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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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11 ->여기까지 7권
블랙맘바는 안전장치를 해제한 수류탄 두 발을 발밑에 흘려놓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쾅하는 폭음과 비명, 아우성이 뒤쪽에서 빗발쳤다.
“하산 녀석은 지휘를 하는거야 마는거야.”
압바스의 속이 시커멓게 탔다. 무려 250명이 숲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칸마가 이끄는 용병대 숫자가 분대급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지휘관이 없다.
RPG와 기관총을 장비한 두 개 완편 중대다. 1개 분대따위는 침만 뱉어도 익사시킬 수 있다. 돌격하면 끝날 줄 알았던 전투가 15분이 지났지만 그칠 줄을 몰랐다.
“키딜리, 목을 잘라버리기 전에 똑바로 못하나.”
애꿎은 포병 지휘관을 갈구었지만 포술장인들 방법이 없다. 넓은 숲속에 적이 어디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무조건 쏘라니 대충 마음 가는대로 포탄을 날리고 있다.
“박격포반을 몽땅 끌고 숲으로 가라.”
“사령관님, 숲에서는 관측 제원을 뽑을 수도 없습니다.”
“끄응!”
사실이다. 사통장치가 따로 없는 30년 전의 박격포다. 목측이 불가능한 숲에선 무용지물이다.
“전초와 후초는 이미 당했겠지?”
“놈은 칸마입니다.”
그 한마디면 족했다.
전광석화같은 내습, 소름끼치는 정확한 타격과 말살, 흔적없는 퇴각은 칸마의 전매 특허다. 칸마와 부딪힌 해당 부대는 군사적인 전멸이 아니라 생물학적 전멸을 당했다. 전초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다.
“저주받을 놈, 납득이 안되는군.”
“사령관님, 타격을 받았지만 좋은 기회입니다. 칸마만 잡으면 사령관님은 하비브님의 후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부관의 부추김에 압바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놈은 이해 불가능한 존재다. 칸마와 맞붙은 지휘관은 예외없이 목숨을 잃었다. 하비브님까지 놈에게 당했다. 놈은 인간이 아니라 악령이다.”
압바스는 한바탕 몸을 떨었다. 칸마에 대한 두려움, 칸마를 죽이면 얻어질 엄청난 보상이 심중에 뒤섞여 뇌리를 어지럽혔다.
“돌격한 전사가 250명입니다. 전차를 투입하시지요. 아무리 칸마가 무서운 존재라도 전차를 어찌하지는 못합니다.”
“어차피 출동하려던 참이다. 부관, 전차를 출동시켜라. 1호는 내가 직접 타겠다. 속이 터져 못 참겠다.”
쿠르릉- T-34 두 대가 무지막지한 매연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키딜리, 부하들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라. 부비 트랩을 모두 작동시키고, 폭약을 보강 설치해라. 자랑스런 우리 투아레그족의 능력을 보여라.”
“병사들이 희생당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 새끼야, 병사는 보충하면 돼. 마을에 들어가서 도끼로 몇 놈 찍어버리면 나머지는 다 따라오게 되어 있어. 칸마를 죽일 수 있다면 악마에게 부하들을 몽땅 바쳐도 좋아.”
압바스가 눈을 부라렸다.
“옙, 알겠습니다.”
키딜리 소령이 부하들을 이끌고 숲으로 달렸다. 압바스는 전차에 올라탔다.
“칸마다, 저기 있다.”
일렁이는 풀을 포착한 병사가 고함을 질렀다. 투타타타- 병사가 지적한 위치에 총탄이 쏟아졌다. 퍽- 고함을 지른 병사의 뒷통수에 나무 송곳이 틀어박혔다. 송곳은 반대쪽에서 날아왔다. 놀란 게릴라들이 뒤돌아 서서 재차 총탄을 쏟아 부었다. 청파보를 시전한 블랙맘바는 이미 50m벗어나 다른 무리에 총탄을 퍼부었다. 블랙맘바가 은신했던 떨기나무 숲만 애꿎은 총탄을 뒤집어쓰고 갈가리 찢어졌다.
“으으, 칸마다.”
블랙맘바가 번쩍하고 사라져버리자 살아남은 게릴라들이 멍하니 악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청파보를 시전하는 블랙맘바는 무서운 속도로 전장을 휘돌았다. 퍽 퍽 퍽- 파무스가 초당 2발의 속사로 탄환을 쏟아냈다. 일개 작전조를 쓸어버린 블랙맘바가 번쩍 사라졌다.
‘삼십 미터에 다섯, 오십 미터에 다섯, 학습 효과가 빠른 녀석들이군.’
프롤리나트군이 잘 쓰는 미끼 작전이다. 동료를 미끼로 내놓고 공격 순간에 카운터를 노리는 작전이다. 유인해서 잡으려는 고육지책이지만 미끼 작전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후각과 청각, 기감만으로 AK소총 유효사거리 내의 인기척을 잡아 낼 수 있다. 100m 반경에 들어오면 인원수와 거리까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씻지 않는 게릴라들의 지독한 체취에 코가 썩고, 둔탁한 발걸음 소리에 귀가 왕왕 울릴 지경이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 몸에서 나는 악취야 자신도 다를바 없지만 말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시각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 외부 정보 취득의 90%를 시각에 의존한다. 그래서 눈이 뇌의 연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호랑이 같은 육식 동물은 후각과 청각 의존도가 시각보다 높다. 야간에는 시각 의존도가 20%에 불과하다. 블랙맘바의 청각과 후각은 맹수와 비슷하다. 숲속의 전투는 시각 제한을 받는다. 블랙맘바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접근중인 게릴라는 열 명이다. 앞 선 다섯과 30m 거리를 이격해서 후위의 다섯이 엄호하는 형태다. 땅바닥에 엎드린 블랙맘바의 몸이 소리없이 땅속으로 가라앉았다. 근래 깨닫게 된 공진파 활용이다.
게릴라들은 땅바닥에 동화된 블랙맘바의 코앞을 지나갔다. 자연동화술을 펼치지 않더라도 블랙맘바는 방귀와 기침, 장의 움직임까지 통제할 수 있는 갓급 스나이퍼다. 드러난 자와 보이지 않는 자의 싸움은 이미 그 결말이 정해져 있었다.
엄호조가 지나간 직후 뒤쪽에서 블랙맘바의 상체가 스윽 솟아올랐다.
핏 핏 핏-
손끝을 떠난 물체가 반짝 빛을 반사했다. 죽은 게릴라에게서 얻은 AK 소총탄이다. 줄지어 날아간 탄환이 예외없이 뒷목 대추혈을 뚫고 들어갔다.
끝이 뾰족한 소총탄은 그 자체로 훌륭한 암기다. 목을 관통당한 게릴라들이 끄륵하는 헛바람 빠지는 소리를 남기고 빈 푸대자루처럼 허물어졌다. 그들은 손으로 던진 탄환에 목숨을 잃은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파앗- 지면을 걷어찬 블랙맘바가 아카시아 가지를 잡고 빙글 돌아서 가지에 올라섰다. 파무스가 가차없이 불을 뿜었다. 퍽퍽퍽- 총탄을 뒤집어 쓴 또다른 작전조가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 숲을 울렸다.
게릴라들의 반응도 기민했다. 총탄이 쏟아지고 RPG가 날아왔다. 애꿎은 아름드리 아카시아나무가 박살이 났다. RPG 고폭탄에 직격당한 나무 줄기가 튀어올라 하늘을 가렸다. 폭압과 쇄설물에 블랙맘바의 군복도 곳곳이 찢어졌다.
전투는 쉬이 끝나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무더기로 해 치웠지만 둠브라이 숲에 진입한 압바스의 병력이 워낙 많았다. 독전대의 다그침인지 젠켐을 처먹고 제정신이 아닌지 프롤리나트 측도 포기를 몰랐다. 악의와 악의의 충돌에 핏물이 강처럼 흘렀다.
“젠장, 이거 소음을 더 줄일 수 없나!”
블랙맘바가 파무스를 들고 투덜거렸다. 소음기 장착 파무스는 드라구노프 수준은 아니지만 소닉붐이 만만치 않다. 퍽하는 소리가 일상 대화소리보다 더 크다. 기도비닉이 어렵다보니 총격을 가할 때마다 반격탄이 날아들었다. 이래서는 소음기를 끼운 효과가 의심스러웠다.
전투 시작 30분이 지났다.
투입된 병력 절반이 쓸려 나간 시점에서 블랙맘바가 공격적으로 사냥물을 찾아 나섰다. 블랙맘바를 사냥하려고 달려든 프롤리나트가 되려 사냥당하기 시작했다. 둠브레이 숲은 시간이 지날수록 살기와 광기가 충천하고, 폭음과 총성이 가열차게 울렸다.
유칼리나무아래 모인 일곱 명의 게릴라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동료 셋이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에 맞아 머리가 터져 죽었다. 돌멩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징조도 없이 동료 셋의 머리를 박살냈다.
“칸마다!”
“우리는 다 죽는 거야?”
자기 키보다 더 큰 소총을 든 게릴라가 울먹였다.
“다 죽겠지. 뇌수를 빨아먹으려고 머리를 박살냈잖아.”
“도망갈까?”
“뚜빌리스가 목을 잘라 버릴 걸.”
“이 새끼들, 조용히 못 해.”
뒤쪽에서 나이든 게릴라가 눈을 부라렸다.
빡- “으악!”
소리를 지른 인물의 머리통이 터졌다. 비명은 다른 게릴라가 질렀다. 머리가 깨지는 수준이 아니라 돌멩이가 머리를 뚫고 틀어박혔다. 운동에너지에 밀린 신체가 한바퀴 휘딱 돌아서 퍽 엎어졌다. 부서진 옆머리에서 회백색 뇌수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기괴한 독전관의 모습에 놀란 어린 게릴라들은 총을 들어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타구니 사이로 노란 물을 흘리는 놈도 있다.
으아악, 칸마다.”
“독전관이 당했다.”
뻑- 뻑- 돌멩이는 계속 날아왔다. 뒤이어 나이든 군인 두 명이 자빠져서 뇌수를 쏟았다. 남은 인원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헤리럼 벨릴리 하이시(살려면 도망쳐라.)”
블랙맘바가 아는 몇 안되는 아랍어다.
“으아아!”
살아남은 소년병들이 소총을 팽개치고 사령부 반대 방향으로 도주했다. 다행히 젠켐을 흡수한 녀석들은 아니다.
인기척을 느낀 블랙맘바가 나무위로 뛰어 올라 몸을 감추었다. 입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숲이 전투력을 높여주었다. 그는 거총 자세로 전진하는 불쌍한 중생들을 내려다 보았다. 왜소한 체형으로 보아 대부분 소년병이다.
준비된 수전 20대와 표창 10개는 이미 소모되었다.
쿠크리로 아카시아 가지를 잘라내서 한뼘 길이로 다듬었다. 끝을 사선으로 잘라낸 나무 송곳은 그런대로 쓸만했다.
‘맨 뒤에 있는 놈이 독전관이겠지.’
젠켐의 흡입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소년병이 악착같이 덤비는 원인은 독전관이다.
쉭- 빗살같이 날아간 나무 송곳이 최후미 게릴라의 어깨를 비스듬히 뚫고 들어갔다.
“끄아악!”
송곳이 쇄골을 깊숙이 파고들어 끄트머리만 남았다. 의도적으로 비치명적인 부위에 힘을 조절해서 송곳이 보이도록 투척했다.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폐를 손상당했으니 즉사하지 않았을뿐 살아남기는 어렵다.
공격을 당한 게릴라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굴렀다.
“뗀나 칸마. 헤리럼 벨릴리 하이시.(나는 칸마다. 살려면 도망쳐라.)”
“으아, 칸마다!”
소년병들은 대항할 생각도 못하고 거미새끼처럼 흩어져 달아났다. 블랙맘바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 올랐다. 생각대로다.
저들이 다른 팀에 합류하면 또 다른 위협이 되겠지만 전의를 상실한 적은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탐욕스런 늙은이들이 조장한 더러운 전쟁이다. 가능하면 소년병은 죽이고 싶지 않았다.
또 한 무리가 나무 아래를 지나갔다. 이번엔 다섯 모두가 성인이다. 나무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뚝 떨어졌다. 낙하 체중에 더해 슬쩍 힘을 몰아 머리를 밟았다.
“끄아악!” 인간의 축대뼈 구조로 2000kg의 힘을 받아 낼 수 없다. 단단한 두개골이 경추와 척추를 뭉그러뜨리고 상체에 틀어박히는 기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비명 소리에 놀란 게릴라들이 돌아서기도 전에 나무 송곳이 빗살같이 날아갔다. 인간 산적꽂이가 쓰러지기도 전에 이미 가해자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파무스와 글록, 쿠크리, 나무 송곳, 돌멩이, 심지어는 숲에 서식하는 말벌까지 무기로 사용되었다. 상황과 위치에 따라 다양한 무기가 끊임없이 피보라를 일으켰다.
숫적 우위도 소용없었다. 압바스 대대 병사들은 표범처럼 날렵하고, 뱀처럼 은밀한 블랙맘바의 그림자도 잡지 못했다. 전장에 군기가 사라지고 공포가 떠돌았다.
‘쫄따구가 크레모아를 삶아 먹었나?’
크레모아 여섯 발중 두 발만 격발되었다. 교차 설치를 하므로 두 번은 더 울려야 하는데 꿩 구워먹은 소식이다.
‘아직 유기적 결합을 하지 못했다는 건가?’
백부댁에서 오랜 세월 동안 굴종을 강요 받아 온 블랙맘바다. 그는 상대방의 굴종을 원치 않는다.
그가 원하는 관계는 헤겔이 말한 유기적 결합이다. 상호간에 개별성이 살아있으면서 알파가 생성되는 결합을 원한다. 혜영을 떠나보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알파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옴부티의 충성이 거북한 이유도 그가 자신의 개별성을 포기한 화학적 결합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선우현은 개별성이 너무 강한 유형이다.
쿠르릉-
무한궤도가 기동하는 굉음이 숲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