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5
x 15
제3장 콜네임 블랙맘바2
클레망소의 전투 정보실(CIC)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왜 안 된다는 거냐? 비행갑판이 265m란 말이다. 갑판과 캐터펄트가 C-130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단 말이다.”
상륙 전대장 루브릴 중령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안됩니다. 클레망소는 만재 배수량 33,000톤에 불과합니다. 니미츠급이 아니란 말입니다.”
“클레망소에 C-130이 착함한 전례가 없습니다. 캐터펄트가 엉덩이를 걷어차도 뚱뗑이 배달부는 충분한 이륙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이봐 중위, 양키는 잘도 하더만. 양키 따위가 하는 일을 우리 프랑스가 하지 못할 리 있나? 당장 갑판 정리해.”
“공수 대원 100명을 싣고 바다에 처박히는 드립을 보고 싶습니까?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상륙 작전을 세운 닭대가리가 누굽니까?”
갑판 사관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페탱 중위는 쥐뿔도 모르면서 우기는 중령을 걷어차서 바다에 처박고 싶었다.
루브릴 중령은 열이 뻗쳤다. 그 닭대가리가 바로 자신이다. 해보지도 않고 깐죽대는 중위를 바다에 처박고 싶었다. 필사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장교의 체면을 지켰다.
“이봐, 리프트로 C-130을 격납시키자는 게 아니잖아. 리프트 능력이 부족한 건 나도 알아. 착함과 이함만을 할 거란 말이야.”
“아무튼, 안됩니다. 허큘리스를 꼭 사용하려면 본관을 짜르세요.”
페텡 중위는 항모 이착륙 시스템을 개뿔도 모르는 루브릴 중령의 고집에 뒷목을 움켜잡았다. 두 사람의 다툼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루브릴 중령은 급해졌다. 병력을 육상 이동시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작계대로 병력을 상륙시키지 못하면 군법회의감이다.
C-130은 항속거리가 6,000km 이상이다. 카메룬 근해에서 항모 이륙을 하면 은자메나 외곽 기지까지 재급유 없이 왕복할 수 있다. 허큘리스의 항속거리만 생각하고 덩치를 계산에 넣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갑판 사관을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되지엠 랩 파병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클레망소의 전투 정보실(CIC)에 부속된 회의실에 되지엠 랩 연대장 필립 대령, 작전참모장 루이 중령, 4중대장 삐에프 대위, 작전참모 뻬당 소령, 연대장 부관 아르망 중위가 자리했다.
“나도 이젠 나이를 못 속이는 모양이야.”
필립 대령이 루이 중령을 쳐다보며 투덜거렸다. 작전참모장은 그냥 미소만 지었다. 연대장은 벌써 세 번째 투덜거리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필립 대령은 피로와 스트레스로 뻣뻣해진 얼굴을 두 손으로 훑어 내렸다. 거의 한 달간 계속된 작전 회의와 브리핑, 전술 시뮬레이션과 산더미 같은 보고서에 진절머리가 났다. 10년은 늙어 버린 기분이다.
“아르망 얼마 남았나?”
“말라보 해안 10km 지점까지 두 시간 남았습니다.”
“그럼 대충 결론 내고 밥이나 먹자고.”
테이블에 앉은 스텝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필립 대령은 이 빌어먹을 회의 테이블을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 리엔필드(2차대전 당시 영국 소총으로 용병들이 많이 사용했다.)를 들고 돌격하던 30년 전의 알제리 전투가 그리웠다.
이번 차드 작전은 한 마디로 꽁(con, 바보)이다. 적을 격멸하라는 것도 아니고, 항복을 받아 오라는 것도 아니다. 연대를 은자메나 기지에 전개해서 치안을 확보하라는 임무다. 되지엠 랩이 치안 유지라니, 개가 웃을 노릇이다.
문제는 비밀리에 내려온 작전 명령이다.
[프롤리나트 11인 위원회 마쿰보 위원을 구출해서 은자메나로 귀환하라.]필립이 공정여단으로부터 받은 황당한 작전 명령이다. 필립은 어이가 없었다. 똥배 나온 늙은이를 빼내려고 항모까지 동원했단 말인가.
마쿰보의 별명이 학살자다. 마쿰보의 군대가 덮친 지역은 풀뿌리도 남지 않았다. 도살자라 불리는 하비브 놈과 다를 바 없는 놈이다. 하루가 멀다고 주민을 강간, 납치, 학살하던 놈을 보호하라고!
그것도 반군 세력 깊숙이 들어가 놈을 정중히 모셔 오라는 명령이다. 그때부터 필립 대령은 삐딱해졌다.
프롤리나트는 FAP를 주축으로 모인 군벌 연합체다. 현재 프롤리나트는 차드 정부군인 FAN보다 세력이 강성하다. 마쿰보는 프롤리나트를 움직이는 11인 위원회 서열 6위의 거물이다.
필립이 투덜거릴 때 DGSE 해외작전국에서 긴급 첩보가 날아들었다. 마쿰보가 휘하 조직원을 이끌고 남하 중이며 FAP가 추적 중이라는 첩보다.
회의가 급물살을 탔다. 작전참모 뻬당 소령이 브리핑용 대형 지도를 펼쳤다.
“오늘 회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마쿰보가 프롤리나트를 배신했다는 첩보 확인, 둘째는 차드 호 북쪽 사헬벨트를 차단하고 있는 프롤리나트의 눈을 피할 방법입니다. 현재 북쪽의 티베스티주는 프롤리나트의 안방이 되었고, 카넴주 북부도 놈들의 영향권에 들어갔습니다.”
“뻬당, 마쿰보를 추적하는 병력이 어디 소속인가?”
“도살자 하비브 군입니다.”
필립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프롤리나트 군벌 중 하비브는 대표적인 매파로 잔인한 놈이다. 그놈의 휘하 병사들도 주인을 닮아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하이에나들이다.
“프롤리나트 주력군이군. 골치가 아파. DGSE 놈들이 보낸 정보 출처는 어딘가?”
“북부 오아시스 도시인 파야 라르고에 깊숙이 박힌 블랙 슬리퍼로부터 받은 정보입니다. DGSE에서는 정보의 신빙성을 80%로 보고 있습니다.”
레종 에뜨랑제는 자체 정보 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작전에 들어가면 DGSE의 정보를 토대로 움직인다.
“혹시 그놈들이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우리 뒤통수를 친다거나 말이야.”
“우리 측 슬리퍼 보고로는 마쿰보군과 하비브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답니다. 역정보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필립은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 프롤리나트 군벌은 11개다. 각 위원이 모두 자신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DGSE는 프롤리나트 총 병력을 15,000명 내외로 추산했다.
필립 대령은 DGSE와 공정여단 작전 참모부가 기획한 작전 계획에 회의적이었다. 작계 골자는 소대 단위 특공대 4개를 투입하여 반군 진영을 최대한 교란시키는 것이다. 그 틈에 마쿰보를 빼내겠다는 계획이다.
차드 중북부 카넴주와 보르쿠주는 프롤리나트 반군 세력권으로 넘어갔다. 소수 특공대로 반군 세력권 깊숙이 들어가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아무리 되지엠 랩이 정예 공수부대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작전이다. 30명씩 4개조로 투입된 특공대는 광대한 북부 황무지에서 녹아 버릴 공산이 컸다. 전투 손실 이상으로 익숙지 못한 아프리카 북부의 열악한 환경이 더 문제다. 게릴라보다 더 무서운 적이 더위와 추위, 질병이다.
“연대가 기갑을 앞세워서 통째로 밀고 올라가면 어때?”
필립의 과격한 발언에 빼당이 질겁했다.
“대장님, 카넴 북부 사헬에 전개된 FAP 놈들만 5,000명입니다. 게다가 리비아 공군이 카넴 북부와 보로쿠 전역을 초계하고 있습니다. 리비아가 개입할 빌미를 주게 되면 대장님이나 저나 연금 받을 생각은 말아야 합니다.”
“뭘 그렇게 놀라나. 답답해서 농담 한 거라고.”
필립이 실실 웃었다. 빼당 소령은 연대장의 뒤통수를 권총 손잡이로 으로 찍어 버리고 싶었다.
“대형 군사 작전을 펼 수 없다면 소수 정예 저격조를 투입해야 합니다.”
저격 중대장 삐에프 대위의 말에 필립 대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넨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되지엠 랩이 막강하지만, 람보는 아니야. 소대 병력이던 중대 병력이던 사헬에서 녹아 버릴 거라고.”
“그렇다고 탱크와 항공기를 밀어 넣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당장 북극곰이 참전할 빌미를 주게 될 겁니다. 카넴주와 보루쿠주, 티베스티주를 합치면 프랑스보다 더 넓습니다. 놈들의 그물은 곳곳에 구멍이 난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그 틈을 비집고 소수 저격조를 밀어 넣으면 가능합니다.”
삐에프는 물러서지 않았다. 람보는 없지만, 람보보다 더 막강한 블랙맘바가 있다. 자신을 소령으로 만들어 줄 블랙맘바 말이다. 삐에프가 열을 올렸지만, 필립 대령은 무덤덤했다. 삐에프는 전공을 올리기 위해라면 자신의 손가락이라도 씹어 먹을 놈이다.
“빌어먹을 카다피가 놈들에게 사막 바이크 2,000대를 지원했다는 첩보가 있어. 두더지 같은 놈들이 기동성까지 확보한 거지. 사하라의 도마뱀이 타조가 되어 버렸다고. 엄폐물이 없는 사막에서 기동력을 확보한 놈들에게 포위당하면 아무리 우리 특전대라도 용빼는 재주 없어. 그리고 놈들은 바보가 아니야. 대부분 병력이 카넴과 보루쿠 경계에 몰려 있을 거라고. 루이, 자네 생각엔 놈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 같나?”
연대장이 작전참모장 루이 중령을 쳐다보았다.
“놈들은 넓은 사헬 벨트를 커버하기 위해 소대나 분대 단위로 정찰 활동을 할 것입니다. 그들 상호 간에 연계가 가능한 거리를 유지해서 말입니다. 거점에 바이크를 은닉해서 집단 운용한다면 놈들의 치고 빠지기 작전에 우리가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필립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도대체 시원한 결말도 없고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음, 대규모 병력을 전개 시키면 카다피와 북극곰이 얼씨구나 발을 담근다 이거지. 카다피가 혁명 수비군을 본격적으로 밀어 넣으면 골치가 아파져. 미치겠네. 마쿰보는 지금 어디 있나?”
“DGSE 정보로는 보델레 저지에 은신 중입니다. 대부분의 호위대를 잃고 FAP촉각에 걸릴까 봐 자라 새끼처럼 목을 집어넣고 있답니다.”
루이가 대답했다.
“좋아, 마쿰보 놈의 배신은 확실해 보이는군. 뒤통수 맞을 염려는 없겠어, 그놈의 군대는?”
“2개 소대 규모의 호위대는 하비브 군과 부딪혀 괴멸 상태라고 합니다. 별도로 움직인 본대의 인원은 670명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들은 차드 호 서북방으로 남하 중입니다. 현재 마오(Mao)북방 200km지점까지 진출했습니다.”
“AFP 가 아직 눈치 못 챘나?”
“아직 충돌은 없지만 마쿰보가 고립된 상태입니다.”
“눈치챘구먼. 하비브 군의 무장 상태는 어떤가?”
아르망 중위가 테이블에 놓인 파일을 확인했다.
“기갑은 없지만 BTR152를 십여 대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전차 로켓을 비롯해 상당수의 소련제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BTR152는 소련이 1950년대에 만든 깡통 장갑차다. 특별한 노하우 없이 ‘닥치고 장갑 두르기’라는 소련식 정신에 따라 만들어졌다. 허술한 초기 장갑차라고 할 수 있다.
BTR152는 무장 보병 15명을 태우고 사막을 60km로 달릴 수 있다. 사막 전투에서 무시할 수 없는 기동성과 병력 수송 능력이다. 전면 장갑 13mm에 측면 장갑이 8mm다. 상부에 거치 된 7.62mm중기관총은 엄폐물이 없는 사막지형에서 보병에게 악몽이다.
한마디로 중기관총만 거치 된 깡통이지만 사막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치트키가 될 아이템이라는 이야기다. 이 소련제 깡통은 차드를 비롯해 대다수의 아프리카 빈국들이 소련으로부터 무상 지원받아 운용하는 실정이었다.
“BTR이라! RPG가 필요하겠군.”
“RPG까지도 필요 없습니다. 블랙맘바에게 열화우라늄탄이 지급되었습니다. 방어력이 약한 놈이라 블랙맘바의 실력이면 저격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놈들은 BTR을 앞세워 마을을 짓밟고 병력을 보충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건 마쿰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쿰보 부대도 남하하면서 마을을 습격해서 병력을 불리고 있습니다.”
루이의 보고에 필립은 모자를 벗어 테이블을 내리쳤다. 필립 대령은 자칭 양식 있는 신사다. 그는 아프리카의 지도자층을 낙타 똥보다 더 싫어했다.
“더러운 새끼, 그딴 놈을 모셔 오려고 내 새끼들을 모래 속에 묻어야 한단 말이야. 그놈을 꼭 구해야 하나?”
루이 중령은 연대장의 격한 반응에 목을 움츠렸다.
테이블 끝에 앉아서 듣기만 하던 DGSE 요원이 손을 들었다.
“대장님, 마쿰보는 차드 안정에 키가 될 인물입니다. 더 이상 작전을 늦출 수 없습니다.”
“미구엘, 입 닥쳐. 손발을 놀리는 건 우리고, 피를 흘리는 것도 우리야. 아니면 잘난 자네들이 뛰어들어 피를 흘리던가. 그딴 쓰레기를 모셔 오라는 DGSE도 그놈만큼이나 마음에 안 들어.”
필립 대령이 버럭 소리 질렀다. 그는 DGSE라면 무조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안티맨이다. 필립은 아프리카의 무지와 잔인함, 고단한 민중의 삶을 안타깝게 여기는 인물이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차드를 비롯한 아프리카 신생 국가들이 겪는 고통은 전적으로 서구 열강의 책임이다.
18, 19세기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제국은 앞다투어 아프리카를 침탈했다. 그들은 아프리카를 원료 보급지로 활용했다. 식민지의 자생력은 고려되지도 않았다. 식민지는 원료 공급지인 동시에 완제품 소비지였다. 한마디로 수탈 대상이었을 따름이다.
유럽 열강은 자의적으로 국경선을 그었다. 기존의 부족이나 지형지물, 인종, 종교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유럽 열강 상호간의 거래와 필요에 의해서, 현지인들을 용이하게 통치하기 위해서 국경선은 그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열강이 떠난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들은 종교적, 종족적, 민족적으로 잡탕이 되었다. 잡탕이 된 국가들은 하나같이 종교와 민족적인 이유로 서로 증오하고 피를 흘리는 내전에 휘말렸다.
그러나 필립뿐만 아니라 유럽의 그 누구도 아프리카의 고통이 그들의 침략과 수탈의 역사 때문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의 사전에 아프리카는 열등한 영혼이 거주하는 검은 대륙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