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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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귀환 전투14
전투 본능이 이성을 압도했다. 자연동화술이 저절로 발동되었었다. 자연동화술의 요체는 형태장(形態場)을 지우는 스킬에서 출발한다.
형태장(Morphic Field)이란 무엇인가?
모든 사물은 고유한 형태와 행태를 갖는다. 이를 가능하도록 또는 특정 짓는 공간상의 에너지 장이다. 즉 우주의 에너지 필드다.
또 한편으로 사물의 형성과 행위, 개체간의 밀고 당기는 힘, 그 힘의 공간상의 분포를 말한다. 모든 생물은 고유의 생기가 있다. 생기는 자연 또는 생물 상호간에 간섭 작용을 한다.
기척을 느낀다거나 사물을 보거나 감지하는 자체가 다른 생물의 생기 간섭을 받기 때문이다. 호랑이와 고양이의 존재감이 다르고, 아름드리 소나무와 제비꽃의 존재감이 다르다.
자연동화술은 다른 생물에게 미치는 간섭을 차단하는 스킬이다. 무협에서 소위 기를 지운다는 의미의 업그레이드판이다. 반대로 공진파는 간섭의 극대화다.
전장의 악몽이 수색중인 게릴라의 배후를 덮쳤다. 쿠크리와 손발이 무기가 되었다. 존재 기척을 느낄 수 없는 프롤리나트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블랙맘바는 땅속에서, 나무에서, 바위에서 벼락같이 튀어나왔다.
주먹에 맞으면 머리가 터지고, 발에 차이면 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쿠크리가 지나가면 몸통이 반으로 갈라졌다. 돌을 던지면 상체에 구멍이 뚫렸다. 그야말로 피에 미친 괴물의 등장이다.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은 적절히 분비되면 신체를 활성화시키지만 과다하게 분비되면 이성을 마비시킨다. 무자비한 손속이 뼈와 근육을 분쇄시켰다. 블랙맘바는 자신의 상처는 안중에도 없이 무섭게 몰아쳤다. 둠브레이 숲은 공포에 질린 게릴라들의 비명과 무턱대고 난사하는 총성으로 뒤덮였다.
압도적인 공포의 휩싸인 동북사령부 소속 게릴라들은 도주하기 바빴다. 심지어 독전관을 쏘고 도망치기까지 했다. 죽은 자의 명단에 부비 트랩을 설치한 키딜리 소령도 들어 있었다. 오래지 않아 총성과 비명이 급격히 잦아들었다.
바오밥나무 가지 속에 몸을 숨긴 하산은 자신의 아래턱을 힘껏 움켜잡았다. 이빨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칸마를 불러들일 것만 같았다.
“다 죽었어. 흐으, 다 죽었단 말이다. 알라시여, 불쌍한 종을 칸마의 손에서 지켜 주시옵소서. 알라는 홀로 위대하고 홀로 정의롭고 홀로 존재하도다.”
하산은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알라가 듣지 못할 새라 두려움에 불구하고 소리를 내어 기도했다. 안타깝게도 알라는 하산의 기도를 듣지 못했다.
“끄윽!”
강철 같은 손에 목을 잡힌 하산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흔적도 없이 나타난 칸마, 하산의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카 칸마!”
선홍색 눈동자와 마주친 하산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사타구니에서 노란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최후를 직감한 하산의 머릿속으로 늙은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이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그들도 이렇게 무서웠을까?’
벌목도와 도끼로 찍어 죽인 마을 주민들의 눈동자가 생각났다. 자신이 벌목도로 목을 잘라 죽인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웃고 떠들었던 사람들이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약해빠진 놈이군!”
블랙맘바는 손에 잡힌 게릴라를 가차 없이 땅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바오밥 나무줄기 위에서 시뻘건 인영이 뚝 떨어졌다.
“끅, 끄윽”
허리가 기형적으로 꺾인 하산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새소리, 벌레소리마저 죽어버린 숲속에 하산의 신음소리만이 울렸다. 뿌득- 무지막지한 힘이 실린 발이 하산의 목을 밟았다.
거짓말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시뻘건 디아블로가 초토화된 숲속에 홀로 섰다. 쿠크리와 글록을 양손에 쥔 블랙맘바다. 선홍색으로 변한 눈동자가 서서히 제 색깔로 돌아왔다.
자신의 행색을 살폈다. 쿠크리는 내려찍기와 횡베기에는 적합하지만 찌르기와 올려 베기에는 적합지 않다. 목을 잘라버리거나 가슴을 가르다 보니 툭하면 피를 뒤집어쓰게 된다.
황갈색 전투복이 붉게 염색되었다. 시뻘건 거지발싸개, 아니 넝마가 되었다. 상의를 흠뻑 적신 피가 옷자락을 타고 땅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얼굴을 감은 리탐도 피에 흠뻑 젖었다.
“사부님, 제자는 아직도 괴물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못난 제자를 용서하십시오.”
의식이 말짱했지만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피에 취해버렸다.
사위를 돌아 본 블랙맘바가 침음했다. 깔끔한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쪼개지고, 잘려지고, 부서진 시체가 즐비했다. 지옥도가 따로 없다. 바로 이곳이 지옥이다.
“나무아미타불, 부디 극락왕생하시기를!”
보초놈이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 사령부를 기습해서 180명쯤 살상하고, 숲에서 230명을 지웠다. 410명을 지우고도 토낀 놈이 있고, 사령부에 남은 병력이 있다. 이래서야 주둔 병력이 몇 명인지 짐작할 길이 없다. 블랙맘바는 보초가 가감산을 제대로 못하는 무식쟁이임을 몰랐다.
“거지같은 새끼들이 더럽게 많이 왔구먼. 하기사 300명을 죽이든 500명을 죽이든 무슨 차이가 있겠나. 토낀 놈과 짱박힌 놈까지 죽일 필요는 없겠지.”
둠브레이 숲에서 벌어진 300대 1의 데드매치가 막을 내렸다. 이 전투에서 살아난 게릴라들이 중부 아프리카 전역에 다시금 ‘칸마’ 괴담을 퍼뜨렸다.
말보다 더 빨리 달리는 존재, 하늘을 나는 존재, 포탄과 총탄을 맞아도 죽지 않는 존재, 인간의 뇌수를 빨아먹고 피를 마시는 존재……. 사헬 전역이 오랫동안 칸마 괴담으로 죽 끓듯 끓어오르게 된다.
블랙맘바는 은닉해 둔 드라구노프를 찾아 들었다. 놈들이 부비 트랩을 준비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만비일실(萬備一失)이라더니 단단히 손해를 보았다. 전투가 끝나자 통증과 정신적 공허가 찾아 들었다.
늘 그렇듯 한 바탕 살육전이 끝나면 무기력해진다. 곳곳에 널린 고깃덩이와 줄줄 흐르는 핏물, 변명할 수 없는 자신의 작품이다. 화가 치밀었지만 그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서, 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놓았는가? 물어 볼 사람도 없고 대답해줄 사람도 없었다. 억울하고 쓸쓸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적으로 만나 어쩔 수 없이 죽였지만 이들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그들의 정의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염불이 흘러 나왔다.
맥이 탁 풀렸다. 긴장이 풀리자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뼈마디가 삐걱거렸다. 그대로 엎어져 잠들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유탄이 박힌 왼쪽 어깨에서 무거운 둔통이 밀려들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옆구리 통증도 만만치 않았다. 방탄복 덕분에 뚫리지 않았지만 상체에 다섯 발의 유탄을 얻어맞았다.
방탄복은 운동 에너지 자체를 소멸 시키지 못한다. 충격량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소총탄 운동 에너지는 1700J 내외다. 방탄복으로 방호된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남는다. 강인한 근육과 뼈가 버텨냈지만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휴, 약해졌어!”
한숨이 나왔다. 긴장의 연속, 수면 부족, 계속된 전투가 육체를 갉아 먹었다. 자신도 모르게 감각과 반응이 떨어졌다. 그 결과가 부상이다.
“억!”
팔을 들어 올리던 블랙맘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인체 골격 중에 어깨뼈는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쇄골을 파고든 탄자가 상하 움직임을 방해했다. 통증이야 견디면 되지만 전투 수행에 큰 핸디캡을 지게 되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어깨를 감은 압박 붕대를 풀고, 지혈용 압박 밴드도 뜯어냈다. 폴라로이드 소재의 압박 밴드는 임시 지혈용이다. 오래 착용하면 조직이 괴사된다.
탄자가 박혀있으면 자체 회복력도 늦어진다. 총구멍으로 선혈이 주르륵 흘러 나왔다. 총탄 구멍이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만큼 넓었다. 총탄이 깊이 파고들지 못하는 만큼 조직 손상이 넓어졌다.
샤트르는 ‘드라마 같은 삶을 추구하지만 다큐를 찍는 삶’이 싫어서 외인부대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자신은 다큐 같은 삶을 원하지만 드라마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흐흐, 드라마든 다큐든 햇볕에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일 뿐이지. 인생이 울퉁불퉁해도 한 세월 지나면 별다를 게 없지. 흐흐흐!”
블랙맘바가 세상 다 산 노인네처럼 헐헐 웃었다. 벨맨은 멀리 있고 적은 가까이 있다. 탄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전투력이 뚝 떨어지게 생겼다. 그는 응급 키트에서 모르핀을 꺼내 어깨와 가슴사이에 꽂았다. 약효가 돌때까지 잠시 기다린 다음 발목에서 표창을 뽑았다.
공간지각력으로 근육사이에 박힌 총탄의 위치를 확인했다. 총탄이 쇄골 바로 아래 대원근에 40mm남짓 파고들었다.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나이프를 불에 달굴 때 총성이 울렸다.
탕- 탕-
소련제 권총 마카로프 총성이다.
“점마는 베레타를 줘도 마카로프를 쏘고 지랄이가.”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쫄따구가 장쒼의 베레타를 탐내다 오히려 대검을 뺏겼다는 말을 듣고 베레타와 m9대검을 하사했다.
생존 본능이 대단한 놈이다. 전투 종료 후 은신처에서 기어 나왔을 것이다. 별로 밉지 않았다. 마이크처럼 자신의 능력을 요량하지 못하고 날뛰는 놈이 진짜 진상이다.
선우현이 부스럭거리며 다가섰다. 그는 멍하니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피를 덮어쓴 악귀가 장엄하게 보였다. 블랙맘바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달아오른 나이프를 어깨에 박았다.
치잇-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매캐한 살타는 냄새가 퍼졌다.
“와킬, 한 방 맞았슴메?”
“어쩌다가.”
“압박 붕대가 있으니 끼니 살을 지질 필요 없슴메. 상기 내래 줘 보라우.”
나이프를 받아든 선우현이 칼날에 알코올을 부어 식혔다.
“이빨 상하지 안 카시오?”
“납 쪼가리나 빨리 뽑아.”
선우현의 걱정에 블랙맘바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선우현은 익숙한 솜씨로 근육을 절개하고, 핀셋으로 살을 헤집었다. 블랙맘바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자신이 처리하면 단번에 집어 낼 텐데 이놈은 탄자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집으니 미칠 노릇이다. 핀셋으로 탄자를 뽑아낸 선우현이 혀를 찼다.
“어케 총알이 파고들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돌았지비. 내래 이렇게 넓은 상처는 첨이디. 덤블링이구마.”
“시끄럽고, 붕대나 빨리 감아.”
생살을 찢고 탄환을 꺼내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탄자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을 취한다. 유선형은 무게 중심이 뒤쪽에 있다. 무게 중심이 후미에 있으면 비행 시 궤도가 불안정해진다.
상처를 크게 만들기 위해 탄자를 회전시킨다는 속설은 오해다. 강선을 넣어 탄자를 회전시키는 이유는 비행 궤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총탄은 전진이 막히면 꽁무니가 앞서가려 한다. 탄자가 뒤집힐 듯 요동을 친다. 롤백 또는 덤블링 현상이다. 관통력을 잃은 탄자가 조직 속에서 빙빙 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주위 조직이 아작 난다.
차라리 탄자가 시원스럽게 관통하면 깔끔하다. 관통상은 조직 손상도 적고, 치료와 회복도 빠르다. 블랙맘바의 부상은 신체를 나이프로 푹 찔러서 빙빙 돌린 상태와 비슷했다.
선우현이 상처에 알코올을 들이붓고 지혈제를 뿌렸다. 압박 붕대가 부족했다. 블랙맘바가 얼굴을 감은 리탐을 풀어 주었다. 선우현이 피가 줄줄 흐르는 붕대로 상처를 감았다. 환자나 돌팔이나 거리낌이 없었다. 봉합은 벨맨이 할 일이다. 물론 살아서 돌아간다면.
‘씨바, 돈 벌기 만만치 않네.’
두 사람 공히 속으로 투덜거렸다. 밥값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 피 냄새를 맡은 파리 떼가 새카맣게 날아들었다. 숲속에 널린 시체가 금세 파리로 덮였다. 상처와 얼굴에 난 구멍이란 구멍은 다 파고들었다.
금파리는 시체에 알을 까고, 쉬파리는 공습하듯 유충을 주르르 쏟아 놓는다. 파리는 누가 이기고 지던 알을 깔 시체가 필요할 따름이다.