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52
x 152
제18장 귀환 전투12
T-34가 계곡을 넘어 숲으로 진입하는 소음이다. 주둔지에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고 격파용 철갑탄을 날리던 놈이다.
“뭐? 전시용! 쫄따구 이놈시키가 구라를 쳐.”
76.2mm주포의 인마살상용 HE탄 유효 살상 반경은 30m내외다. 장거리에서 전차포를 때리고 기관총을 난사하면 대책이 없다.
육이오때 북한군 탱크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였는지 어른들이 수없이 이야기했다. 레종 에뜨랑제에서 전차 대응 교육을 받았지만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우현이 말한 T-34제원이 머릿속을 주르르 흘러갔다. 승무원 4명, 76.2mm주포, 7.62mm DT기관총 두 정, 큐폴라에 올라앉은 전차장, 전면 장갑 79mm, 상부장갑 17mm…….
육이오 전쟁 당시 미 해군이 T-34의 조준구에 수류탄을 까 넣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양코배기의 허풍이다. T-34 전차의 조준구는 음료수 캔도 들어가기 힘들다. 수류탄을 구멍에 꽂아놓고 망치로 치면 들어갈지도 모른다.
조준구에 M1을 끼우고 한 클립(8발)을 모두 쏴서 조종수와 장전수를 죽였다는 미군의 무용담도 있다. 그것도 턱도 없는 소리다. 전면 장갑의 경사가 심해서 발을 붙일 수 없다.
해치를 해머로 두들겨 부수고 수류탄을 까 넣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것도 턱도 없는 소리다. T-34의 해치는 도로에 설치된 맨홀 뚜껑 수준이다. 소련의 야금 기술이 형편없다지만 해머로 때려서 부서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
T-34의 몇 가지 단점이 떠올랐다. 조준장치가 엉망이라 전차포 명중도가 떨어진다. 2인용 큐폴라를 채택해서 사격시 주변 정찰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감시창과 잠망경이 부실한 탓에 사각이 많다. 발사속도가 느리다…….
‘그러고 보니 덩치만 큰 깡통이 구마. 흐흐, 시야가 제한되는 숲에 전차를 끌고 들어오다니 정신 빠진 놈들이군.’ 자신의 피지컬 능력을 깜박했다. 탄속이 빠르지만 포구가 돌아가는 순간에 충분히 회피할 수 있다.
일반 보병이야 전차가 저승사자지만 자신은 일반보병이 아니다. 장점을 포기하고 단점으로 싸우겠다는 놈이다. 근접거리를 주고, 스스로 장님이 되겠다니 반갑기 이를 데 없었다.
쉭- 블랙맘바가 아름드리 아카시아 위로 솟구쳤다. 가지를 걷어차고 한 번 더 뛰어 올라 20m높이에 몸을 숨겼다.
크르릉- 발 아래로 전차가 굉음을 내며 굴러갔다. 질 낮은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연막탄을 방불케 했다. 큐폴라에 올라앉아 전방 관찰에 여념이 없는 전차장이 불쌍해 보였다.
‘죽으려고 약을 쓰는 놈이 구마.’
손짓 한 번이면 죽을 놈이 자못 위세가 당당하다. 전차 후방에 따라 붙은 보병이 10명, 20m거리를 이격해서 10명이 더 따라붙었다. 일시지간 갈등이 일었다.
보병을 먼저 처리하면 전차 기관총이 구경만 할리 없다. 전차를 공격하면 보병의 탄막을 덮어쓰게 된다. 보병이 전 후위로 나뉘어 있으니 처리하기가 더욱 난감했다.
“좋은 물건이 있었군.”
전차 소음에 불구하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보병 전위와 후위 사이, 아카시아 가지에 매달린 거대한 말벌집이 보였다.
쉐엑- 블랙맘바의 손에서 빈 파무스 탄창이 쏘아졌다. 빗살처럼 날아간 탄창이 가지에 매달린 말벌집 꼬투리를 끊었다. 퍽- 말벌집이 게릴라 머리위에 떨어졌다.
아프리카 말벌은 사납기로 유명하다. 웨에앵- 성난 말벌 떼가 수도 없이 벌집에서 쏟아져 나왔다.
“으악, 떼보르 떼보르!(말벌 말벌!)”
“입타이드 비쑤르아!(빨리 피해라!)”
“입타이드, 입타이드(빨리 도망쳐)”
난장판이 벌어졌다. 인간과 말벌이 사투가 벌어졌다. 후위 보병을 말벌 떼가 맡아준 덕분에 부담이 줄었다. 끼이익- 우렁우렁 숲을 울리며 전진하던 전차가 덜커덩 멈추었다. 요란한 기동음 때문에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잠망경으로 후방의 상황을 목격했을 것이다.
압바스가 고개를 돌렸다. 시커먼 매연에 가려져 후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저것들이 왜 저래?”
압바스가 고개를 쭉 뽑을 때 블랙맘바가 가지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 자세를 안정시킨 악몽이 깃털처럼 포탑에 착지했다.
낌새를 느낀 전차장이 휙 돌아보았다.
“뭐야?”
대답대신 콱- 강철 집게 같은 손이 전차장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윽!”
숨통이 막힌 입에서 트림 같은 소리가 새 나왔다.
“어, 이놈은?”
전차장의 얼굴이 눈에 익다. 이마에 난 큰 흉터를 보니 생각났다. 배식 막사 앞에서 본 중령이다.
“네놈이 압바스 중령이냐?”
날벼락을 맞은 압바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카 칸마, 켁 켁”
블랙맘바가 손에 힘을 살짝 뺐다.
“알라시여, 언제까지 악마가 날뛰도록 방치하시렵니까?”
“임마가 무신 띨한 소리하고 자빠짓노. 니가 압바스냐고?”
“칸마, 네놈에게 알라의 저주가 임할 것이다.”
공황에 빠진 압바스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몰랐다.
“지랄을 해라. 알라는 네놈들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에도 바쁘시다. 바쁘신 분이 내를 와 찾겠노. 안 그래?”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독으로 하는 주제에 툭하면 신을 찾는 놈들이다. 블랙맘바의 눈에 선홍색 빛이 어렸다. 살심이 동한 징후다.
“가증스러운 놈”
뚜둑- 목뼈가 부러진 압바스가 마지막 경련을 일으켰다.
“젠장, 대답을 할 수 없군.”
블랙맘바가 목을 움켜잡은 손을 들어 올렸다. 압바스가 무 뽑히듯이 큐폴라에서 뽑혀 나왔다. 손을 털자 휙하고 날아간 시체에 땅바닥에 처박혔다. 알곡을 털어낸 짚단 버리듯 무심한 행동이다.
프롤리나트 동북 사령관 압바스의 허무한 최후다. 납치한 어린 소년에게 마약을 먹여서 총알받이로 밀어 넣는 놈들이다. 인간 망종이라는 인식이 머릿속 깊이 박힌 블랙맘바다.
블랙맘바는 떡이 된 압바스를 돌아보지도 않고 수류탄 한 발을 큐폴라 속으로 툭 떨어뜨렸다.
‘육이오때 학도병이 이렇게 했다는데 잘 되려나?’
못될게 없다. 꽝- 전차가 흔들 했다. 좁은 캐빈에서 수류탄이 터졌으니 탑승한 인간은 어육이 될 일만 남았다. 급격히 팽창한 가스압이 빠져나갈 공간을 찾아서 상부 해치로 몰렸다. 검붉은 불꽃과 파편이 쏟아져 나왔다. 매캐한 매연 속에 비릿한 피비린내가 섞였다.
후방을 흘낏 쳐다본 블랙맘바의 입술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말벌에게 집중 공격당한 두셋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다. 도망간 놈도 있고, 윗옷에 불을 붙여 휘두르는 놈도 있다. 20명중 절반이 말벌에 대항하는 중이다.
파무스가 불을 뿜었다.
“으아악! 칸마다.”
“엄폐하라.”
말벌에 공격당하고 엄폐물을 찾아 허둥거리던 게릴라들이 눈 깜짝할 새 정리되었다. 전차 후미를 따르던 병력은 총 한발 쏴보지 못하고 괴멸 당했다.
“말벌도 쓸모가 있구마. 이크!”
기척을 느낀 블랙맘바가 도마뱀처럼 포탑 반대쪽으로 미끄러져 돌아갔다. 텡 텡 텡- 장갑에 부딪힌 총탄이 콩 튀듯 튀었다.
“저기 있다!”
한 떼의 병사들이 우르르 튀어 나왔다.
“빙신 같은 놈들, 고함을 지르기 전에 방아쇠를 당겨야지.”
퍽 퍽 퍽- 파무스가 불꽃을 튕겼다. 앞장선 게릴라들이 픽픽 쓰러지자 후위에 있던 게릴라들이 뒤돌아 뛰었다.
캉 캉 캉- 메마른 총성이 터졌다. 도주하는 병사들의 등에 핏물이 튀었다.
“돼지 같은 새끼, 알라의 전사가 도망을 쳐!”
독전관이 도망가는 병사들에게 사정없이 소총을 갈겼다.
“크악!”
독전관의 눈에 나무 송곳이 틀어박혔다.
“돼지는 네놈이다. 개 같은 놈. 실컷 고통 받다가 죽어라.”
화가 난 블랙맘바가 독전관의 복부에 송곳을 추가로 꽂았다.
크르릉- 와디를 건너온 2호 전차가 언덕위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투타타타- 깡깡깡깡- DT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이크!’
놀란 블랙맘바가 포탑에서 훌쩍 뛰어내려 캐터필터에 몸을 숨겼다. 끼이익-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전차가 멈추었다. 포탑이 빙글 돌았다. 관자놀이를 누르는 찡하는 감각, 자신이 표적이다.
‘인정머리 없는 새끼!’
블랙맘바가 엄폐물로 삼았던 전차 캐터필터를 걷어차고 몸을 날렸다.
꽝- 적중이다. 연기를 뿜어대던 큐폴라가 통째로 날아갔다. 명중률이 형편없다더니 그것도 아니다. 파편과 후발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고폭탄이다. 멍청한 놈들이 이제야 탄종을 구분하게 된 모양이다.
블랙맘바가 청파보를 시전해서 내달렸다. 질풍처럼 달리는 발아래서 나뭇잎과 먼지가 흩날렸다. 그아앙- 급기동하는 전차 굉음이 숲을 흔들었다. 투타타타- DT기관총 두 정이 쏟아낸 탄환이 그를 맹렬히 추격했다.
바위 쇄설물과 나무 파쇄물이 정신없이 튀어 올랐다. 블랙맘바의 몸이 좌우로 콩 튀듯 튀었다. 극성의 사행보다. 끼이익- 꽝- 또 한발의 전차포가 발사 되었다. 수동 장전 치고는 제법 빠른 속도다.
콰쾅- 블랙맘바를 스치고 지나간 포탄이 40m앞 언덕에 처박혔다. 바위와 먼지가 자욱하게 날아올랐다. 블랙맘바는 이미 직각으로 방향을 바꾸어 사라졌다.
그아앙- 전차가 급회전해서 블랙맘바를 쫓았다. 총탄이 뚝 그쳤다.
‘48발짜리 데그차레프로 뭘 어쩌겠다고!’
블랙맘바가 도주하며 비웃었다. 41년도에 생산된 T-34초기 모델의 기관총은 쟁반 탄창을 얹은 데그차레프다. 블랙맘바의 비웃음을 듣기라도 한 양 전차가 우악스럽게 나무를 깔아뭉개며 돌진했다.
칸마를 놓치고 동료 전차만 박살낸 2호 전차가 분노의 질주를 했다. 으직 우지직- 가뭄에 견디며 버텨온 수목이 무참히 박살나는 소리가 이어졌다.
의지는 좋았지만 상대가 나빴다. 탄창을 교환한 전차장과 조종수가 열심히 찾았지만 표적은 잠망경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순식간에 200미터를 이탈한 블랙맘바는 거대한 사암 바위 후면에 도마뱀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노인 공경도 모르는 새끼들!”
T-34가 1941년에 생산되었으니 40년이 지난 고물이다. 그야말로 탱크계의 할아버지뻘이다. 멀쩡히 기동하다니 사기다.
골동품 전차 자체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지만 보병과 연계하면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 놈들이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면 전차와 연계 작전을 펼칠 틈을 주게 된다. 그는 보병이 따라붙기 전에 해 치우기로 결심했다.
빙글 포신이 돌아갔다. 은신할만한 장소를 어림짐작으로 두들기려는 의도다. 꽝- 무지막지한 굉음에 둠브라이 숲이 우르르 떨렸다.
포탄은 헛되이 바위만 박살냈다. 안타깝게도 T-34에는 사통장치도 없고 영상 장비도 없다. 잠망경의 시야각도 좁다. 블랙맘바의 움직임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꽝- 꽝- 전차가 연속 포를 발사했다. 은신이 의심되는 장소는 무조건 때려 부수고 보자는 식이다. 때로는 효력사보다 유탄이 더 무섭다. 포탄 한발이 엄폐물 바위를 때렸다.
용등호약으로 몸을 뽑아 올린 블랙맘바가 나뭇가지를 차고 궁신탄영으로 쭉 날아갔다. 투타타타- DT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시야가 제한된 전차장이 어림잡아 쏘는 기총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비호처럼 허공을 가로지른 블랙맘바가 나비처럼 포탑 해치에 올라앉았다. 블랙맘바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해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내부 힌지가 어그러지는 소리가 빠직거렸지만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접근하는 게릴라들이 기감에 잡혔다.
“고슴도치도 눈깔은 어쩔 수 없지.”
꽝- 공진을 휘돌린 주먹이 툭 튀어나온 잠망경을 내리쳤다. 해머를 능가하는 파괴력을 보이는 주먹이다. 뚜둑하고 잠망경 고정 힌지가 부러졌다. 꽝- 재차 타격을 받은 잠망경이 캐빈 안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칸마다.”
“알라시여, 죄 많은 종을 살려주시옵소서.”
땡그렁하는 수류탄 떨어지는 소리와 안쪽에서 겁에 질려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는 수류탄을 까 넣고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