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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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13
꽝- 폭음이 울리고, 수 초 후 꽈르릉하고 숲을 뒤흔드는 엄청난 폭음이 울렸다. 적재된 포탄이 유폭을 일으켰다. 비교적 약한 측면 장갑과 후면 장갑이 터졌다. 불 폭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허공으로 튀어 오른 포탑이 공중제비를 돌아 포신을 땅에 꽂고 도립했다. 기가 막힌 조형물이지만 감상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식겁을 한 블랙맘바가 전력으로 현장을 이탈했다.
유폭에 휩쓸린 대여섯 명의 게릴라들이 산산이 찢겨나갔다. 하비브가 어렵게 구한 전차 두 대가 그렇게 블랙맘바의 손에 고철이 되었다.
“전차도 벨거 아이구마.”
블랙맘바는 장대하게 타오르는 전차에 잠시 눈길을 뺏겼다. 펑하는 소리가 나며 검은 연기와 화염이 가열차게 힘을 받았다. 연료 유폭이다.
숯덩이 한 개가 날아와서 발아래 툭 떨어졌다. 떨어져 나간 인간의 발목이다. 충만한 생명력으로 대지를 달리던 발이다. 빛나던 생명이 찰나의 순간에 탄화된 유기물이 되어버렸다.
“색즉시공 공증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블랙맘바는 자신도 모르게 반야심경의 한 구절을 읊조렸다. 색(色)이 공(空)이라면 수(受)도 덧없다. 전차는 물질이고 숯이 된 발도 물질이다. 물질인 전차를 박살낸 안타까움이 없다면 인간을 죽인 행위도 오온의 감정 작용(受)일뿐, 식(識)이 아니다. 잘못된 인연이 만들어 낸 과(果)일 따름이다. 인과의 율! 우주의 법칙 중에 법칙이라는 인과의 율에 얽매인 먼지 같은 인간의 작은 소동일 뿐이다.
“저기다. 칸마가 저기 있다.”
일시지간 사유에 빠진 정신을 고함 소리가 깨웠다. 눈썰미 있는 게릴라가 바위와 동화된 블랙맘바를 용케 발견했다. 뭔가 화두를 잡은 듯한 간질거림이 확 깨어버렸다. 꽝- 캉캉캉- RPG와 총탄이 쏟아졌다.
“망할 새끼!”
쉬이이- 블랙맘바가 RPG 폭발풍을 타고 날아올랐다. 사헬에서 폭탄을 얻어맞으며 개발한 신법이다. 추엽난무라 는 독창성 없는 이름을 붙였다. 퍽퍽퍽- 허공에서 총탄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표적을 놓치고 허둥거리던 게릴라들이 하방 쓰리텝에 허무하게 생명을 잃었다.
전투를 치를수록 피지컬 능력이 높아졌다. 전투 인간 파란트로푸스의 특징이다. 청파보가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고 체공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전투는 반복적인 양상을 보였다. 블랙맘바가 총격을 가하고, 게릴라들이 화력을 쏟아 붓고, 이탈한 블랙맘바가 지원화기 사수들을 쓸어버리는 순서가 이어졌다.
“이것들이 대체 얼마나 기어 나온 거야?”
질려버린 블랙맘바가 비명을 질렀다. 숲에서 해치운 숫자만 150명을 넘어섰다. 바퀴벌레가 따로 없다. 끝없이 기어 나왔다.
쾅 쾅 쾅-
RPG 세 발이 한꺼번에 발사되었다. 블랙맘바가 발사 지점으로 몸을 날렸다. 프롤리나트 지휘관도 닭대가리가 아니다. RPG를 집단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세 발을 쏘아 삼각틀 속으로 블랙맘바를 밀어 넣으려는 시도다. 에르 엑딤에서 3군 특전대가 사용했던 전술이다.
70m거리는 3~4초면 당도한다. RPG사수가 어어하는 사이에 블랙맘바가 스쳐 지나갔다. 하나 둘 셋을 셀 즈음 사수와 부사수의 목이 툭 떨어졌다.
블랙맘바의 순간 이동 속도는 20m에 가깝다. RPG가 락온하는 순간 청파보를 시전해서 사수를 무참히 참살하고 사라졌다. 공포를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다.
‘이거 마지막이네.’
수류탄이 쌩하고 날아갔다. 200미터 떨어진 곳이다. 청파보를 시전해서 40미터를 이동해서 돌멩이를 던졌다. 수류탄 착탄 지점에서 70m떨어진 곳이다.
꽝- “아아악” 수류탄 폭발 지점에서 비명 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돌멩이에 맞은 게릴라도 째지는 비명을 질렀다. 우월한 이동 스피드를 이용한 오인 사격 유도다. 게릴라들은 수류탄이 수백 미터 밖에서 날아왔다고 상상도 못한다.
“델라뚠!”
“칸마다.”
비명과 고함소리가 양쪽에서 터져 나왔다. 캉캉캉- 꽝- 두두두- 게릴라 소 부대는 비명 소리가 난 곳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양측이 RPG와 기관총을 동원해서 가열차게 붙었다.
“잘들 해봐!”
비시시 미소를 지은 블랙맘바가 새로운 먹이를 찾아 휙 사라졌다.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갑자기 숲 전체가 포성과 총성으로 요란스러워졌다. 프롤리나트 병사들은 예외 없이 칸마 공포에 질려있다. 전장 공포까지 겹쳤다. 소리가 나고 움직임만 보이면 무조건 사격을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운 빨이 튀는 날도 꽃놀이패가 언제까지 계속되지는 않는다. 파탄은 어이없이 찾아 들었다. 빽빽한 교목 사이를 돌아 나가던 블랙맘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발끝에 살짝 걸린 실처럼 가는 와이어, 압바스군의 포병 지휘관 키딜리가 활성화시킨 부비 트랩이다. 슈악- 등 뒤에서 화살 세발이 폭사되었다.
‘가소로운!’
조잡한 부비트랩에 걸린 블랙맘바는 성질이 났다. 피에 취하고 오랜 전투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진 탓이다. 쉬쉭- 쿠크리를 휘둘러 화살 세 대를 가볍게 두 동강 냈다.
콰아아- 머리 위에서 못을 박은 거대한 통나무가 떨어져 내렸다. 이중 트랩으로 설치된 낭아박이다.
“헉!”
헛바람이 절로 새 나왔다. 피하기엔 늦었다. 손발을 휘두를 틈도 없다.
‘에라 모르겠다.’ 체중을 실은 이마로 통나무 중앙부를 들이받았다. 충격을 받을 바엔 충격을 주어야 데미지가 줄어든다.
꽝-
허리둘레의 통나무가 쩍하고 두 동강이 났다. 낭아박에 박힌 못이 우그러졌다.
“헐!”
놀란 블랙맘바가 자신의 머리를 만졌다. 박살날 줄은 몰랐다.
‘이거 왜 이렇게 되었지? 철두공이라고 해야 하나!’
며칠 전 무리를 해서 기절했던 몇 시간동안의 변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맘바다.
“니미 조또!”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희미한 화약 냄새를 맡은 블랙맘바가 전력으로 현장을 이탈했다. 숨겨진 마지막 한 수가 통나무 속을 파내고 채운 화약이다.
발목이 부러져라 땅을 박찼다. 꽝- 폭압이 덮쳤다. 폭압에 순응해서 튕겨 나갔다. 아니 폭압에 몸을 실었다. 바이스가 죄는 듯 한 압력과 타는 듯 한 통증이 오히려 정신을 일깨웠다.
쿵하고 땅바닥에 떨어진 신체를 이완시키고 데굴데굴 굴러갔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통증을 추스를 틈도 없이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청파보 수준이 향상되지 못했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삼중 부비 트랩이다. 죽은 압바스가 별 기대 없이 발동한 부비 트랩이 천하의 블랙맘바를 곤경에 빠뜨렸다.
그는 조급해졌다. 폭음을 듣지 못했으면 게릴라들은 몽땅 귀머거리다. 곧 개떼처럼 몰려온다. 다행히 케블라 섬유로 제작된 백팩도 멀쩡하고 손발도 무리 없이 움직였다.
아니나 다를까. 총탄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엄폐물로 삼은 바위가 퍽퍽 깨져 나가는 수난을 당했다.
‘곤란하게 됐어. 시간이 필요한데.’
치명적인 부상을 피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공간지각력도 발동되지 않았다. 그대로 있다간 벌집이 될 판이다. 군복을 입은 후 맞는 최대의 위기다.
‘죽고 사는 거야 하늘에 달린 거지.’
그는 이를 악물고 바위를 박차고 도약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신체가 엄청난 파워를 뿜어냈다. 희끗한 그림자가 번쩍하는 순간에 이미 수십 미터 밖을 질주했다.
“와아, 칸마가 부상을 입었다.”
게릴라들이 함성을 질렀다. 빗살처럼 튀어나가는 인영을 따라 수십 정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극성의 사행보를 시전한 블랙맘바가 몇 초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으으, 진짜 칸마다.”
“알라시여!”
표적을 놓친 게릴라들이 멘탈 붕괴에 빠졌다.
“추격하라, 놈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만 입혀도 여자와 상금을 주겠다.”
“어물거리는 놈은 쏴 죽여 버리겠다.”
지휘관과 독전대가 고함을 질렀다. 정신을 차린 게릴라들이 일제히 추격에 나섰다.
“와아! 칸마를 잡아라.”
게릴라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땅거죽이 움찔거렸다. 푸악- 땅속에서 커다란 땅강아지가 튀어나왔다. 땀과 피, 흙으로 범벅이 된 블랙맘바다.
“큭!”
왼쪽 어깨를 감싸 쥔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삑 삑- 게릴라들이 주고받는 피리소리가 간단없이 들렸다.
그는 궁신탄영을 연속 시전해서 촌각에 200m를 이탈해서 바위 군락지로 스며들었다. 손을 떼자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뒤이어 타는 듯한 통증이 몰려들었다.
‘기미 떠그럴, 이런다니까!’
눈먼 유탄이 왼쪽 쇄골 바로 밑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방탄조끼 밖으로 드러난 부위다. 측면에서 날아온 총탄이 겨드랑이 아래에서 비스듬히 우상방으로 박혔다. 역시 난전에서 제일 무서운 적은 눈먼 총알이다.
다행히 감각이 서서히 돌아왔다. 공기 방울이 터지듯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귀가 먼저 뚫렸다. 차츰 후각이 회복되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백팩에서 지혈 밴드를 꺼내던 블랙맘바가 멈칫했다.
씨우웅- 포탄이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이다.
낙하지점은?
‘젠장!’
바로 자신이 은신한 지점이다. 바위를 박차고 몸을 띄웠다.
꽝- “으억!”
블랙맘바의 입에서 드물게 비명이 새어 나왔다. 20m를 순간 이동했지만 후끈한 열기와 함께 폭압이 덮쳤다. RPG가 아니라 야포다. 선우현이 말한 85mm BC-3전차포다. 수류탄 공격에 살아남은 놈이다.
놈들이 표적을 고정하고 발사했을 리는 없다. 눈먼 총알에 맞고 눈먼 포탄에 당한 셈이다.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는 날이다.
다행히 공간지각력이 미치는 이백 미터 이내에는 적의 기척이 잡히지 않았다. 상처에 지혈용 밴드를 감고, 압박 붕대로 단단히 감았다. 적은 아직 많이 남았다. 탄자를 적출할 여유가 없었다.
“끄윽”
일어서려던 그가 가는 신음을 뱉었다. 왼쪽 옆구리에서 격렬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망할!”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파편이 방탄복을 뚫고 박혀 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파편을 뽑아서 팽개쳤다. 파편은 깊이 박히지 않았다. 일차로 방탄복이 방호하고 조밀한 근육이 침투를 막았다.
‘갈비가 나갔군.’
포탄 파편에 갈비가 한 대 부러졌다. 방탄복과 근육이 방호해도 운동에너지는 전달된다. 창상은 별것 아니다. 그 정도 상처는 내버려 두어도 절로 치유된다. 부러진 갈비뼈가 문제다. 방치하면 내장이 찢어질 위험이 있다.
그는 방탄복을 벗고 부러진 5번 갈비뼈를 엄지와 검지로 잡았다. 손가락이 옆구리에 구멍을 낼 듯이 파고들었다. 이미 경험 해 본 일이다.
다행히 복합골절이 아니라 단순 골절이다. 외부 압력을 가하면 품질 낮은 숯은 바스러지지만 품질 좋은 단단한 숯은 딱 부러지는 현상과 같은 이치다.
내부로 밀려들어간 갈비를 엄지와 검지로 쥐고 서서히 밖으로 끌어냈다. 공간지각력으로 내부를 관조할 수 있으니 이럴 때는 쓸만한 능력이다.
뜨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마에서 구슬 같은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파란트로푸스의 강력한 육체도 절대의 독심도 살을 찢고 뼈를 비트는 통증에는 어쩔 수 없었다. 갈비뼈를 당겨 맞추고 압박붕대로 옆구리를 단단히 감았다. 작업을 끝내자 힘이 쭉 빠졌다.
혈관 속의 흰 알갱이가 부쩍 늘었다. 자체 치유력의 발동이다. 전투만 없다면 이 정도의 상처는 3일이면 대충 복구된다. 문제는 3일이 아니라 당장이다.
‘저놈들이 미쳤나?’
사방에서 폭음과 총성이 끊이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인 전투는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야간도 아닌 대낮에 한바탕 총질하고 나면 서로를 알아보게 마련이다.
“흥, 내가 숨을 만한 장소를 두드리는 중이군.”
그는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기감에 잡히는 게릴라는 기껏해야 100명 안쪽이다.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살기가 크게 동한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프롤리나트는 블랙맘바가 주춤하는 동안에 안정을 찾았다. 칸마가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에 크게 고무되었다. 지휘관들은 작전을 바꾸어서 칸마가 은신할만한 장소를 초토화시켰다. 사방을 헤집고 다니며 의심되는 장소에 총탄과 RPG, 수류탄을 퍼부었다.
서로가 끝장을 보자는 판이다. 상처 입은 맹수는 더욱 거세게 날뛴다. 상처를 입고, 개체 위기가 닥치자 파란트로푸스가 깨어났다. 블랙맘바의 눈이 선홍색으로 빛났다. 파란트로푸스의 본능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진정한 칸마의 현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