에 들어있지 않다.
“어케 삐딱하니 봄둥?”
“쫄따구, 나와 함께하려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한다는 레닌식 사고방식을 빨리 털어야 한다. 인간의 조건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들어있지 않다.”
“알았슴메.”
보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선우현은 썩 마음에 와 닿지 않았지만 일단 수긍했다.
“정찰도 끝나지 않았는데 대낮에 치려고 함메.”
“정찰은 끝났다. 더 이상 꾸물대다간 구쿠니 군에게 뒤를 잡힌다. 박살내고 통과한다.”
“지금 박살내고 통과!”
선우현이 입을 딱 벌렸다
단 두 명이 대낮에 중화기를 갖춘 적의 본부를 친다고?
미쳤다는 말이 혀끝에 걸쳤지만 꿀꺽 삼켰다.
암살이나 화공은 가능성이 있지만 정면 공격은 그야말로 이란격석이다. 막무가내로 치고 나간다니 식겁할 노릇이다.
“니보라우, 본부에 남은 숫자만 대대 급이야. 정신 나간 거 아이지비.”
“의지와 능력이 갖춰지면 400명이든 500명이든 숫자에 불과하다. 죽자고 하면 살 것이요 살자고 하면 죽는다.”
“야포까지 준비된 놈들임메. 차라리 야간에 암살을 하자우. 다른 용병들은 처자빠져 있는데 어케 서두를 리유래 없슴메.”
블랙맘바가 눈을 부릅떴다.
“쫄따구는 입이 필요 없어 귀만 활짝 열어두면 돼. 허접한 게릴라 몇 백 명이 두렵나? 나미르 별명이 부끄럽지도 않나?”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풀 사이를 빠져 나갔다.
선우현은 혀를 찼다.
“쩝, 화를 내니 끼니 살벌하구먼. 내래 와킬 같은 괴물이 아임메.”
모진 놈 옆에 있으면 벼락을 맞는다더니 요단강을 건너게 생겼다.
“와킬, 와킬, 니보라우.”
앞서가는 블랙맘바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에이 썅!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나도 미쳐 보자우.”
자포자기한 선우현이 급히 뒤쫓았다.
막혀있던 시야가 갑자기 툭 터졌다. 블랙맘바가 손을 들었다. 뒤따르던 선우현이 몸을 바짝 낮추었다.
블랙맘바와 동북부 사령부 기지 사이를 넓고 깊은 와디가 가로막았다. 언제일지 모를 과거에 강이 흘렀던 흔적이다. 폭이 200미터에 달하는 천연 해자인 셈이다. 놈들이 이곳에 주둔지를 세운 이유가 천연 방벽인 와디 때문일 것이다.
“부지런한 놈들일세.”
계곡 양쪽이 말끔히 사계 청소가 되어 있다.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했다. 은신 위치에서 사령부까지 400m가 넘는다. 기가 막힌 방어 지형이다.
쌍안경을 들여다보던 선우현이 투덜거렸다.
“이거이 만만치 않슴메. 보이는 것만 야포 진지가 넷, 기관총 진지가 셋, 막사가 열일곱 채나 보임메.”
“중령 계급장을 단 놈이 보인다. 배식을 할 모양이군,”
응안을 가진 블랙맘바에게 400m는 지척지간이다. 망원경이 필요 없다.
토코 툼 제3군 사령부와 비슷한 규모다. 아니 막사는 더 많다. 나무로 벽체를 세우고, 갈대로 지붕을 덮은 막사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규모로 봐서는 1000명 이상이 주둔하는 기지다. 지프 차량이 세대, 바이크 스무 대, 건물 한쪽에 낙타가 열 마리 정도 보였다. 목책 울타리를 따라 기관총이 배치되어 있다.
“헛!”
선우현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넨장, 땅끄가 있슴메. 11시 방향 막사 뒤쪽을 보기요.”
“음, 포신과 궤도가 쪼매 보이는 구마. 포신 크기로 볼 때 T-34인가?”
“그렇슴메, 76.2mm활강포, 7.62mm DT기관총을 갖춘 골동품임메.”
“로스케가 오만 대나 생산했다더니 여기까지 흘러왔구마. 쪼매 골치가 아프네.”
블랙맘바는 난감했다. 탱크가 전차포를 쏘며 추격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아무리 골동품이지만 오프로드 시속40km를 낼 수 있는 놈이다. 기관총 두 정도 위협적이다.
“혹시 전시용일지도 모름둥.”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소련이 퇴출시킨 골동품 땅끄를 제3세계에 무상 공여를 했슴메. 세월이 흘러서 부속품도 부족하고, 탄약도 부족해서 위협용으로 배치해 두는 경우가 많슴메.”
“두들겨 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