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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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9
그는 항상 일단 행동하고 말한다.
블랙맘바는 위험도에 따라 타격 순서를 정했다.
전차를 수류탄으로 깔 수는 없다. 위험도로 따지면 살상 반경이 넓은 야포가 우선이다. 85mm포의 최대 살상 반경은 30m다. 한번의 도약으로 위험 범위를 벗어나기 곤란한다. 야포 진지를 먼저 해결하고, 기관총을 무력화시키면 소총은 별것 아니다.
프롤리나트가 텅 비워둔 400m거리는 스나이퍼에게 오히려 유리한 설정이다. 한바탕 두들겨 맞고 와디를 건너올 즈음이면 병력 절반은 쓸려 나간 상태가 된다. 전투의 승패는 얼마나 빠른 시간에 최대의 피해를 강요하느냐다.
블랙맘바가 서브 백팩에서 수류탄을 주섬주섬 꺼냈다.
보고 있던 선우현의 눈이 커졌다.
“그거이 어케 하자는 거임메.”
부비 트랩용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선물!”
“머이 어드레? 여기서 사령부 건물에 던지겠다고?”
“당연하지.”
“당연?”
선우현은 억이 막혔다.
400미터는 소총 유효사거리 밖이다. 수류탄은 당연히 손에 쥐고 팔 근육으로 던지는 투척 무기다. 통상 투척 거리는 30m에 불과하다. 자신이 상완골 골절을 감수하고 던지면 50m까지 던질 수 있다.
수류탄 중량은 700g내외로 800g인 투창 무게와 비슷하다. 올림픽 투창 기록은 대략 90m내외다. 로마군이 가죽 끈을 이용해서 200m까지 투창을 날렸다지만 믿기 어렵다.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개념이 잡히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괴물임은 인정하지만 그도 인간이다.
상대는 중화기를 갖춘 대 병력이다. 현대전은 화력전이다. 장비가 장팔사모를 들고 장판교에서 설치던 시대가 아니다. 자신이 가세해 봐야 조족지혈이다.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졌다.
‘49호같으니, 떼 싸움에 재미들렸슴둥.’
그는 튀어 나오려는 말을 꿀꺽 삼켰다. 피똥 싸도록 맞은 기억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49호는 북조선에서 정신병 환자를 격리 수용하는 병동이다.
선우현이 백팩에서 야전삽을 빼 들었다.
엄폐물인 바위가 시원치 않았다, 참호를 파려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블랙맘바가 선우현을 말렸다.
믿을 수 없는 광경 벌어졌다.
블랙맘바의 발밑에서 먼지가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아니 흙과 돌이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탕가에서 매몰시킨 픽업을 끌어낼 때 보았던 모습이다. 블랙맘바의 몸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한 번 본 장면이지만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크레모아는 뒀다 국 끓일 거야?”
“알았슴메.”
제정신을 차린 선우현이 백팩에서 크레모아 여섯 세트를 꺼내들고 사라졌다. 잠시 후 돌아온 선우현이 공격 포인트 이동을 요청했다.
“이동합세. 이곳은 공격 지점으로 적합지 않슴메.”
“하긴, 바위 몇 개론 엄폐가 곤란하겠어.”
선우현이 수류탄을 고구마 담듯이 백팩에 수납하고 일어섰다.
선우현이 재설정한 은폐 지점은 엄폐. 은폐가 용이한 바위 구릉지였다. 전장 전투력 분석은 장교 영역이다. 블랙맘바가 취약한 부분이다.
블랙맘바의 전투력은 사기적인 신체 능력에 기반을 둔 암살과 스나이핑이다. 종합적인 전략, 전술에는 한계가 있다. 정찰국 소좌인 선우현이 블랙맘바가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주었다.
선우현은 새총처럼 갈라진 바위틈에 미니미 양각대를 설치하고 스코프를 장착했다. 블랙맘바가 잔소리를 했다.
“겨우 400미터 거리에 무슨 스코프여. 그냥 갈겨.”
“에미나이처럼 웬 잔소리네.”
선우현이 투덜거리며 백팩에서 탄통을 꺼내 쌓았다. 미니미 총신이 녹으라고 쏴대야 할 판이다.
“답답해서 그러지.”
“어케 깝치네. 야간 기습이 훨씬 유리하지 않슴메.”
선우현이 다시 야간 기습을 꺼냈다.
“야간 기습을 할 거면 당신을 데리고 오지도 않았어. FAP가 잔뜩 독이 올랐어. 뒤통수가 근질거려서 빨리 치고 빠져 나가야 하거든.”
“그렇긴 하지만 내래 당최 어케 하자는 건지.”
추적대는 자신이 교관으로 있던 구쿠니의 제 1군이다. 1군 3연대 출동 목적은 한가지다. 프랑스 특공대의 격멸이다. 상황이 급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불안해 죽을 지경이다.
“허이구 저 자식들 점심을 먹네. 우리는 쫄쫄 굶고 있는데 말이여.”
블랙맘바가 천중에 박힌 해를 쳐다보며 한가한 소리를 했다. 도대체 긴장감이라곤 벼룩 뒷다리만큼도 없는 인간이다.
선우현이 미니미 스코프를 들여다보았다.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에서 까만 얼굴들이 무더기로 몰려 나왔다. 건물 앞에 놓인 커다란 드럼통에서 허연 김이 솟아올랐다.
“기델리(Githeri)를 처먹고 있슴둥. 팔자가 좋은 놈들이디.”
“존만이들이 카레 냄새까지 풍기고 지랄이야.”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기델리는 콩과 옥수수를 함께 넣어서 푹 쪄낸 요리다. 다진 야채, 감자, 카사바, 카레, 고기등 추가되는 부재료에 따라 고급 음식이 되기도 한다.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중남부의 원주민들이 주로 먹는 음식이다.
차드인 들은 점심이란 개념이 없다.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를 먹는다. 일부 부유 계층만이 세끼를 챙겨 먹는다. 선우현이 팔자 좋다고 할만 했다.
“세상은 본래 울퉁불퉁 한 거여. 하긴 먹고 죽으면 때깔이 나겠지. 그래야 내 마음이 덜 아프다 아이가.”
정상적인 공격이라면 RPG나 박격포를 날려야한다.
블랙맘바의 전투 방식이 아니다. 포격은 저격에 비해 살상 효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도트 폭격을 하거나 클러스터 탄을 투발하지 않는 한 포격을 통한 인마 살상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베트남전을 상기해보면 극명하다.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다시 수류탄을 꺼내기 시작했다.
선우현의 눈이 커졌다. 이미 늘어놓은 수류탄이 한 박스 분량이다. 블랙맘바는 준비한 세 박스 중에 두 박스 분량인 48개를 꺼내고서야 백팩을 정리했다.
“어케 할 거임둥?”
선우현이 여러번 던지는 질문이다.
“아까 말했다. 선물은 직접 주는 게 좋다.”
“무시기 소리임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어어!”
선우현이 화들짝 놀랐다.
블랙맘바가 안전핀과 안전 고리를 뽑아냈다.
쉐엥- 손을 떠난 수류탄이 포탄처럼 날아갔다. 400미터가 단숨에 단축되었다. 선우현은 눈을 부릅뜨고 까만 점이 되어 사라지는 수류탄 뒤꽁무니를 노려보았다.
400미터면 비행시간만 3~4초는 걸린다.
블랙맘바는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즉시 투척하기 시작했다. 수류탄이 줄지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투척한 수류탄이 폭발하기도 전에 다섯 개가 날아갔다. 쾅- 첫 번째 수류탄이 야포 진지를 정확히 때렸다. 꽝- 뒤이어 엄청난 폭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우와!”
선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역시 인간이 아니다.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수류탄이 85mm전차포의 장약 통을 강타했다.
105mm 이하의 경포에 사용되는 포탄은 탄환과 탄피가 분리되어 있다. 포격시 사거리에 따라 탄피 속에 지정된 장약을 투입하고 탄환과 결합한 후 포신에 장전한다.
장약은 습기에 약하므로 별도로 밀봉된 박스에 보관한다. 포격 연습중인지, 게으름 탓인지 프롤리나트군이 장약을 포가 옆에 방치해 두었다.
쿠르릉- 유폭된 장약이 야포는 물론 근접한 트럭 3대와 막사를 날려 버렸다. 그 서슬에 낙타 30여 마리가 천방지축으로 병영을 뛰어다녔다. 개중 몇 마리가 식사중인 프롤리나트 병사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난장판이 벌어졌다. 선우현은 기가 막히는 상황에 미니미를 잊어버렸다.
뒤이어 줄줄이 날아간 수류탄이 야포 진지와 기관총 진지를 박살내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야포 진지 넷, 기관총 진지 다섯이 무력화되었다. 연이어 막사와 식당, 차량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선우현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손에서 기관총이 빠져 나간 것도 몰랐다.
“저거이 자동유탄발사기 저리 가라네. 내래 인간이 아니라 악마 괴춤을 잡았슴둥.”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인간의 신체구조로 400미터를 던질 수 없다. 400미터를 던지더라도 저격하듯이 표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없다. 인간의 동체 시력은 0.5초 이내에 타격 지점을 선별할 수 없다.
블랙맘바는 ‘없다’의 연속을 행동으로 ‘있다’로 바꾸었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집에서 나눌 이야기 거리도 못된다. 목격담을 들으면 정신병자 취급받기 딱 좋다.
“인간이 아니니까!”
결국 선우현도 그렇게 결론지었다.
블랙맘바는 수류탄 공격으로 두 번 재미를 보았다.
코로뭉가에서 하비브의 3군 사령부를 박살내고, 탕가에서 하다드 대대 주둔지를 박살냈다. 이번에도 수류탄은 최고의 효과를 냈다. 진작 써먹지 못한 머리가 한탄스러울 정도였다.
노출된 지원화력과 병력 밀집 지역을 쓸어버린 다음엔 소이 수류탄이 줄줄이 날아갔다.
펑- 펑- 소이 수류탄 폭발음은 세열 수류탄과 다르다. 공중에서 펑하고 터지면 하얀 백린 연막이 쏟아지며 주변을 불구덩이로 만든다.
수류탄 40발과 소이탄 6발을 얻어맞은 프롤리나트 동북 사령부는 연옥으로 변했다. 사방이 불타고, 탄약과 기름이 유폭을 일으키는 굉음이 연이어졌다.
프롤리나트 제3군 소속의 압바스 대대는 대 혼란을 일으켰다. 불타오르는 막사에서 병력이 개떼처럼 튀어 나왔다. 수류탄에 직격당한 식당 건물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식사를 하느라 병력이 몰려있다 보니 인명 피해가 가중되었다. 블랙맘바가 공격 개시한지 일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칸마다!”
“악몽의 저주다.”
식기와 총을 집어던지고 도망가는 놈이 전부다.
화마와 아우성, 폭음에 선우현은 넋을 잃었다. 이건 괴물의 전투다. 나름대로 열심히 짠 전술과 상식은 쓸모가 없어졌다.
블랙맘바가 사헬 전역에 칸마로 소문난 이유를 알만했다.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버린 인간이다. 그를 이용해보려고 했던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새삼 깨달았다.
“뭐야!”
꽝- 제대로 군복을 갖추어 입고, 중령 계급장을 단 지휘관이 문을 박차고 막사에서 튀어나왔다. 식사를 즐기던 압바스 중령이다.
퍽- 얼굴을 스친 파편이 문설주에 박혔다. 후발풍이 쏵 지나갔다. 압바스는 반사적으로 막사 안으로 다시 튀어 들어갔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고함을 쳤지만 대답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병사들과 낙타가 뒤섞여서 미친 듯 뛰어다니고, 땅바닥에 시체가 즐비했다.
막사란 막사는 전부 반파되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공격하고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칸마다.
“칸마다. 엄폐하라. 반격하라.”
압바스가 권총을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막사 안에서 지르는 고함을 들을 병사도 없거니와 지휘관의 권위가 먹힐 상황도 아니었다.
수류탄을 몽땅 소모한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를 잡았다. 현재 사용 중인 드라구노프는 세 번째 맞은 애인이다. 속사 저격에 총열이 버티지 못했다.
캉 캉 캉 캉-
블랙맘바의 속사 저격이 시작되었다. 막사에서 튀어 나온 병력이 우수수 나둥그러졌다.
스코프를 들여다보던 선우현은 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인간이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지는 현실감 없는 장면이 렌즈를 채웠다. 본 적도 없고, 상상도 못해 본 장면이다. 저격총을 기관총처럼 갈기는 스나이퍼가 존재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무섭다!’
머릿속에 무섭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선우현 역시 정찰여단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특급 저격수다. 정찰여단의 스나이퍼 훈련은 살인적인 강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신체구조상의 한계는 훈련으로 극복할 수 없다. 스나이퍼가 0.5초 간격으로 방아쇠를 당길 수는 없다. 블랙맘바라는 인간은 껍질만 인간 형상을 빌렸지 인간이 아니다.
꽝- 수류탄 한 발이 지휘관 막사 지붕에서 폭발했다. 파편과 쇄설물이 막사 안으로 확 쏟아졌다. 압바스는 자의반 타의반 아수라장으로 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